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396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7.04 10:00
조회
25
추천
3
글자
12쪽

125. 변태 왕녀, 우유나

DUMMY

“그, 그럴래? 아니야, 나 때문에 오게 된 사람인데. 내가 책임져야지.”


물론 호떡을 먹기 위해 털어놓은 빈말인 것은 너무나도 잘 알았지만, 현과장은 내심 여왕의 그 한마디가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했다.


“볼모로 데리고 있는 용자를 이런 누추한 집에 두는 것도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뭐? 누추한 집? 말이 좀 심하다랄까나!”


도대체 언제 나온 것일까. 현과장의 곁에 서 있던 채야가 발끈하며 여왕을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난 분명 화려하고 멋진 집을 지었었다랄까나! 집 안에 모노레일도 깔았었다랄까나! 갑자기 사라져서 문제였지만.”


어허! 채야! 그 언제적 이야기를 지금 꺼내고 그래. 이미 다 지나간 일인 걸.


“그래 맞다냥. 그건 다 지나간 일이다냥. 할매는 그냥 잊어라냥. 그 일은 잊는 것이 낫다냥.”


방으로 들어가 버렸던 어흥선생도 나와 목소리를 더했다.

흐음, 갑자기 이렇게 하나 둘씩 거실로 모인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한 가지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그 한 가지 이유. 그것은 바로...


“제정신이야? 아직까지 상 안 차리고 뭐 했어?”


식사시간. 주된 목적은 식사 후 티타임이겠지만. 그래도 밥을 먹어야 나오는 후식들이니, 모두 식사시간에 무척이나 예민했다. 특히나 갓패치가.


“아무 것도 준비 안 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게 보기 좋지 않습니다만.”

“제정신이야? 여기 살지도 않는 인간이 그런 말은 하는 건 뭐 보기 좋은 줄 알아?”


여전히 서로를 보자마자 으르렁거리기 시작하는 두 사람, 갓패치와 여왕. 식사 준비를 위해 움직이는 건 채야와 어흥선생 그리고 현과장 뿐이었다. 이런 분주한 상황 속에도 우유나는 여전히 거실에 누워있었다. 분위기를 전혀 못 읽고.


[퍽!]


그런 그녀를 향해 뛰어와 사정없이 래빗 펀치를 날리는 키토.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우유나가 그대로 구석으로 날아갔다.


“키토님이 정리해 준 거랄까나. 역시 키토님이랄까나.”


채야의 말에 의기양양해진 키토. 그 모습에 샘이 난 모양인지, 리코 역시 우유나에게 날아가 꼬리로 세차게 등짝을 때렸다.


[철썩!]

“으헉! 좀 더... 아니! 난 굴복하지 않는다! 하악...”


사람이 아닌 동물들에게도 흥분을 하는 것일까. 그녀의 19금 목소리에,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옮기던 음식을 내려놓고 재빠르게 키토와 리코에게로 달려왔다.


“키토님, 리코님! 저 사람은 때리면 안 돼!”

“맞다냥! 절대 때리면 안 된다냥!”


갑작스럽게 두 사람이 다가오자, 리코와 키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현과장의 얼굴에 핀 다급함과 어흥선생의 얼굴에 자리 잡은 당혹감. 분위기 파락을 언제나 잘하던 두 귀염둥이는 이 두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폴짝!]

[파닥! 파닥!]


상황 파악 뒤, 그대로 현과장의 머리 위로 올라간 키토와 현과장의 가슴팍에 안기는 리코. 현과장은 나지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어흥선생은 아쉬움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키토님, 리코님 저 사람한테는 가면 안 돼. 변태가 옮아.”

[탁! 탁!]


현과장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이마를 가볍게 두드리는 키토. 리코는 똘망똘망한 붉은색 눈동자로 현과장을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나도! 아이컨텍하고 싶다냥!”


이 모습이 무척이 무척 부러웠던 것일까. 어흥선생이 리코의 앞으로 후다닥 달려왔지만, 이미 리코는 눈을 감아버린 지 오래. 눈 맞춤은커녕 눈빛조차 받지 못한 어흥선새은 풀이 죽어서 그만 구석으로 걸어가 쭈그리고 앉았다. 인생 참 뭐 같다.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했던가. 사랑도 마찬가지다. 관심도 마찬가지다. 받은 놈들만 계속 받는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냥.”


식사 준비가 다 끝났음에도 여전히 구석에 앉아있는 어흥선생. 그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벽면을 응시했다. 마치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어흥선생, 밥 먹어. 밥 먹고 일해야지.”

“밥 먹어야 호떡도 먹는다랄까나~”


미동도 없다. 현과장이 불러도, 채야가 불러도.

아니, 지금 정신병자 컨셉이 유행이라도 하는 거야? 어흥선생은 왜 이래? 우유나 저 여자 하나로도 벅찬데.


[툭.]


내가 이렇게 애를 태우던 바로 그 순간, 어흥선생의 앞으로 달려가 그의 발 위에 앞발을 올리는 키토.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순간, 그렇게 원하던 아이컨텍을 하게 된 어흥선생. 정말이지 감격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두 귀염둥이들을 향해 일방적인 사랑만 보내기를 수개월. 이렇게 결실이 찾아왔다. 그런데,


“키토님도 밥 먹어야지.”

[폴짝! 폴짝!]


현과장의 한마디에 바로 돌아가 버린 키토. 감동이 멀어져갔다. 사랑이 사라져갔다. 모두 현과장의 그 한마디 때문에.


“이건 용납할 수 없다냥!”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어흥선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가 앉아있는 거실 중앙으로 향했다. 어흥선생을 제외한 모두가 모여 있는 식사자리. 그는 강렬한 눈빛을 장착한 채, 그대로 현과장을 응시했다.


“현과장! 승부를 볼...”

[파닥! 파닥!]


현과장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려던 바로 그 순간, 어흥선생의 앞으로 날아온 리코. 리코는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과 젓가락을 그대로 어흥선생의 앞에 내밀었다.

투기심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감동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어흥선생 하려던 말이 뭐였어? 승 뭐?”

“현과장 요즘 승모근이 뭉친 거 같다냥. 관리를 잘해야 한다냥.”


완전히 자신의 목적을 잊은 채, 헤벌쭉 웃는 어흥선생. 이 인간도 참 정상은 아니다. 하긴 다 큰 어른이 머리 위에 고양이귀머리띠를 한 것 자체가 정상은 아니지만.


“난 지극히 정상이다냥!”

“관리 좀 했다보네. 몸 자랑을 그만하시고 밥이나 먹어. 국 다 식겠다.”


어흥선생의 참가로 그렇게 맞이하게 된 가족끼리의 오붓한 식사시간. 모처럼 갓패치와 여왕도 아무런 다툼 없이 식사시간을 즐겼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있다면,


“그런데, 그쪽은 왜 여기에 앉아있는 거랄까나?”


채야의 옆에 앉아 같이 한술 뜨는 이 여자. 바로 우유나 마샤. 이 변태 용자도 함께란 것일까나.


***


한편 성으로 돌아간 무리나는, 모두의 앞에서 현 상황을 공식적으로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5급 용자이자 강원랜드의 공주 우유나 마샤는 원더랜드에 볼모로 잡혀 있는 상황이다.”


그 소식을 들은 신하들과 여러 용자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여왕을 바라보았다. 걱정이 가득한 사람들의 표정.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우유나를 데려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이제 큰 걱정은 없다. 오직 마왕 퇴치에만 전념하도록.”


그녀의 언니, 무리나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니까.


“아니 되옵니다! 여왕 폐하! 용자들의 오점을 원더랜드에 남기시다니요! 그들이 공주의 모습을 보고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대신 가서 볼모로 남겠습니다!”


용자 중 한명이 간곡히 부탁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 무리나. 그녀의 마음은 확고했다.


“짐의 동생이다. 잘 해낼 것이다.”

“폐하의 동생이오나, 용자의 수치입니다! 공주가 특출한 능력을 가지고도 왜 5급 용자인지 잊으셨습니까?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폐하!”


또 다른 용자가 무릎을 꿇으며 간청했다. 내놓으면 부끄럽기만 한 존재, 우유나 공주. 하지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


“자네들이 간다고 해서 우유나를 데리고 올 수 있겠나? 끌고 올 수 있겠냐는 말이야! 짐은 목격했네! 환희에 찬 그 얼굴! 그 눈빛! 드디어 안식을 찾은 거야, 우유나는.”


그녀는 단호했다.

아,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용자의 나라, 강원랜드의 사람들은 절대 타인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연구비 갈취를 위해 짭국의 싼 부품만 쓰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그럼 조금 전 용자들이 보인 행동은 뭐냐고? 글쎄, 이어지는 이야기가 답이 되지 않을까?


“공주 예우는 여기까지. 모두들 수고가 많았다. 해산하도록.”


무리나의 말 한마디에, 알현실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신하와 용자들. 그래 단순히 보여주기였다. 그나마 공주니까 이 정도지. 일반 용자가 잡혔으면 보고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강원랜드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원더랜드에 큰 짐덩이를 버리고 온 덕분에.


***


밥을 먹었으니, 이제는 후식 차례.

갓패치와 여왕의 눈빛에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


“난 10개 먹을 겁니다만!”

“제정신이야? 그럼 난 20개!”


두 사람의 유치한 말싸움이 이어졌다. 어느새 슬쩍 사람들의 사이에 껴서 호떡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 우유나. 그녀 역시 현과장표 호떡의 참맛을 아는 인물이이기,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호떡까지 먹으면, 밭일을 해야한다랄까나.”

“바, 밤일?! 밤일이라고!”


도대체 뇌의 어느 부분까지 19금인 거야. 채야의 말을 완전히 자신의 생각대로 해석해버리는 우유나. 그녀는 붉게 상기된 얼굴러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같이 하는 거랄까나.”

“가, 같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밭일이다, 밭일. 우유나가 생각하는 그 일 말고. 설마 밤일 생각한 사람은 없지? 무슨 밤일이냐고? 당연하잖아. 그것은 바로 미드나잇 클럽이지! 이 활동 말고 다른 무언가를 떠올린 당신! 반성합시다! 이 웹소설 19금 아니에요!


“참 사람도 많다. 언제 이렇게 불어난 거지?”


호떡을 내오던 현과장은, 거실에 앉아있는 인원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갓패치와 여왕.

키토와 리코에 빠져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흥선생.

밭일 할 생각에 기운이 펄펄 넘치는 채야와 그녀와 다른 상상을 하는 우유나.

그리고 이렇게 호떡을 만들어 나르는 자신, 현과장까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원하지 않는 만남은 조금 걸러도 되는 거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주변에 죄다 이상한 사람들뿐이니. 왜 이 집에는 정상적인 사람이 없는 걸까. 유유상종이라고 했는데, 설마...?!


“저기, 어흥선생. 나도 좀 이상한 사람이야?”


호떡을 탁자 위에 내려놓은 현과장은, 그나마 정상인 쪽에 가까운 어흥선생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러자,


“아니다냥! 현과장은 우리와 같이 무척이나 정상이다냥.”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어흥선생. 그런데 마음에 거슬리는 단어가 있다. 바로, 우리. 우리란 누구일까. 누구긴 누구야! 앞에 놓인 호떡을 향해 달려드는 저 하이에나들이지.


“현과장, 커피가 없다랄까나. 우유나 노예, 현과장은 커피도 잘 탄다랄까나.”

“오! 커피! 오! 호떡!”


저 두 사람 어느새 죽이 척척 잘 맞는다. 꽤 위험한 조합이니, 조금 이따 떨어뜨려 놓기로 하고. 그럼 우선은,


“커피? 그래. 가지고 와야지.”


현과장은 커피를 타기 위해 주방으로 걸어갔다.

웬만하면 걸음이 가벼워야 정상인데, 너무나 무겁다. 마치 앞으로 다가올 시련이 미리 그의 어깨 위에 묻어있는 것처럼.

설마 어흥선생이 말한 승모근 때문일까. 승모근이 뭉쳐서?


“그런데, 어흥선생 나 승모근이...”


걸음을 멈춘 현과장이 뒤를 돌아보려던 그때, 갑자기 시간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의 생명」이 발동되었던 때처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6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2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3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5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4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7 3 11쪽
»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6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2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1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5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6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7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1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3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5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3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3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19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4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3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