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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45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2.16 01:44
조회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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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성불

DUMMY

그 침묵을 깬 것은 현석이었다.


“..너 근데 내가 불 피울 수 있다는 건 어떻게 알고 그런 거야? 설마 저 사람이 피운 그 불로 어떻게 해볼 생각은 아니었지?”


현석은 선호가 시선 끌기 용으로 썼던 종이 불을 떠올렸다.

살짝 자존심을 긁는 발언일 수 있다는 생각에 현석이 슬쩍 선호를 보았다.

하지만 선호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작은 불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저씨 몸 좀 봐요. 화상투성이잖아요. 기억도 되찾았다고 하니까 제가 찬 기운을 다룰 수 있는 것처럼 아저씨도 불에 관련된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어요.”


시큰둥하게 말하는 청소장과 달리 현석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뭐야, 확실한 것도 아니면서 그랬다는 거야? 말 그대로 도박에 목숨 건 거잖아!”

“만약에 아저씨가 그런 능력이 없었어도 흡혈귀를 잠깐만 막으면 바로 얼려버리면 되니까요. 어차피 필요한 건 시간이었어요. 워낙 재빨라서..”


현석은 뭐라고 더 따지려는 것처럼 입을 벌렸다가 그냥 다물었다.

이미 끝난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었다.

잠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선호가 대신 입을 열었다.


“이제 됐으니까 여기서 그만 얘기하는 게 어때요? 두 분이랑 다르게 저는 인간이라서 말이죠. 시간도 늦었고 몸도 많이 피곤하다고요.”


잔뜩 비꼬는 말투로 말하는 선호를 보고 현석은 청소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대체 누구냐는 시선이었다.


“음.. 말로 다 하긴 힘든 질긴 인연이에요. 최근에 제령술을 배워서 의도치 않게 도움을 받은 거랄까..”

“제령술? 제령사야?”

“그런 거창한 건 아니지만요.”


팔짱을 끼고 시건방진 태도로 일관하는 선호의 모습은 더 이상의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뭔가 사정이 있는 거겠지. ..그럼 난 간다.”


선호의 태도에도 화를 내지 않는 대신 현석은 한 쪽 눈썹을 치켜뜨곤 손을 흔들며 뒤돌았다.

청소장은 현석이 귀신의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고 붙잡았다.


“어디 가세요?”

“기억도 다 떠올랐으니까 더 이상 거기 있을 이유는 없잖아.”

“아..”

“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말하는 현석의 말은 허세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인사도 안하고..”

“야, 내가 그 집에서 신세진 건 너뿐이야. 너한테 말했는데 누구한테 뭘 더 말하겠냐.”


현석은 고개만 돌려 본인 할 말만 하고 다시 돌아섰다.

청소장은 뭔가 할 말을 찾지 못해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민수한테 안부 전해주고, 너도 이젠 미련 풀어라.”


그 말을 끝으로 현석은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선호는 그 때의 악령과 다르게 어딘가 빈 듯 한 표정을 짓는 청소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 미련은.. 누나랑 관계있는 거지?”


별안간 선호가 묻는 질문에 청소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몰라도, 니가 누나한테 목맨다는 건 알아. 아마 미련이랑도 관련 있을 거고..”

“니가 무슨 상관이야.”


선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청소장은 선호를 몰아붙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래, 내 미련은 수민이랑 관계있어. 근데 그걸 니가 뭘 어쩌겠다는..”

“말하기 싫으면 됐고.”


선호와 청소장은 잠시 서로를 노려보았다.

선호는 청소장의 눈에서 그 때와 같은 광기를 찾으려 했다.

어쩌면 마음 한 편으론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어야 그 사람을 온전히 배제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청소장은 그런 선호의 마음은 당연히 모른 채 어째서 선호가 갑자기 자신의 미련에 관심을 갖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약점이라도 잡으려는 건가?’


청소장이 판단한 선호는 그런 존재였다.

한참을 대치하다, 선호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더 이상은 피곤해서 안 되겠다. 들어가서 좀 자야겠어.”

‘무슨 생각인 거지?’


순순히 자리를 떠나는 선호를 보고 청소장이 더 당황스러워했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스스로의 몸 상태랑은 관계없이 자신이 수민의 근처를 떠날 때까지 선호는 여기서 죽치고 있을 것이었다.

선호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청소장을 두고 저만치 걸어갔다가 한숨을 깊게 쉬더니 뭔가 결심을 한 듯 다시 돌아왔다.


“내가 가진 원한이랑은 별개로, ..넌 누나랑 얘기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정신 나갔어?”


갑자기 안 하던 말을 하는 선호에게 청소장이 내린 판단은 기분이 나쁠 정도였다.

선호는 그 말에 얼굴을 한 번 찡그렸다가 자기 딴에는 자리를 비켜주려는 건지 청소장을 놔두고 수민의 자취방에서 걸음을 떼었다.


“남은 건 니가 알아서 해.”


결국 청소장은 혼자 덩그러니 남아 수민의 자취방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한밤중이라 불은 켜지지 않았다.


‘..갑자기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청소장은 선호가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수민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라는 말 같은데, 사실 청소장은 매번 수민을 보면서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몇 번을 고민했고, 지금 자신의 모습은 괴물이 아닌가 다시 살폈고, 용기를 내서 말을 해보자니 두려웠다.

그 때처럼 자신을 두려워 할까봐.


“후..”


깊게 심호흡을 하고 결국 청소장은 수민의 방에 들어갔다.

수민은 집 앞에서 방금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던 흡혈귀가 재가 됐다는 것도 모른 채 자고 있었다.


‘그래, 모르는 게 낫지. 알려주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청소장은 자고 있는 수민의 옆에 앉아 수민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너 하나 지키려고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아?”


툴툴거리는 것 같은 말투 속에는 동생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수민아..”


청소장은 자고 있는 수민을 한참을 보다가 말했다.


“너는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있어줘.”

‘더 이상 그런 고통은 겪게 하고 싶지 않아.’


결국 청소장은 수민을 깨우지 않고 수민의 이마를 한 번 쓸어 넘기고는 방을 나왔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난 아직 용서를 구할 준비가 안됐어. 때가 되면.. 그 때..’




한편 현석은 자신의 아내를 찾아 집에 온 상태였다.

한밤중이라 아무도 깨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귀신이라 아무 소리도 나지 않을 게 분명한데도, 현석은 괜히 긴장해 살금살금 아내의 방으로 걸어갔다.


‘설마 깨있는 건 아니겠지.’


아내는 곤히 자고 있었다.

현석은 가까이 다가갔다.

얼마 전에도 보긴 했지만, 그 땐 너무 잠깐이어서 잘 보질 못했었다.

역시 10년이란 시간은 거스를 수 없는지 아내의 얼굴엔 주름이 잔뜩 생겨 있었다.

현석은 한숨을 푹 쉬었다.


“미안해. 고생 많이 했지?”


아내의 주름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없는 탓에 생긴 고통이 모여 주름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곁에 없어서, 힘이 못 되서.. 미안해.”


현석은 아내가 눈치 채고 일어나지 못하도록 아내의 손에 살짝 손을 올리기만 했다.

마음 같아선 꽉 잡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은 귀신이었다.

거실엔 아직 자신의 얼굴이 담긴 가족사진이 있고, 가족들도 자신을 잊지 않았지만, 가족에게 자신을 보일 순 없었다.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하겠다고 자신을 드러내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 짓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니까.

그러니 기대를 심어줄 순 없었다.


“나 없는 동안 애들 잘 키워줘서 고맙고, ...”


현석의 몸이 서서히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그동안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까, 이제부턴 당신을 영원히 지켜줄게.”


투명해져 목소리만 남은 현석은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작가의말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날짜를 착각해서..

연말이다 보니 잡다한 일이 점점 많아지네요.

다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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