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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의 소설

카인과 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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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1
작품등록일 :
2017.04.10 20:09
최근연재일 :
2017.05.11 19:5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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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
글자수 :
74,466

작성
17.04.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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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아벨은 카인에게는 알리지 않는다.

앞으로 당분간은 카인하고 말하고 싶지가 않다.

아벨은 오늘 수업을 들어간다.


마음이 흐트러졌으니 수업인들 집중은 되지 않는다. 앉아있기만 한다.

하루 종일 멍하게 있다. 어젯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아벨은 모르겠다.

내가 왜 벗었을까. 그건 으레 있었던 일이다. 아벨은 카인이 뒤척일 때 몇 번 잠옷을 벗고 몸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건 의식일 뿐이었다. 밤의 요정이 앗아가지 못한 카인의 영혼을 아벨이 훔쳐가는 의식이었다. 아벨에게는 그건 의식이었던 것인데 카인이 깨어나 달려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더 기분이 처참했던 건 카인을 거부한 것에 있다.


나는 그토록 카인이 안아주길 기다리지 않았던가.

아벨은 좀 더 깊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는 카인의 품을 기다렸는데 그 품에 안겨 사랑을 하려 했는데 왜 나는 그를 거부했을까.

나는 카인을 사랑하지 않는 건가.


그리고 왜 나는 이제 더 이상 카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가. 나는 왜 그와 나의 영원한 사랑에 종지부를 찍었는가.

아벨은 생각하면 할수록 알 수가 없었다.


그건 마치 계절의 변화와도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사시사철 우리는 살고 있지만 계절의 변화는 모른다. 문득 흘러가는 구름 한 점, 바람 한 움큼에 계절을 느낄 때쯤 우리는 나이를 먹고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계절이 변화하니 우리는 적응하며 사는 것이다. 우리는 절대로 계절에 주체적일 수가 없다.


우리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법 밖에는 살아가는 방법을 모른다.

그게 흘러가는 계절에 바뀌는 우리들의 얼굴 모습이고 마음 모양이다.

계절이 흘러가는데 우리는 그 의미를 잘 모른다. 그저 나이 한 살 더 먹겠구나 생각을 하지 아무도 계절이 흘러감에 따른 우리의 변화 그 자체를 이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아벨의 마음도 그와 같을 것이다.

이미 바람이 불었다. 그래서 바람결에 머리카락은 흩날리고 마음의 나이도 먹어 버렸다.

그러니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아벨의 변화에 카인도 변화하고 있다.

아벨은 자신이 변화하지 않으니 카인의 바람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이미 계절은 흘렀고 변화는 시작되었다. 이제 예전 같은 수는 없을 것이다.


아벨은 가만히 있으니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그동안 나는 이런 나의 내면을 가만히 두고 있었던 것일까.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는지 나는 전혀 몰랐던 걸일까.


나의 존재에 대해 또 다른 나를 대면한 지금.....

아벨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루 종일 아벨은 몸도 좋지 않았고 마음도 영혼도 좋지 않았다. 하루 종일 구역질이 나는 것만 같았다.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났다. 아벨은 LC를 찾았다.

LC는 아벨의 변화를 알아챌까. LC는 아벨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아벨은 LC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하루 종일 생각을 하는 것도 힘들어졌고 번민하는 것도 더 이상은 힘들다.

“LC, 나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별로 말하고 싶은 날이 아니야. 오늘 내 기분 정말 저조해. 그러니까 날 위로해줘.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말할 수는 없어. 미안해.”


아벨은 긴 문장을 한 번에 말하고 LC의 대답을 기다렸다.

LC는 아벨의 그런 면도 이해했는지 심각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그래, 아벨. 그런 날도 있는 거야. 매일 행복할 수는 없는 게 인생이기도 해. 오늘은 내가 위로해줄게. 내 집으로 가자.”


“고마워, LC”


LC는 매니저 차를 부른다. 그리고 아벨을 먼저 태우고 자신도 탄다.

그리고 LC의 집으로 간다. LC의 집은 도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근교에 있다.

“아벨, 오늘 부모님은 계시지 않아. 부모님은 공연 보러 가셨어. 그러니 편하게 있어도 돼.”


LC의 부모는 히피다. LC가 어렸을 때는 가난했다. 그러나 LC가 아이돌 락가수로 돈을 벌어들이자 LC의 부모는 LC의 경제력에 기대 살게 되었다.


LC는 어떻게 보면 소녀 가장이기도 했다. 때로는 LC의 어른스러운 면을 아벨은 존경하기도 했다.

LC는 오늘 아벨을 잘 돌봐준다.

“아벨, 오늘 넌 조금 아픈 거야. 내가 잘 돌봐줄게.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놓고 있어.”


LC와 아벨은 LC의 집에 도착한다. LC의 재력으로 산 집으로 근교에 위치해 공기도 좋고 큰 정원도 있다.

아벨은 LC의 집에 들어가 소파에 앉는다. 이곳에 있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아벨, 마실 것 좀 줄까?”


“응”


아벨은 고개를 끄덕인다. LC는 주스 한 잔을 가져다준다.

아벨은 주스를 마신다. 목으로 꿀꺽꿀꺽 마시는 모습을 LC가 쳐다본다.

가끔 아벨의 야성적인 모습을 LC는 바라볼 때가 많다.


아벨이 매우 여성스러워울 것 같지만 도발할 때를 보면 야성미가 흐른다.

아벨의 리드로 LC는 아벨에게 영혼을 빼앗기지 않았나.

아벨은 그 에너지를 어떻게 다스리고 사나 모르겠다.


아벨은 쉬고 싶어졌다.

하루 종일 신경 쓰느라 머리도 아프고 몸도 힘들었다.

“LC,나 네 침대에 가서 좀 자도 될까?”“응, 그래. 편한 옷으로 먼저 갈아입어.”


“그래.”


아벨은 LC의 부축을 받으며 2층으로 간다. LC의 방은 온통 음악과 관련된 포스터며 CD, 그리고 악기로 가득차 있다.

LC는 짐들을 잠시 밀어 넣으며 아벨을 침대 위에 눕힌다.

갈아입을 옷도 준다.


아벨은 LC의 옷으로 갈아입니다. 아벨은 LC의 냄새가 좋았다. 옷에서 비누 냄새가 난다.

그리고 아벨은 LC의 침대에서 잠이 든다. 아직 이른 저녁이지만 아벨은 오늘 하루 종일 피곤했다.

LC는 침대 맡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아벨이 자는 모습을 바라본다.

아벨은 참 예쁘다. LC는 특히 아벨의 입술이 마음에 든다.

활처럼 잘 구부러진 입매는 섹시하게 보일 때가 있다. LC는 아베을 볼 때마다 키스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벨은 깊은 잠이 들었다. 새근새근 자는 모습이 귀엽다.

LC는 자는 아벨의 머리카락을 살짝 만져보았다. 아벨이 깨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머리카락을 놓아주었다.


LC는 아벨이 자는 동안 요리를 할 생각이 든다. 아벨이 일어나면 뭐라도 먹여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LC는 이렇게 이런 식으로 아벨과 같이 사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아직은 둘 다 어리다. 후견인 없이 단 둘이 산다고 하면 양쪽 부모 모두 말릴 것이다.


하지만 LC는 아벨과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LC는 아벨과 사랑을 이루고 싶어 한다. 나이가 들어도 아벨을 사랑할 것 같다.


그러나 아벨의 속을 잘 알수가 없다. 아벨에게는 비밀스러운 면이 많다.

비밀스러움은 LC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느새 늦은 밤이 되었다. LC는 아벨이 누워있는 침대 맡 의자에 앉아 잠이 들었다.

아벨은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자신의 집이 아님을 안다.

아벨은 의자에 LC가 잠들어 있는 것을 본다.

“LC...”


LC는 조금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아벨을 바라본다.

LC는 사랑스러운 눈을 하고 아벨의 곁으로 간다.

“잘 잤어? 아벨?”


“응. 잘 잤어. LC”


아벨은 LC에게 키스를 한다.

“재워줘서 고마워. 사랑해.”


아벨은 LC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믿을 만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에 아벨은 감사했다.

“아벨,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돼?”


“응, 부모님하고 조금 다퉜어.”


“그랬구나.”


LC는 아벨의 말을 있는 그대로 다 믿는다. 아벨은 LC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언젠가는 사실 그대로를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아벨은 잠시 생각해본다.

카인과의 관계를 솔직히 털어놓고 싶었다.


그러나 금단의 상자를 열면 판도라보다 더 힘든 일이 일어날 것을 아벨은 안다.

그래서 금단의 상자는 욕망이라는 성 깊숙한 곳에 숨겨야 한다.

아벨은 한숨을 쉰다. 마음을 정리해보려고 애를 쓴다. 지금 당장은 카인을 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자신의 변화를 카인은 이해할 수 있을까.


아벨이 한숨을 쉬자 LC는 걱정되는 듯 아벨의 뺨을 쓰다듬는다.

“부모님하고 심하게 다퉜니?”


“아니, 그렇지 않아. 그냥 내 자신을 이해할 수 없어서 그런 거야.”


LC는 자신의 경험담을 말해준다.

“때로는 그럴 때가 있어. 나 아닌 또 다른 내가 날 차지하고 앉아있을때가 있어. 그럴 때는 잠시 자리를 내어주도록 해. 힘든 일 아니야. 우리가 성장하는 가운데에 또 다른 내가 자라나고 있을 뿐이야. 나이가 들면 그 모습도 자연스럽게 조화롭게 될 거야.”


아벨은 LC의 말을 듣는다. 그렇지만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위험한 사랑에 대해 알게 된다면 LC는 아벨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벨은 그 점이 궁금해졌다.


아벨에게 LC는 카인 이외에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다.

LC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카인과의 위험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LC는 아벨을 용서할까? 아벨은 겁이 조금 났다.

LC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까봐 그렇다.


아벨은 자신과 카인의 관계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조금씩 인지하는 것 같다.

철없던 10살짜리가 무엇을 알겠는가.

어쩌면 카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벨이였기에 면죄부가 주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벨은 면죄부를 선택하는 대신 주홍글씨를 선택할 수도 있다.

아벨에게 카인은 그만큼 절대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그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LC, 나 배고파.”


“그래, 아벨. 뭐 좀 먹자. 잠깐 기다리고 있어. 내가 음식 가지고 올게.”


LC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음식을 들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고 온다.

토마토 스프와 빵이었다.

“네가 끓인 거야? LC?”


“응. 네 생각하면서 만들어봤어.”


“고마워. LC”


아벨은 LC와 이렇게 같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LC, 우리 이렇게 같이 살아볼래?”


아벨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은 한다. 카인보다는 평온한 사랑일 것 같다.

“아벨, 나는 좋아. 네가 원하면 그렇게 할게.”


“그래.”


아벨은 짧게 대답한다. 그리고 빵을 조금 뜯어 먹는다.

“나 이렇게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은 LC밖에 없어.”


“언제까지라도 늘 이렇게 보살펴줄 수 있어. 아벨”


“LC, 정말 나만 사랑해줄 수 있어?”


LC는 아벨의 손에 잡는다. 그리고 자신의 뺨에 가져간다.

“언제까지라도 너만 사랑할게.”


“그래. 알았어.”


아벨은 나지막이 대답한다.

아벨은 왜 이렇게 LC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가.

아벨은 또 다른 사랑 LC에게로 가고 싶은 건가. 그렇다면 카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벨은 지금 카인이 생각나지 않는다. 카인에 대한 아벨의 사랑은 어쩌면 이처럼 이기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아벨은 자신이 이기적이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을 사람이다.

아벨은 또 다른 사랑의 문을 열기 위해 지금 신발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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