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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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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463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7.10 10:00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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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131. 지하 도시 - 1

DUMMY

주변을 맴도는 불길함은 언제나 쉬이 지나치지 않는다. 이건 비단 현과장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우리의 인생, 그 안에서도 쉽게 일어나는 일이긴 했으니까.


“인장이... 다시 켜진 것 같다냥.”


이 지하 도시 안에 사람이 출현해서, 아니 현과장이 등장해서, 죽었던 인장이 되살아났다는 말인 걸까. 아니면, 그냥 저절로 켜졌다는 말인 걸까. 비록 인장이 켜진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현재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지금 코앞에 닥친 문제는 이 인장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 바로 그 사실이었으니까.


“게늠! 그 인간이 죽어서도 또!”


채야의 눈빛에서 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화가 난 건 그녀 혼자만은 아니었다. 갓패치도 그리고 어흥선생도 그들의 얼굴 한 편에 어두운 그늘이 져 있었으니까.


“영혼 소멸은 쉬운 마법이 아니다냥. 발동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조건도 까다롭다냥. 이건 그냥 전조 현상이다냥. 그냥 인장을 지우기만 하면 된다냥.”


인장으로 다가간 어흥선생은, 그대로 공중에 떠있는 그 문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어두운 빛을 내며 사르륵 사라지는 인장. 그 모습에 갓패치와 채야의 얼굴이 조금은 편안해 졌다. 하지만,


“정말 인장을 지우기만 하면 돼? 그게 끝이야?”


현과장은 달랐다. 정확히, 그가 느끼는 불안감은 달랐다. 인장을 지웠지만 더욱 커지기만 한 그의 불안감. 마치 그를 덮고 있던 어둠이 한 겹 더 짙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도 이렇게 해서 원더랜드를 지켰다냥. 여긴 초기 모델이니 더욱 단순할 거다냥.”


그러나, 어흥선생은 이 불길한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일까. 이어서 그는 이 무인의 도시에 남아 있는 다른 인장들을 찾으러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채야와 갓패치도 그를 따라 이리저리, 도시 안을 샅샅이 뒤졌다.

어느새 보물찾기가 아닌, 인장 찾기가 되어버린 모두의 목표. 그 인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또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 그들이었지만, 예전에 상처를 크게 입었던 세 사람은 미친 듯이 찾아서 인장을 소멸시켰다.

도시 안의 수십, 아니, 수백개의 인장을 찾아 없앤 어흥선생과 치야 그리고 갓패치. 그들은 힘든 내색 없이, 오히려 두 눈에 강렬한 의지를 태우면서 도시 안을 이 잡듯이 뒤졌다.


“다 지운 거 같다냥.”


한참동안 바쁘게 돌아다니며 인장을 지웠던 어흥선생.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도시 중앙에 서 있는 현과장과 우유나에게로 다가왔다.


“저 인장으로 많은 사람이 죽은 게 사실이야?”


현과장의 질문에, 어흥선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뿐만 아니다냥. 동물들도 식물들도 많이 사라졌다냥. 원더랜드의 반 이상이.”

“제정신이야? 반 이상이라고? 아니, 2/3 이상이라고!”


어흥선생의 이야기에, 불쑥 끼어들며 언성을 높이는 갓패치. 그는 그 누구보다 인장 찾기에 열을 올렸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자꾸만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더러운 놈. 죽어서도 이런 걸 숨기다니. 천만번 죽여도 시원찮을 놈!”


갓패치는 발로 땅을 차며, 화를 내뿜었다. 그 모습에, 따라서 땅을 차며 화를 분출하는 키토. 리코도 씩씩거리며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리코님과 키토님은 왜 갑자기? 뭐가 그리 화가 난 거야?”

“제정신이야? 당연히 숲 주인과 늪 주인도 그 사건을 경험했으니까. 그 끔찍한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고, 둘 다.”


갓패치의 말이 맞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리코와 키토. 한 인간의 파멸적인 욕심 때문에 그런 끔찍한 경험을 했었다니. 현과장은 처음 만났을 때, 키토가 자신을 경계하며 저주를 내렸던 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건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현과장은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인간이라서 미안할 뿐이었다. 아, 그래도 이건 확실히 집고 넘어가자. 결코 비키니를 입혀서 미안한 건 아니었다. 자신이 비키니를 입어서 미안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도 인간, 아니 현과장이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래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키토와 리코님은 인장을 보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지?”


미안한 마음으로 두 귀염둥이를 바라보던 현과장이, 갑자기 고개를 기울였다. 같은 아픔을 겪었다면, 두 주인들도 인장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지는 않을까. 그런데, 왜 조금 전 인장을 보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것일까. 순간, 현과장의 머릿속에 불길함이 엄습해 왔다. 그의 주변에 맴돌던 불안감이 더욱 진해졌다.


“키토님, 아까 그 인장 본 적 있어?”

[절레절레]


현과장의 질문에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키토. 이번엔 리코를 향해, 어흥선생이 물었다.


“리코님, 잘 생각해 봐라냥. 분명 늪지대에 아까 그 인장이 있었다냥! 우리 대신해 지워줬었다냥!”

[절레]


분명 분노가 가득한 리코의 눈동자였지만, 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도시에 가득 있던 인장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야 어흥선생에게도 이 불안감이 느껴지는 것일까. 그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건... 내가 모르는 10%다냥.”


그가 모르는 10%의 지식. 그리고 그 지식으로 만든 인장. 이제는 모두에게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원더랜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우유나에게 까지도.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한다냥. 우리가 큰 잘못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내가 성에 좀 다녀오지.”


어흥선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원문을 열고 잠시 자리를 비운 갓패치. 이윽고 다시 돌라온 갓패치는 모두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제정신이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아직 안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랄까나.”


별 일 없는 원더랜드의 상황 덕분에 조금 안심한 갓패치. 그러나, 채야는 더욱 신중하라는 듯 갓패치를 몰아붙였다. 그녀는 침착하게 지금 일어난 일들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어흥선생만큼 좋은 판단은 할 수 없지만, 원더랜드를 지키는 한 사람이자, 원더랜드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쩌면 아직 다 안 지운 건 아닐까?”


현과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뭔가가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 지금 아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다는 건 아직 트리거가 제대로 당겨지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래, 어쩌면 이대로 끝낸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대로 이 도시를 등지고 나간다면.


“그럼 빠르게 여기서 나갈까나?”


보통의 사람이라면 채야가 건넨 이 방법이, 이 판단이 제일 현명한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누군가가 여기 들어와서 남은 인장을 지우면 어떡하지? 그 게늠? 그 사람의 추종자라던가.”


현과장은 달랐다. 오랜 사회생활을 경험했던 그는, 예기치 못한 최악의 경험도 부지기수로 당했었다. 언제나 최악은 반드시 일어난다. 왜냐고? 인생이 그렇더라고. 최악인 줄 알았는데, 더 최악이 있었어.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최악은 항상 찾아오고.


“세 가지 방법이 있다냥. 하나는 그냥 돌아간다. 둘은 남은 인장을 찾아 연구 및 해제한다.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지 장담하지 못 한다냥. 마지막은 인장을 없애고 그 결과인 재앙까지 막는다. 선택해라냥.”


어흥선생은 현과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단지 그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이도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심지어 리코와 키토까지도.


“아, 미치겠네! 지금 나보고 그걸 결정하라고? 이 몰골로? 이 꼬라지로?”


하긴, 이런 중요한 선택을 하기에는 너무 없어 보이는 몰골이긴 했다. 비키니라니! 중년 남자가 비키니라니!!


“현과장의 비키니 때문에 여기에 들어올 수 있었다냥. 현과장이 시작한 일, 현과장이 끝내야 한다냥.”

“이럴 때만 꼭 책임을 지라고 하더라.”


어흥선생의 말에 퉁명스럽게 대답한 현과장은, 이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제일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정말 어흥선생이 말한 그 세 가지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 그러던 더중, 그의 머릿속에 작은 의문점이 하나 발생했다.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생각, 「신의 방패」 주인만이 떠올 릴 수 있는 생각이었다.


“저 인장들, 못 부수게는 못 만들어? 신의 방패처럼.”

“그건, 생각하지 못 했다냥!”


영원히 사라지지 못하게 만들자는 발상. 참 어처구니없지만 현과장다운 발상이었다. 「죽지 않는 현과장」 다운 발상 말이다. 이런 황당한 생각에 모두들 피식 웃었다.


“그럼 찾아내서 보존하자냥! 그럼 된다냥!”


현과장의 특별한 답안 덕분에, 작은 활기를 찾게 된 사람들. 이내 그들은 남은 인장을 찾으러 사방으로 흩어졌다. 세상에 내려오려는 재앙을 억지로라도 막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


한편, 성 집무실에서 수많은 업무에 시달리고 있던 여왕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가 읽고 있던 책은 『원더랜드실록』 그 중 원더랜드 최악의 사건인 게늠의 제물 사건을 중점으로 읽고 있었다.


“아니, 업무에 복귀하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딴 짓이십니까?”


집무실 안으로 차를 들고 들어오는 나이 지긋한 하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여왕을 바라보았다.


“아이나 할멈은 게늠이란 재상을 알아?”


여왕의 말에 살짝 머뭇하는 하녀, 아이나. 그녀는 떨리는 눈동자를 천천히 여왕으로 부터 찻잔으로 돌렸다.


“알아 몰라?”

“모릅니다. 전 아무 것도 몰라요.”


조금 전과 다르게 완전히 굳어진 아이나의 목소리. 아무리 눈치가 없는 그녀라 할지라도 이런 눈에 보이는 변화는 당연히...


“그래? 그럼 말고.”


모른다. 정말 모른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크게 미움을 받겠는데, 눈치 없다고. 하긴 현과장과 그의 가족들에게 크게 미움을 받고 있긴 하지.


“그 이름은 어디 가서 함부로 꺼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여왕님.”


찻잔을 올리던 아이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처럼 무척이나 떨리는 그녀의 손. 하마터면 찻잔이 여왕의 붉은 드레스 위로 쏟아지는 대참사가 일어날 뻔 했다.


“그게 그렇게 안 좋은 거야?”


하지만 여전히 눈치를 채지 못하는 여왕.

이쯤 되면 이 할멈이 게늠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세상 누구나 다 알겠다. 바보도 알겠다. 동네 개도 알겠다.

그런데 여왕만 모른다. 눈치 없는 이 조그마한 여왕만.


“아버지가 그러더군요. 그 인간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죽지 않았어?”


찻잔을 받아든 여왕은 고개를 기울이며 아이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떨리는 손을 간신히 억누르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아이나. 떨리던 그녀의 눈빛에 살며시 달라졌다.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면 다시 돌아온다고.”


살짝이긴 하지만, 아이나의 눈동자에 서린 기대감과 희망. 비록 눈치가 없어서 알 수 없었던 여왕이긴 했지만, 이거 한 가지는 눈치 채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위기가 닥쳐오리란 사실 만큼은. 그녀는 원더랜드의 단 하나뿐인 예언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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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3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3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4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6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7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8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7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2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6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7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8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4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2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6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7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9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4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111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4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3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20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6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4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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