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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하층민이 기사재능을 타고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강제이
작품등록일 :
2024.02.19 19:39
최근연재일 :
2024.04.06 10:20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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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60
추천수 :
659
글자수 :
28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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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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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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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7)

DUMMY

도널드는 우선 적 기사들의 문장과 인장을 빼앗은 뒤 맹세를 하게 했다.


“몸값을 지불하겠다는 맹세를 한다면 가문으로 되돌려 보내주겠소.”

“이렇게 쉽게?”

“대신 가문의 문장과 인장을 담보로 잡겠소.”

“좋소. 그렇게 하겠소이다.”


기사들의 맹세를 받은 뒤 도널드는 롱테르의 문장과 인장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건 왜 들고 오는 것이오?”

“거래를 하나 하고자 하오.”

“거래?”

“예상하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나는 군에서 지위가 낮은 자요. 고위기사들이 풀려나면 온갖 음해와 누명에 시달릴 게 분명하지.”


그 말에 롱테르는 미소를 지었다.


“정치에 약한 군인의 최후는 사람도 명예도 잃은 채 역사에서 지워질 뿐이지.”

“기사들은 문장과 인장을 빼앗았지만 병사들은 무장만 해지한 뒤 그냥 보내줄 생각이오.”

“오호, 그렇다면 원하는 게 뭔가?”


그의 물음에 도널드는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저들을 데려가시오.”

“아군 기사들을 내주겠다는 것인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 롱테르의 모습에 도널드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비록 전투에서 패해 국경이 밀렸지만 적의 수뇌부를 붙잡고 병력의 절반정도를 살려서 돌아왔으니 변명을 여지는 남길 수 있을 것이오.”

“그렇지. 그대 역시 아군 기사단은 괴멸했지만 영지를 빼앗았으니 분명 전공을 세운 것이 되겠지.”


말을 마친 롱테르는 이내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역시 대단한 인물이군! 정적을 전부 제거하는 동시에 전공과 전리품을 모두 독식하는 수를 쓰다니! 게다가 나는 이 제안을 거절할 수도, 거절할 이유도 없지! 역시 대단해!”


그의 웃음소리에 도널드는 고개를 숙였다.


“변명 같지만 만일 저들이 내게 신뢰를 주었다면 나는 이런 수를 쓰지 않았을 것이오.”

“그대의 표정을 보니 그럴 것 같군.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때론 잔인해질 필요가 있는 법이오. 나 역시 그대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 생각을 고수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거요.”

“그대의 조언은 잊지 않겠소.”


도널드가 스넬에슨의 기사들을 구출해주지 않자 그들은 도널드에게 저주의 말을 내뱉었다.


“이놈! 아군을 적의 손에 넘겨주다니! 이건 반역이나 마찬가지다!”

“금방 돌아와 네놈의 비열한 짓을 만천하에 알릴 것이다!”


그들의 말에 도널드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비록 자신에게 모질게 굴긴 했지만 그들은 끝까지 적과 맞서 싸운 용사들이었다. 그런 자들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적의 손에 넘기는 건 그에게 있어 괴로운 결정이었다.


“큰성! 아주 속이 시원하오! 큰성답지 않은 해결책에 속이 너무 시원해 미치겠소!”

“앓던 이가 빠진 것 같습니다. 형님.”

“그래, 저들이 돌아가지 못하면 우리도 안전해질 게야.”


먼저치지 않으면 당한다. 저들이 한 짓이 있으니 저들을 믿지 못하는 건 당연한 처사였다. 도널드가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눈치 빠른 젊은 기사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도널드 경! 도널드 경을 따르겠습니다!”

“저는 가문의 5남으로 가문이 저를 위해 몸값을 지불하지 않을 겁니다!”

“저 역시 가세가 기울어 가문을 나왔습니다! 몸 값을 지불할 여력이 없으니 이대로 끌려가면 끝입니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배경이 없는 것의 서러움을 알고 있던 그였기에 도널드는 그들의 처절한 외침을 외면할 수 없었다.


“오늘일을 함구하고 충성을 맹세한다면 기꺼이 데려가겠소.”

“알겠습니다!”


이에 기사 일백이 도널드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충성에 대한 대가로 도널드는 그들에게 자유와 그들의 무구를 돌려주었다.


“자, 그럼 이제 다 된 것이오?”

“그렇소.”

“그대와 같은 자와 겨루어 영광이었소. 하지만 다음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시오.”

“그대 역시 마찬가지오.”


도널드의 말에 롱테르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한마디를 안지는 군! 그럼 가보겠소이다.”


롱테르가 병사와 포로를 수습해 돌아가자 스터치가 입을 열었다.


“큰성, 다 이해할 수 있는데 병사들을 돌려보내 준 건 위험한 거 아니오? 저들이 돌아가면 다시 적이 되어 돌아올 것 아니겠소?”

“롱테르, 저자의 입지가 보장되어야 저들을 확실하게 속박할 수 있다. 형님께서는 거기까지 생각하신 게지.”

“하긴, 영지를 잃었으니 뭐라도 건져오는 게 있어야 혼이 덜 나겠지.”

“적의 수뇌부와 병력의 절반 정도를 건져냈으니 그 정도면 스스로 살길을 찾을 수 있을 거다.”


동생들의 말을 듣고 있던 도널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것도 맞지만 적의 병사들을 그냥 놓아준 건 다른 이유도 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돌아간 병사들이 적이 될까 두려워 포로로 삼기에는 그 수가 많아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그들은 기사만큼의 가치가 없지. 그렇다고 그들을 처형하면 다음 전투부터 적은 항복하는 것보다 죽을 때까지 저항하는 것을 선택하겠지. 그럼 전투가 더 어려워진다.”

“적에게 자비를 베푼다면 항복을 받아내기 더 쉬워지겠군요.”

“그렇지. 항복한 적에게는 자비를 베풀되 거짓 항복을 하는 자는 확실하게 벌을 가해 본보기를 삼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형님.”

“역시 큰성이 머리가 좋소!”


동생들과 대화를 마친 뒤 도널드는 병사들을 시켜 전리품을 취합하게 했다.


“짐말이 4백필, 군량이 2백수레, 아직 쓸 수 있는 병기가 50수레, 기타 군수물자가 1백수레, 적 기사의 문장과 인장이 5수레입니다.”

“아군 병사의 수는?”

“징집병과 정규보병이 각각 3백, 그리고 기사가 1백 남았습니다.”

“사상자는?”

“사망자가 1천, 부상자가 5백으로 사망자 대부분은 첫번째 교전에서, 부상자 대부분은 오늘 발생했습니다.”

“부상자를 우선 수레에 태우고 시신을 수습한다. 수레가 부족하다면 손상이 심한 시신부터 포기하되 장례는 엄숙히 치러주어라.”

“알겠습니다.”

“전공에 따라 전리품을 나누어 준다. 군량과 병기를 원하는 자는 즉시 지급하고 은화를 원하는 자는 후에 전리품을 처분한 뒤 지급한다는 서약서를 작성해주겠다.”


후한 포상에 병사들을 눈을 크게 떴다.


“저희와의 약조를 위해 서약서를 쓰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약속은 신분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모두에게 써주기에는 그 수가 많으니 전공을 다섯단계로 분류해 각각의 대표에게 서약서를 작성해 주겠다.”


논공행상을 빠르게 완료하자 군의 사기는 더 없이 높아졌다. 전 군이 도널드를 진심으로 따르니 그들을 통솔하는 건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도널드 경!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영지로 돌아간다면 저희의 몫을 빼앗길 겁니다! 부디 저희를 받아주십시오!”


영지에 따라서 평민들의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전리품 역시 영주가 취합해서 다시 배분하는 곳도 있었기에 사실상 그들은 영지로 돌아가면 모든 전리품을 빼앗길 게 뻔했다.


하지만 그들을 받아주는 건 도널드에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전리품을 넉넉히 얻었으니 물질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주거지 역시 아직 개간되지 않은 영지와 군용 천막이 있으니 당장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영지의 병사를 받아드리는 건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도널드는 자신을 믿고 따라준 이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길 원했다. 또 그들이 자신을 따르기 원한다면 기꺼이 그들을 받아드릴 용의도 있었다.


“총사령관이 적에게 사로잡혔고 현재 내가 가장 높은 작위를 가졌으니 내가 지휘권을 잡는 게 맞다. 너희들의 거취에 대해서는 왕께 주청을 넣어볼 테니 기다려 보거라. 원한다면 너희의 식솔들도 루드펄로 이주를 할 수 있게끔 청을 넣겠다.”

“감사합니다, 도널드 경!”


병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도널드는 아르도르를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


왕성으로 돌아간 롱테르는 즉시 왕궁 앞에 엎드려 죄를 고했다.


“전투에서 패하고 영지를 내어준 죄를 엄히 다스려 주옵소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롱테르가 패할 싸움이라면 브란호스의 누구라도 그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었다.’


비록 전투에서 패했지만 그는 적의 수뇌부를 붙잡았고 병사를 절반정도 살려서 돌아왔다. 최소한 다음을 기약할 기반은 건져낸 셈이니 왕은 그의 죄를 무겁게 무를 생각이 없었다.


“롱테르 경이 힘겨운 싸움을 했다면 브란호스의 그 누구도 그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오.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시오.”

“어찌 패장을 감싸시는 겁니까? 부디 합당한 벌을 내려주십시오. 국왕폐하.”

“내가 그대에게 내리는 벌은 다시 일어나 다음 전투를 준비하게 하는 것이오. 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을 기약하시오.”

“국왕폐하의 자비에 그저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롱테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국왕은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전투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말해 줄 수 있겠소?”


그의 물음에 롱테르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자신의 패배를 합리적으로 만드려면 적을 치켜세워야 했다.


도널드로부터 가문의 문장과 인장을 돌려받는 대가는 수뇌부를 붙잡아 두는 것. 명예를 지키면서도 적을 치켜세우는 일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대단한 자로 군.’


그에게 있어서도 이름 없는 일개 남작이 이끄는 보병대에게 패했다는 것보다 적 기사단에 의한 피해를 강조하는 것이 명성에 손상이 덜 가는 길이었다.


이미 짜여진 판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 그의 치밀함에 롱테르는 마른침을 삼켰다.


“적의 기사단은 실로 강했습니다. 이들이 돌격하여 시간을 버는 사이 적은 아군을 포위해 섬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문에 큰 피해를 보았지만 병사들이 죽기를 각오한 덕분에 적의 포위를 뚫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전투보고를 하며 롱테르는 적의 기사단의 공을 부풀려 보고했다. 함께 돌아온 이들 중 누군가가 도널드와의 거래가 있었다고 말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미 숱한 권모술수를 버티고 이 자리에 오른 그에게 있어 상대방에게 역으로 누명을 씌우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함께 온 자들도 그것을 알았기에 함부로 입을 놀릴 생각이 없었다. 병사들 역시 그의 위세를 두려워했고 입단속을 단단히 시켜두었으니 소문이 퍼지기 전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터였다.


계산을 마친 롱테르의 입을 멈춤이 없이 화술을 구사했다. 적 기사단의 강인함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그의 말에 국왕과 대신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속으로 안심했다.


“하여, 제 얕은 식견으로는 몸값을 욕심내 이들을 돌려보내 주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할 뿐입니다. 빼앗긴 영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이들을 반드시 구금해 두어야 합니다.”

“일리가 있어. 알겠네. 영지를 되찾을 때까지는 이들을 구금해 두도록 하지. 후에 몸값을 받을 수 있도록 포로들의 대우에 있어 부족함이 없게끔 하게.”

“네. 폐하.”


상황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자 롱테르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도널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위험한 자다.’


그는 후에 있을 영지를 되찾기 위한 전투에서 반드시 그와 마주칠 것을 예감했다.


‘전투뿐만 아니라 정치에도 셈이 밝다. 그자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어려운 싸움을 해야겠지.’


아직 그가 크지 못했을 때 스넬에슨을 치는 게 최선이었지만 브란호스는 이미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맹세를 하고도 몸값을 지불하지 않은 기사가 다시 전투에 나타난다면 그들은 다시는 가문의 문장을 몸에 걸칠 수 없을 것이었다.


‘기사단을 조직할 수 있을 때까지 전투는 힘들겠군. 부디 그가 고난을 겪길 바랄 수 밖에···’


롱테르는 도널드가 성장하지 않길 바랐지만 그것은 그의 바람이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정도 인물이 전공과 전리품을 독식했으니 사자의 등에 날개를 달아준 것과 마찬가지였다.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자 그는 긴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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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6) +1 24.04.04 101 8 12쪽
45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5) 24.04.03 116 5 12쪽
44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4) +4 24.04.02 110 7 13쪽
43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3) 24.04.01 125 7 13쪽
42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2) 24.03.28 143 7 15쪽
41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1) 24.03.27 173 9 12쪽
40 더 넓은 세계로 (3) 24.03.26 226 12 13쪽
39 더 넓은 세계로 (2) +1 24.03.25 267 12 13쪽
38 더 넓은 세계로 (1) +1 24.03.25 276 12 15쪽
37 영지로 +1 24.03.24 332 12 16쪽
36 부디 행복하길 (3) +1 24.03.23 289 11 12쪽
35 부디 행복하길 (2) 24.03.22 282 13 14쪽
34 부디 행복하길 (1) 24.03.21 286 14 14쪽
33 다만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았을 뿐 24.03.20 285 14 12쪽
32 누구에게나 봄은 온다 24.03.19 296 11 18쪽
31 봄이여 오라 (2) 24.03.18 305 13 13쪽
30 봄이여 오라 (1) +1 24.03.17 319 14 12쪽
29 유지를 잇는 자 (3) 24.03.16 314 14 15쪽
28 유지를 잇는 자 (2) +1 24.03.15 310 15 12쪽
27 유지를 잇는 자 (1) +1 24.03.14 329 13 11쪽
26 여정의 시작 (10) +1 24.03.13 318 12 13쪽
25 여정의 시작 (9) 24.03.12 326 12 15쪽
24 여정의 시작 (8) 24.03.11 339 12 13쪽
23 여정의 시작 (7) 24.03.10 363 14 14쪽
22 여정의 시작 (6) +1 24.03.09 375 13 15쪽
21 여정의 시작 (5) 24.03.08 392 11 15쪽
20 여정의 시작 (4) +2 24.03.07 423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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