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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42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2.19 23:55
조회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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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마지노선과 반항

DUMMY

흡혈귀를 없애고 돌아온 청소장에게 귀신의 집의 귀신들과 괴물들이 짓는 표정은 똑같았다.


“뭐야, 왜 다들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


딴에는 농담이랍시고 던진 말은 홀에 가득한 벙 찐 기운을 날려 보내진 못 할 망정 더 차갑게 식혔다.

청소장은 그런 냉담한 반응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소멸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흡혈귀를 없앴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약간 속이 상하기도 했다.


“청소장님!”


그것도 잠시, 어디 있다 나온 건지 민수가 냅다 뛰어 나왔다.

바로 나온 건 아니어도, 자신이 원한 반응이 나오자 청소장은 얼굴에 뿌듯한 미소를 띄우고 민수를 반겼다.


“그래, 나 돌아왔다고.”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다들 안 좋은 얘기만 해서..”

‘내가 소멸할거라고 생각한 건가?’


청소장은 민수의 말을 듣고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다.

아까보다는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다들 아직 놀란 기운이 가신 표정은 아니었다.

그 모습에 청소장은 괜히 기분이 상했다.

물론 죽을 뻔 하긴 했지만, 그걸 넘어서서 자신이 저평가 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나 이래뵈도 여기선 제일 강한 귀신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아저씨는요?”

“아.”


청소장은 그제야 어째서 다들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이해가 됐다.

현석이 같이 오지 않은 걸 보고, 흡혈귀는 없애지 못했고 혼자 돌아온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아저씨는.. 이젠 아마 여기 안 올 거야.”

“뭐?”

“역시 죽은..”

“아니야!”


청소장은 주위를 보며 날이 돋은 목소리로 현석의 죽음을 부정했다.


“기억이 돌아와서 여기.. 아니, 이제 혼자 지낼 수 있겠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흡혈귀도 없앴고. 이제 제령사들만 조심하면 돼.”


청소장은 현석이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려다 말을 바꿨다.

귀신의 집의 의미를 상기한 것이었다.


“일이 해결됐다니 다행이네.”


누군가 한참 뒤에서 넌지시 말했다.

구미호가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손짓으로 청소장을 불렀다.


“무용담 풀어놓기 전에 잠깐 봤으면 좋겠는데.”




예의 화려한 의자에 앉아 구미호가 나긋하게 말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흡혈귀를 선생으로 고용한 탓에 일이 커졌으니까.”


그런 구미호를 앞에 두고 청소장이 문을 뒤에 두고 서 있었다.

속으로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런 밑밥을 까나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한 것을 바로 말하지는 않고 기다렸다.

혹시 자신이 이곳에 취직했을 때처럼, 그런 상냥한 마음으로 말을 꺼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 것이었다.


“이제와서라고 하긴 뭐하지만 말해두고 싶은 게 있어서. 널 근신시킨 이유 말이야.”


청소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이런 얘기를 지금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거 사실 그 흡혈귀 때문이었거든. 그 때 너만 근신시킨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네.”


그 땐 교사들이 싸운 게 본보기로 좋지 않은 일이라며 자신과 흡혈귀 둘 다 근신을 당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남들이 다 보는데서 벌일 짓이 아니라는 것은 납득하고 있었다.


‘그 땐 억울한 기분이 강했지만.’

“근데 그게 왜..”

“말했잖아. 전부터 흡혈귀를 의심하고 있었다고. 그래서 흡혈귀가 밖에 돌아다니지 않게 하면서 감시할 귀신이 하나 있었으면 했거든.”


구미호가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싸울 정도로 화가 난 것 치곤 흡혈귀를 따로 더 감시하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구미호는 자신이 흡혈귀와 같이 근신을 당하면 미행이라도 할 줄 안 것 같았다.


“나름 흡혈귀를 주시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를 더 바라실 줄은 몰랐네요.”


오히려 기분이 더 나빠진 청소장은 툴툴거리는 말투를 감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의도가 어찌됐든 청소장은 구미호의 의도대로 움직일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모든 것을 알고 근신을 당했던 때로 돌아간다 해도, 구미호의 말이 되진 않았을 것 같았다.


“많이 화난 것 같네.”

“일을 벌인 건 구미호님인데, 뒤처리는 제가 다 한 기분이라 그럴지도 모르죠.”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한 건데, 그렇게 생각한다니 좀 속이 상하네.”

‘제 마음만 하겠습니까?’


표정이 굳은 청소장을 보니 뭔가 더 말할 생각은 없어 보여 구미호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흡혈귀 선생 같은 경우가 더 안 나오게 귀신의 집 방침을 좀 바꾸려고 하거든.”

“어떤 식으로요? 설마 더 이상 외국 괴물이나 귀신은 교사로 받지 않겠다던가 하는 건..”

“아니야, 난 그런 꽉 막힌 여우가 아니라고.”


그 말에 청소장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아무리 기분이 좋지 않다지만 미워도 상관인데, 말은 가려해야 했다.


“귀신의 집 운영자금을 학생들한테 받는 거야.”

“..네?”


진심으로 청소장은 자신의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어이가 없었다.

어째서 흡혈귀가 제령사들을 불러들인 일이 귀신들에게서 돈을 받겠다는 결론으로 된 건지 당최 이해가 되질 않았다.


“뭐라고요?”

“아무래도 흡혈귀가 제령사들을 부른 이유가 선생으로서 봉급 부족이 원인이 아닌가 해서. 근데 내가 가진 돈으로 봉급을 늘이긴 힘들고, 역시 학생들한테 무상으로 알려주는 건 아니지 싶어.”

“아니.. 잠깐만요! 애초에 흡혈귀가 제령사들이랑 연락한 이유는 자기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려고 그런 거잖아요? 돈이랑은 관계도 없어요!”

“흡혈귀는 아니라고 해도 다른 선생들한테 그런 의견이 나오긴 했거든. 나로선 선생들의 편의를 봐줘야 선생들이 여기에 더 오래 머무르면서 학생들을 가르쳐 주지 않겠어?”

“그게 뭔..! 어차피 귀신인데 어디다 쓰겠다고 돈을..!”

“그거야 하고 싶은 게 있겠지. 실제로 서양의 경우는 귀신들 사회도 잘 꾸려져 있어서 화폐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 아니면 너처럼 기억이나 미련을 다 찾으면 인간처럼 생색낼 수 있는 경우도 있어.”

“그건 극히 일부에요! 마찬가지로 귀신이 돈을 벌 수단도 굉장히 적고요! 화폐가 필요한건 성불을 포기하거나 할 수 없는 일부 귀신한테만 통용되는 얘기에요! 그리고 애초에 인간사회에 녹아들 수 없는 귀신이 모이는 곳이 여긴데, 돈을 어떻게 벌라는 거예요?”

“그건 알아서 하겠지.”


주먹을 꽉 쥔 청소장이 부들부들 떨었다.

무엇하나 인정할 수가 없었다.


‘제정신인가? 이게 정상인 머리에서 나올 생각이야?’

“그래서 귀신들이 어거지로라도 능력을 발할 수 있도록 한 흡혈귀 선생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던 건데, 이래서야..”

“설마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던 거예요? 대체 언제 부터요?”

“꽤 됐지. 그럼 여기가 아무 문제없이 돌아가는 줄 알았어? 대부분이 귀신이지만 나나 프랑켄슈타인, 구순이, 쥐 할아범 같은 경우는 실제 먹을 것도 필요하고, 교육에 필요한 자재를 구해오는데도 돈이 들어.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몰랐어?”

“...”


순간 청소장의 뇌리를 스친 것은 도깨비와의 대화였다.

도깨비가 말한 구미호와 지금 눈앞에 비치는 구미호가 다른 존재 같았다.


‘하지 않아도 될 희생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 이제 지쳤다고?’


오기로 똘똘 뭉쳐있는 눈과 달리, 어린 아이의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표정은 어딘가 지쳐 보였다.

마치 세상의 달고 씀을 다 맛본 늙은이가 어린 아이의 몸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청소장은 짜증이 난 것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구미호와 눈싸움을 하는 마냥 보고만 있었다.

만약 여태까지 노력해왔고, 이젠 지쳐서 하고 싶지 않은 거라면, 자신이 나설 자격은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하시죠.”


청소장은 구미호의 답도 기다리지 않고 사당을 나서며 생각했다.

‘구미호의’ 귀신의 집이니, 자신도 크게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을 따르는 귀신들을 내버릴 생각은 없었다.


작가의말

제가 진행에 급급해서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혹시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주저없이 물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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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고통이 지르는 소리를 쫓아 17.12.08 8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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