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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44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8.02.20 23:55
조회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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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결계 안에서

DUMMY

‘없어..’


청소장은 옥상의 도깨비의 방에서도 도깨비를 찾을 수 없자 결계 속에 들어올 때부터 스멀스멀 올라왔던 불길함이 점점 짙어지는 것 같았다.


“여기에도 안 계시다는 건 사당에 있다는 얘긴데.”


구미호의 사당은 결계 밖에 있다.

괜히 도깨비에게 구미호를 말려달라고 결계 안까지 들어왔다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된 것 같았다.


“좀 잘 생각하고 들어올 걸, 도깨비님이라면 결계도, 구미호도 다 해결해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낭패였다.




한편 민수는 자신의 옆방에 쥐 모습인 작은 쥐를 앉아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다리다 못한 작은 쥐가 직접 발로 뛰어 민수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내가 내 방에 있을 거란 생각을 가장 먼저 하지 않아? 왜 애먼 데를 찾아다닌 거야?”

“제일 먼저 여기 왔는데 없어서 그랬죠!”

“...”


민수의 말에 작은 쥐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문득 아까 간식 좀 먹겠다고 주방에 갔던 일이 기억난 것이었다.


“..그건 그럼 됐고, 옷은?”

“됐다니.. 하아..”


마음이 급해 조금 찾는 시간도 아까워서 그런 거지, 애초에 민수가 작은 쥐를 찾아다닌 시간보다 작은 쥐가 민수를 기다린 시간이 더 길었다.

더더군다나 약속했던 옷도 가져오지 않은 건 민수였다.

그런데 기분을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민수는 작은 쥐가 그토록 껄끄러워하는 빙의를 다시 부탁할 셈이었다.

앞이 깜깜했다.


“저기.. 그러니까..”

“빈손이라 설마 했는데, 없어? 니 기억 찾느라 내 약속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거잖아?”

“으음.. 그렇다기 보다는..”

“맞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잔뜩 부려먹는 건데. 괜히 나름 사정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가 흐지부지 되가지고..”


민수의 말을 막고 작은 쥐가 잔소리를 찍찍거렸다.

아버지와 어머니에 결계까지, 당장 해결해야 문제가 널렸는데 작은 쥐의 옷에 대한 약속을 생각하고 있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변명이랍시고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끓는 기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아서, 민수는 일단 머리를 푹 숙이고 말했다.

10대 청소년의 아직 미성이 남아있는 목소리가 아닌 40대의 살짝 무거운 목소리가 작은 쥐의 찍찍거림을 밀쳐냈다.


“죄송합니다! 혼나는 것도, 잔소리 듣는 것도 나중에 다 들을 테니 이번 한번만 더 도와주세요!”

“뭐? 지금 그런 말이 나와? 너 염치라는 단어 몰라?”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버지.. 아니, 사람 한 명 살린다 생각하시고..”


인간을 싫어하는 작은 쥐에게 민수의 호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내가 무슨 이득이 있어서 도와주는데? 이럴 시간에 나가서 옷이나.. 아, 결계 때문에 못 나가지. 어쨌든, 다른 귀신들 옷이라도 구해오던가 해!”

“부탁드립니다! 한번만 더 빙의..”

“빙의? 장난해?”

“타앙!”


작은 쥐가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그래봤자 쥐의 발바닥이라 벌레를 잡는 수준의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민수에겐 가망이 없는 소리로 들렸다.


“정 그렇게 내 힘을 원하면 너도 뭔가를 내놔야 될 거 아냐? 아무것도 없이 받기만 하려고 하려는 놈한테 ‘그래, 다 가져가.’하고 말할 것처럼 내가 모자라 보여?”

“아니에요! 저는 당신이 현명하기 때문에 부탁드리는 거예요! 미래에 대한 투자라 생각하시고..”

“빙의시켜주는 게 무슨 투자야! 이 놈 아주 사기꾼 기질이 다분하네? 나가! 당장 가서 옷이나 구해와!”


결국 작은 쥐는 빠르게 찍찍거리면서 민수에게 이빨을 드러냈고, 민수도 어쩔 수 없이 방을 나왔다.

복도에 나오니, 밖이 시끄러운 걸 알 수 있었다.


“시익, 쿠앙!”

“저거..”

“콰앙! 쾅!”

“안..”

“..는데?”


망치로 두꺼운 플라스틱을 때리는 것 같은 소리가 울리는 사이로, 귀신들이 뭐라 말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뭘 하길래 이런 소리가..”

“꽝! ..꽝!”


밖을 보니 청소장이 예의 대걸레로 보이지 않는 결계를 치고 있었다.

천둥소리라고 오인할 만큼 어마어마한 소리가 귀를 때렸다.

결계를 없애고 싶은 건 민수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민수는 창문에서 그대로 밖으로 날랐다.




“청소장님, 그만하세요! 턱도 없어요!”

“이렇게라도,”

“꽝!”

“안하면,”

“쾅!”

“분이,”

“쿠앙!”

“안 풀려!”

“콰아앙!”


그래도 가망 없는 일에 힘을 쓰는 것도 슬슬 지치는 터라 청소장도 주위 귀신들의 말을 따라 일단 대걸레를 잡았던 손아귀 힘을 풀었다.


“툭”


그렇게 세게 내리쳤는데 대걸레는 멀쩡한 모습으로 풀 위로 떨어졌다.

민수가 청소장의 뒤에서 슬쩍 나타나 대걸레를 잡아 청소장에게 내밀며 말했다.


“때리면 없어지는 건가요?”

“아니. 그냥 분풀이야.”


분풀이로 때렸다기엔 들렸던 소리가 무시무시했지만 거기에 대해선 이젠 별 감흥도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없어지는 건가요?”

“글쎄, 때려서 안 되는 것 같으니까 힘으로 밀어붙이던가..”

“방금 때리던 건 힘으로 해결하려던 게 아니었나요?”


민수가 저도 모르게 청소장에게 신랄한 어조로 물었다가 아차, 하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청소장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말했다.

별로 화난 것 같지 않았다.


“그거랑은 다르지. 내가 얘기한 힘은 귀신의 힘을 말한 거니까. 적어도 반사 되서 나오는 결계가 아닌 건 알았고, 밑져야 본전이니까 물리적인 힘 말고 귀신이 가진 힘으로 밀어붙이면 될 것 같은데..”


청소장이 말하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더니 그대로 귀신의 집 꼭대기를 돌아보았다.

이 큰 귀신의 집 전체를 돔처럼 싸고 있다고 생각하니 매우 거대한 결계이긴 했다.

민수도 덩달아 귀신의 집 꼭대기 언저리를 보았다.

만약에 청소장의 말에 따라 귀신의 힘으로 결계를 없애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닌 건 분명해보였다.


“혹시 결계를 해제하는 법이라던가, 그런 건 모르세요?”

“알았으면 진작 해봤지.”

“그렇네요.”


혹시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떻게 하면 결계를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귀신들이 있는가 하면, 청소장이 결계를 때리는 걸 구경하러 온 귀신들도 있었기 때문에 이젠 해산하려는 조짐이 보였다.

모두가 결계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괜히 민수만 안달이 났다.


“그럼 다 같이 힘을 합치고 청소장님 말대로 하면..”

“이 세상엔 말처럼 쉬운 일이 거의 없지.”

“..누구세요?”


민수는 인간 모습의 할아버지 쥐는 처음 봤기 때문에 웬 머리가 다 벗겨진 할아버지가 잔뜩 근엄한 목소리를 내며 등장하자 살짝 뒤로 물러섰다.

인간이 귀신의 집에 있는 것에 경계심을 느낀 것이었다.

할아버지 쥐는 작년 이맘때 쯤 민수의 몸을 봤기 때문에 오히려 경계하는 민수와 달리 서슴없이 민수와 청소장에게 다가가 말했다.


“결계를 부수겠다고? 그게 가능할 정도로 힘이 강대한 귀신이 있었다면 애초에 이 집에 오지도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다 같이 힘을 합치면..”

“그거야말로 내 손자가 개과천선해서 말썽을 부리지 않게 될 거란 말보다 더 현실성 없는 얘기지.”


할아버지가 얘기하는 손자가 작은 쥐일 거라는 생각은 못하고, 민수는 그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애초에 이 할아버지가 누구인가에 대한 경계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인 탓도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고 싶으신 건데요?”

“내버려 둬.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본인 할 말만 하고 할아버지는 뒷짐을 지고 귀신의 집으로 향했다.

말썽쟁이 손자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르지는 않는지 감시하러 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민수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보고 있었다.


‘대체 누군데 해보지도 않고 뭘 안다고..’

“저 사람은 누구에요?”

“..?”


민수가 당연히 쥐 할아범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청소장은 민수가 질문을 하고 나서야 민수가 아직 쥐 할아범의 인간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아, 인간 모습은 본 적이 없나? 쥐 할아범이잖아.”

“..네?”


민수의 머릿속에 귀신의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옆방에서 만났던 큰 쥐가 떠올랐다.

그 털이 듬성듬성했던 쥐는 작은 쥐에게 인간으로 변하는 연습을 많이 하라고 했었다.


“그 분도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거예요?”


이번엔 청소장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리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쥐 할아범이나 작은 쥐나 둘 다 쥐 요괴니까 당연하지. 전래동화 몰라? 손톱이나 발톱 먹으면 그 손톱, 발톱의 주인으로 변할 수 있는 쥐 얘기 있잖아. 쥐 할아범이 그 전래동화에 나오는 쥐의 아들이거든.”

“..그래요?”

“쥐 할아범뿐만이 아니라, 이 집에 사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설화에 관계가 있지. 구순이 남편도 그렇고, 구미호 아빠도.. 됐다, 이런 얘기 해봤자 결계 없애는 데엔 도움이 안 되니까.”

“...”


민수도 그렇게 생각하던 차였다.

당장은 결계를 없애는 게 급선무였다.


“일단 우리 둘이라도 해볼까요?”

“턱도 없긴 하겠지만..”


청소장은 고개를 끄덕이곤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주위에 갑작스럽게 한기가 닥치더니 청소장의 손에 얼음 결정 피어났다.


“쩍..”


그 결정은 꽃봉오리가 퍼지는 것처럼 점점 커지더니 이윽고 청소장의 손바닥을 덮을 정도가 되었다.


“쨍!”


결정이 깨졌고, 청소장의 손바닥 위에서부터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결계에 날아가 부딪쳤다.


“우웅, 웅!”


부딪친 곳을 중심으로, 서리가 내리는 것처럼 대략 2미터가량 결계가 새하얘졌다.


“우우웅..”


하지만 결계는 청소장의 공격을 흡수하기라도 하는 건지, 눈앞을 뒤덮은 서리밭이 점점 작아졌고,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그동안 청소장도 계속 힘을 가하고 있었지만, 결계가 꿈쩍도 하지 않자 혀를 차면서 손을 내렸다.


“우와, 뭔가 효과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


꽤 크게 내렸던 서리를 기억하고 기대에 차서 물었건만, 청소장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원래 방금처럼 새하얗게 되는 걸 노린 게 아니라, 드릴처럼 구멍을 뚫을 생각으로 날린 건데, 결계가 그 힘을 막아서 주위에 힘이 퍼진 거야. 이렇게 단단하면..”

“같이하면 다르겠죠.”

“넌 뭘 날릴 수 있는데?”

“어.. 뭘 날릴 수 있는 건 아니고..”

“모르면서..! ...하기야 기억 되찾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짜증을 내려다가, 제풀에 지친 청소장이 손을 휘휘 젓더니 말했다.


“그럼 나한테 힘을 보태. 기를 넘긴다 생각하고..”

“아, 그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민수가 손을 들어 올려 청소장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생각보다 쉽게 될 것 같았다.


“슥..”


청소장이 굳은 표정으로 민수의 힘을 받았고, 그대로 아까처럼 결계를 향해 힘을 날렸다.


“두웅! 슉..”


아까보단 세진 것 같았지만, 결계가 꿈쩍도 하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하, 잘 안되네..”

“청소장님, 그 정도라면 저희도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말을 건 귀신은 다리가 없는 귀신과 상반신의 반이 없는 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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