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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12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21.07.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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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앞으로(6)

DUMMY

94화/앞으로(6)


그는 한 허름한 집 앞에서 주위를 잠시 둘러보다 쥐의 모습으로 변했는데,

그 크기가 팔뚝만한지라 도저히 못 보고 지나칠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할아범도 그건 알았고,

그저 남의 집에 들어가는 데 그래도 쥐의 모습이 그나마 덜 의심을 살거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찍찍-


꽤 크게 소리를 쳐서 그런가,

아직까지 민수의 모습을 하고 있던 작은 쥐가 집에서 나와 바닥을 훑었는데,

쥐 할아범은 그런 작은 쥐를 보곤 찍찍거리며 혀를 찼다.


“아직도 그 모습이냐? 가자.”

“어..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돼요?”

“왜?”


할아범은 질문을 하면서 작은 쥐의 뒤를 슬쩍 보았는데,

열린 틈 사이로 아직 얼굴에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 한 노인이 보였다.


“니 나이가 저 인간이랑 비슷하긴 하겠다만, 그렇다고 선은 넘지 마라.”

“그런 거 아니에요! 민수 엄마인데,”

“그 귀신?”


그러고 보니 작은 쥐의 몸 안에도, 이 주변에도 민수의 영혼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그 놈 성불했냐?”

“네.”

“허, 참.. 그런데 너는 왜 아직 그러고 있고?”

“그냥요.”

“...”


쥐 할아범은 이어 작은 쥐가 사정을 설명하자 그동안 가만히 듣고 있기는 했는데,

그래도 작은 쥐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호통을 치는 건 잊지 않았다.


“그 영혼이 과거 어떤 일을 겪었든 지금 너랑은 관계없지 않냐. 가자! 시간이 없어.”

“아니, 좀만 더 있으면 안돼요?”

“안 돼. 지금 한 시가 급하다.”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데요?”

“귀신의 집은 이제 사라질 거다.”


사실은 이미 사라졌지만.

진작에 그곳을 빠져나온 쥐 할아범은 당연히 그 사실을 몰랐고,

그저 작은 쥐를 재촉했다.


“새로 몸을 숨길 곳을 찾아야지. 우린 인간이 아니잖냐.”


그 말에 작은 쥐는 계속 안 가겠다며 고집을 부리다 결국 쥐 할아범이 크게 화를 내자 그제서야 민수의 어머니를 한 번 쳐다보곤 고개를 푹 숙였다.


“으휴, 이 화상아. 인간한테 감정을 느끼지 마라.”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그런 거든 저런 거든! 어떠한 감정도 느끼면 안 된다.”


쥐 할아범은 우리는 그들과 평생 가까이 있을 수 없으니까, 라는 뒷말을 삼키곤 계속 작은 쥐를 재촉했고,

결국 작은 쥐는 민수의 어머니가 잠든 사이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안 좋아요.”

“원래 이별이라는 게 그런 거지.”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같은 말을 대체 몇 번을 하게 하는 건지.

작은 쥐는 이젠 크게 부정을 하지도 않고 툴툴 거렸는데,

쥐 할아범은 작은 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면서도 계속 그를 재촉했다.


“최대한 멀리 가야 돼.”

“아, 맞아. 그래서 귀신의 집이 사라질 거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다. 결계가 망가졌으니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거야.”

“그거 구미호님이 다시 만들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말처럼 쉬운 거였으면 내가 손수 너를 데리러 왔겠느냐.”


하여간에 세월이 얼마나 지나든 배우는 게 없어서 어떡하냐는 할아버지의 말은 무시하고.


“그래서 결계가 사라진 거랑 우리가 이렇게 계속 가야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아직도 모르겠느냐? 결계가 없어진 이상 우리의 존재는 인간한테 들킬 수밖에 없어. 지금까지의 귀신의 집은 더 이상 존속될 수 없는 거다.”

“...”


청소장이 결계를 부순 게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은 몰랐는데.


작은 쥐는 이미 성불해버린 민수를 잠시 떠올리다가,


“그럼 다른 귀신들은요?”

“그 어중이떠중이들? 알아서 살라고 해야지. 그러길래 알아서 진작 성불했으면 나았을 것을, 쯧쯧..”


그게 쥐 할아범의 말처럼 쉬운 일이었으면 애초에 귀신들이 모이는 귀신의 집이 있을 이유도 없었겠지만.

작은 쥐는 뭐라고 더 말을 하는 대신 그냥 입을 다물고 쥐 할아범의 뒤를 쫒았다.

가끔 민수의 어머니가 있는 집 쪽을 돌아보면서.



“스승님, 죄송합니다.”

“앞으론 복귀술 꼭 걸어놓고.”


제자의 의도치 않은 짓 때문에 괜히 더 고생한 두 엑소시스트는 이젠 흡혈귀가 날아왔던 산을 오르고 있었는데,

가까이 갈수록 대기가 이상하게 축축하고 음산해지는 것이 확실히 이곳에 무언가 있다는 느낌을 주긴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

“이 기운은 늑대인간이랑 비슷한..”

“그래, 좀 더 날카롭긴 하지만 말이다.”


설마 이 머나먼 동양에도 늑대인간이 있는 걸까?


‘하기야 흡혈귀가 넘어온 걸 생각하면 꼭 말이 안 될 일은 아니지만.’

“스승님!”


그때 제자가 정면을 가리켰는데,

그곳엔 이상하게 안개가 부글거리듯 지면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그것보다 더 둘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지만.


“저게.. 뭐지?”


늑대인간은 아니다.

그 놈들은 사람의 형태로 변해있을 때도 그 특유의 커다랗고 날카로운 송곳니나,

기이하고 앙상하게 뻗은 두 다리는 절대 인간이 아님을 보여주었으니까.

뭣보다 엑소시스트긴 하지만 두 사람이 이렇게나 가까이 올 때까지 그냥 저렇게 서 있을 정도로 인내심이 강한 생물도 아니다.


“넌.. 무엇이냐.”


물론 늑대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것이 절대 인간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사람의 형상을 한 그것은 뒤에 꼬리 아홉 개를 살랑이고 있었으니.


“인간의 기운이라기엔 지나치게 밝구나.”


꼬리가 달렸을 뿐, 그 모습은 굉장히 아름다워서 순간 당황한 찰나.


구미호는 두 인간이 자신을 보고도 넋을 잃지 않은 것에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하고, 심지가 굳은 인간이 둘이나.”


만일 그녀에게 구슬이 있었다면 당장 음기를 뺏었을 텐데.


구미호는 자신이 거의 다 부숴놓은 귀신의 집을 마저 더 부수는 대신,

두 인간에게 손을 뻗었다.


귀신들을 다 죽이는 건 나중에.

일단 자신의 모습을 본 인간들을 살려둘 순 없으니.

때문에.


훅-


가볍게 날린 꼬리 하나로 두 인간 중 상대적으로 작은 쪽을 노렸고,

이내 그 인간의 몸에 큰 바람 구멍이 날 것이라 생각했으나.


웅-


자신의 꼬리가 날아가다 무언가에 부딪혀 멈추자 눈을 표독스럽게 치켜떴다.


“뭐하는 인간들이냐.”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들이죠.”


평소 같으면 그냥 듣고도 넘겼을 말.

하지만 이 순간 구미호는 예전에 흡혈귀가 했던 말을 떠올렸고,


“엑소시스트, 라고 했었지.”

“오, 우릴 아나 봅니다!”


대체 뭐가 좋다고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는 제자에게 다시 꿀밤을 먹이고.

스승은 구미호를 자세히 살폈다.

어째서 자신들은 모르는 존재가 엑소시스트를 알고 있는 걸까.


물론 답은 금방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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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결계 안에서 18.02.20 81 0 11쪽
86 까만 기억 18.02.13 102 0 9쪽
85 역겨움 18.02.09 99 0 7쪽
84 고통(3) 18.02.06 537 0 7쪽
83 고통(2) 18.02.02 540 0 7쪽
82 고통(1) 18.01.31 80 0 7쪽
81 후회할 선택과 후회하지 않을 선택 18.01.26 87 0 7쪽
80 직감 18.01.23 100 0 9쪽
79 몸 (2) 18.01.19 70 0 8쪽
78 몸 (1) 18.01.16 79 0 10쪽
77 거짓말의 의미 18.01.12 65 0 7쪽
76 크리스마스에 되찾은 것 18.01.09 81 0 12쪽
75 숨긴 마음 18.01.05 7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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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죽은 의욕과 버티는 희망 17.12.26 89 0 8쪽
71 가까운 죽음 17.12.22 71 0 8쪽
70 마지노선과 반항 17.12.19 77 0 8쪽
69 성불 17.12.16 94 0 8쪽
68 모두가 잠든 시간에 잠들다 17.12.12 98 0 9쪽
67 고통이 지르는 소리를 쫓아 17.12.08 8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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