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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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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41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6.24 10:00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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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115. 저주 그리고 축복

DUMMY

저주가 걸린 기술이 있다면, 축복이 걸린 기술도 있는 법. 그렇다면, 저주 위에 축복을 뒤집어씌우면 되는 일 아닐까. 현과장은 머릿속에서 한줄기 빛이 보이는 듯이 느껴졌다.

틀린 생각이 아니다. 오히려 상황에 맞는 완벽한 해결 방안이었다.

그래, 이제 기술에 축복을 내려 줄 수 있는 사람만 찾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 현과장 뭐 하는 거야?


“천장 뚫고!”

“그랜절!”


한시가 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에 나와 목청이 터져라 외치는 현과장.

그도 그 자신이 왜 이 곳에 이렇게 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는 어흥선생도 채야도 곁에 없다. 리코와 키토도 곁에 없다.

있는 사람이라곤 도움 안 되는 그 인간 뿐.


“제정신이야? 왜 그렇게 딴 생각을 해?”


그래, 갓패치. 도움이 아니라 감시를 하기 위해 현과장을 따라온 매정한 인간 말이다.


“컷! 컷! 컷! 현과장님 또 딴 생각! 또 딴 생각! 아주 마음이 콩 밭에 가셨네. 5분 쉬고 재촬영 갑니다. 머리 좀 식히세요.”


감독의 말에 스튜디오 안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으려 뿔뿔이 흩어졌다. 오직 현과장을 제외하고.


“아니, 이 중요한 시간에 난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제정신이야? 계약이잖아, 계약.”


현과장의 답답함 가득한 푸념의 답으로, 그의 앞에 계약서를 내미는 갓패치. 계약서의 내용대로라면 아직도 한참이나 스튜디오에 나와야만 했다. 적어도 3달은.


“3달은 너무하잖아, 3달은!”

“그러니까, 계약서를 잘 읽고 서명을 했어야지. 지가 제정신 안 차려 놓고선.”


오늘따라 왜 이렇게 갓패치의 말이 쓰라리게 다가오는 것일까. 그래 그의 말이 전부 옳았다. 계약서를 확인 안 하고 서명한 현과장의 잘못이 제일 컸다. 여러분들도 부디 계약서 작성 시, 내용을 꼼꼼히 읽자. 현과장처럼 후회하지 말고. 일단 나부터.


“축복을 걸어줄 사람도 찾아야 하는데, 이러면 모두가 다 힘들어진다고. 이러다 모두 다 죽어!”


아니, 사실 죽는 사람은 없다. 이건 그냥 현과장의 호들갑일 뿐.


“제정신이야? 호떡 못 먹어서 죽어? 응, 죽어. 죽는다고!!”


아니, 절대 아무도 죽지 않는다. 이것 역시 갓패치의 호들갑일 뿐이다.

하지만, 호들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진지한 두 사람의 눈빛. 오두방정을 떨며 다급한 분위기를 조성할 만큼, 이 사람들은 호떡에 너무나 진심이었다.


“자자! 촬영 재개합니다! 스테이지로 모여주세요!”


어느새 5분이 지나간 걸까. 조연출이 출연진 전부를 무대 위로 모으기 시작했다.


“젠장! 5분이 벌써 지났다고?!”


어쩔 수 없이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고만 있는 현과장. 그는 이 상황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계약서라는 굴레가 단단히 그를 옭죄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한 사람만큼은 달랐다. 바로, 그 사람만큼은.


“갓패치! 가서 축복을 좀 걸어줄 사람 좀 찾아봐!”


그래, 갓패치. 도움이 아니라 감시를 하기 위해 현과장을 따라온 이 매정한 인간만큼은 달랐다. 현재 상황뿐만 아니라, 언제나 자유로운 갓패치. 그라면 자신을 대신해 움직여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 현과장이었다.


“제정신이야? 지금 나한테 명령을 해?”


그러나 두 눈을 크게 뜨며 현과장을 응시하는 갓패치. 그의 눈빛에서 쏘아져 나오는 것은 못 마땅이 아니라 분노 그 자체였다.


“아니, 여기 누가 있다고 그래? 호떡 안 먹을 거야?”

“호떡 먹어야지. 그런데 제정신이야? 감히 갓패치 님께 명령을 내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촬영을 시작해야만 하는 다급한 상황임에도, 전혀 물러서지 않는 갓패치. 그 순간, 현과장은 다급한 마음에 아무 소리나 내 질러 버리고 말았다.


“아니, 그럼 갓패치가 여기 올라 와서 춤을 추던가!”


***


“준비 되셨으면 갑니다!”


무대 위로 경쾌한 음악이 흘러 나왔다.

이윽고 무대 위로 강하게 내리쬐는 조명.

출연진들은 사이로 긴장감이 흘러넘쳤지만, 표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여유로웠다.

카메라는 이내 무대 중앙을 비췄다.

붉은색 바지 그리고 핑크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은 남자.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현과장의 얼굴이 저렇게 창백했던가? 아니, 그건 둘째치더라도. 이 남자 다리 길이가 장난이 아니다.

현과장, 언제 이렇게 키가 늘어났어?

현과장, 뭘 먹은 거야? 혼자만 먹지 말고 나도 좀 알려줘! 나도 좀 크고 싶다고!


“제정신이야?! 천장 뚫고!”


그 순간, 현과장, 아니 현과장처럼 보이는 남자가 우렁찬 목소리로 포효했다.

잠깐, 그런데 ‘제정신이야’라니. 잘못 말한 건 아니지? 무대 위의 저 남자 현과장이 아니었던 거야?


“그랜절!”


모두들 남자의 외침에 이어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마치 무대 중앙의 길쭉한 남성을 현과장이라고 단단히 착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난 아니다. 난 이미 오래전에 간파했으니까.

그래, 현과장이 저렇게 키가 클 리 없지.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말고.

그렇다면 진짜 현과장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


갓패치가 현과장을 대신해 녹화를 끝마치고 있던 사이, 현과장은 스튜디오를 빠져나와 성밖마을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의 머릿속에 잠든 「원더랜드 지식의 50%」가 넌지시 조언을 해준 덕분이었다.

그렇게 기술에 축복을 내리는 법, 혹은 그런 방법을 아는 사람을 찾기 시작한 현과장. 수많은 책을 꺼내와 훑어봤지만, 역시나 그가 찾는 내용이나 인물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앗, 현과장님 아니십니까?”


책을 뒤지는 그의 곁으로 조심스레 다가온 한 여성. 성안출입관리소에서 만났던 담당 공무원, 창포였다.


“아, 네. 공무원 아가씨.”


그러나 인사를 건넬 시간도 아쉬웠던 현과장. 그는 짤막히 대답하고 다시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뭘 그렇게 찾으십니까?”


이 여자 눈치가 없는 걸까. 아니면 여전히 출연 욕심이 과한 걸까. 창포는 현과장의 주변에서 오직 그만을 빤히 쳐다보았다.


“저기, 일 있으시면 일을 보시는 게.”


장소가 장소인 만큼, 나직이 목소리를 꺼내 놓는 현과장.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없이 현과장의 주변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버렸으니까.

처음에는 무시하고 자신의 일만을 처리하려고 했던 현과장. 하지만 옆에 앉은 이 정신나간 공무원이 너무나 거슬린다. 마치 빨리, 지금 당장, 뭐라도 물어봐 주기를 기대하는 눈빛. 그 맑은 눈의 광기가 너무나 거치적거리고 무섭게 다가왔다.


“저기...”

“네! 말씀만 하십시오!”


현과장의 한 마디에 즉각 반응하는 창포. 그녀의 태도를 보아하니 웬만해서는 움직일 것 같지가 않았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다. 그냥 사실을 말하고 포기를 하게 만드는 수밖에.


“기술에 축복을 걸어줄 사람을 찾는데.”

“그런 사람은 원더랜드에 없습니다!.”


어라, 답변이 바로 나온다. 그런데, 원더랜드에 없다고? 설마 자신이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순간 현과장의 눈빛에 의심이 서렸다.


“모르는데 모르는 걸 없다라고 말하는 건 아니죠?”

“정말 없습니다! 원더랜드는 축복보다 저주에 특화된 곳입니다!”


현과장은 그녀의 말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신이 가진 「개행운과 초불행」도 축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기술. 행운 한 번에 3배의 불행은 도대체 뭐야? 쓰라는 기술이야, 쓰지 말라는 기술이야.

그래, 그녀의 말이 맞다. 원더랜드는 저주가 특화된 곳이 분명하다.


“그럼 어디에 가면 기술에 축복을 걸 수 있을까요?”


현과장의 물음에 창포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기에 이렇게 고민만한 채 입도 뻥끗하지 않는 것일까. QnA의 AI봇 마냥 바로바로 대답을 했던 그녀가.


“설마 모르는 거에요?”

“모르는 건 아닙니다!”


모르냐는 질문에는 즉각즉각 반응하는 창포. 현과장은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그녀가 망설이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갈 수 없는 곳인가요?”

“일반적으로가 아니라, 그냥 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냥 갈 수 없는 곳. 그 말에 현과장은 한 장소가 또렷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 번도 간 적이 없지만, 그 곳에서 온 사람들은 만나 본 적이 있으니까.


“참고가 되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현과장은, 곧바로 도서관을 등졌다. 창포가 그의 손을 붙잡기 전에.


“아... 책은 정리하고 가셔야지...”


창포는 현과장이 놓고 간 막대한 양의 책을 보며 한숨을 지었다.

모두들 명심하자. 도서관에서 책을 봤으면 꼭 반납하는 곳에 올려놓고 가자. 가능하면 있던 자리에 되돌려 놓으면 훨씬 더 좋다.


***


“지금 어딜 가겠다고 한 거냥?”


어흥선생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힘들게 밭을 일구고 있는 자신들의 앞에 와서 뭐? 지금 어딜 가겠다고?


“용자들이 사는 곳!”

“미쳤다랄까나! 미쳤다랄까나!”


현과장의 대답에 팔짝팔짝 난리를 치며 고개를 젓는 채야. 하지만 이런 그들의 반대도 현과장을 막을 순 없었다.


“내 기술에 지금 축복이 필요하잖아. 붉은색은 행동을 뜻한다면서.”

“누, 누가 그랬냥?! 누가 그런 구시대적 발상을 했냥?!”

“알딘이.”


어흥선생은 현과장의 입에서 나온 그 이름에 부들부들 치를 떨었다. 그러더니,


“이 인간 겨우 살려 보내줬더니 그런 허무맹랑한 말을 입에 담았다냥! 가서 반쯤 죽여 놔야겠다냥!”


다짜고짜 밭일을 팽개치고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어흥선생. 하지만 그는 이내 현과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미치겠다냥! 이럴 때 왜 갓패치는 없는 거다냥!”


갓패치의 차원문 없이는 사막에 갈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갓패치가 없어서 난감한 건 단지 어흥선생뿐만이 아니었다.


“정말 미치겠네! 갓패치는 아직도 안 돌아오고 뭐하는 거야?”


갓패치의 존재가 필요한 건 현과장도 마찬가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용자들의 나라에 가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갓패치의 도움이 절실했다.


“제정신이야? 날 왜 찾아? 벌써 밥 먹을 시간이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두 사람의 절규가 그에게 닿았던 것일까. 때마침 갓퍄치가 차원문을 열고 채야의 집 앞에 불쑥 나타났다. 하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었는데...


“그런데, 그 옷차림은 뭐냥?”


붉은색 바지 그리고 핑크색 맨투맨 티셔츠. 그래, 아직도 갓패치는 현과장으로 변장 중이었다.


“제정신이야? 보면 몰라? 현과장이잖아, 현과장.”

“헉! 너무 똑같아서 몰라 봤다냥!”


갓패치의 면전에서 대놓고 놀라주는 어흥선생. 이 사람, 보기보다 사회생활 좀 한 거 같은데. 멘트가 예사롭지 않아.


“변장이고 뭐고! 갓패치, 나 지금 축복을 위해 용자들이 사는 곳으로 가야한다고.”

“제정신이야?!”


현과장의 말에, 정색하며 그를 바라보는 갓패치. 이윽고 그의 입에서 진지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밥은 먹고 가야지.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데.”


아, 먹는 거 때문이었어? 용자들이 문제가 아니라, 밥이 문제야?

이거 뭔가 살짝 꼬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데, 설마 아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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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3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3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6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6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5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6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8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1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4 3 11쪽
»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6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3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3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5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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