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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48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8.01.12 23:55
조회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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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거짓말의 의미

DUMMY

가마를 넘겨받은 청소장은 귀신들을 대동해 유리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 청소장을 따르는 민수를 비롯한 청소장 담당의 귀신들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찍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다.


“으득..”


청소장이 지금처럼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은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이를 갈고 있는 폼이 누구 하나 잘못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다.

그렇게 유리의 집에 다와가던 중, 별안간 청소장이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아무 걱정 말고.. 으억!”


저승사자는 별안간 날아든 대걸레를 제대로 얻어맞고 땅에 나동그라졌다.


“아야.. 갑자기 왜 때리는.. 너 지금 되게 무섭게 보인다?”

“누구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데요, 저승사자님. 한 대 더 맞고 싶어요? 제가 절대 떠넘기지 말라고 했죠. 근데 갑자기 전화해서 한다는 소리가,”


청소장은 대걸레의 손잡이 부분으로 저승사자의 명치를 꾹, 눌러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면서 상체를 숙이고 음산하게 말했다.


“‘가마 좀 가져와줘.’라고요?”

“아니, 이번엔 진짜 니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진중하고 의미있는 일..”

“남한테 떠넘겨서 얻는 성과를 자기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예? 말해보시죠, 저승사자님?”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닌데..”


그 와중에 낑낑 거리면서 가마를 가져온 청소장 담당의 귀신들은 유리의 집 앞에 가마를 그냥 내려놓았다.


“쿵!”

“야, 그거 소중히 다뤄! 빌린 거라고!”


그 모습을 보고 저승사자가 발끈해 외쳤고, 청소장은 더 화가 솓구쳤다.


“일방적으로 시켜놓고 뭘 더 바래?”

“쾅!”


대걸레로 인해 땅이 파인 것을 보고 저승사자가 조금 목소리를 낮췄다.


“아아, 아니, 그냥 좀 소중히 다뤄달라는 말이었지.. 어쨌든, 가마에 탈 사람은 유리가 아니라 이쪽이야.”


청소장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리의 아빠를 보고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자신이 들은 것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저는 유리라는 중학생 여자아이를 데리고 가야된다고 들었는데요?”

“이 사람은 유리 아빠야.”


저승사자는 오늘 하루 동안 유리의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유리가 오늘 안에 삶에의 의욕을 되찾아서, 나는 유리 아빠를 인도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 원래는 내 담당이 아니지만.. 어쨌든, 가마에 탈 자격이 있느냐 아니냐를 넘어서,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

“그래서 저랑 제 담당 반을 고생시켰다는 거죠?”


도로아미타불이었다.

저승사자는 청소자이 다시 화를 낼 조짐을 보이자,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어떻게든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다.

청소장은 결국 한숨을 크게 쉬고 말했다.


“알았어요. 맘대로 하세요. 어차피 저승사자님이 빌린 가마니까.”

“저기, 저는 안 타도 괜찮은데..”


둘의 싸움을 보고, 타고 싶다는 마음이 들리 만무했다.

하지만 유리의 아빠의 말을 듣고 저승사자와 청소장이 동시에 유리의 아빠를 쳐다보았다.


“아닙니다, 어차피 빌린 거라 안 타면 제가 손해에요. 부디 타주세요.”

“......”


결국 저승사자의 부탁과 청소장의 무언의 압박에 견디다 못해 유리의 아빠는 가마에 올랐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성불하지 않은 귀신은 저승에 갈 수 없기 때문에 가마는 저승에 갈 수 있는 귀신이 타게 되면 혼자 저승에 향할 수 있었다.

때문에 가마는 밑에 거무스름한 연기가 생기면서 공중에 뜬다 싶더니, 슬금슬금 움직이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근데 가마 타는 거랑 일반적인 성불이랑 무슨 차이가 있는 거예요?”


유리의 아빠가 떠나고, 청소장이 저승사자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모습을 보면서 민수가 옆의 창백한 귀신에게 물었다.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귀신의 얼굴은, 가마를 탄 유리의 아빠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마는 저승사자님들만 빌릴 수 있으니까, 가마를 탄다는 것 자체가 저승사자님의 인정을 받았다는 거라고 하더라고. 추천장 같은 거지. ‘이 귀신은 가마를 탈 충분한 자격이 있는 귀신입니다.’ 같은 거? 그래도 예외는 있다고 들었지만.”

“어쨌든 좋은 거라는 말이죠?”

“그렇지.”


민수는 그 얘기를 듣고 저승사자를 다시 보았다.

이젠 저승사자는 벽에 바짝 붙어서 청소장에게 속사포처럼 무슨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믿음직스럽진 못하면서도, 때문에 그런 저승사자가 혼자 얼마나 고심했을지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민수가 저승사자를 어떻게 생각하든, 저승사자가 맘대로 부린 덕에 청소장의 화는 며칠이 지나도 풀리지 않았고, 덕분에 청소장 담당의 귀신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평소보다 청소장이 예민한 덕에 수업이 끝나고 반의 뒷정리가 더 힘들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거 패인 거 수리 하라고 했었잖아? 왜 아직도 그대로인 거야?”

“어.. 수리라고해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그리고 그거 청소장님이 화나서 대걸레로 찍는 바람에 생긴 건데요.”

“쾅!”


바닥에 자국이 하나 더 생겼다.

다리가 없는 귀신은 화들짝 놀라 뒤로 살짝 물러섰다.

민수는 잔소리를 퍼붓는 청소장과 잔뜩 움츠러든 귀신을 보면서 설렁설렁 빗질하고 있었다.

그 수업 이후로 청소장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물어봐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프랑켄슈타인 선생님을 찾아가도 별 다른 점은 없었는데.. 왜 찾아가라고 한 거지? 말해 뒀다고 해서 뭔가 생전에 대한 단서를 알려주는 건가 싶었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그냥 이상한 질문이나 잔뜩 물어봤었고.’


프랑켄슈타인이 생전의 키와 몸무게에 대해 물어봤지만, 당연히 모르기 때문에 이상한 표정을 지었던 게 떠올랐다.

민수는 한참을 설렁설렁 빗질하다 결심을 하고 고개를 들었다.

청소장은 이젠 다른 귀신에게 책상의 흠을 못 없애면 나무를 잘라서 책상을 새로 만들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짜증을 내고 있었다.


‘다음에 물어보자..’


민수는 그동안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지금처럼 상황만을 보고 질문을 접고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연구실에서도 더 안쪽, 지하에서도 가장 깊은 방에 있었다.

그곳은 영안실이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그곳에 보관한 시신들 중 한 구를 보고 있었다.

다른 시신들과는 다르게 그 시신은 이곳에 들어 온지 1년이 지나도 해부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 해부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큰 단서가 있기 때문이었다.


‘외상은 쓰러질 때 나뭇가지에 긁힌 것 빼곤 없고. 역시 심장질환이..’


프랑켄슈타인의 손에는 작고 하얀 약병이 들려있었다.

청소장이 민수에게 말한 그 약병이었다.


작가의말

유리네 집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다 분량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은 더 많은 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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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의 의미 18.01.12 66 0 7쪽
76 크리스마스에 되찾은 것 18.01.09 82 0 12쪽
75 숨긴 마음 18.01.05 75 0 7쪽
74 원하는 것과 얽매인 것 사이 18.01.02 85 0 8쪽
73 끝이 보이는 삶 17.12.29 377 0 9쪽
72 죽은 의욕과 버티는 희망 17.12.26 89 0 8쪽
71 가까운 죽음 17.12.22 73 0 8쪽
70 마지노선과 반항 17.12.19 78 0 8쪽
69 성불 17.12.16 95 0 8쪽
68 모두가 잠든 시간에 잠들다 17.12.12 99 0 9쪽
67 고통이 지르는 소리를 쫓아 17.12.08 8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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