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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11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21.07.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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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앞으로(8)

DUMMY

96화/앞으로(8)


그들이 있던 곳이 감옥이었는지, 집이었는지.

너무 오랜 시간 잡혀있던 귀신은 그조차도 혼동했고,

그런 사정은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우린 이대로 나가면 구천을 떠돌다 성불조차 하지 못할 겁니다.”

“흡혈귀님도 어디 가셨는지 모르겠고..”


안전했다고 생각했던 집도,

가장 의지했던 이조차 사라지니 그들은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헤매었는데,

결국 도깨비가 총대를 멨다.


“나는, 여기 있을 생각이 없다. 프랑켄슈타인의 말마따나 그 자들이 다시 이곳에 올 텐데, 구미호조차 상대하지 못했던 자들을 내가 상처 없이 이겨내긴 힘들겠지. 그러니, 자신이 없는 자들은 이곳을 떠나라.”

“갑자기 그러셔도, 우리보고 대체 어떡하라는 겁니까!”

“애초에 구미호님이 수세에 몰리셨을 때 다 같이 나서서 막아야 했었어!”


급기야는 구미호가 죽게 놔두어선 안됐다는 의견까지 나오기 시작할 즈음.


청소장은 걸레 자루를 땅에 푹, 꽂았고,


“나도 떠날 거다!”


도깨비처럼 이곳을 떠나겠다는 청소장의 말에 귀신들이 더욱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청소장님마저 가시면 우리는..!”

“애초에 우리가 이곳에 있던 이유는 성불을 위해서였지.”

“그건 그렇지만..”

“계속 이곳에 메여있다간 우리는 영원히 성불하지 못할 거다. 잘못된 목표를 쫒는 것도 지쳤고, 나는 더 이상 이곳에 메일 이유도 없어. 그러니 떠날 거다.”

“...”

“다들 마찬가지겠지. 그간 이게 내 목표가 맞나 고민하면서도 남이 시키는 목표가 자신의 것이라 생각해 그걸 맹목적으로 쫒았어. 그게 맞는지는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고. 안전한 이곳에 안주하면서 더 이상 나아가는 걸 금기시해버린 거야.”


청소장은 이미 부러져 있었던 걸레 자루를 다시 뽀각, 부러뜨렸고,


“우리를 메고 있던 건 이제 남아있지 않아. 그런데도 여기에 남겠다면, 그 결말은 내가 쓰던 이 걸레 자루랑 똑같겠지. 구미호조차 불살라버린 인간들에 의해 불 타서 사라질 거고, 그러면 그 순간.”

“...”

“우리는 성불할 기회조차 잃는 거다.”


그런 그녀를 도깨비가 바라보았는데, 그 속엔 참 많은 감정이 들어있었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가 그녀와 의견이 같다는 점이다.


“청소장의 말대로다. 너희들은 이제야 너희들의 목표를 스스로 잡을 기회를 잡은 거야. 그걸 허투루 날려 보내지 마라.”


그동안 프랑켄슈타인은 귀신의 집 잔해 속을 뒤져 자신의 짐을 챙기고 있었는데,

시체를 가져갈 게 아닌 이상 그의 짐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다 챙길 수 있었다.


“그럼 나는 먼저 가볼게. 너희들이랑은 다르게 성불은 못하니까.”


사실 꼭 성불이 아니어도 새로운 목표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선 동일했지만.

적어도 프랑켄슈타인은 항상 하고 싶었던 것이 뚜렷했으니까.


“그럼 다들 잘 지내고. 나는 먼저 간다.”


그렇게 프랑켄슈타인을 시작으로 하나, 둘, 머뭇거리긴 했지만 조금씩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는데,

도깨비와 청소장은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다.


“사실 가실 거라는 거 뻥인 거 아니죠?”

“뻥이라니, 진심이야. 나도 이제 그만 우유부단하게 지내고, 감투나 쓰고 돌아다니면서 여행 좀 다니려고.”

“그거 좋네요.”

“감투 하나 줘?”

“저는 없어도 되잖아요.”

“그렇긴 하지.”


실없는 대화가 오가고.

청소장은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었다가,


“그럼, 저도 이만 가볼게요.”

“그래. 인연이 닿으면 또 언젠가 보겠지.”

“그러게요.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도깨비는 그런 청소장에게 계속 말로 인사를 하는 대신 손을 저어보였고,

청소장은 귀신의 집에서 누구보다도 의지가 되었던 그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곤, 높게 날아 수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물론 이전보다야 매우 멀리서, 수민이 그려가는 인생을 지켜볼 뿐이겠지만 말이다.


도깨비는 청소장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감투를 썼고,

이내 귀신의 집이었던 곳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일주일 후.


김영진 경관은 동료 유세정 경관과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시신이 12구나 나오다니, 신원 파악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리겠어.”

“하나는 바로 나왔잖아.”

“김민수?”

“어. 어머니가 계속 찾고 있었대.”

“아, 본 것 같아. 우리 경찰서에도 계속 붙어있던 그 사람이지?”

“응. 거의 30년 만에 아들을 찾은 건데, 어머니가 참 대단하시더라.”


세정은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에 그 자리에서 무너지거나 우는 대신 조그맣게 그래요..하고 말하던 등이 구부정한 할머니를 떠올렸다.


“이미 알고 있던 사람처럼 구시더라고.”

“설마..”

“아니, 그래도 어머니가 범인은 아니야. 김민수 행적 자체는 바로 나왔잖아. 택시타고 가다가 기사가 연쇄살인범이어서 여기로 도망치던 것 같더라고.”

“그런데 시신이 왜 전부 영안실에 보관되어 있었는지를 모르겠네.”

“심지어 계속 전기가 공급됐던 것처럼 전부 상태가 좋았잖아.”

“하.. 미스터리야, 진짜.. 아, 혹시 택시기사가..”

“김민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시신들이랑 연관성이 없어. 일단 보류.”


그 뒤로 세정과 영진은 계속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를 계속 의논하며 올라갔는데,

의논을 하면 할수록 의문만 생기는 이번 사건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그런 그들을 먼발치에서 보던 두 인영이 서로 수군거렸다.


“그러길래 시신은 미리 처리했어야 했다니까요?”

“그건 우리가 하면 안 되지!”

“흡혈귀랑 무슨 연관이 있을지 모르는데 그냥 냅둬요?”

“연관이 없을 수도 있잖아.”

“그 꼬리 여러 개 달렸던 여자가 우리 알았던 거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은데.”

“너 저 둘이 하는 말 못 들었냐. 가족이 계속 찾고 있었다잖아. 없앴으면 그 사람은 평생을 그 가족을 찾아 헤맸을 거라고.”

“그렇기야 한데..”


스승은 계속 엑소시스트로서의 의무를 말하는 제자에게 다시 꿀밤을 때리곤 산을 내려갔다.

물론 그 동안에도 제자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한편 알바를 하던 수민은.


‘요새는 왠지 기분이 좋단 말이지.’


계속 누군가가 자신을 보는 것 같은 시선도 느껴지지 않고,

왠지 모르게 어깨가 짓눌리던 기분도 사라져서 컨디션은 최상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근데 왜 이리 찜찜한 건지..’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잊은 느낌.

그건 오래도록 수민의 머리 한구석에 박혀있었는데,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 때.

어느덧 수민은 그 찜찜함마저 잊어버렸다.

다만 그 시선 속.

잊어버렸던 무언가를 계속 상기시키는 따스함은 잊지 않았다.


작가의말

드디어 완결입니다.

중간의 긴 휴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봐주신 모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길게 글을 써본 적은 처음이라 제가 봐도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같이 달려주신 분들이 계셔서 완결까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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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앞으로(3) 21.07.24 25 0 7쪽
90 앞으로(2) 21.07.23 21 0 7쪽
89 앞으로(1) 21.07.22 22 0 7쪽
88 깨진 속박 21.07.21 22 0 7쪽
87 결계 안에서 18.02.20 81 0 11쪽
86 까만 기억 18.02.13 102 0 9쪽
85 역겨움 18.02.09 99 0 7쪽
84 고통(3) 18.02.06 537 0 7쪽
83 고통(2) 18.02.02 540 0 7쪽
82 고통(1) 18.01.31 80 0 7쪽
81 후회할 선택과 후회하지 않을 선택 18.01.26 87 0 7쪽
80 직감 18.01.23 100 0 9쪽
79 몸 (2) 18.01.19 70 0 8쪽
78 몸 (1) 18.01.16 79 0 10쪽
77 거짓말의 의미 18.01.12 65 0 7쪽
76 크리스마스에 되찾은 것 18.01.09 81 0 12쪽
75 숨긴 마음 18.01.05 75 0 7쪽
74 원하는 것과 얽매인 것 사이 18.01.02 84 0 8쪽
73 끝이 보이는 삶 17.12.29 375 0 9쪽
72 죽은 의욕과 버티는 희망 17.12.26 89 0 8쪽
71 가까운 죽음 17.12.22 71 0 8쪽
70 마지노선과 반항 17.12.19 77 0 8쪽
69 성불 17.12.16 94 0 8쪽
68 모두가 잠든 시간에 잠들다 17.12.12 98 0 9쪽
67 고통이 지르는 소리를 쫓아 17.12.08 8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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