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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운 님의 서재입니다.

생존 그리고 죽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최대운
작품등록일 :
2022.12.27 16:55
최근연재일 :
2023.05.0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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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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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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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자들

DUMMY

함교의 메인 모니터에 “승무원 회복 프로세스 시작”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승무원 동면 수면실의 수면 캡슐 중 6개의 캡슐이 본격적인 작동을 시작했다.

수면 캡슐의 모니터에 캡슐 주인의 신상 명세와 회복 절차가 기록되고 나타났다.


-------------------------

함장 : 맥스 베이커 대령

회복 절차 시작

심장 박동 촉진제 투입.

혈류 촉진제 투입.

체온 조절 절차 시작.

신경세포 활성화 절차 시작.

-------------------------


함장 맥스 대령의 수면 캡슐의 동면 해제 절차를 시작으로 부함장 주르 하피엘 중령, 정보 통합 장교 다이안 파슨 대위, 특수기동대 대장 태이 리 소령, 통신 장교 케일 포트월 대위 그리고 군의관 매리언 사티아 소령의 캡슐에서도 함장과 같은 동면 회복 절차가 시작되었다.

--------------

뇌전도 이상 없음.

맥박 정상.

혈압 정상.

심박 수 정상.

심전도 정상.

체온 정상.

근 세포 조직 정상.

영양제 공급.

전해질 배출

회복 프로세스 이상 없음.

----------------

극저온 수면에서 깨어나 의식을 회복하는 시간은 각자의 몸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장시간 사용하지 않았던 장기와 신체의 운동능력까지 회복하려면 비상시를 제외하고선 보통 1시간에서 2시간은 걸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캡슐 밑바닥에 있는 엄지손톱만 한 구멍의 덮개가 열렸다.

승무원들의 몸이 담겨 있던 영양분을 담은 액체 상태의 전해질이 그 구멍을 통해 조금씩 빠져나갔다.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한 승무원들의 캡슐 문이 서서히 열리며 뇌를 비롯해 가슴과 손목 등 몸의 각 부분에 채워져 있던 생체 유지장치가 치워졌다.


온몸을 감싸고 있던 체형 유지장치가 천천히 승무원들의 몸을 세웠다.

체형 유지장치에 있는 운동 기능 회복 모듈이 작동했다.

회복 모듈은 승무원들의 목과 팔다리를 비롯한 신체 각 부위를 천천히 움직이며 신경과 근육 등의 기능이 회복되도록 도왔다.


가장 먼저 회복 절차를 끝내고 깨어난 특수기동대 대장 태이가 몸을 추스르며 캡슐을 빠져나왔다.

태이의 체형 유지장치가 수면 캡슐의 본래 위치로 서서히 눕혀졌고 캡슐의 하단 모서리 부근 박스 문이 열리며 고에너지 음료가 나왔다.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던 태이는 음료가 운반기에 의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는 곧 음료 캔을 손으로 집어 들어 뚜껑을 따곤 단번에 들이켰다.

그는 빈 음료 캔을 운반기에 올려놓고 주위를 살폈다.

빈 캔을 박스에 다시 넣고 있는 기계 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


몇몇 수면 캡슐이 캡슐의 주인들에 대한 회복 절차를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그는 캡슐의 모서리에 걸터앉아 양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았다.

마치 큰 파도의 물결이 밀려와 갯바위를 단번에 부숴놓을 것만 같은 충격이 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는 몰려온 빈혈에 눈을 찡그리고 이를 악물었다.

커다란 파도가 밀려왔다가 물러가자 그는 천천히 구부렸던 등을 펴고 부자연스럽고 불편했던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몸은 의지대로 잘 움직였지만, 그의 얼굴은 아직도 찡그려져 있었다.

동면 수면 복의 미세한 전자기파가 아직도 그의 신경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장기 동면 중 신경세포의 괴사와 근 손실을 막아주기 위한 수면 복의 전자기파가 미세한 진동을 그의 몸에 여전히 뿌려대고 있었다.


태이는 늘 동면에서 깨어날 때마다 느껴지는, 온몸에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듯한 이 진동이 유쾌하지 않았다.

잔뜩 인상을 구긴 그가 수면 복의 전원을 꺼버렸다.


그는 온몸을 기어 다니던 벌레들이 사라지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회복 절차를 끝낸 캡슐이 내놓은 샤워용품을 집어 들고 회복실로 향했다.

낮은 회전 중력이 그를 이리저리 비틀거리게 했다.


“지니, 안녕. 수면실 온도가 너무 낮아. 조금 더 올려줘.”

깨어나서부터 몸을 살짝씩 떨던 그는 샤워실로 향하며 말했다.

지니는 대답도 없었고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지니?”

그는 대답 없는 지니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벌레들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빨리 샤워를 해야겠다는 마음에-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급히 샤워실로 들어섰다.


“지니도 자는 거야?”

그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동면 수면실 복도에 울렸다.


함장 맥스는 캡슐에 걸터앉아 수면 회복 후에 오는 빈혈을 견뎠다.

주위의 캡슐 5개는 이미 비어 있었다.

“지니, 상황 보고해 줘”

그러나 지니는 답이 없었다.

“지니. 상황 보고.”

그가 여러 차례 지니를 불렀지만 지니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맥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함선의 통신라인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함장이다. 함교에 누가 있나?”


“함장님. 일어나셨군요. 지금 함교로 와 주셔야겠습니다.”

부함장 주르 중령의 목소리였다.


“그래. 부함장이 있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는군.

아주 급한 일이 아니라면 샤워는 하고 가야겠어. 그래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브리핑 준비하겠습니다.”

평소답지 않게 주르의 목소리가 떨렸다.

맥스는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실의 전등이 희미했다.

‘어둡군. 왜 이렇게 조도를 낮춘 거야?’

그는 조도가 낮아진 전등의 불빛을 보며 중얼거렸다.

쏟아지는 물줄기가 동면에서 아직 덜 깬 몸을 깨워댔다.

온몸에 끈적하게 묻어 있던 전해질의 잔재가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샤워를 마친 맥스는 자신의 관물대에서 잘 다려진 우주 연합해군 휘장이 달린 군복을 꺼내 입었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복장 상태를 점검했다.


조금은 비뚤어진 상, 하의 군복을 중심선에 맞춰 옷을 가다듬었고 버클이 군복의 중심선에 제대로 맞도록 손을 움직였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시 한번 쓸어 넘겼다.


그는 관물대를 지나쳐 함교로 이어진 복도로 들어섰다.

함선 내부는 어두웠다.

복도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고 멀찍이 간격을 두고 벽에 납작하게 붙어 있는 희미한 안내등만이 몇 번 통로고 어디로 향하는 통로인지 알려줬다.


지니에게 함선 내의 조명을 켜도록 명령했지만 여전히 지니의 응답은 없었다.

미간을 잔뜩 좁히고 가슴에 담긴 불길함을 내보내려는 듯 입을 동그랗게 모아 짧은 숨을 연신 내뱉었다.


맥스는 함교로 향하는 복도를 지나며 함 내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다.

그는 함교에 들어서기 전 함교 앞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흐트러진 것이 없는지 살폈다.


맥스가 함교에 들어서자 모여 있던 함교의 인원들이 잔뜩 긴장한 채로 그에게 정자세로 경례를 했다.


“어제 헤어지고 오늘 만난 것 같은데도 오랜만이라고 해야겠지?”

맥스가 경례를 받으며 말했다.


언제나 깔끔하고 빈틈없는 복장과 자세를 갖춘 맥스의 모습에 함교의 장교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들의 복장을 점검했다.


“정말 그러네요. 함장님 일단 몸 상태 좀 검사해볼게요.”

군의관 매리언 소령이 미소를 지으며 함장에게 검진 장비를 들고 다가왔다.


“난, 괜찮아. 수면 회복실에서도 신체 검진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어.”

맥스가 함장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제가 가장 먼저 깨어나는 필수 인원에 포함된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죠?”

살짝 눈을 흘기는 매리언의 얼굴에 맥스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곤 얌전히 매리언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고갯짓을 했다.

매리언은 맥스의 몸 여기저기에 검진기를 꽂기 시작했다.


맥스가 검진을 받는 동안 함교에 있던 인원들과 몇 마디씩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그들의 얼굴은 밤을 향해 달려가는 하늘에, 잔뜩 몰려드는 먹구름처럼 찌푸려 있었다.


“자네들 얼굴을 보니 무엇인가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것 같군.

나도 자네들 근심에 같이 끼어들 준비가 되어있네.

그렇지 않아도 지니가 아무런 대답도 없어서 무슨 일인지 걱정되기 시작했거든.

부함장 브리핑해보게.”


주르는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함장 앞에 가상 모니터를 불러냈다.

“지니는 죽었습니다. 지니의 손발 노릇을 하던 안드로이드들도 모두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그가 항행기록을 모니터에 띄우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맥스는 한 손으로 천천히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입을 막았다가 땠다.

“무슨 일이 있었나?”

그의 말투는 차분했고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지니는 함선의 상태와 대처부터 전투 기능까지 모든 기능을 컨트롤 하는 함선의 가장 중요한 인공지능이었다.

그런 인공지능이 죽었다는 것은 함선의 기능이 거의 죽었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지니는 목숨을 잃었지만 우리는 살려놨습니다.”

주르가 맥스의 얼굴을 살폈다.


맥스는 마치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던 듯 덤덤했다.

“계속해 보게.”

맥스는 주르를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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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최후의 방어선. +1 23.05.04 102 4 12쪽
139 분노한 자들. 23.05.03 101 4 13쪽
138 치열한 전투 그리고..... 23.05.02 103 4 13쪽
137 침투. 23.05.01 110 3 12쪽
136 채찍질. 23.04.29 105 4 12쪽
135 배신자에 의해 깨지는 협상. +1 23.04.27 104 4 13쪽
134 타쿠보루마나 인. +1 23.04.26 106 5 12쪽
133 협상. +1 23.04.25 107 4 13쪽
132 바디랭귀지. +1 23.04.24 116 4 12쪽
131 위험한 첫 대면. +1 23.04.21 110 4 12쪽
130 적의 심장으로. +2 23.04.20 118 4 13쪽
129 글라치알리시움의 법칙 +1 23.04.19 123 4 12쪽
128 비현실적 사냥. +2 23.04.18 123 4 12쪽
127 문명인 +1 23.04.17 1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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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최후를 맞은 자. +1 23.04.13 114 4 11쪽
124 네 개의 팔. +1 23.04.12 112 4 12쪽
123 작은 악마들. +1 23.04.11 107 5 12쪽
122 숲의 경고. 23.04.10 106 3 12쪽
121 인간들. +1 23.04.07 120 4 11쪽
120 검은 날개와 6개의 뿔. +1 23.04.06 115 4 12쪽
119 아름답고 위험한 숲. +1 23.04.05 112 4 11쪽
118 식인식물. +1 23.04.04 112 4 12쪽
117 추격. 23.04.03 118 4 12쪽
116 슬픔을 묻고. +1 23.03.31 119 4 12쪽
115 죽음의 계곡 2 +1 23.03.30 114 4 12쪽
114 죽음의 계곡 1. +1 23.03.29 116 4 14쪽
113 계획된 피살. +1 23.03.28 113 4 12쪽
112 추적. +1 23.03.27 113 4 11쪽
111 흔적. +1 23.03.24 112 4 12쪽
110 귀환 +1 23.03.23 119 4 11쪽
109 역경 +1 23.03.22 114 4 11쪽
108 중간지점. +1 23.03.21 112 4 12쪽
107 두명의 특수기동대원. +1 23.03.20 120 4 12쪽
106 고단한 여정. +1 23.03.17 129 4 11쪽
105 괴물들의 혈투. +1 23.03.16 115 4 12쪽
104 유인 +1 23.03.15 116 4 12쪽
103 최후를 맞는 자들. +1 23.03.14 119 4 13쪽
102 쫓기는 자들. +1 23.03.13 122 4 13쪽
101 일행을 뒤쫓는 괴물들. +1 23.03.10 120 4 12쪽
100 낙오자. +1 23.03.09 124 4 12쪽
99 가혹한 상황의 여정 +1 23.03.08 129 5 12쪽
98 또 다른 자들. +1 23.03.07 117 4 12쪽
97 고단한 여정의 시작. +1 23.03.06 126 4 12쪽
96 떠나는 생존자들. +1 23.03.04 13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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