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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하층민이 기사재능을 타고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강제이
작품등록일 :
2024.02.19 19:39
최근연재일 :
2024.04.06 10:2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7,956
추천수 :
659
글자수 :
287,253

작성
24.04.0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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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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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5)

DUMMY

또각, 또각.


브웨인의 말이 절도 있는 걸음으로 나서자 베어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어떤 떨거지가 덤비는 것이냐?”

“시끄러우니 그냥 덤비거라.”

“하하! 마스터 카이께 가르침을 받은 내게 선공을 양보하는 것이냐?”


기사들의 전설을 거론하며 거만하게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 브웨인은 기가 찼다.


“마스터 카이? 그분께서는 사자심왕과 함께 전투를 치른 인물이거늘 브란호스의 떨거지 따위가 그 고귀한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이냐?”

“흥, 마스터 카이는 전국을 방랑하며 숱한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늙은 사자와 겨루어 승리를 따냈지.”

“네놈이 감히 사자심왕을 모욕하는 것이냐?”


브웨인이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자 베어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자는 보통이 아니구나.’


오랜만에 느끼는 긴장감.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베어는 공기의 감촉과 냄새, 그리고 힘차게 뛰는 자신의 심장소리도 명백하게 들을 수 있었다.


‘나와 호각인 인물···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지.’


베어는 긴장도 풀고 상대방도 도발할 겸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네놈이 깍듯이 모시는 자는 아르도르의 문장을 가지고 있더군. 곱상하게 생긴 것이 귀족 아가씨를 후리기 좋게 생겼더구나. 그런 자를 모실 바에 차라리 나를 주군으로 모시는 게 어떻겠느냐?”


그 말에 브란호스의 진영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브웨인의 호통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네에에! 이노오오오옴!!!]


지축을 흔드는 호통소리에 땅에 발을 붙인 자들은 비틀거렸고 하늘을 나는 새들은 무리를 벗어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단번에 브웨인이 달려들었지만 베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구석에 몰린 사냥감 마냥 두려움에 찬 눈으로 브웨인을 바라볼 뿐이었다.


“감히 그 더러운 입을 놀리다니! 죽음으로 단죄하겠다!”


쐐에에에엑!


빌리가 번쩍이자 대기는 비명을 질렀다. 뒤늦게 베어가 무기를 들어 보였지만 이미 떨어져 나간 그의 상체는 왼팔만 겨우 허우적거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철퍽.


오른쪽 위에서부터 사선으로 내려쳐진 빌리는 베어의 오른팔만 남겨둔 채 그의 상체를 몸에서 때어내 버렸다. 참담한 모습에 전장의 모두가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시체의 모습보다 충격적인 건 그가 전신 판금갑옷을 입은 기사를 단 한합 만에 반 토막 내었다는 사실이었다. 충격적인 모습에 경악에 찼던 사람들의 눈에 서서히 공포가 물들기 시작했다.


또각, 또각.


브웨인이 천천히 말을 몰고 진영으로 돌아오는 동안 누구 하나 제대로 숨소리를 내는 자가 없었다. 오직 도널드와 스터치만이 그를 반겨줄 뿐이었다.


“고생했다.”

“작은성! 역시 대단하오!”

“고작 저런 자에게 쩔쩔매다니··· 저자들이 너무나 한심해 한 공간에 있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네가 대단한 거지 저들이 약한 게 아니다.”


그 말과 함께 도널드는 그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구나. 이것을 쥐고 마음을 다스리거라.”

“네. 형님.”


술잔에 남은 건 이미 비운 데운 술의 온기가 아닌 동생을 생각하는 형의 마음이었다. 그 진심어린 마음에 브웨인은 작게 미소 지었다.


그들이 다가오자 병사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섰다. 기사들 역시 그들의 등장에 마른침을 삼켰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사이 스코필드의 눈에 적의 움직임이 들어왔다.


“적이 군을 물린다.”


그 말과 함께 모두의 시선이 전진을 향했다. 서서히 군을 물리고 있는 적의 모습에 스코필드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적이 후퇴한다! 지금이 적에게 타격을 줄 기회다! 모두 전투를 준비하라!”


다급하게 병사들을 독촉한 뒤 스코필드는 말에 올라탔다.


“기사들은 당장 출정준비를 하라! 지금이 기회다!”


말을 몰고 뛰쳐나가는 스코필드와 그의 뒤를 따르는 기사들을 보며 도널드는 그 뒤를 따랐다.


“스코필드 경, 보병들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진 것 같습니다. 잠시 군을 통솔한 뒤 추격을 계시하시지요.”

“그대의 동생이 목숨을 걸고 만들어 준 기회를 허망하게 날릴 생각이오?”

“적 기사단에게 큰 피해를 받았으니 아군도 적에게 피해를 주어야 하오. 지금 상황이 우리가 당한 것과 같은 상황인데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도널드 경께서는 한 번 당해본 일에서 배우는 게 없소?”


기사들의 핀잔에 도널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좀 위험해 보인다.’


기사단의 돌진에 도망친 아군과 달리 적은 차분하게 후퇴를 하고 있었다. 이 상태로 충돌한다면 기사단은 피해를 주긴 커녕 포위를 당해 섬멸 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충돌직전에 적이 와해될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은 안전한 게 제일이겠지···’


이미 큰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는 좀 더 조심하는 게 낫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결국 도널드는 전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한 게 있으니 내 입으로 군권을 달라고 할 수 없지.’


생각을 마친 도널드는 스코필드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스코필드 경, 이대로 가면 위험합니다. 보병과 합류하는 게 보다 안전한 방법입니다.”


한시가 바쁜데 도널드가 계속 말을 거니 스코필드는 짜증이 났다.


“그럼 도널드 경께서 보병을 이끄시오!”


그 말에 도널드는 눈을 빛냈다.


“총사령관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롱테르는 눈을 크게 떴다. 적의 기사가 유유히 사라지는 동안에도 롱테르는 그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전신 판금갑옷을 단 한합 만에 가르다니···”

“말도 안되는 자가 적진에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기사들의 물음에 롱테르도 정신을 되찾았다.


“지금 병사들은 두려움보다는 충격에 휩싸인 상태일 걸세. 이럴 때 실행할 수 있는 간단한 명령을 내리면 서서히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걸세.”

“그럼 무슨 명령을 내릴까요?”

“전군을 서른보 뒤로 물리게. 그 뒤에는 또 다시 서른보를 물리는 식으로 반복해서 명령을 내리면 조금씩 군의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을 걸세.”

“알겠습니다. 전군! 서른보 뒤로 물러난다!”


명령이 떨어지자 멍청하게 서있던 병사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명령을 수행하고 다시 이행하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병사들의 반응속도는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평소수준으로 명령에 반응할 때쯤 기사들의 눈에 적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적 기사단이 돌격해오고 있습니다!”

“흠, 다행히 병사들은 혼란에서 빠져나온 모양이군. 하지만 적은 그러지 않은 모양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세를 탄 적 기사단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전신 판금을 두 동강내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건 우리뿐만이 아닐세.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기사단만 급히 운용하는 건 무리수지.”


롱테르의 말에 적진을 살피자 그들은 어수선한 적 보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통솔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군요.”

“우리가 혼란에 빠졌다고 판단하고 급히 기사단을 움직인 게지. 하지만 우리는 혼란을 수습했고 적은 아직 그러지 못했다. 이제 적의 계략을 되돌려줄 차례다.”


그 말과 함께 롱테르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기사단은 진영의 가장 뒤로 빠진다. 징집병을 전면에 배치하고 그 뒤에 정규보병을 배치해 적 기사단을 맞이한다.”


혼란을 수습한 군이 명령을 수행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진영이 갖춰지기 무섭게 적 기사단이 징집병을 들이박았다.


콰과과과과!


끔찍한 충돌음과 함께 징집병들의 비명소리가 전장을 가득 채웠다.


“으아아아아!”

“겨우 징집병이다! 이들에게 발목을 잡힐 시간이 없다!”

“이들을 단번에 돌파하고 적의 본대를 친다!”


스넬에슨의 기사들 역시 정예. 이들의 위용은 징집병을 흩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브란호스의 징집병들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스넬에슨의 기사들은 쉽게 이들을 뚫고 나갈 수 있었다.


“징집병 따위는 무시한다! 혼란의 빠진 적의 본대에 피해를 줘야 한다!”


호기롭게 적의 본대를 치기 위해 기사단은 돌진했지만 그들의 맞이한 건 차분히 적을 기다리고 있는 적이었다.


“궁병은 사격을 개시하고 보병은 적 기사단을 향해 돌진한다. 기사단 일부는 군의 양옆으로 찢어져 적 기사단을 감쌈과 동시에 징집병을 통솔해 포위망을 형성한다.”

“알겠습니다!”


적이 능숙하게 대처하자 스코필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순 없다! 기사단, 돌격하라!”


화살비가 쏟아졌지만 마갑과 갑주를 갖춘 기사에게 큰 피해를 주진 못했다. 애초의 쇠뇌의 느린 장전속도와 낮은 명중률도 기사들의 생존에 한몫 했다.


갑주와 방패에 화살이 꽂힌 채 돌격하는 기사단을 우롱하듯이 브란호스의 기사들은 그들을 양옆으로 비켜가며 소리를 질렀다.


“누구든지 기사를 잡는 자는 그 무구와 말을 노획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그 말에 공포에 질렸던 징집병들의 눈에 탐욕이 깃들기 시작했다.


“기사의 무구와 말···”


엄청난 가치를 지닌 기사의 장비와 말, 이것을 얻는다면 인생을 역전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총사령관의 약속이다! 기사를 잡는 자는 그 무구와 말을 노획할 권리를 주겠다!”


절로 용기가 북돋아지는 말에 징집병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군 기사단은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고 정규보병은 용감히 적 기사단과 싸우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징집병들의 눈에 적 기사들은 공포의 대상이 아닌 인생역전의 기회로 보이기 시작했다.


“황금 고블린을 잡아라!”

“기사 하나만 잡으면 편하게 살 수 있다!”


이리저리 도망친 징집병이 기사단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자 더 없이 완벽한 포위망이 형성되었다. 갑작스러운 물량공세에 스넬에슨의 기사들은 당혹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 이놈들이!”


기사의 창칼에 징집병들은 힘없이 쓰러졌다. 동료의 죽음은 공포로 되돌아 와야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동료의 죽음은 곧, 자신의 기회로 직결되는 상황이었다.


“끝도 없이 밀려옵니다!”

“무슨 수를 썼길래 이놈들이 미친 듯이 달려드는 거야!”

“기사들이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적 기사단이 온다면···”


콰과과과과!


충돌음과 함께 스넬에센의 기사들이 말에서 떨어지자 징집병들이 그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미친! 아군을 깔아 뭉개고 돌진한 거냐?”

“흥, 롱테르 경이 그런 수를 쓸 것 같으냐?”


정규보병의 길을 연 뒤 남은 기사를 돌진시킨 그의 수는 제대로 들어갔다.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감에도 스넬에센의 기사들은 끝까지 저항했다.


“적 기사단과 난전을 유도해라! 보병이 쉽게 덤빌 수 없게 만들어!”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지만 기사는 기사였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아군 기사를 떨어뜨리는 적의 모습에 롱테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군. 하지만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롱테르의 말대로 적의 기사단은 점점 더 빠르게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이윽고 모든 스넬에슨의 기사가 말에서 떨어지자 진영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겼다아아아!”

“기사를 잡았어!”

“이제 나도 부자다!”

“와아아아아아!”


흥분한 병사들을 보며 롱테르는 명령을 내렸다.


“약속한대로 포로를 잡은 자에게는 노획할 기회를 줄 것이다. 적의 기사단을 잡았지만 아직 전투가 끝난 건 아니다.”

“머리를 잃은 몸통이 무얼 하겠습니까? 그냥 적당히 겁을 주면 알아서 항복할 것입니다.”

“그러길 바라야겠지만 전투는 바람대로 되는 게 아닐세. 모두 전투준비를 갖춰라!”

“명령이다! 전군! 전투준비를 갖춰라!”


명령을 내렸지만 탐욕에 눈이 먼 병사들은 쉽게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보다 못한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드는 순간 전방에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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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5) 24.04.03 11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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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3) 24.04.01 125 7 13쪽
42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2) 24.03.28 143 7 15쪽
41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1) 24.03.27 173 9 12쪽
40 더 넓은 세계로 (3) 24.03.26 226 12 13쪽
39 더 넓은 세계로 (2) +1 24.03.25 267 12 13쪽
38 더 넓은 세계로 (1) +1 24.03.25 276 12 15쪽
37 영지로 +1 24.03.24 332 12 16쪽
36 부디 행복하길 (3) +1 24.03.23 289 11 12쪽
35 부디 행복하길 (2) 24.03.22 281 13 14쪽
34 부디 행복하길 (1) 24.03.21 286 14 14쪽
33 다만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았을 뿐 24.03.20 285 14 12쪽
32 누구에게나 봄은 온다 24.03.19 296 11 18쪽
31 봄이여 오라 (2) 24.03.18 305 13 13쪽
30 봄이여 오라 (1) +1 24.03.17 319 14 12쪽
29 유지를 잇는 자 (3) 24.03.16 314 14 15쪽
28 유지를 잇는 자 (2) +1 24.03.15 310 15 12쪽
27 유지를 잇는 자 (1) +1 24.03.14 329 13 11쪽
26 여정의 시작 (10) +1 24.03.13 318 12 13쪽
25 여정의 시작 (9) 24.03.12 326 12 15쪽
24 여정의 시작 (8) 24.03.11 338 12 13쪽
23 여정의 시작 (7) 24.03.10 362 14 14쪽
22 여정의 시작 (6) +1 24.03.09 375 13 15쪽
21 여정의 시작 (5) 24.03.08 392 11 15쪽
20 여정의 시작 (4) +2 24.03.07 423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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