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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하층민이 기사재능을 타고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강제이
작품등록일 :
2024.02.19 19:39
최근연재일 :
2024.04.06 10:20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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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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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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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6)

DUMMY

적을 향해 달려가는 아군 기사단을 먼저 보낸 뒤 도널드는 아르도르의 기사와 동생들과 함께 보병을 향해 돌아갔다.


“큰성! 이렇게 돌아가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소!”

“기사단이 적에게 도달하는 속도보다 적이 혼란에서 빠져나오는 속도가 빠를 것 같구나. 기사단만으로 승부를 보는 건 너무 위험해 보여.”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 아무리 천지를 분간 못하는 머저리들이지만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으니 꽤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못해도 보병들을 통솔할 시간은 벌어 줄 겁니다.”

“그러길 바래야지.”


정신없이 기사단의 뒤를 쫓던 보병들은 도널드가 돌아오자 화색을 띄었다.


“도널드 경!”

“대열이 엉망이군. 모두 대열을 갖춰라! 추격은 그 뒤에 이루어진다!”


맨 앞에 섰던 보병들이 정지하자 뒤따르던 이들도 하나둘씩 그 뒤에 쌓여 대열을 이루기 시작했다.


“아군 기사단이 적의 중심부를 뚫고 들어가고 있으니 일이 잘못되어 포위를 당한다면 적의 중앙이 가장 강한 형태를 띄게 될 거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보통 방패진을 짤 때 병사들은 방패를 왼손에 들고 밀집해 자신의 왼쪽에 있는 자를 지키게끔 한다. 그러니 가장 오른쪽에 선 자는 아군의 방패에 보호를 받지 못하지. 즉, 적의 우군이 가장 방어에 취약한 부분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큰성!”

“그러니 우리는 좌군에 가장 많은 병사를 편성해 적의 우군을 돌파하여 적을 포위한다. 적이 가장 많이 배치되어 있는 중앙은 그 다음 많은 수를, 마지막으로 우군에 가장 적은 수를 배치해 적이 포위를 뚫지 못하게끔 버틴다.”


도널드의 설명에 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큰성! 그럼 좌군이 가장 중요한데 누가 좌군을 이끌면 되겠소?”

“둘째의 위용은 모두가 지켜본 바, 아군은 기꺼이 둘째의 뒤를 따를 것이고 적은 금세 겁을 먹을 것이다. 브웨인, 좌군을 맡아 적을 돌파할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형님.”


브웨인이 자신있게 대답하자 도널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스터치. 너의 위용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가장 약한 우군을 맡아 적의 공세를 버틸 수 있겠느냐?”

“물론이오! 큰성! 걱정하지 마시오!”

“그래, 그럼 내가 중앙을 맡아 적을 막아보겠다. 병사의 비율은 좌군부터 5:3:2. 작전의 핵심은 좌군이 적을 돌파하고 중앙군과 우군이 적의 돌파를 저지해 이런(ㄴ) 모양으로 적을 포위, 섬멸하는 것이다."


도널드가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작전을 설명하자 기사들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모두 대열을 정비하고 단숨에 몰아친다.”


전방에서 적이 튀어나오자 브란호스의 기사들은 급히 명을 내리기 시작했다.


“적이다! 모두 전투를 준비하라!”


하지만 탐욕에 물든 병사들은 이전과 같은 신속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거기에 스넬에슨의 기사단이 마지막가지 저항하며 난전을 유도한 덕분에 대열을 갖추는 건 더욱 어려워 보였다.


“기사단을 잡으면 보병들은 절로 흩어질 줄 알았건만···”

“아무래도 그자가 뒤에 남았던 모양이야.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어.”

“그자라면 숲에서 기만책을 쓴 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이런 상황에서 병사를 통솔해 달려들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은 그자뿐이겠지. 한 방 먹었군 그래.”


롱테르는 헬멧의 바이저를 내리며 검을 뽑았다.


“얼핏 보기에는 아군이 유리해 보이지만 이대로 격돌하면 어려운 싸움으로 이어질 걸세. 모두 전투에 대비하게.”

“이미 적은 아군 기사단에 의해 매운맛을 봤습니다. 조금만 겁을 주면 금방 달아날 겁니다.”

“내 생각은 좀 다르 군. 저기를 보게나.”


롱테르가 가리킨 곳을 보자 전방에서 군을 이끌고 있는 스넬에슨의 기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기사들이 전방에서 용뱅하게 맞서 싸우자 병사들은 기꺼이 그 뒤를 따랐다. 맹렬하게 몰아붙이는 적의 모습에 기사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적 기사를 먼저 떨어뜨리겠습니다.”

“조심하게. 베어 경을 잡은 자를 기억하겠지?”

“숫자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이지요.”


고위기사들이 나섰음에도 롱테르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적이 달려들자 가장 먼저 도망친 자들은 전공을 세운 병사들이었다.


“살아 돌아가면 인생역전인데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잃을 게 많다면 겁도 많아지는 법. 무구를 노획할 권리를 얻은 병사들은 절대 죽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전군에 공포가 전염되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탐욕을 자극해 용기를 불어넣은 브란호스의 전략은 독이 되어 스스로의 목을 옥죄어 왔다.


거기에 좌군을 이끄는 브웨인의 위용은 실로 남달랐다. 빌리가 번쩍일 때마다 적은 훈련용 짚단 마냥 힘없이 쓰러졌다.


“베, 베어 경을 쓰러뜨린 자다!”

“도망가!”


브웨인을 알아본 병사들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좌군은 보다 쉽게 적을 돌파할 수 있었다. 뒤늦게 나마 기사들이 그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브웨인은 누비갑옷이든, 사슬갑옷이든, 판금갑옷이든 전부 공평하게 찢어버렸다.


“괴, 괴물이다!”

“저, 저건 사람이 아니야···”


용기란 어디서 오는 것인가? 강인한 육체? 반복된 훈련? 높은 지위나 고귀한 태생? 아니다. 용기는 안전함에서 나온다.


토너먼트의 관중들은 패배한 기사를 향해 온갖 막말을 쏟아낸다. 하지만 정작 그와 단둘이 있을 때 그런 막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훌륭한 갑주를 입어 전투에서 죽을 가능성이 낮을 때 그들은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게다가 포로는 후한 몸값을 요구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전리품으로 포로가 되더라도 기사가 죽임을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런 환경이 기사를 용맹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앞에는 지금 것 그들이 알고 살아왔던 상식을 깨부수는 인간이 날뛰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죽음.


브웨인에게 걸리면 말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이승을 하직한다. 눈앞에 있는 죽음의 공포에 기사들 마저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저, 저건 아니야···”

“저런 걸 어떻게 상대하라는 거지?”


기사들의 기세마저 꺾였는데 병사들의 모습은 볼 것도 없었다. 순식간에 우군이 돌파 당하자 롱테르는 명령을 내렸다.


“포위당하면 안된다! 적의 중앙을 뚫어라!”


적의 우군을 공략하는 게 좋겠지만 아군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자 그는 중앙을 우선 공략할 것을 명했다. 그 역시 중앙군에 합류해 적과 맞서 싸웠다.


“저자가 그 인가?”


전신 판금갑옷을 입고 활을 다루는 자의 모습은 유독 눈에 띄었다. 그가 활을 쏘는 족족 안면이 사슬갑옷을 입은 기사들은 말에서 떨어지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촉이 가늘고 긴 화살로 사슬갑옷을 공략한다 해도 급소를 맞추지 못한다면 기사를 떨어뜨리지 못할텐데··· 게다가 할버드를 다루는 솜씨도 훌륭하군. 하지만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뛰어난 자이긴 했지만 순식간에 우군을 돌파한 그자에 비하면 할만한 상대였다.


“밀어 붙여라! 아군의 수가 더 많다! 포위를 벗어나면 적의 계략을 파훼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에게는 그가 간과한 인물이 하나 더 있었다.


“으아아아!”


겁에 질린 병사와 기사들이 중앙군을 향해 도망쳐오자 롱테르는 인상을 썼다.


“기사라는 작자들이 도망을 치다니! 그대들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오?”

“괴, 괴물이 있습니다!”

“방패든 갑주든 전부 뚫어 버리는 창귀입니다!”

“그런 자가 하나 더 있어?”


기사단을 잡기 위해 한곳에 모인 적을 잡기 위해 강자를 양쪽 날개를 배치한 뒤 돌파하여 포위 전략을 쓴 적의 계책은 옳았다. 하지만 중앙이 뚫린다면 양쪽 날개는 몸통을 잃고 방황할 게 분명했다.


“좋아, 자신이 있다 이거지? 그럼 전력으로 상대해주마.”


전투는 갈수록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복잡한 전투의 양상속에서도 도널드는 꾸준히 전황을 살폈다.


제 역할을 확실하게 해 준 브웨인과 스터치의 모습에 도널드는 할버드를 붙잡았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중앙군이 버텨 주기만 하면 좌우군이 착실하게 적을 섬멸할 것이었다.


“아아아아악!”

“커헉!”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곳곳에서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병사들은 쉽게 도망치지 않았다.


지금 그들의 앞에는 자신들을 이끄는 자가 꿋꿋하게 남아 전장을 지키고 있었다.


하찮은 잡일에도 기꺼이 나서는 그. 부상자가 있다면 가장 먼저 달려가 사람을 먼저 건져내는 그. 가진 것이 있다면 작은 것도 내어 함께 나누던 그.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병사들은 그를 두고 전장을 벗어날 생각이 없었다. 결국 포위를 당한 채 스넬에슨의 중앙군을 뚫지 못한 브란호스의 병사들은 항복을 하기 시작했다.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항복하는 자는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엎드려라! 항복하는 자를 함부로 베지 마라!”


스넬에슨이 항복을 받아드리자 브란호스의 병사들이 항복하는 속도는 점차 빨라졌다. 결국 브란호스의 병사들은 전부 붙잡히는 꼴을 면치 못했다.


“이, 이겼다!”

“와아아아아!”


마지막 적이 항복하자 스넬에슨의 진영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적의 수뇌부가 포박된 채 끌려오자 도널드가 입을 열었다.


“누가 총사령관 이시오?”

“나요.”

“스넬에슨의 도널드요.”

“브란호스의 롱테르요. 그대의 용맹과 지략에 경의를 표하오.”


패배를 인정하는 그의 모습에 도널드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운이 좋았을 뿐이오. 첫번째 교전에서 그대가 밀어붙였다면 입장은 뒤바뀌었겠지.”

“지나간 일을 뒤집을 순 없는 법. 어떤 변명도 패배에 이유가 될 순 없소. 패장을 더는 욕보이지 말아 주시구려.”


그의 말에 도널드는 헛기침을 했다.


“첫번째 참전이라 말이 많았군. 내 경솔함에 사과드리겠소.”

“첫번째 참전?”


기가 찬 롱테르를 뒤로 한 채 도널드는 포로가 된 아군 기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도널드 경! 어서 풀어주시오!”

“가히 훌륭한 전투였소! 내, 국왕폐하께 도널드 경의 공은 확실히 전달하겠소!”

“오늘의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소이다!”


박쥐와 같은 그들의 태도에 브웨인과 스터치는 얼굴을 구겼다. 아무리 불쾌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군을 저렇게 놔둘 순 없는 노릇이니 그들은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말을 삼켰다.


도널드 역시 불쾌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에게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가 기사들을 향해 다가가는 순간 아내의 목소리가 머릿소에서 맴돌았다.


-그들은 뱀과 같은 자들입니다. 적을 베어 얻은 전공이 아닌 같은 왕국사람을 온갖 음해와 누명, 모략으로 몰아내어 권력을 쥔 자들이니 반드시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내의 말에 도널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명성이나 권력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들을 풀어준다면 반드시 전공을 빼앗기겠지만 그것 역시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만일 그들이 사실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혼자였다면 그저 세상을 떠돌며 방황하는 삶을 살았겠지만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건 아니지···”


홀로 중얼거리던 그는 결심을 세웠다. 자신만 바라보는 아내에게 오명을 뒤집어쓴 채 쫓기는 삶을 살게 할 순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자신에게 기꺼이 사랑을 베풀어준 아내. 공허한 마음 속에 한 줄기 온기가 되어준 그녀를 위해서라면 그는 기꺼이 비열한 인간이 될 수 있었다.


결정을 내린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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