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대운 님의 서재입니다.

생존 그리고 죽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최대운
작품등록일 :
2022.12.27 16:55
최근연재일 :
2023.05.09 13:02
연재수 :
143 회
조회수 :
28,975
추천수 :
908
글자수 :
747,778

작성
23.03.27 12:00
조회
112
추천
4
글자
11쪽

추적.

DUMMY

“이 산도 그렇고 이 산맥의 산들 대부분이 암벽과 바위투성이야.

경사가 가파른 곳도 꽤 많아.

그런 곳은 쌓인 눈 때문에 길이 아닌데도 길처럼 보이는 곳도 많지.

잘못하면 허공에 발을 디딜 수도 있어.

그런데 마치 오래전부터 그런 것을 알고 다녔던 것처럼 위험한 곳이나 장애물들을 피해 최단 거리로 만든 길 같아.

오랜 시간 남쪽으로 이동하는 짐승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갔던 길이 아닐까?”


“태이 대장의 말이 일리가 있군.

기지 부근에서 목격됐던 남쪽으로 이동하던 짐승들이 이 길을 이용해 갔을지도 모르잖아.

그곳에서 남쪽으로 가려면 어차피 이 중간 산맥을 꼭 통과해야 하니 말이야.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길이 만들어졌을 리가 없지.”

맥스의 말이었다.


“우리도 짐승들이 만든 길로 가야 하는가요?”

다이안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 산맥을 통과하는데 최상의 길을 만들었다면 그대로 따라가야겠지.

주르 일당들도 이 길을 따라갈 테니 말이야.”

맥스가 다이안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이 길로 이동 중에 남쪽으로 향하는 짐승들이 이 길을 따라온다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다이안의 눈은 여전히 동그래져 있었다.


“물론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 가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어.

당장 짐승들이 이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도 이 길을 따라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것 같군.

어떻게 생각하나?”

맥스가 태이를 보며 말했다.


“저도 함장님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이 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는 짐승들이 있다면 우리가 잠시 길을 비켜주면 될 겁니다.

미리 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후방에 특수기동대원을 배치하고 따라오는 짐승들이 있는지 감시하게 할 겁니다.”


“짐승들에게 길을 비켜줄 만한 곳이 없다면요?”

다이안이 태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 행성의 짐승들은 대부분 거대한 몸집을 가졌어.

그런 짐승들이 이 길로 들어서면 빠르게 이동하지는 못해.

미끄럽기도 하고 길이 그들의 덩치에 비해 좁아 보이기도 해.

그리고 보통 경사로를 따라 길이 이어지고 있어.

그들이 오면 우리는 이 경사로로 올라 피하게 될 거야.”

태이가 영상 속에 나오는 길옆에 펼쳐진 경사진 산의 사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짐승들이 좁은 길에서 몸을 틀어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이 경사진 곳으로 오르긴 쉽지 않아 보이거든.

그리고 이 경사진 곳곳에 바위들이 있어.

우리가 은폐하기에 나빠 보이지 않아.

물론 모든 길이 그럴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가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어.”


“좋아. 태이 대장의 말대로 이 길을 따라가는 것으로 하지.

짐승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놓은 길이라면 이 산맥을 통과하는데 가장 좋은 길일 가능성이 커.

우리 뒤를 짐승들이 따라온다면 그땐 그때 가서 해결하도록 하지.”

맥스가 결론을 내렸다.



태이와 미셸이 선두에 선 일행은 일렬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맨 후방은 에이미와 하리노프가 담당했다.


태이와 미셸이 앞서가며 주르 일당들의 흔적을 찾았다.

그들이 확실히 이 길을 따라갔다는 흔적은 여기저기 있었다.


길 경사로에 찍힌 발자국이나 식량 상자를 질질 끌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겨져 있었다.


눈이 오지 않으며 그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내보였다.


<지금은 하루 반나절 정도 차이에요. 가면 갈수록 그들과의 거리는 좁혀질 겁니다.>

미셸이 맥스에게 보고한 내용이었다.


그들은 길을 따라 산의 능선을 오르고 내리고 했다.

태이와 미셸이 첫 번째 야영지를 길에서 조금 떨어진 능선의 위로 잡았다.

길을 감시할 수 있었고 멀리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야간 경계조로 헤르난데스는 제인과 짝을 이뤄 길을 감시했다.

적외선 투시기와 야간 투시경을 끼고 길을 감시하던 둘은 소곤거렸다.


“제인. 힘들지 않아?”

“괜찮아요. 견딜 만해요.”

“그래도 이런 행군이 익숙하지 않을 텐데.”

“사실 훈련소 이후론 처음이에요. 우주 함선만 타고 다녔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해군들이 다 그렇겠군. 다들 잘 견뎌주고 있어.”

“우리도 군인이에요. 제시 박사님도 이젠 잘 견디잖아요.

부상이 심했던 마카엘 병장도 팔을 잃은 호세 상병도 다 잘 견디고 있어요.”


“난. 제인만 잘 견뎌주면 좋겠어.”

헤르난데스가 적외선 투시기를 머리 위로 올리며 제인을 바라봤다.


“우리 모두 다 잘 견뎌야 해요.”

제인이 야간 투시경을 쓴 채 헤르난데스를 바라봤다.


헤르난데스가 제인의 야간 투시경을 머리 위로 올리고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안돼요. 우린 경계······.”

제인의 말은 헤르난데스의 입술에 끊기고 말았다.


“잠시만. 아주 잠시만.”


둘의 머리 위로 수많은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




계곡으로 이어진 길에서 조금 벗어난 바위틈에 생존 텐트를 친 주르 일행은 지나며 본 거대한 짐승들의 뼛조각들을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중간 산맥에 들어선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자기들끼리 잡아먹은 것일까? 아니면 다른 짐승들끼리 서로 잡아먹은 것일까?”

조나단이 계곡을 들어서며 본 뼛조각들을 상기하며 말했다.


“다른 짐승인 것 같은 것도 꽤 있었어요. 최소한 5종류 이상은 돼 보였어요.”

버크가 말했다.


“서로 잡아먹은 모양이군.

이 계곡이 전투장이었나?

왜 죄다 여기에 몰려 있는 거야?”


그들은 길을 따라 산과 산 사이의 계곡을 지나며 여기저기 흩어진 뼈 무덤들이 마음에 걸렸다.

이런 좁은 길을 지나며 서로 물어뜯고 싸웠다는 것이 의아했다.


“이 길도 짐승들이 낸 것이 틀림없어. 이 길을 계속 따라가는 것이 안전할까?”

조나단이 라이언을 보며 말했다.


벌써 잠이 든 파라세우스를 지켜보던 라이언이 조나단에게 고개를 돌렸다.

“짐승들이 만들었다면 이 길이 산맥을 통과하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증거죠.

그리고 지금껏 아무 일 없이 잘 왔어요.

우리가 산맥을 다 넘을 동안 짐승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기도나 하세요.”


“기도나 해라? 아주 명석한 해법이군.”

조나단이 파라세우스에 정신이 팔린 라이언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그들은 다음날 계곡을 지나고 다시 산등성이로 올라서면서도 눈과 뒤섞인 짐승들의 뼈 무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야영하고 다시 출발하는 시간은 점점 늦어졌고 행군 속도도 점점 느려졌다.





“지난밤에 주르 일당들이 야영했던 곳이 틀림없어요.”

미셸이 계곡 한쪽 바위틈에서 야영했던 흔적을 살펴보며 말했다.


“거의 다 따라잡았군.”

태이가 그들이 갔을 법한 길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계곡에서 본 짐승들의 뼈가 마음에 걸리는군요.”

“나도 그래. 여러 종류의 짐승들 사체가 모여 있는 것이 특이하더군.”

“서로 싸우고 잡아먹었을까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서로 상대를 잡아먹었다면 이 계곡이 치열한 전장이었다는 것은 틀림없어.”

“대부분 뼈까지 상한 것을 보면 상당히 강한 힘을 가진 입에 먹힌 자국이에요. 뼈들이 갈가리 찢겨 있어요.”

태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짐승들의 뼈와 남은 가죽이 눈에 뒤섞여 있던 계곡 쪽을 보고 있었다.


태이는 비슷한 장면을 떠올렸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맥스의 본대가 막 도착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또 짐승들의 뼈와 가죽인가?”

맥스가 태이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아닙니다. 주르 일당들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태이가 손으로 그들이 야영했던 흔적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군.”

맥스가 눈 위에 텐트의 자국과 일부 발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며 말했다.


“오늘 정오가 다 돼서야 떠난 것 같습니다.”

태이가 그들이 갔을 법한 곳을 주시하며 말했다.


“오늘 안으로 따라잡을 수 있겠군그래.”


“저들의 속도가 느린 것을 보면 몇 시간 안에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 일단 우리는 여기서 좀 쉬지. 저 산만 넘으면 이 산맥을 모두 지나는 것이야. 내일이면 주르 일당을 모두 잡고 이 산맥을 빠져나갈 수 있겠어.”


맥스 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산의 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도록 하지.”

주르는 산의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 막 오른 산 정상길을 따라가다 계곡으로 내려가면 산맥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이 산이 마지막이군. 산맥을 다 건넜어.”

조나단이 산의 정상에서 앞에 펼쳐진 광활한 땅을 보며 말했다.


저 지평선 너머는 눈이 없을 것이었다.


“산맥을 넘은 것보다 식량 상자 무게가 줄어든 것이 더 좋군그래.”

파라세우스가 식량 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버크. 식량 상자 내려놔. 뭐하러 그걸 들고 있어.

이리 와서 이 멋진 풍경에 빠져보라고.”

파라세우스가 버크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주르와 버크가 지친 듯 앉은 자리에서 뒤로 벌렁 누워버렸다.


주르 일행은 누워서 또는 비스듬히 앉아서 그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심취했다.




신비롭고 매혹적인 땅 한가운데 하늘에 대항하는 듯한 우뚝 솟은 산들이 저마다 당당하게 서 있었다.


들쭉날쭉한 봉우리와 가파른 경사가 마치 신의 손으로 깎아낸 듯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산 양편에는 한 쌍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장엄한 산맥을 바라보면 풍경을 장식하는 기괴한 바위의 향연에 경외감까지 느끼게 했다.


각각의 바위는 융기 및 침식의 독특한 걸작이었다.


일부는 들쭉날쭉한 이빨처럼 튀어나오고, 다른 일부는 거대한 뱀의 덩굴손처럼 말리고 뒤틀렸다.

그들의 색상과 질감은 마치 인간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어떤 마법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처럼 거의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저 너머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곳까지 펼쳐진 광활한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파도의 리듬을 모방한 부드러운 기복이 있는 잔잔한 파도를 그리며 출렁이는 새하얀 바다처럼 보였다.

지평선 역시 별과 은하가 영원한 발레 춤을 추는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포털처럼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주르 일행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동안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 위대한 산맥을 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꼼작하지 않던 그들 중에 라이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라이언은 파라세우스가 내려놓은 식량 상자와 버크가 내려놓은 식량 상자의 뚜껑을 모두 열었다.


두 개의 식량 상자에는 절반도 안 되는 음식이 남아 있었다.

식량 상자를 하나로 줄여도 될 수 있었다.

라이언은 한 식량 상자의 음식을 모두 다른 식량 상자에 차곡차곡 쌓았다.


파라세우스가 그 모습을 곁눈질했다.

파라세우스는 라이언의 의도를 알아내려 애썼다.


“산에서 내려가면 하루 정도는 푹 쉬도록 하지.”

주르가 큰소리로 외쳤다.


“좋습니다.”

파라세우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답을 했다.

그는 여전히 라이언의 행동을 티 나지 않게 훔쳐봤다.


잠시 후


누워있던 파라세우스가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등 뒤로 높게 솟은 바위로 향했다.


“저곳의 전망이 더 좋겠군.”


파라세우스가 바위 뒤로 사라진 후 라이언이 슬그머니 일어나 그를 따라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생존 그리고 죽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사례 +5 23.05.09 93 0 -
공지 수정합니다. +1 23.02.08 186 0 -
143 생존 그리고 죽음. +3 23.05.09 142 4 13쪽
142 환상. +1 23.05.08 107 4 12쪽
141 마지막 전투. +1 23.05.05 110 4 12쪽
140 최후의 방어선. +1 23.05.04 102 4 12쪽
139 분노한 자들. 23.05.03 101 4 13쪽
138 치열한 전투 그리고..... 23.05.02 103 4 13쪽
137 침투. 23.05.01 110 3 12쪽
136 채찍질. 23.04.29 105 4 12쪽
135 배신자에 의해 깨지는 협상. +1 23.04.27 104 4 13쪽
134 타쿠보루마나 인. +1 23.04.26 106 5 12쪽
133 협상. +1 23.04.25 107 4 13쪽
132 바디랭귀지. +1 23.04.24 116 4 12쪽
131 위험한 첫 대면. +1 23.04.21 110 4 12쪽
130 적의 심장으로. +2 23.04.20 118 4 13쪽
129 글라치알리시움의 법칙 +1 23.04.19 122 4 12쪽
128 비현실적 사냥. +2 23.04.18 122 4 12쪽
127 문명인 +1 23.04.17 122 4 11쪽
126 연민. +1 23.04.14 123 4 12쪽
125 최후를 맞은 자. +1 23.04.13 114 4 11쪽
124 네 개의 팔. +1 23.04.12 111 4 12쪽
123 작은 악마들. +1 23.04.11 107 5 12쪽
122 숲의 경고. 23.04.10 106 3 12쪽
121 인간들. +1 23.04.07 120 4 11쪽
120 검은 날개와 6개의 뿔. +1 23.04.06 115 4 12쪽
119 아름답고 위험한 숲. +1 23.04.05 112 4 11쪽
118 식인식물. +1 23.04.04 112 4 12쪽
117 추격. 23.04.03 118 4 12쪽
116 슬픔을 묻고. +1 23.03.31 119 4 12쪽
115 죽음의 계곡 2 +1 23.03.30 114 4 12쪽
114 죽음의 계곡 1. +1 23.03.29 116 4 14쪽
113 계획된 피살. +1 23.03.28 113 4 12쪽
» 추적. +1 23.03.27 113 4 11쪽
111 흔적. +1 23.03.24 112 4 12쪽
110 귀환 +1 23.03.23 119 4 11쪽
109 역경 +1 23.03.22 114 4 11쪽
108 중간지점. +1 23.03.21 112 4 12쪽
107 두명의 특수기동대원. +1 23.03.20 120 4 12쪽
106 고단한 여정. +1 23.03.17 129 4 11쪽
105 괴물들의 혈투. +1 23.03.16 115 4 12쪽
104 유인 +1 23.03.15 116 4 12쪽
103 최후를 맞는 자들. +1 23.03.14 119 4 13쪽
102 쫓기는 자들. +1 23.03.13 122 4 13쪽
101 일행을 뒤쫓는 괴물들. +1 23.03.10 120 4 12쪽
100 낙오자. +1 23.03.09 124 4 12쪽
99 가혹한 상황의 여정 +1 23.03.08 129 5 12쪽
98 또 다른 자들. +1 23.03.07 117 4 12쪽
97 고단한 여정의 시작. +1 23.03.06 126 4 12쪽
96 떠나는 생존자들. +1 23.03.04 131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