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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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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43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6.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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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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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106. 대비책 - 1

DUMMY

요간은 왜 데빌 위딘을 이용해 지식을 모으고 있는 것일까.

무슨 지식을 얻고 싶은 걸까.

단순히 자기 만족일까. 아니면 왕위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현과장은 데빌 위딘과 왕위를 연관지어 꼼꼼히 생각해 보았다.

고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하나.


“요간은 왕이 되는 방법을 몰라. 정확히는 여왕이 어떻게 왕위를 빼앗았는지 몰라. 그래서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을 찾아서 지식을 갈취하려는 거라고.”


왕위 찬탈을 위한 지식 모으기. 말을 마친 현과장은 아직도 눈싸움 중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여왕과 갓패치를.


“흐음... 그럼 요간은 실망할 거다냥. 아직 여왕은 완벽히 왕위를 계승한 게 아니다냥.”


왕위 계승이 완벽하지 않다고? 여왕이라 부르면서? 현과장은 도저히 그의 말과 현재의 상황 속에 피어난 괴리를 이해하지 못 했다.


“왕위 계승이 안 됐는데 여왕이라고 부른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거 우리가 비꼬는 거랄까나.”


비꼬는 거라고. 그런 그냥 놀리는 거였어? 여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그렇다는 건, 눈앞의 여왕은 진정한 원더랜드의 주인이 아니라는 말이잖아. 그럼 누가 주인이지?


“그럼 누가 주인...”

“제정신이야? 나지 누구야!”


매섭게 여왕만을 바라보고 있던 갓패치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내기에서 이길 때까지 왕위를 양도하기로 했습니다만. 지금은 내 원더랜드입니다만!”


한마디도지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는 여왕. 그녀의 표정 또한 진심이었다.


잠깐, 그러니까 내기 때문에 왕위를 내려놓게 된 거라고?

참으로 갓패치답다라고 할까. 정말로 멍청하다고 할까. 현과장은 갓패치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혀끝을 찼다.


“쯧쯧쯧. 아니, 바보야 뭐야? 자기 밥그릇을 그냥 내기에 홀랑 날려?”

“제정신이야?! 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무슨 내기인데?”


발끈한 갓패치가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현과장을 쳐다보았다. 여왕과의 눈싸움을 팽개치고.


“무슨 내기냐면...”

“그만! 내용을 발설하면 정말 완전히 왕위를 잃습니다만!”


순간, 누군가가 황급히 달려와 온몸을 던져 갓패치의 입을 막았다. 그 사람의 정체는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여왕.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진지하기만 했다.


“난 어디까지나 원더랜드를 위해서 이러는 것뿐입니다만. 폭풍이 지나가면 전부 내려놓을 겁니다만.”


이 세상에 과거 없는 악역은 없다.

뭐, 현과장의 호떡에 푹 빠진 그녀를, 이제 악역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과장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했던 그녀니까, 악역은 악역이긴 하지.


“제정신이야? 언제까지 그 쓸데없는 예언을 믿을 거야, 여왕.”

“제 예언은 무척이나 잘 맞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여왕은 예지몽을 꾼 현과장을 인정하지 않았었다. 원더랜드의 예언자는 자신 혼자라나 뭐라나. 아무튼, 예언자라는 자신의 위치에 정말 많은 집착을 하고 있던 여왕. 그녀는 원더랜드의 여왕이라는 직책보다 예언자라는 위치를 더욱 중요시 하는 것만 같았다.


“무슨 예언인데?”

“인간 체스의 우승자가 원더랜드를 무너뜨릴 겁니다만!”


인간 체스? 그 TV쇼? TV쇼 우승자가 원더랜드를 무너뜨린다고? 이걸 믿어야 해? 말아야해? 현과장이 고개를 기울이던 바로 그때,


“그 인간 체스장 위를 저기 리코가 날고 있었습니다만!”


구석에 누워있는 리코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뻗는 여왕. 잠자고 있던 리코가 놀란 눈으로 여왕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니야, 리코님. 리코님 부른 거 아니야. 더 자도 돼.”


놀란 듯한 그 눈빛에 황급히 달려가 리코의 몸을 토닥토닥 쓰다듬은 현과장. 이내 모든 사람의 매서운 시선이 여왕을 향했다.


“제정신이야? 다른 사람도 아닌 리코에게 그런 몹쓸 손가락질을 해?!”

“여왕! 그건 아니다냥! 절대 아니다냥!”

“당장 이 집에서 나가 줄까나!”


세 사람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에 여왕은 그만 움츠려들어 버리고. 급기야 무척이나 서운한 듯 눈물을 글썽였다.


“난, 훌쩍, 그냥, 훌쩍, 예언, 훌쩍, 본 거, 훌쩍, 말했, 훌쩍, 다만.”


그래, 어떻게 보면 그녀는 잘못이 없지. 그냥 손가락으로 리코를 가켰을 뿐. 리코가 뭐 나쁜 짓을 했다고 한 건 아니었잖아.


“그래, 그쯤에서 해둬. 리코님이 잠결에 너무 놀랐을 뿐이라고.”


현과장이 옆에서 살며시 거들었지만, 여전히 매서운 눈빛을 거두지 않은 세 사람. 하긴 귀여운 친구들을 건드리는 건 정말이지 용사 못할 짓이긴 하지.


[폴짝! 턱!]


바로 그때, 키토가 여왕의 머리 위로 뛰어오르더니, 곧바로 그녀의 이마 위에 앞발을 올렸다, 푹신하고 보드라운 키토의 앞발. 여왕의 눈물만 가득했던 여왕의 얼굴에 작고 호나한 미소가 퍼지기 시작했다.


“나, 나도 간택 받았습니다만!”

“그거 간택 아니다냥. 그냥 위로하는 거다냥.”


기뻐하는 여왕을 향해, 넌지시 고개를 흔드는 어흥선생. 그러자, 키토가 폴짝 뛰어서 어흥선생의 머리 위로 올라왔다. 그러더니,


[턱!]


이마 위에 살며시 앞발을 올리는 키토. 이 상황으로 볼 때, 아무래도 위로 역시 아닌 모양인 것 같은데.


“그냥 아침 인사 아니야? 아니면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하라는 건가?”


현과장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키토. 아, 시끄러웠던 거였구나. 그래, 거실 사람들이 좀 호들갑을 떨긴 했지. 그것도 꽤나 큰 목소리로.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나눴었더라. 뭔가 중요한 것을 잊은 듯한 느낌이 현과장의 머릿속에 퍼져나갔다.


“아, 맞다!”


이제야 눈치를 챈 것일까. 원더랜드의 위기를. 현과장은 리코와 키토 그리고 어흥선생을 바라보더니, 약간 진지한 목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 놓았다.


“미드나잇 클럽! 어제 활동 안 했잖아!”

[움찔!]


순간 움찔한 어흥선생과 키토. 리코는 살며시 눈을 뜨더니 다시 모른 척 눈을 감아버렸다.


“오늘 저녁은 두 배 열심히 할 준비를 하라고!”

“아, 알았다냥.”


키토는 고개를 끄덕이고 리코는 꼬리를 흔들며 현과장의 목소리에 답했다.

그런데, 미드나잇 클럽이라고? 미드나잇 클럽이 원더랜드 백성들의 목숨 보다 중요한 거야?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현과장이 사람의 목숨이 깃든 지식들을 훔쳐 왔다고! 그럼 악당이 무슨 짓을 하겠어?!


“헉! 맞다냥! 이럴 때가 아니다냥! 중요한 걸 깜빡했다냥!”


그래, 중요한 거! 원더랜드 사람들의 목숨! 또 이상한 이야기 꺼내는 거 아니지? 그거 뇌절이야! 뇌절!


“칫! 원더랜드가 위험하다냥!”


칫? 칫? 아니, 어흥선생? 설마 다른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어? 그리고 위험한 건 원더랜드가 아니라, 원더랜드의 사. 람. 들. 원더랜드의 백성들이라고!


“정정한다냥! 원더랜드의 사람들이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현과장은 두 눈을 번뜩였다.

이미 원더랜드의 백성들에게 닥쳐온 위기를 감지했던 현과장. 왕위나 명예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지만, 사람들의 목숨만큼은 그냥 넘길 순 없었다. 그가 아무리 자칭 대악당이라고 떠들어 재껴도 말이다.


“어흥선생 정도의 지식을 갖추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하지?”

“한 2명 정도일까나?”


생긋 웃으며 현과장을 향해 손가락을 펴서 보이는 채야. 모두의 싸늘한 시선이 채야에게 닿았다.


“농담일까나, 농담.”

“많이 배운 사람들로만 계산한다면 적게는 100명. 많게는 1000명 이상이다냥.”


어흥선생의 진지한 목소리가 거실 바닥에 내려앉았다.

100명에서 1000명. 한 번에 준비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 그렇다면 긴 시간동안 꾸준히 납치를 벌일 거란 소리인데.


“이미 죽은 사람도 가능할까? 분명 내 기억 속엔 요간에게 죽은 노인이 있긴 했는데.”


현과장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흥선생에게 물었다. 하지만,


“뇌가 살아있어야 한다냥. 적어도 데빌 위딘에 연결되고 5분 동안. 지식이 완전히 이동되려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다냥.”


그의 대답은 No.

다행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이미 죽은 사람이 희생될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뿐인데. 어떤 방식으로 누굴 지켜야 하는 것일까.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요간을 잡아 족치는 편이 낫지 않아?


“요간을 잡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냥, 명분이. 까딱 잘못 하면 신하들의 반감만 살 거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도.

그렇다고 한다면,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요간의 손발을 못 쓰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있던 바로 그때,


“하나 좋은 생각이 떠오르긴 했는데냥...”


말을 마치며 살며시 현과장을 바라보는 어흥선생. 그 진지한 눈빛이 자신을 향하자, 그는 반사적으로 침을 꼴딱 삼켰다.


“나? 내가 왜?”


***


화난 발걸음을 이끌고 알현실 안으로 입장한 여왕은, 신하들의 인사도 무시한 채 왕좌로 다가가 엉덩이를 붙였다.


“방금, 어흥선생을 잡아 들였습니다만.”


어흥선생이란 이름을 듣자, 쉽게 동요하는 신하들. 특히나 어쩔 줄 몰라 한 건 바로 요간이었다.


“어흥선생은 쉽게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왕님.”

“지금 내 능력을 무시하는 겁니까? 요간?”


여왕은 무척이나 분노한 눈빛으로 요간을 응시했다.

여왕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냉기. 질겁한 신하들은 하나같이 서로를 붙잡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여왕님.”

“알면 됐습니다만. 지금 어흥선생은 얼음 속에 가둬서 지하 감옥에 있습니다만.”


얼음 속에 가둬서 지하 감옥에 넣어 두었다. 갑자기 이건 무슨 소리야.

여왕, 연기를 너무 못하는 거야? 아니면 대사 숙지가 안 된 거야? 갑자기 그 이야기가 왜 나와? 천천히 풀어가야지, 천천히!


“황공하오나, 죄목이 무엇입니까?”


제일 가까이 있던 신하가, 머리를 조아리며 여왕에게 물었다. 그런데,


“밥 먹는데 까불었습니다만. 매너없게.”


순간, 알현실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녀의 몸에서 냉기가 뻗어 나왔기에 이러는 게 아니었다. 그냥 분위기 자체가 얼어붙었다. 그녀의 말 몇 마디에.

아니, 밥 먹는데 까불었다고 사람을 투옥시켜? 그것도 예전 동료를? 서로를 바라보는 신하들의 눈빛에서 작은 불안이 일렁였다. 단 한 사람 빼고.


“그렇다면, 어흥선생의 처분은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두 눈을 번뜩이며 여왕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요간. 이어지는 여왕의 대답은 그를 더욱 신나게 만들었다.


“영원히 그렇게 둘 생각입니다만. 아무도 못 찾게 영원히.”


여왕의 말이 끝나자, 신하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미래의 자신들 역시 어흥선생처럼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이 그들의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요간은 달랐다. 이건 위험이 아닌 기회. 원더랜드 지식의 90%를 단번에 채울 수 있는 기회 말이다.


“모두 물러갔으면 좋겠습니다만.”


여왕의 퇴정 명령에, 신하들은 황급히 알현실을 떠났다. 황급히 걸음을 재촉하는 신하들. 요간 역시 황급히 움직였다. 다른 곳이 아닌, 오직 지하 감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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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2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3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4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6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8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6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2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5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7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8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2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5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7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8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4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4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2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20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6 3 12쪽
» 106. 대비책 - 1 23.06.15 24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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