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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46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21.07.24 20:00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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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앞으로(3)

DUMMY

91화/앞으로(3)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안 왔으면 좋겠다.

반반의 마음.


스스로도 다짜고짜 어머니의 앞에 나타나는 것은 본인만을 위한 선택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그저 매일같이 바뀌는 전단지를 보건대 어머니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간절함 하나로 기다린지 몇 시간.


골목 너머에서 등이 굽은 노인이 한 명 나타났다.

하얗게 센 머리.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과 손.


30여년 전의 단아했던 어머니는 어디가고.

수레를 털털거리며 끌고 오는 민수의 어머니는 골목 끝에 붙은 전단지를 떼어내고,

그곳에 수레에 있던 새로운 전단지를 붙였다.


이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어머니.


분명 하고 싶은 말은 마음을 가득 채워 답답할 지경인데.

막상 어머니가 지근까지 오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


작은 쥐도 지금만큼은 핀잔을 주지 않고 민수를 기다려 주었는데,

그의 혼란스러운 생각을 작은 쥐도 알 수 있어서였다.


어머니를 보니 떠오르는 걱정.

자식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죄책감.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걱정하고 위하는 사람, 어머니.


“..머니.”

“으응? 뉘신가?”


등이 굽은 탓에 자신을 올려다보는 어머니를 보는데,

민수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차올라 도저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저, 한겨울에 찬 수레를 끌고 오느라 하얗게 부르터버린 어머니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을 뿐이다.


“..많이 컸네.”


모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이러니 놀랐을 텐데.

어머니는 그런 민수에게 슬그머니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기억 속, 단아했던 그 미소다.


“날도 추운데 어디서 뭘 하고 돌아댕긴 거야.”


그리곤 어디서 솟아난 힘인지, 다신 놓지 않겠다는 듯 민수의 손을 본인이 꽉 잡았다.


“이놈이,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하는 말만 보면 며칠 외박한 자식을 혼내는 말 같은데.


자그마치 30년 가까이 어머니를 찾지 않았던 민수는 그녀의 그런 태도에,

고개를 푹 숙이곤 차마 눈을 마주하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한 줄 알면 수레는 니가 끌어. 어여 가자.”

“...”


그럴 수 없다.

이미 그의 앞엔 저승사자가 와 있었으니.


“김민수.”

‘어어, 저승사자님! 잠시만요.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그건 네가 정할 게 아니다.”

‘그치만..’


저승사자는 점점 민수에게 가까이 다가왔고,

그런 그의 뒤에는 예의 시커먼 상여가 있었다.


‘사자님, 아주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습니까?’

“...”


저승사자는 이미 이 상황을 받아들인 민수가 입술을 꾹 다물고 어머니를 내려다보는 것을 보고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바쁘긴 했지만,

다른 영혼과는 달리 미련을 마주하고 그를 기다린 민수가 조금은 대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1분 주마.”

‘감사합니다.’


때문에 민수는 무릎을 굽혀 어머니를 꽉 안고는 말했는데,


“어머니.”

“어어, 왜 그러냐? 어여 가자니까.”

“죄송합니다.”

“뭐가.. 아니다, 지난 일 꺼내면 마음만 아프지. 알았으니까 가자.”


하지만.


“못 가요, 어머니. 이미 갈 데가 있거든요.”

“...”

“죄송합니다. 어머니한테 화낸 것도, 그때 못된 말을 한 것도 다..”


민수의 어머니는 무언가 직감한 듯 민수를 마주 껴안고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에게 민수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어머니는 저한테 과분한 엄마였고, 저는 어머니에 비하면 너무 부족한 아들이었어요. 제가.. 제가 했던 그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순 없지만.. 그래도 죄송하고, 어머니를 너무 존경하고.. 항상, 사랑하고 있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알아주세요.”

“왜 그런 말을 해, 다시 안 볼 사람처럼.”

“어머니.”

“왜.”

“어머니의 아들이어서, 행복했습니다.”

“...”


그게 마지막 미련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진심을 전한 민수는 이내 작은 쥐의 몸을 떠났고.


저승사자의 인도에 따라 상여에 올라,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가자, 저승으로.”


그리고 둘은 이내 사라졌는데,

작은 쥐는 그런 민수를 대신해 민수의 어머니를 꼭 안아주었다.

처음 본 사람이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꼭 이렇지 않았을까 싶어서.

마지막까지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아서.



그동안 귀신의 집은 사달이 났는데,


“구미호님-!”

“이러다 다 무너지겠어요!”


쾅! 콰앙!


구미호는 꼬리 아홉 개를 미친 듯이 휘두르며 괴성을 질러댔다.


“죽어! 죽어! 죽어어-!”


물론 청소장은 꼬리에 정통으로 맞아도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 뿐.

죽진 않았다.

이미 죽었으니까.


“아주, 정신이 나갔네..!”


귀신을 성불시킨 게 죄인가.

오히려 그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죄일 텐데.


하지만 구미호는 청소장뿐만 아니라 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프랑켄슈타인, 쥐 할아범까지 싸그리 족쳤는데,

다행히 쥐 할아범은 미리 뭘 알기라도 한 건지 도망친 상태였고,

프랑켄슈타인은 청소장이 만든 기운 뒤에 숨어 최악은 면하고 있었다.


“그만해!”


그리고 도깨비.

그는 별안간 깨진 결계에 귀신의 집에 득달같이 나타나 청소장의 쪽에 서서 구미호를 진정시키려 하고 있었다.

청소장의 편에 든 것은 아니고, 그저 구미호가 지금 하는 짓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물론 요술을 부릴 수 있는 그라지만 사리분별 없이 마구잡이로 꼬리를 휘두르는 구미호를 상처 없이 진압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기에.


쿠웅!


결국 방망이를 꺼내 꼬리 하나를 땅에 박아버리긴 했지만.

그걸론 역부족이었다.

아직 남은 꼬리는 8개나 됐으니까.


그리고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귀신들이나, 흡혈귀는 멀찍이 떨어져서 사태를 보기만 하고 있었다.


“흐, 흡혈귀님도 어떻게 좀 해보세요!”

“못해. 그럴 생각도 없고. 나는 구미호님 의견에 동의하니까.”

“...”


여기서 구미호의 의견이란 표면적으론 청소장이 무단으로 결계를 없앤 건에 대하여서였는데,

청소장 담당 반을 주축으로 ‘귀신의 성불’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니 대다수의 귀신들은 흡혈귀의 그런 발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구미호님이 계속 저러시면 여기가 들키는 건 시간문제 아닙니까?”

“그건 청소장이 알아서 해야지. 그러게 결계를 없애면 쓰나.”

“...”


이건 완전히 손을 놓겠다는 소리다.

아무리 그런 입장이라 해도 최악을 막는 것이 선생들의 의무일 텐데.


결국 귀신들은 저들끼리 숙덕거리면서 삼삼오오 모여 피해야 한다, 숨어야 한다는 둥 저마다의 의견을 내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을 보며 흡혈귀가 들리지 않게 혀를 찼다.


“칫..”

‘이대로면 나도 곤란한 건 매한가지잖아.’


꽤 맘에 든 곳이라 오래 정착했었는데.

이제 그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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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깨진 속박 21.07.21 24 0 7쪽
87 결계 안에서 18.02.20 82 0 11쪽
86 까만 기억 18.02.13 102 0 9쪽
85 역겨움 18.02.09 99 0 7쪽
84 고통(3) 18.02.06 538 0 7쪽
83 고통(2) 18.02.02 54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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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성불 17.12.16 95 0 8쪽
68 모두가 잠든 시간에 잠들다 17.12.12 99 0 9쪽
67 고통이 지르는 소리를 쫓아 17.12.08 8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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