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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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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18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2.22 19:00
조회
23
추천
3
글자
11쪽

311. 은행털이 - 2

DUMMY

“변 왕야가 돈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럴 리가. 내가 직접 명령을 했거늘. 강 표사에게 물어봤느냐?”

“강 표사는 내 줬다고 하는데... 변 왕야는 받질 못했다고...”


순간 진자는 얼굴이 굳어졌다. 강 표사가 돈을 가로 챈 것일까.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감히 겁도 없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진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과거를 곱씹어 보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대담한 짓을, 청풍 가씨 집안을 적으로 돌리는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일 인간이 단 한 명도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증씨 계집이 아닐까요?”


증씨라는 말이 나오자, 급격하게 굳어지는 진자의 표정. 그러나 굳어지기만 할뿐, 더는 변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는 이번 일이 그녀와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증씨 계집이 무슨 수로? 내가 직접 강 표사를 만나서 사실을 물어보겠다.”


진건의 말을 일축한 진자는, 다급하게 방을 빠져나갔다.

지금 일어난 일의 실상을 조사하게 위하여.

청풍 가씨 문중에 반기를 든 인물을 찾아내기 위하여.




모든 일은 순조로웠다. 아직까지는.

금괴들도 무사히 양씨의 표국에 옮겨졌고. 딴지만 걸던 여희도 얌전하다. 얼마 만에 맛보는 평화란 말인가. 마음이 평온해졌다.


“아이고 이게 다 뭡니까?!”


마당에 쌓인 금을 본 양 문주는, 너무 놀란 나머지 뒷걸음질 치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그의 아들 양공자도 놀란 건 마찬가지. 그는 자신의 손이 다시 생긴 것보다 지금 눈앞의 엄청난 양의 금이 더욱 탐나는 모양이었다.


“북쪽 상권을 다시 차지하셔야죠. 안 그렇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럼 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난 그들을 바라보며 살며시 웃었다. 그러자 따라서 얼굴에 미소를 짓는 두 양씨 부자. 그들의 얼굴에 꽃핀 건 그냥 미소도 아닌, 함박웃음이었다.


“그럼 저희를 위해 이런 큰돈을...!!”

“이게 전부라 생각하면 오산이지요. 더 가지 있어도 가씨 집안을 상대하기에 부족할 겁니다.”


내 말에 동의하는 듯 그들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격한 움직임과 다르게 멍한 그들의 눈동자. 그들에게 있어서 내 목소리는 그냥 허공에 맴도는 바람 소리와 같았다. 그들의 정신은 온통 금괴에 가 있었으니까.


“일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을 두 분이 관리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


그들은 대답 없이 날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보였던 멍한 눈빛과 다르게 초롱초롱 빛나는 그들의 눈빛. 그렇게 돈이 좋을까. 이 돈이 어떤 돈인지도 모르면서.


“저, 저희가요?”

“네, 양 문주님. 두 분에게 맡깁니다.”

“하, 하긴 아버지와 제가 돈 관리는 아주 잘 하니까...... 그렇죠? 아버지?”


양 공자의 말에 문주는 쉴 새 없이 고개를 앞뒤로 끄덕였다. 그들의 얼굴 가득히 차오르는 탐욕의 기쁨. 그래, 실컷 지금을 즐겨라. 나중에는 즐기고 싶어도 못 즐길 테니까.


“오늘 밤, 저와 여희는 북쪽 설원으로 출발할 겁니다. 식량과 옷가지, 그리고 마차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더는 기쁨이 들어갈 틈이 없을 것만 같았던 그들의 얼굴에, 한 번 더 희열이 차올랐다. 정말이지 단순한 인간들. 돈을 쥐어주는 것도 모자라, 아예 눈앞에서 사라져 준다니까 좋아 죽네. 좋아 죽어.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양 공자의 목소리에 즐거움과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들과 대화를 마친 난, 여희를 데리고 그대로 손님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손님방에 들어오자마자, 뭐가 못마땅한 것인지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여희.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대충 짐작이 가고 있었으니까.


“그 많은 돈을 전부 이 사람들에게 맡겨요? 제정신이에요?”

“응, 제정신이야.”


내 짤막한 대답에, 여희는 더욱 화가 난 모양이었다. 살며시 들리는 콧바람소리. 그 소리의 주인은 역시나 여희였다.


“어렵게 얻어온 돈인데!!”

“훔쳐 온 돈이지. 맞잖아, 훔친 거.”


살며시 들려오던 그 콧바람 소리가 점차 강해졌다. 이거 단단히 화가 난 거 같은데.


“내가 목숨 걸고 훔쳤잖아요!”

“목숨은 무슨. 곁에 내가 있는데. 너 안 죽어. 절대 안 죽어. 내가 곁에 있는 한.”


순간, 씩씩거리던 그 콧바람 소리가 잦아들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안 죽어요?”

“내가 지켜 줄 테니까, 안심해.”


그래, 차원문 위치를 알아내기 전까지는 반드시 지켜줄 테니까 안심하라고.


“알았어요.”


웬일로 고분고분하다. 이런 아이가 아닌데. 돈이 아깝네, 그 돈이면 증씨 가문을 일으키고 남을 돈이라느니 어쩌고저쩌고 주절주절 주둥이를 털 아이인데, 조용하다. 흡사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버지, 이게 무슨 횡재지요?”

“하늘이 우릴 돕는구나!!”


양씨 집안의 두 부자는, 마당에 쌓여있는 금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견물생심의 단계는 이미 지나친지 오래. 그들의 눈동자에는 욕심만이 그득했다.


“그 마차 있잖아요. 그 마차의 말도 늙은 말이나 망아지로 할까요? 요즘 말값도 장난 아닌데.”


양 공자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양 문주였지만, 그의 대답은 그의 생각과 완전히 달랐다.


“아니, 무조건 튼튼하고 좋은 말.”

“왜요, 아버지?”


양 공자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마차 하나로 북방 설원에 갈 수 있을 거 같냐? 만에 하나 북방 설원 근처로 가기도 전에 말이 죽어 봐, 다시 여기로 내려올 거 아니야? 그래 안 그래?”

“맞긴 한데...”

“죽으려면 설원 한가운데서 말이 죽어야지. 그래야... 저 인간들도 죽지.”


양 문주의 시커먼 속내를 드디어 알게 된 양 공자.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 아버지!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음식도 푸짐하게. 주변 들짐승들이 냄새를 맡고 달려들도록!”

“네! 아버지!”


두 부자의 얼굴에 가득 찬 비열한 웃음. 그렇게 그들은 금을 손에 넣을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다. 그 금이 가씨 집안의 금인 것을 전혀 모른 채.




한편, 집안의 비자금 은행에 도착한 진자와 진건은, 곧장 강 표사부터 찾았다.

안쪽 금고 안에서 갖은 고문을 당하고 있던 강 표사. 그의 눈빛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강 표사! 설명해 봐라!!”

“저... 저는... 분부하신 대로... 넘겼습니다...”

“왕야에게 넘겼다고? 변 왕야는 받질 않았다는데?”

“......”


고문이 독했던 것일까. 그만 정신을 잃어버린 강 표사. 그가 정신을 잃자, 진건이 나서서 상황을 설명했다.


“형님, 아침에 여색을 낀 남자가 왔다고 하더이다. 그 모습에 강 표사는 그자가 변 왕야라 생각했다고.”

“그렇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알게 되잖아! 그 인간 버릇이,”

“똑같이 금 위에서... 했다고...”


대답한 그 자신도 창피했는지, 진건은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잖아!”


더욱 역정을 내는 진자. 그는 뭔가 왕야의 특성을 한 가지 더 알고 있는 듯했다.


“찰나의 황태자라고! 찰나의 황태자!!”

“식구들 말로는... 문이 닫히자 마자 신음소리와 함께 열렸다고...”


진건의 말을 들은 그는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왕야가 돈을 먹기 위해 이런 계략을 피운 것일까? 아니면 진짜 다른 세력이 가씨 집안을 몰락시키기 위해 개입한 것일까.


“그래서, 금은 어디로 갔느냐?!”

“북쪽의 양씨 문중의 극북 표국이라 합니다.”


극북 표국이라는 단어가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진자의 눈동자에 분노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증씨 집안을 몰아낼 때 같이 쓸어버렸어야 했는데. 모든 인원들을 무장시켜서 양씨 표국으로 간다.”

“네! 형님!”


진자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자, 진자는 강 표사의 목을 잡더니 단번에 꺾어버렸다. 단발의 비명도 없이 목숨을 잃게 된 강 표사. 그러나 진자의 눈에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은커녕, 오히려 무척이나 편안함만이 가득했다.


“고통 없이 한 번에 보내줬으니 감사해라, 강 표사.”


진자의 입가에 피어오르는 작은 미소. 이내 그는 강 표사의 시체를 뒤로 한 채 금고의 문을 나섰다.




“아이고! 지금 떠나시려고요?”


지금 떠나냐는 말이, 왜 아직도 안 가고 있냐고 들리는 이유는 뭐 때문일까.

그들의 가식적인 미소 때문일까. 아니면 돈에 눈이 먼 눈빛 때문일까.

하긴, 떠나는 이 마당에 이런걸 뭐 하러 하나하나 따질까. 그냥 떠나면 그만인 것을.


“돈을 만들어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난 그들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우리에 대해 걱정이나 미안함, 혹은 자그마한 의문감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내 말에서 위화감을 느꼈을 것이다. 세상 그 어떤 이가 저런 막대한 돈을 쉽사리 남기고 사라질까.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돈을 가지고 사라지는 게 당연한 일. 이렇게 돈을 놓고 간다는 것 자체에 왜 의심을 하지 않는 것일까. 왜 자신들에게 돈을 맡기는 지 의심하지 않는 것일까. 도대체 왜?


“그럼 움직여 보겠습니다.”


나는 아무런 말 없이 여희와 함께 마차 위로 몸을 실었다.

아참, 그러기 전에 잠깐. 죽어갈 사람들의 주머니를 터는 건 조금 마음이 내키진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다 자업자득인 거지.


“이런 말씀 드리기 송구스럽습니다만, 여비(旅費)를 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여비요? 당연히 드려야죠!”


양 문주의 반응에 헛웃음이 나는 걸 겨우 참았다. 저 뒤에 쌓여있는 금은 전부 내가 가져온 돈. 그런데 왜 그들은 자신의 돈을 주는 것처럼 생색을 내는 것일까. 전부 내 돈인데.


“가서 금화를 가지고 와라!”

“네, 아버지.”


난 금화라는 말에, 또 한 번 어이가 없었다. 금괴가 아닌 금화라. 저 뒤에 수북이 쌓인 순금을 놔두고 오히려 금화라. 금괴 사기를 당하지 말라는 배려일까. 아니면 순금을 빼앗기기 싫은 그들의 욕심일까.

어느새 금화를 가득 가지고 나타난 양 공자. 난 그의 손에서 다량의 금화를 받아 챙겼다. 여비라기보다는 노잣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뜻의 노잣돈 말이다.


“감사합니다. 양 문중 그리고 양 공자.”


더는 이 위선자들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단 나는, 짤막한 인사만을 남긴 채 마차 위로 올라탔다. 내가 마차에 올라타자, 여희가 말을 마차의 말들을 이끌었다.

이윽고 천천히 대문 밖으로 향하는 마차. 그렇게 우린 양씨 문중의 표국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졌다.

아마도 두 번 다시 두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두 번 다시 이 표국에 발을 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양 씨 집안에 피바람이 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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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314. 창조교 23.12.25 14 3 11쪽
313 313. 설원에서 23.12.23 19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8 3 11쪽
» 311. 은행털이 - 2 23.12.22 24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7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19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4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4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1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7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5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1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10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9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1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4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4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8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7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3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2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3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3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3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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