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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하층민이 기사재능을 타고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강제이
작품등록일 :
2024.02.19 19:39
최근연재일 :
2024.04.06 10:2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7,992
추천수 :
659
글자수 :
287,253

작성
24.03.24 10:20
조회
332
추천
12
글자
16쪽

영지로

DUMMY

“커어어어어.”


힘찬 코골이 소리와 함께 눈을 떤 도널드는 목과 하복부에 느껴지는 무게감에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자신의 목에 얹어진 뽀얀 팔과 하복부를 누르고 있는 다리의 모습에 그는 팔다리를 활짝 펴고 자고 있는 아내를 추스리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순간 눈을 뜬 그녀가 도널드를 바라보았다. 애정이 넘치는 눈과 미소가 번진 입가는 아침햇살을 머금어 빛이 났다.


“일어나셨어요?”

“아, 네.”


어색해하는 그를 보며 묘한 미소를 짓던 그녀는 슬쩍 손을 남편의 허벅지에 올렸다.


“!”


화들짝 놀라는 그의 모습에 데리아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서방님, 보기보다 귀여운 구석이 있으시네요.”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는 급히 침대에서 벗어났다.


“아, 아침식사를 하러 가시지요.”


당황해하며 옷을 입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을 잠시 감상한 뒤 그녀는 슬쩍 뒤로 돌아누우며 이불을 덮어썼다.


“흑흑, 이제 저를 가지셨으니 제게 흥미가 식으신 건가요?”

“무, 무슨 말씀이신지···”


“방금 일어난 새신부에게 따스한 품 한 번을 허락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시다니··· 너무 하세요.”


데리아가 이불을 더욱 깊게 눌러쓰자 도널드는 당황해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부, 부인 일어나시지요.”


도널드가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는 순간 몸을 돌린 데리아는 남편의 옷깃을 붙잡았다.


“읍!”


단번에 입술을 잡아 먹힌 뒤 예상치 못한 잡아당기는 힘에 그녀의 위로 엎어진 도널드는 아내를 짓누르지 않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 순간 데리아의 손이 그의 뒷머리를 움켜쥐고 양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쌌다.


“읍읍!”


아내가 다칠까 힘을 쓰지 못하던 그는 결국 아내의 감싸 안고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몸이 뜨자 놀라 눈을 뜬 데리아는 자신을 안은 채 들어올린 남편의 모습에 그에게서 입을 땠다.


“와아···”


데리아의 눈이 풀리자 이를 감지한 도널드는 재빨리 그녀를 침대에 앉혔다. 그가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아내를 앉히는 순간 데리아가 양손으로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부, 부인?”


데리아가 그를 누르기 시작하자 도널드는 양손으로 침대를 붙잡고 버티기 시작했다.


“해, 해가 중천에 떴습니다!”

“그래서 뭐요? 남편의 의무를 다 하셔야지요.”


두 사람이 실랑이를 하는 사이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데리아의 힘이 빠지자 도널드는 재빨리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먼저 씻고 가겠네.”

“알겠습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대답에 도널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반면 자신과 멀찍이 떨어진 남편을 노려보며 데리아는 옷을 입은 뒤 이부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칫.”


그녀가 혀를 차자 도널드는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그녀의 곁을 지켰다.


“부, 부인, 화가 나신 건 아니지요?”


그녀는 자신에게 달려들지 않는 남편의 태도에 서운하긴 했지만 여자에게 미쳐 있는 남자보다는 여인에게 어눌한 모습을 보이는 그의 모습이 더 마음에 들었다.


“화 안 났어요.”


피가 묻은 침대보를 곱게 개 소중하게 궤에 보관한 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시죠.”

“네, 부인. 식사자리에서 뵙겠습니다.”


평정심을 되찾아가는 그의 모습에 데리아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식사를 하지 않으실 겁니까?”

“그게 아니라 목욕도 같이 해야지요.”

“쿨럭.”


남편을 놀리는데 맛을 들인 데리아는 그의 옆구리를 살짝 찌르며 말했다.


“이번에도 빼면 화낼 거예요.

“아, 알겠습니다.”


주눅이 든 남편의 모습에 그녀는 작게 미소 지었다.


“농담이에요. 편히 씻고 식사자리에서 뵈어요.”


아침잠이 많을 신혼부부의 식사는 따로 준비되었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낸 뒤 도널드는 백작을 찾아갔다.


“좋은 꿈은 꾸었나?”

“네···”


초췌한 그의 모습에 백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자네 꼴을 보아하니 내년이면 손주를 보겠구먼.”

“노,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아들녀석이 아직도 결혼을 안 했으니 자네라도 닦달해야지. 자네처럼 결혼을 일찍 하는 게 부모에게 효도하는 일 일세.”

“로스프 경은 왜 아직도 결혼하지 않으신 겁니까?”

“손주를 보고 싶으면 재산상속을 먼저 해달라는 둥 헛소리를 하더군. 지참금을 넉넉하게 준다고 해도 영지를 달라고 난리야. 자기 결혼문제로 부모를 협박하는 놈은 그 놈밖에 없을 거네.”


길게 한숨을 쉬는 백작의 모습은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


“그리고 로스프 경이 뭔가? 이제 형님이라고 해야지.”

“로스프 경이 저를 매제로 인정할지 모르겠습니다.”

“가족끼리 그렇게 선을 그어놓고 살면 안되네.”

“아직은 좀 힘들 군요. 죄송합니다.”


도널드의 신분을 알고 있던 백작은 그가 이런 상황을 어려워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겠지. 영지로는 곧 떠날 생각인가?”

“네. 오늘 가보려고 합니다.”

“어제 그 난리를 겪어 좀 더 머무를 줄 알았더니···”


서운해하는 백작의 모습에 도널드는 입을 열었다.


“물려받은 영지를 잘 관리하는 것도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둘러보고 자주 내려오겠습니다.”

“그래, 알겠네.”


집무실을 나가기 전 도널드는 백작의 책장을 둘러보았다.


“책을 좋아하는 가?”

“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책을 읽으라고 배웠습니다.”

“훌륭하군. 원하는 책이 있다면 가져가도 좋아.”


그의 말에 도널드는 책을 한 권 뽑아 들었다. 특이한 책 제목에 그는 중얼거렸다.


“참전하는 군인을 위한 손가의 전략지침서···”

“그건 먼 타지에서 온 귀한 책이네. 번역하는데만 어지간한 필사본 몇 십 권 값을 주었지. 비싼 값을 주고 구했지만 ‘사위’가 원한다면 기꺼이 내주지.”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그 말에 백작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집무실을 나오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데리아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와 무슨 대화를 나누셨나요?”

“아, 곧 떠날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의 말에 데리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께서 손주를 보고 싶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았나요?”

“하셨습니다만···”


그의 말에 데리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몇 명이나 안겨드린다고 말씀드렸나요?”

“거기까지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만 둘 정도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데리아는 눈을 크게 뜨며 그에게 바짝 다가섰다.


“무슨 말씀이세요! 열명은 낳아야지요!”

“쿨럭.”


도널드가 기침을 시작하자 데리아는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백 번 양보해도 다섯이에요. 가문의 대를 이을 후사를 낳는 건 아내의 의무예요.”

“의무때문에 아이를 낳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영애의 삶은 이렇답니다. 저희는 이렇게 교육을 받아요. 그리고···”


데리아가 도발적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제가 의무 때문에 서방님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쿨럭쿨럭!”


도널드가 기침을 하자 데리아는 웃으며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결혼까지 하신분이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시는지.”

“오, 오늘 떠날 예정이니 부인께서도 떠날 채비를 해주십시오.”

“네, 서방님. 루드펄 저택에 좋은 침대가 있어야 할 텐데···”


도널드가 들으라는 듯이 그를 흘끗 쳐다본 뒤 몸을 돌린 그녀는 방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에 그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


동생들에게 떠날 채비를 하라고 지시한 뒤 그들은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떠날 준비를 마쳤다. 데리아가 타고갈 마차와 호위병, 그리고 하인들이 준비되자 그들은 아르도르 성을 벗어났다.


루드펄 마을로 향하는 길에 펼쳐진 청보리 밭을 보니 마음 속 근심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바람에 의해 살랑이는 청보리와 말 위에 오른 기사,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하는 바람.


기분 좋은 바람과 풍경을 즐기고 있는 도널드를 향해 데리아가 입을 열었다.


“청보리가 아름답지요?”

“네. 무척 보기 좋습니다.”

“이때쯤이면 포도꽃이 맺기 시작해요. 꽃이 지기전에 꼭 같이 보러가요.”

“네. 좋습니다.”


두 사람의 모습에 스터치가 입을 열었다.


“두 분 보기 참 좋소.”

“도련님들도 결혼하셔야지요.”

“둘째성이 가야 나도 하지 않겠소?”

“그런 게 어디 있겠느냐? 좋은 사람이 있다면 먼저 가거라.”

“어라? 큰성이 결혼을 안 했다면 둘째성은 분명 ‘형님께서 아직 혼자신데 어찌 내가 먼저 혼인을 생각할 수 있겠느냐?’ 라고 했을 거면서?”


스터치가 브웨인을 흉내 내자 도널드와 데리아는 소리 내어 웃었다.


“저, 정말 제가 저런 식으로 말합니까?”

“똑같구나.”

“비슷해요. 둘째 도련님.”


브웨인이 얼굴을 붉히자 세 사람은 더욱 소리를 높여 웃었다.


즐거운 여행길은 늦은 오후가 되어서 막을 내렸다. 루드펄 마을에 도착하자 촌장이 마을입구로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남작님과 마님을 뵙습니다.”

“반갑네.”

“먼 길을 오셔서 피곤하실 테니 즉시 저택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촌장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저택은 훌륭한 외관을 자랑했다.


“훌륭한 저택이군.”

“네. 노스가드와 가깝고 기름진 땅을 가진 루드펄 마을은 역대 아르도르 백작님들이 자주 머물던 곳입니다. 그러니 편의시설도 충분히 갖추고 있지요.”

“이런 좋은 지역을 선뜻 내주시다니. 백작님께서는 큰성이 정말 마음에 드신 모양이오!”

“나보다는 따님을 많이 아끼시는 거겠지.”


그의 말에 데리아는 얼굴을 붉혔다.


“오신다는 말을 듣고 내부도 깨끗하게 정리해 두었으니 당장 주무시는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고맙소.”

“네. 그럼 편히 쉬지요.”


촌장이 물러나자 그들은 저택으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넓은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짐을 풀고 식사를 마친 뒤 그들은 일찍 잠에 들어 여독을 풀었다.


날이 밝자 이른 아침식사를 마친 도널드는 동생들과 대련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큰성! 오늘은 일찍 나오셨소?”

“무기를 잡지 않으니 감각이 녹스는 기분이구나.”

“고작 하루가지고 엄살은! 이렇게 일찍 나오면 형수가 섭섭해하지 않으시오?”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더구나. 부인은 괜찮으니 걱정 말 거라.”


아침 훈련을 마친 그는 곧바로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을은 평화로워 보였다. 주민들은 건강했고 거리와 시설은 잘 정비돼 있었다.


그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지만 곧 촌장이 그에게 달라붙자 주민들은 그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남작님! 이른 시간부터 어찌 행차하셨습니까?”

“그냥 마을을 둘러보고 싶었네.”

“그럼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촌장께서는 바쁠 테니 자신의 업무를 보게.”

“남작님을 모시는 것보다 중한 일이 있겠습니까?”

“큰성! 이제 영주님처럼 보이오!”


촌장의 말에는 아부가 섞여 있었다. 그가 아첨하는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그를 지켜보던 도널드는 잔뜩 얼어 있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니 촌장은 촌장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그의 말에 촌장은 감격에 찬 눈으로 그를 올려보았다.


“그럼 남작님을 모실 사람을 불러오겠습니다.”


주민들은 느긋해 보여도 각자의 삶이 있었다. 하다못해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여인들도 틈틈이 삯바느질을 하며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애썼다.


용병생활을 하며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본 도널드는 불필요한 일로 주민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모두 생업을 해야 하는데 이런 일에 주민을 동원시킬 순 없지. 정말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게.”


끄트머리를 잡기 위한 미끼가 아닌 진심이 담겨 있는 그의 말에 촌장은 도널드를 흘긋 쳐다보았다.


‘이분은 뭔가 다르다.’


이제 것 그가 봐왔던 귀족은 거드름을 피우며 주민들을 귀찮게 했다. 그나마 귀찮은 정도면 다행이지 주민들을 못살게 구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런 자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최대한 주민들을 보호해온 촌장은 도널드의 태도에 흥미를 느꼈다.


‘평민출신이라 더 권위를 내세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우리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건가?’


어찌되었든 새로운 영주가 주민들에게 우호적인 건 다행인 점이었다. 촌장은 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물러났다.


촌장이 돌아가자 도널드는 우선 대장간을 찾았다. 작업을 하고 있는 대장장이를 굳이 멈춰 세우지 않은 채 그는 조용히 내부를 둘러보았다.


“굳이 저자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으니 너희는 여기 있거라.”

“네. 형님.”

‘나쁘지 않군.’


무구들의 상태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검을 한 자루 집어 가볍게 휘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검의 상태에 그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가 무구들을 감상하는 사이 대장장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케란도! 장작을 더 가져와!”

“네, 네!”


그의 조수로 보이는 자가 장작을 들고 뛰어오다 도널드와 눈이 마주쳤다.


“으헉!”


그가 장작을 떨어뜨리자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즉시 불호령이 떨어졌다.


“정신 안 차리냐!”

“죄송합니다! 손님이 계셔서 놀랐어요.”

“손님? 내가 귀가 얼마나 밝은데 거짓말을 하고 있어!”

“저, 정말입니다!”


억울한 표정을 짓는 그를 보며 도널드는 입을 열었다.


“미안하네. 주인장. 무구를 살펴 본지 꽤 되었어.”


그의 목소리에 대장장이는 작업을 멈추고 카운터 쪽으로 나왔다.


“아니, 오셨으면 주인을 불러야 할 거 아니오? 도둑놈처럼 거기서 뭐하고 계신거요?”

“미안하군.”

“미안하군? 말이 좀 짧···”


그 순간 대장장이의 머리속에 촌장의 말이 떠올랐다.


-이번에 오실 영주님께서는 무구를 좋아하신다는 소문이 있네. 반드시 자네를 찾을 테니 주의하게.

-촌장님이랑 함께 올 텐데 주의할 게 뭐 있겠습니까?

-그래도 인상착의는 기억해 두게. 흑발에 아주 젊은 분으로 뛰어난 무예를 지녔다고 하네. 특히 기척을 감추는데 아주 능하시다고 하더군.


촌장의 말을 떠올린 그는 천천히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를 훑어보았다.


‘흑발에 젊은 사람. 그리고 들어와서 무구를 살피는 동안 내가 눈치채지 못할 법한 사람···’


촌장이 말한 영주의 특징과 꼭 들어맞는 그의 모습에 대장장이는 허리를 깊게 숙였다.


“쇠, 쇤네가 영주님을 몰라 뵙습니다요!”

“처음보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겠는가? 자네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있었는데 이게 큰 실례였군.”

“아닙니다! 편히 둘러보시지요!”

“바쁜 사람을 붙잡아 둘 순 없지. 괜찮다면 자네 조수에게 대장간 소개를 부탁해도 되겠나?”

“아닙니다! 제 자식들을 저 녀석에게 맡길 수는 없지요! 제가 직접 영주님께 소개할 수 있는 영광을 허락해주십시오.”


자신도 모르게 술술 튀어나오는 아첨하는 말투에 대장장이는 스스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분명 권력자에 대한 두려움과 이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혓바닥이 본능적으로 발버둥친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조수에게도 무구를 맡기지 않는 자부심이라··· 역시 좋은 솜씨를 지닌 대장장이는 뭔가 다르군.”

“감사합니다.”

“검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던데 이 정도 실력이면 더 좋은 장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군.”

“물론입니다. 영주님께서 명을 내리신다면 최선을 다해 무구를 만들어 바치겠습니다.”

“흐음, 그럼 이런 것도 가능한가? 스터치.”

“네, 큰성!”

“들어와서 십자창을 보여주거라.”


스터치가 십자창을 탁자위에 올려놓자 대장장이는 조심스럽게 십자창을 살폈다.


“이, 이걸 어디서 얻으신 겁니까?”

“그건 맹세를 해서 알려줄 수 없네.”


그의 말에 대장장이는 십자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정도 무기는 북부민족이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습니다. 쇠를 다루는데 그들만한 이들이 없지요.”


대장장이의 말에 도널드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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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4) +4 24.04.02 110 7 13쪽
43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3) 24.04.01 125 7 13쪽
42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2) 24.03.28 143 7 15쪽
41 브란호스 국경지대 전투 (1) 24.03.27 173 9 12쪽
40 더 넓은 세계로 (3) 24.03.26 226 12 13쪽
39 더 넓은 세계로 (2) +1 24.03.25 267 12 13쪽
38 더 넓은 세계로 (1) +1 24.03.25 276 12 15쪽
» 영지로 +1 24.03.24 333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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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부디 행복하길 (2) 24.03.22 282 13 14쪽
34 부디 행복하길 (1) 24.03.21 286 14 14쪽
33 다만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았을 뿐 24.03.20 285 14 12쪽
32 누구에게나 봄은 온다 24.03.19 296 11 18쪽
31 봄이여 오라 (2) 24.03.18 305 13 13쪽
30 봄이여 오라 (1) +1 24.03.17 319 14 12쪽
29 유지를 잇는 자 (3) 24.03.16 314 14 15쪽
28 유지를 잇는 자 (2) +1 24.03.15 310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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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여정의 시작 (6) +1 24.03.09 375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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