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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14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2.22 23:55
조회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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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가까운 죽음

DUMMY

수업이 끝났지만, 청소장이 평소와 달리 수업이 끝났다는 말을 하지 않아 귀신들은 의아한 표정만 주고받고 있었다.

그 시선 속에는 가도 되는 건지, 더 있어야 하는 건지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했다.

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현석에게 말을 걸려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 참..’


현석이 그 자리에 없다는 걸 상기하고 민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현석에게 이렇게 많이 의지했었나, 싶은 것과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청소장쪽으로 향했다.

청소장이 팔짱을 끼고 인상을 잔뜩 쓰고 있었다.


“저기..”


온 몸에 멍 자국이 가득한 귀신이 모기만한 소리로 청소장을 불렀지만 청소장은 듣지 못한 건지 듣기 싫은 건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멍이 든 귀신은 들었던 손을 어색하게 내렸다.

결국 다시 몇 분간의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고, 참다못한 다른 귀신이 손을 들려는 찰나, 청소장이 침묵을 깼다.


“갑작스럽겠지만, 여러분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귀신들은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서로를 쳐다봤다.

대체 뭘 묻고 싶길래 이렇게 오랫동안 뜸을 들였는지 궁금한 기색이었다.


“어떠한 결정이든 강요하지 않을게요. ..이 귀신의 집에 남고.. 아니, 미련을 풀고 성불하고 싶은지, 이 ‘세상’에 남고 싶은지 선택해주세요. 다만 저는 담임교사로서 여러분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지 최선을 다해 도와줄 겁니다.”

“어.. 갑자기 왜..”

“일단은 질문에 답부터 해주세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 알려드릴게요.”

“뭐 그렇다면야..”


말을 꺼낸 창백한 귀신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고민에 빠졌다.

창백한 귀신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민수를 포함한 대부분의 귀신이 청소장의 질문에 별 다른 의견 없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반이었다면 어땠을지 모르지만, 청소장 반의 귀신들은 그만큼 청소장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2분간 빠르게 진행된 투표는 대부분이 성불을 택했고, 몇몇이 잘 모르겠다하고, 두 명이 성불하고 싶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청소장은 그 결과에 한명 한명의 얼굴을 기억에 새기듯이 쭉, 교실을 돌아보았다.

때문에 귀신들은 갑자기 청소장이 왜 이런 것인가 더 궁금증에 빠졌지만, 청소장은 그것을 끝으로 말했다.


“그럼 오늘 수업은 이걸로 끝내겠습니다.”


기다리던 말이 나오자 잠시 눈치를 보긴 했지만 귀신들은 이내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둘씩 교실을 나섰다.

민수도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뒷문으로 향했다.


“민수야, 잠깐만.”

“아, 네.”


교실 문을 나서려는 찰나 청소장이 민수를 불렀고, 청소장은 교실에 둘만 남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리가 없는 귀신을 마지막으로 교실이 조용해지자, 청소장이 민수에게 손짓했다.

민수가 청소장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설마 수민이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죠?”

“아니야, 그런 건 아니고.. 말해줄게 있어서.”


민수가 교탁 근처까지 오자 청소장이 말했다.


“사실을 알면 날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아니, 아마 날 싫어할 것 같지만.”

“대체 뭐길래 그래요?”

“프랑켄슈타인한테 가봐. 말은 해뒀으니까.”


민수의 머릿속에 얼핏 보면 과학자나 의사처럼 백의를 입은 프랑켄슈타인이 떠올랐다.

그렇게 길게 얘기한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이상한 괴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민수의 입이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청소장이 그런 민수의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떠미는 것처럼 다시 말했다.


“가서 후회할 일은 없을 거야. 장담할게.”

“그렇게까지 말 안하셔도 가겠지만..”

‘내가 청소장님을 싫어할 거라고?’




민수는 프랑켄슈타인의 실험실 앞에서 갈등에 빠졌다.

말해서 오긴 왔는데, 역시 그 불편한 괴물을 다시 본다는 것 자체가 생리적으로 달갑지 않았다.


“하..”

‘어지간한 일은 아닌 것 같던데. 어쨌든 내가 프랑켄슈타인을 만나면 청소장님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도 알 수 있겠지?’


민수는 한숨을 쉬면서도 문을 두드렸다.




“진짜 한번만 살려준다고 생각해!”

“갑자기 찾아와서 무슨 부탁을 하는 거예요?”


저승사자는 아직 교실에서 나가지 못한 청소장의 앞을 막고 소리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나 진짜 이번엔 꼭 데려가야 된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제 잘못도 아니고, 알아서 하시면 되잖아요.”

“근데 예정 외 상여가마를 쓰려면 노동력은 내가 직접 구해야 된단 말이야. 나 그런 돈 없다고!”


청소장은 저도 모르게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게 저승사자와 대화만하면 이 표정을 안 지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부탁은 저 말고 도깨비님한테..”

“..안 돼.”


저승사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못 맞추자 청소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전에도 돈 빌린 적 있어요?”

“그게.. 전이라기 보단.. 어쨌든, 돈이 안 되면 귀신이라도! 너 담당 귀신 많잖아? 잠깐 말만 좀 꺼내달라고.”

“노동력에 대한 대가도 못 주면서요?”

“그렇게 얘기하면 할 말은 없지만..”


한심했다.

얘기를 들어보면 다른 저승사자는 안 이런 모양인데, 왜 하필 귀신의 집에 있는 저승사자가 이 모양인지 모를 일이었다.

청소장은 계속 안 된다고만 하면 저승사자가 계속 죽치고 있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얘기는 꺼내볼게요. 얼마나 모일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 그럼 인력은 확보다!”

“아니, 무조건 된다고는..!”


저승사자는 청소장이 부탁을 받아들이자마자 막을 새도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청소장은 두통이 이는 것 같아 눈을 감고 이마를 짚었다.


“어떻게 저런..”

‘아니, 문제가 될 발언은 삼가자. 이미 오늘 그런 말은 충분히 많이 했어.’


그런 청소장의 곪아가는 속과 달리, 저승사자는 큰 쥐의 교실로 향하고 있었다.

저승사자가 알기로 도깨비와 구미호 다음으로 이 집에서 돈이 많은 존재가 큰 쥐였기 때문이었다.

경쾌했던 발걸음이 저승사자의 표정과 같이 점점 그늘져갔다.


‘약속이니까, 약속한 대로.’


청소장에게 부탁했을 때와는 달리 저승사자의 표정은 근래에 들어 가장 어두웠다.




3년 전, 유리는 큰 병을 앓았었다.

원인불명의 병으로 크게 치솟았던 열은 3일이 지나도록 가라앉지 않았고, 찾아간 모든 의사들은 모두 하나같이 말했다.

‘알 수 없다, 가망이 없다.’고.

때문에 유리의 부모님은 유리만큼이나 마음 아파했고, 매일 밤을 기도했다.

제발 자식의 병을 고쳐달라고.

그런 부모님의 간절한 마음이 통한 것인지 4일째 날 아침, 기적처럼 유리의 열이 내려가면서 유리는 간신히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울면서 안기는 가족을 내려다보는 존재 중, 저승사자가 있었다.


[그 애절함이 영원하다면, 그리고 아이가 이 고마움을 간직한다면, 내가 다시 찾아올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말은 유리와 유리의 부모님의 마음에 깊이 남았고, 저승사자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유리의 집에 찾아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어제, 저승사자는 스트레스해소를 위해 돌아다니던 중, 유리를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땅을 보고 걷는 유리의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또한 3년 전 삶에의 간절함과 부모님에게의 고마움으로 활활 타오르던 유리의 마음은 이미 까맣게 죽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저승사자는 크게 당황했다.

다른 계약은 어떨지 몰라도 그 계약은 영원할 거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요즘 인간들은 삶에 대한 집착이 적으니까 그런 건가?’


저승사자는 큰 쥐의 교실 앞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은 준비를 마쳐야 했다.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에게도 불이익이 닥치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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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모두가 잠든 시간에 잠들다 17.12.12 98 0 9쪽
67 고통이 지르는 소리를 쫓아 17.12.08 8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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