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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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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14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2.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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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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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91. 신살(神殺)

DUMMY

모두가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그 사실이 모두를 더 괴롭게 만들 뿐이지. 자신들을 완전히 지우려한 존재, 즉 미래의 현과장을 자신의 몸 안에 받아들이라고 했다는 말을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특히나 갓패치는 미래의 현과장 같은 모습을 조금만 보여도 두 눈이 뒤집히는데. 현과장은 결코 입 밖으로 사실을 꺼낼 수 없었다. 아니, 절대 꺼내서는 안 되었다.


“이미 일어난 일이다냥. 이젠 대책이 중요하다냥.”


다행히도 눈치가 빠른 어흥선생이 모두의 주의를 끌었다. 더는 현과장에게 질문하지 못하도록.


“제정신이야? 신이 원더랜드를 박살내겠다는데 무슨 대책?”


갓패치의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삶을 향한 의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신들의 엄청난 팬. 자신의 우상과 같은 신들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증오한다는데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말일까. 그가 보일 수 있는 건 오직 절망뿐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하는 건 좀 아니지.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현과장이 갓패치를 격려하며 그의 등을 두드려 주었지만, 그는 마치 죽은 시체마냥 그 자리에 누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신은 뭘 제일 두려워할까? 어쩌면 신을 물리칠 방법이 존재하진 않을까?”


현과장이 풀이 죽은 모두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무런 반응이.


“아니! 정신들 차려! 내가 데빌 위딘의 영혼들을 어렵게 섭외해 왔는데! 정작 원더랜드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이러면 어쩌겠다는 거야?!”


닦달하듯 그들에게 말을 건네 보았지만, 그들의 반응은 여전했다. 모두의 눈동자에 내려앉은 절망과 공포. 구석에 있던 루프와 팽은 서로를 감싸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어휴, 방법을 생각해야지! 그렇게 질질 짜고 있어서야...”

“한 가지 방법이 있간하다냥.”


바로 그때였다. 어흥선생이 축 처진 목소리를 낸 때가.


“신살(神殺)이라는 F급 능력이 있다냥. 그 능력이 있으면 가능하긴 하다냥.”




“신살? 그게 뭐야? 좋은 거야?”

“아니다냥. F급 능력이다냥.”


어흥선생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 이유는,


“신을 만나야 쓸 수 있는 능력이 신살이다냥. 그런데 신은 함부로 모습을 보이시지 않는다냥. 특히나 신살의 능력을 가진 사람 앞에는 더더욱이다냥.”


난 그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왜 신살이라는 능력이 존재하는 것일까. 단순한 능력도 아닌 신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인데, 이 세상을 만든 신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능력을 만들어 놓은 것일까.


“그냥 똥 능력이네. 똥 능력. 신을 죽이라고? 뭐 죽여 본 사람이 있데?”

“없다냥.”


당연한 대답이었다. 신을 죽일 수 있는 능력? 이건 그냥 똥 능력이다. 똥 능력. 아무짝에 쓸모없는 똥 같은 능력.


“어렵게 시간의 생명을 사용했는데 이딴 똥 능력이라니.”

“하지만 그 능력으로 신을 죽인다면, 엄청난 능력을 손에 넣는다고 한다냥.”

“신을 만나야 죽이지! 만나야 죽이지!!”


허탈감이 밀려왔다. 이제는 키토가 만들어 내는 인고의 보약을 아무리 먹어도 죽음을 경험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마지막 기회였다. 내가 가진 마지막 기회.


“어쩔 수 없다냥. 그냥 수련을 하자냥. 그리고!”

“그리고?”


내 무름에 어흥선생은 당차게 대답했다.


“무기를 업그레이드를 하는 거다냥!”




잠깐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신살을 손에 넣은 그때. 그리고 어흥선생이 업그레이드를 처음 입에 담은 그때가.


어쩌면 소멸되고도 남았어야 할 내가, 이렇게 변사로 있는 건 그때 신을 죽이고 얻은 능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절망에 가득 차 있던 그때, 눈앞의 노인을 죽이고 얻은 능력 덕분에.

사설이 길었다. 그럼 다시 현과장의 일을 들여다보자. 어디까지나 내 역할은 이들의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니까.


신살이란 능력의 존재를 알게 된 현과장은, 어흥선생을 닦달하며 능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하지만,


“포기해라냥. 그 능력의 전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냥.”


한사코 현과장의 부탁을 저버리는 어흥선생. 그는 착잡한 듯한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보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그 능력은 이제 문구로만 전해지는 능력이다냥. 이미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사라졌다고 한다냥.”

“그래도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과장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듯,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대었다. 그러던 그 순간, 뭔가 떠오른 듯 현과장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시간의 생명! 시간의 생명이라면 랜덤으로 능력을 주잖아! 그 안에는 있지 않을까? F급이라면 금방 뜰 거 아니야?”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낸 현과장 덕분에, 의기소침했었던 모두에게 잠시 희망이 다가오는 듯 했다. 하지만,


“현과장은 죽지 않는다냥. 아무리 인고의 보약을 먹어도 소용없다냥. 몸만 건강해 질 뿐이다냥.”


모두의 기대와 희망을 무참히 박살내버린 어흥선생. 다시금 모두의 얼굴에 절망의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모두 제정신이야? 이제 그만 정신들 차리라고. 이렇게 있는다고 해서 원더랜드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웬일인지 제일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거실의 모두의 상태를 추스르기 시작한 갓패치. 정말로 의외였다. 먹고 꼬장만 피울 줄 알던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일 줄이야.


“방법은 있다고. 난 그렇게 믿어.”


말을 마친 갓패치는 그대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쏟아지는 굳건한 믿음. 신살이란 능력도 얻을 수 없는 이 마당에, 도대체 이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런 방식으로 원더랜드를 함락시켜려는 거라면, 지금 신들도 우리 원더랜드를 어쩔 수 없는 거야. 이런 방식이라면 승산이 있는 거라고.”


갓패치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신이라는 존재가 직접 나서는 게 아닌, 오로지 간접적으로 나서는 거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왜? 실제로 지금까지 잘 버텼으니까.


“그라니까 내일을 위해 힘을 내라고! 정신들 차리고! 힘을 낼 수 있게 밥을 먹고! 김치찌개를 먹고! 스페셜 김치찌개를 먹고!”


갓패치는 모두를 향해 기합이 가득 실린 목소리를 힘껏 외쳤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잖아. 잘 나가다가 뭔가 쓸데없는 말이 뒷부분에 같이 튀어 나온 거 같은데.


“그렇다랄까나. 이겨 낼 수 있을 거랄까나!”


갓패치의 언변에 낚여버린 채야는 황급히 부엌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음식을 한 아름 가지고 거실로 나오는 그녀. 그녀의 표정에서 결의가 느껴졌다.


“많이 먹고 힘을 내랄까나!”


탁자 위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푸짐히 차려진 밥상이었지만, 이상하리 만큼 그 누구도 덤벼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정신이야? 스페셜 김치찌개가 없잖아! 스페셜 김치찌개가 없다고! 스! 페! 셜!”


김치찌개가 없다. 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스페셜 김치찌개가.

그들의 아우성에 현과장은 어쩔 수 없이 부엌으로 들어갔다. 당장 김치찌개를 내오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아, 그냥 김치찌개가 아닌 스페셜 김치찌개.




의회 중앙에 여전히 덩그러니 남아있는 피 웅덩이. 모두들 그 웅덩이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다. 자애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그녀가 이런 잔혹한 모습을 보일 줄은 모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명령 받은 대로 움직이자고.”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안드로이드들을 만들었던 다리안. 침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낸 그였지만, 아직도 그의 얼굴에는 공포심이 남아있었다.


“그럼 다리안이 의장이 될 건가?”


아직도 의장석에 미련이 있는 것일까. 콘다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다리안을 바라보았다.


“그딴 자리 가지고 싶으면 얼마든지 가지게, 인디아나 콘다. 난 망치질만 할 수 있으면 그만이니까.”


다리안의 대답에 콘다는 이내 함박미소를 지었다. 기쁨의 춤사위를 추면서 의장석으로 걸어가는 콘다. 이어서 그는 의장석 의자를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모두를 이끌어도...”

“다음번에 날아가는 목은 콘다의 목이겠군요.”


안드레아의 말에 콘다는 순간 움찔했다. 다음번에 날아간다고? 또 의장이 죽는다는 말인가?


“그게 무슨 뜻이지, 안드레아? 내가 죽는다고?”

“당신이 아니라, 의장. 여기 신의 능력자들을 대표하는 인물이 죽는다고요.”


안드레아의 말에 모두들 그녀의 말을 인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죽고 싶다는데 말릴 순 없겠지.”

“짧은 시간이겠지만 즐길 건 즐기라고.”


여느 때와 같이 비아냥이 섞인 말투가 아닌,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아담과 켄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두 사람은 콘다를 말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만 둬, 콘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자리에 앉으면 죽겠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고.”


라니는 얌전히 그를 말렸다. 하지만, 의장석을 향한 욕심이 너무나 거대한 콘다는 자신의 욕심을 제어할 줄 몰랐다. 아니, 제어할 수 없었다.


“난 그 누구보다 잘 해낼 자신이 있어! 모두를 잘 이끌 수 있다고!”

“그 자리에 앉아 우리를 이끌겠다고요? 피터가 왜 죽은지도 모르는 주제에?”


안드레아의 말에 콘다는 순간 멈칫했다. 피터가 죽은 이유가 따로 있던가. 단순히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서 죽은 게 아니란 걸까.


“그야 신의 심기를 건드려서...”

“정신차려, 콘다. 단순히 그런 이유에서 죽은 게 아니라고.”


그의 대답을 들은 라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그를 의장석 멀리까지 떨어뜨려 놓았다. 콘다를 잡아 끄는 그녀의 손은 잔뜩 힘이 들어간 채 연신 떨리고 있었다. 마치 죽음에서 친구를 구하려는 듯 필사적으로.


“라니, 그럼 도대체 이유가 뭐야? 피터가 죽은 이유가!”

“...이제 수장이 필요하지 않아서야.”


콘다는 고개를 기울였다. 수장이 필요하지 않아서? 모두를 이끌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도대체 왜?


“리더가 필요 없다고? 왜?”

“그건 이제... 그녀가 우리들의 주인님이시니까.”


안드레아의 말에 경건해지는 의회 내 분위기. 아니, 경건을 넘어서 공포감이 의회장 안에 파고 들었다. 남아있는 모두의 눈동자에 공포가 다시금 밀려왔다. 피터의 목이 날아갔을 때의 그 공포가.


“우린 그녀의 명령을 받들어 이제 원더랜드를 칩니다. 나머지 일들은... 살아남은 다음에 이야기 하도록 하죠.”


안드레아의 제안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가 없었던 콘다 마저도.


“그럼 해산입니다. 모두 신의... 축복이 함께하실.”


안드레아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억지로 또 억지로 말을 이어갔다. 신의 축복이라니. 동료를 죽인 신에게서 축복을 구걸해야 한다는 말인가. 목숨이 아닌 축복을? 그녀는 현실이 가져다 준 괴리 때문에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모두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모양인 듯, 표정이 무척이나 어두웠다. 과연 이번 전쟁이 실패한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모두들 자신의 목숨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포심을 가지고 시작된 원더랜드 침공. 예전과 다르게 이젠 좋은 명분도 생겼다. 신으로부터 목숨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는 명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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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314. 창조교 23.12.25 13 3 11쪽
313 313. 설원에서 23.12.23 19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8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3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7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19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4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4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1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7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5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1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10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9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1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4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4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8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 291. 신살(神殺) +2 23.12.11 27 3 12쪽
290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3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2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3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3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3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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