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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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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19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2.11 10:00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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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290. 드러나는 배후

DUMMY

“으, 음 님!”


안드레아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안드레아의 행동을 보자마자 재빠르게 그녀를 따라하는 사람들. 그녀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인간은 단 두 사람. 아담과 콘다 뿐이었다.


“자존심이 꽤 세군요. 한 번 정도는 꺾어 놔야 하겠네.”


그녀가 손짓하자, 그대로 땅바닥에 꼬꾸라지는 아담과 콘다. 그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지 연거푸 숨을 헐떡였다.


“으으... 컥컥!!”

“쿨럭! 쿨럭!!!”


그들의 신음소리가 의회에 거대한 의회장을 광광 울렸지만, 그 누구도 그녀에게 대항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두려움에 떨 뿐.


“지금 기분이 몹시 좋지 않으니까, 말만 전하고 돌아가도록 하지요. 전력을 다해 원더랜드를 치세요. 이젠 아무런 미련도 없는 곳이니까.”


단호한 어투로, 마치 명령을 내리듯 이야기하는 그녀. 그런 그때,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피터가 슬그머니 숙였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마치 그녀의 말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듯이.


“신이시여. 그 말씀은 예전에는 원더랜드에 애착이 있으셨다는 말씀이셨습니까?”


피터는 그녀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당차게 목소리를 올렸다. 이런 그의 태도에 너무나 당혹해 하는 신의 능력자들. 심지어 땅바닥에 꼬꾸라져 있던 아담과 콘다마저 불안한 눈빛을 보냈다.


“그렇다면 어쩔 건데요?”


그녀는 숨길 마음이 전혀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피터의 질문에 답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피터를 향해 아무런 벌을 내리지는 않았다. 이런 질문을 한 피터가 대견스러워서? 아니었다. 그녀의 표정은 굳어질 대로 굳어져 있었으니까.


“저희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은 없겠지요. 그저 단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원더랜드를 버리시는 이유를.”

“세세한 보고까지 해야 하는 건가요? 내가 그쪽에게?”


아름다운 목소리에 스며든 차가운 분노. 피터는 그제야 자신이 넘지 말아야 할 선 까지 넘었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럼 죽으세요.”


그 순간, 무릎을 꿇으려던 피터가 휘청이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하늘 위로 솟구치는 핏줄기와 그의 머리통.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신의 능력자 모두는 공포에 질려 입을 틀어막을 뿐이었다.


“현과장은 이런 선을 참 잘 지켰는데. 그럼 점은 참 아쉽네요.”


그녀의 시선이 맞닿은 곳에는 피터의 미리통이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공포만을 머금은 채, 그대로 잘려나간 그의 머리통. 동료의 사체가 주변에서 뒹굴고 있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눈치만 볼뿐.


“말싸움은 그만 하고 원더랜드를 파괴하세요. 더는 현과장에게 볼 일이 없으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순식간에 의회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녀가 떠나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물끄러미 피터의 시체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시신을 수습하지 않았다. 그저 모른 척.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의회장을 빠져나갈 뿐이었다.

텅 빈 공간에 홀로 남은 피터의 시체. 그의 시신을 수습한 건 다리안이 만든 안드로이드들. 그들 역시 그의 시신을 쓰레기 취급하며 봉투에 담았다. 그것도 음식물 쓰레기.

그렇게 의회의 수장이었던 그는 동료의 배웅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음식물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모두의 곁에서 사라졌다. 신의 능력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말이다.




“그런데 이 많은 안드로이드들을 보낸 적은 누구일까? 강원랜드? 아니면 강화플러스?”


그날 저녁.

거실에 앉아 호떡을 먹고 있던 갓패치가,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강원랜드는 당연히 아니지요! 내가 이렇게 볼모로 있는데.”


단번에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한 우유나. 밀크나도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그녀를 따라 고개를 저었다.


“매번 원자재 문제로 허접한 재료를 쓴 강원랜드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급 소재가 쓰인 안드로이드들이었습니다. 당연히 강원랜드는 아닙니다.”


그녀의 말에 살짝 심기가 뒤틀린 우유나. 그러나, 그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이 진실이자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러면 강화장에서 보낸 안드로이드들일까나?”


호떡을 내오던 채야가, 자리에 앉으며 모두에게 되물었다.


“그것도 아닐 거다냥. 이런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보내는 것보다 사람을 보내는 편이 훨씬 싸게 먹힌다냥. 그리고 당할 대로 당한 놈이라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다냥.”


용의선 상에 있던 두 존재가 의심의 고리를 벗어나자, 거실에 앉아있던 모두는 하는 수 없이 침묵을 집어 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배후가 특정되지 않으니까. 그들은 목소리를 죽인 채 그저 호떡만을 뜯을 뿐이었다.


“호떡을 먹는 데 왜 날 안 부른 겁니까만? 난 정말 호떡을 좋아합니다만!”


바로 그때였다. 창문을 열고 푸른 드레스를 나풀거리며 여왕이 거실 안으로 뛰어든 때가.


“제정신이야? 여왕은 가서 집무나 봐! 원더랜드 재건 때문에 쉴 틈이 없을 거 아니야, 지금!!”


갓패치는 집 안으로 들어온 여왕을 그대로 들어서 현관문 밖으로 던져 버리려 했다. 그러자,


“호떡 하나만 먹고 가겠습니다만! 호떡 하나만!!!”


거실 안 기둥을 붙잡고 안 나가려고 발버둥을 치는 여왕. 그 엄청난 힘 때문에, 거실 기둥이 송두리 째 뽑힐 것만 같았다.


“갓패치 그만 앉으랄까나! 호떡 하나 때문에 기둥이 뽑힐 거 같다랄까나!”

“그건 채야가 마법으로 다시 만들면 된다냥. 우선은 땡땡이 친 여왕을 성으로 돌려보내는 게 중요하다냥.”

“호떡 하나만 먹겠습니만! 호떡 하나만! 딱 하나만!”


물고 물리는 세 사람의 관계. 거실에 앉아 있는 나머지 일행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그저 그들의 상황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


“아니, 하나만 먹는다는데 이럴 겁니까만?! 이러기 있습니까만?!”

“제정신이야? 너에겐 그거 먹을 시간도 없다고!”

“지금 이렇게 왔으니까 있는 겁니다만!”


갓패치와 여왕은 호떡을 앞에 두고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갓패치, 그냥 하나 먹여서 돌려보내는 게 좋을 거 같다냥.”


보다 못 한 어흥선생이 중재하려고 그들 사이에 끼어 들었으나,


“제정신이야? 여왕이 그냥 하나만 먹을 거 같아? 저 돼지 여왕이?!”


이미 자신과 거의 대등한 먹성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갓패치는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돼지는 갓패치가 돼지입니다만!”

“누가 돼지야?! 네가 돼지지!!”


급기야 인신공격으로까지 이어지고 만 그들의 싸움. 두 사람의 감정이 점차 천장을 뜷고 하늘로 올라가려던 그때,


“오늘도 역시나 평화롭구나~ 그래, 이게 집안이지. 이게 평화지.”


너털웃음을 지으며 현과장이 거실로 들어왔다. 갓패치와 여왕을 향한 흡족한 눈빛. 마치 그는 이 두 사람의 전쟁이 애들 소꿉장난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제정신이야? 이게 평화로 보여? 지금 저 꼬맹이 여왕이 집안을 완전히 박살내고 있는데?!”“난 아무 것도 안 했습니만! 저~ 언~ 부~ 우~ 갓패치가 했습니다만!”


현과장 앞에서도 둘의 기싸움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둘의 귀를 힘껏 잡아 올린 현과장. 그의 얼굴엔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다.


“제정신이야?! 아프잖아!”

“아픕니다만! 아픕니다만!”


현과장은 그들의 엄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갓패치의 창백한 귀가 붉게, 아주 붉게 바뀌어 가도.

여왕의 작고 아담한 귀가 길쭉하게 늘어나도.

현과장은 그저 귀를 잡고 평화로운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알았어! 가만히 있으면 되잖아!”

“지금 돌아갑니다만! 돌아갑니다만!!”


그들이 자신의 성격을 꺾자, 그제야 손을 놓아 주는 현과장. 한쪽 귀가 벌겋게 달아오른 두 사람은 연신 현과장을 째려보았다.


“호떡 좀 만든다고 생색부리는 건, 보기 안좋습니다만!”

“그래? 그럼 호떡 안 먹을 거지?”

“안 먹... 아니! 먹습니다만!”


호떡을 내민 현과장의 모습에 함박웃음을 짓는 여왕. 그녀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달랑 호떡 한 장을 손에 쥐었을뿐인데.


“여왕에게 호떡을 준다고? 제정신이야? 지금 여왕이 성 안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 여기서 호떡을 많이 먹어둬야 나중에 김치찌개를 덜 먹지. 스페셜 김치찌개를.”


스페셜 김치찌개라는 말에, 갓패치는 잠시 다른 생각들을 비우고 김치찌개에 전념했다. 먹보 여왕이 배가 불러서 김치찌개를 안 먹게 된다면, 과연 제일 이득을 보는 이가 누구일까.


“미우! 제정신이야? 호떡 많이 먹어! 더 먹어! 더! 더! 더!”


계산보다 빠른 갓패치의 행동. 그는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왕의 손에 호떡을 쥐어주었다. 그녀의 본명인 미우라는 이름까지 불러주면서.


“정말, 현과장은 인간조련이 대단한 거 같다냥.”

“사회에서 갈고 닦은 능력이지. 살아남기 위한.”


어흥선생의 말에 나직이 답한 현과장. 원더랜드로 오기 전, 김치로 이미 여러 사모님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던 그는 두 사람을 컨트롤 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가 하는 건 가스라이팅도 아닌 말 그대로 조련. 어쩌면 그는 원더랜드 안에서 제일 위험한 능력을 가진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다들 다 먹었으면 치우고 들어가 쉬어야지. 내일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이번 전쟁의 배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냥. 현과장은 배후에 누가 있을 거 같냥?”


어흥선생의 질문에, 현과장은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확신은 아니었지만, 그는 한 존재를 의심하고 있었다. 자신과 언쟁을 벌인 그 엄청난 존재를.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 존재를 숨길 마음이었던 그였지만, 언젠간 모두 알 게 될 사실. 현과장은 가슴속 가득한 망설임을 집어 던져버리고, 속 시원하게 진실을 입에 담았다.


“신이 배후에 있을 거야.”


신이라는 말에, 거실의 모두가 모든 행동을 멈추고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여왕의 손에 호떡을 쥐어주던 갓패치도.

허겁지겁 호떡을 먹어 치우던 여왕도.

자리에서 일어나 호떡을 가지러 주방으로 가려던 채야도.

그리고 거실에 앉아있는 모두 역시.


“시, 시, 신이라고요?!”


제일 놀란 건 바로 밀크나였다. 그녀는 신이라고 불리는 현과장을 한 번 겪어 봤으니까.


“미래의 현과장이 아니라, 진짜 신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진짜 신. 그 신이라는 분이 잔뜩 화가 나셨더라고. 그것도 무척 많이.”


밀크나가 재차 되묻자, 현과장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전부 말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위에 가득 찬 신물이 올라오듯 그때의 그 기억들이 목 위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그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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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314. 창조교 23.12.25 14 3 11쪽
313 313. 설원에서 23.12.23 19 3 11쪽
312 312. 은행털이 - 3 23.12.23 18 3 11쪽
311 311. 은행털이 - 2 23.12.22 24 3 11쪽
310 310. 은행털이 23.12.22 17 3 11쪽
309 309. 그들의 꿍꿍이 - 3 23.12.21 19 3 12쪽
308 308. 그들의 꿍궁이 - 2 23.12.21 14 3 11쪽
307 307. 그들의 꿍꿍이 23.12.20 14 3 12쪽
306 306. 영업의 신 23.12.20 11 3 11쪽
305 305. 여정의 시작 23.12.19 13 3 12쪽
304 304. 조건 23.12.19 17 3 11쪽
303 303. 원치 않았던 만남 23.12.18 15 3 12쪽
302 302. 새로운 모험, 무협랜드 +1 23.12.18 21 3 12쪽
301 301. 하드 리셋 23.12.16 10 3 11쪽
300 300. 뜻 밖의 제안 23.12.16 9 3 12쪽
299 299. 마지막 희망. 그리고... 23.12.15 12 3 12쪽
298 298. 마지막 희망 - 5 23.12.15 9 3 11쪽
297 297. 마지막 희망 - 3 23.12.14 11 3 11쪽
296 296. 마지막 희망 - 2 23.12.14 9 3 11쪽
295 295. 마지막 희망 23.12.13 14 3 11쪽
294 294. 몰아치는 전쟁 - 3 +1 23.12.13 14 4 12쪽
293 293. 몰아치는 전쟁 - 2 23.12.12 18 3 11쪽
292 292. 몰아치는 전쟁 23.12.12 17 3 11쪽
291 291. 신살(神殺) +2 23.12.11 27 3 12쪽
» 290. 드러나는 배후 +2 23.12.11 24 3 11쪽
289 289. 담판 23.12.09 12 3 11쪽
288 288. 침공 방어 23.12.09 13 3 11쪽
287 287. 각자의 결정 23.12.08 13 3 12쪽
286 286. 습격 그리고 23.12.08 13 3 12쪽
285 285. 제안 23.12.07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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