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43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8.01.31 00:08
조회
80
추천
0
글자
7쪽

고통(1)

DUMMY

민수는 굳은 표정으로 할아버지 앞에 섰다.

옷을 구하는 건 아직 여유가 있으니, 늙은 노숙자의 무엇이 자신을 이렇게 신경 쓰게 하는지 알아봐야겠다고 결심한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얇은 옷들을 덕지덕지 껴입어 깡마른 몸을 둘러싸고 있었다.

얼마를 안 씻은 건지 떡이 진 머리와 눈곱이 잔뜩 낀 눈을 보니 냄새를 맡을 수 없는데도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가 앉아있는 크고 둥그런 의자에는 민수의 시선을 받고 있는 할아버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민수는 다른 노숙자들을 슥, 둘러보고 할아버지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민수는 내밀었던 손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바로 뒤로 물렀다.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응..?”


할아버지가 민수의 존재를 알아챈 것처럼 고개를 들어 민수가 있는 곳을 본 것이었다.

분명히 귀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은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민수는 만의 하나의 가능성 때문에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미동도 하지 않고 조금 기다리자, 할아버지가 눈을 껌벅였다.

할아버지는 민수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눈곱 낀 눈을 이리저리 돌려 주위를 보더니, 이내 처음처럼 생기가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안 보이는 거 맞지?’


어째서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처럼 갑자기 고개를 들었는지는 제쳐두고, 민수는 다시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었다.

몸은 저만치 뒤로 두고, 손만 살짝 내밀어 만지려는 모습이 우스웠다.


“톡”


이번엔 어깨를 건드릴 수 있었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 모습에 불안감이 좀 사라진 민수는 조금 더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보면 볼수록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얼굴을 좀 자세히 보고 싶은데..’


떡이 진 앞머리 때문에 할아버지의 상관이 대부분 가려져있었다.

민수는 무의식적으로 앞머리를 들어 올리려다 꾹 참았다.


‘아무리 그래도 들키겠지.’


그렇다고 그대로 포기하고 가자니 찝찝했다.

결국 민수는 할아버지가 잠들 때까지 기다릴까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너 뭐해?”

“..!”


갑자기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건드린 느낌에 고개가 휙 돌아갔다.

너무 놀라 입은 떡 벌어져 소리도 안 나올 정도였다.


“뭐야, 귀신 봤어?”


다리가 없는 귀신이 둥둥 떠 있었다.

딴에는 농담이랍시고 한 말에 민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더 당황한 것은 실없는 농담을 한 쪽이었다.


“야,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그렇지 아무 말도 안 하면 상처 받잖아.”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요. 죄송합니다. 근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다리가 없는 귀신도 귀신의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귀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사람이 많은 지하상가에서 만나다니 전혀 생각도 못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어서 나오는 말에 그런 의문은 싸그리 사라졌다.


“청소장이 파업했거든.”

“네?”

“그것 때문에 지금 귀신의 집도 난리야. 방금 선영이가 알려준 거라 나도 안지는 얼마 안 됐어.”

‘선영..? 아, 그 남자로 오해했었던..’

“근데 우리 이렇게 나와 있어도 되는 거예요?”

“청소장이 구미호님이랑 싸운 이유가 그거라고 하더라고. 구미호님은 우리가 성불하는 게 싫은 가봐. 다 불러들이라니.. 지금이 군주 정치하던 때냐고..”


다리가 없는 귀신은 뒷말을 들으라는 듯이 혼잣말로 덧붙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수는 갈등에 빠졌다.

할아버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사실 직감은 알아야 한다고 머리 저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청소장도 마음에 걸렸다.

때문에 다리가 없는 귀신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지금 청소장님은..”

“모르겠어. 구미호님이랑 다투고 바로 귀신의 집 나갔다는데? 어디 간 건지는 모르겠어.”

‘수민이.’


영안실에서조차 동생생각만 하던 청소장이었다.

구미호에게 반감을 샀다면 가장 걱정할 사람도 수민이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나 같아도 수민이 걱정을 제일 먼저..’

“그럼 전 무슨 일 있을지 모르니까 청소장님을 좀 찾아볼게요.”


민수도 수민의 걱정이 됐기 때문에 일단 움직일까 싶어 시선을 돌렸다.

그 때 할아버지의 옆에 놓인 가방이 민수의 눈에 들어왔다.

반쯤 열린 가방 속에는 더럽긴 매한가지지만 옷이 들어있었고, 그 밖에도 봉지나 컵 같은 자질구레한 것들도 있었다.

수민에게 가려던 민수의 발걸음을 붙든 것은 그 자질구레한 것 중 하나였다.


“...”

“..? 간다고 하지 않았어?”

“아아, 네. 갈게요.”


고개만 돌려 할아버지의 가방을 보고 멈춘 민수를 보고 다리가 없는 귀신이 불렀고, 민수는 맥없이 대답하곤 표정을 굳혔다.

할아버지의 가방 속엔 사진이 들어있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건 가족사진이었다.

때문에 민수는 지하상가를 나와 다른 쪽을 찾아보겠다며 다리가 없는 귀신을 먼저 보내고 다시 지하상가에 들어왔다.

기대감에 꽉 찬 머릿속 한 편에는 수민과 청소장에 대한 걱정이 있긴 했다.

하지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유일했다.

자신과 관련된 사람 중 할아버지는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왜 안 된다는 건데?”


마음과는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안 된다는 게 아니라, 힘들다는 거지. 그래도 가구 좀 팔면..”

“그게 그 말이지! 나 그럼 내일부터 애들 무슨 낯으로 보냐고!”

“쾅!”


점점 커지는 목소리에 아빠가 책상을 부술 것처럼 내리쳤다.

엄마는 그 소리를 듣고 흠칫 몸을 떨었다.

하지만 아빠의 이런 행동에 멈출 자신이었다면, 애초에 엄마에게 화를 내지도 않았을 터였다.

그래서 책상에서 난 소리보다 더 크게 화를 냈다.

마치 힘없는 초식동물이 발악하는 것 같았다.


“내가 매번 그러는 것도 아니잖아! 왜 내 사정은 몰라주는 건데!”

“넌 도를 넘었어.”


아빠가 이 사이로 내뱉듯 말했다.

더 이상은 없다는 경고조였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도를 넘은 건 엄마랑 아빠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나는 뭐 쓰고 싶어서 쓰는 줄 알아? 이럴 수밖에 없다고!”

“당장은 힘드니까..”


엄마가 달래려는 건지 팔을 잡고 매달려서 말했다.

팔을 잡고 있는 손이 떨고 있었다.

엄마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엄마를 두렵게 만들고 있는지 알면서도 입은 생각과는, 양심과는 다른 말을 뱉어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입양 가는 게 낫겠다!”


그리고 엄마의 손을 쳐냈다.


“나갈 거야! 어딜 가든 여기보단 낫겠지.”


그대로 신발을 신는데, 뒤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


고통스러웠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 아빠의 목소리도 그랬고, 민수의 마음도 그랬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양을 늘이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되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의 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6 앞으로(8) 21.07.29 45 0 7쪽
95 앞으로(7) 21.07.28 25 0 7쪽
94 앞으로(6) 21.07.27 26 0 7쪽
93 앞으로(5) 21.07.26 30 0 7쪽
92 앞으로(4) 21.07.25 26 0 7쪽
91 앞으로(3) 21.07.24 25 0 7쪽
90 앞으로(2) 21.07.23 21 0 7쪽
89 앞으로(1) 21.07.22 22 0 7쪽
88 깨진 속박 21.07.21 24 0 7쪽
87 결계 안에서 18.02.20 81 0 11쪽
86 까만 기억 18.02.13 102 0 9쪽
85 역겨움 18.02.09 99 0 7쪽
84 고통(3) 18.02.06 538 0 7쪽
83 고통(2) 18.02.02 540 0 7쪽
» 고통(1) 18.01.31 81 0 7쪽
81 후회할 선택과 후회하지 않을 선택 18.01.26 87 0 7쪽
80 직감 18.01.23 101 0 9쪽
79 몸 (2) 18.01.19 70 0 8쪽
78 몸 (1) 18.01.16 80 0 10쪽
77 거짓말의 의미 18.01.12 65 0 7쪽
76 크리스마스에 되찾은 것 18.01.09 82 0 12쪽
75 숨긴 마음 18.01.05 75 0 7쪽
74 원하는 것과 얽매인 것 사이 18.01.02 85 0 8쪽
73 끝이 보이는 삶 17.12.29 376 0 9쪽
72 죽은 의욕과 버티는 희망 17.12.26 89 0 8쪽
71 가까운 죽음 17.12.22 73 0 8쪽
70 마지노선과 반항 17.12.19 78 0 8쪽
69 성불 17.12.16 94 0 8쪽
68 모두가 잠든 시간에 잠들다 17.12.12 99 0 9쪽
67 고통이 지르는 소리를 쫓아 17.12.08 85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