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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41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21.07.2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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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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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깨진 속박

DUMMY

88화/깨진 속박


“당신들이?”


청소장은 짐짓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두 귀신은 그런 그녀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조금 얼굴을 찡그리거나 당당하게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청소장님 기준에서야 저희가 못 미더우시겠지만, 그정도는 아닙니다.”

“여기서 그간 청소장님이 가르쳐주신 것도 있고, 나름 노력했으니까요.”


결국 일단 자신들을 믿어보고 한번만 더 시도해보자는 말에 청소장은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내 그녀가 다시 집중하면서 두 손에 한기를 모으기 시작하자,

두 귀신과 민수도 청소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자신의 기운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어,


쩌적..


일순 대기가 갈라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고,

청소장은 그동안 두 손에 모아두었던 한기를 정면, 결계를 향해 쏘아 보냈다.


후욱.. 콰아아아-!


아까 봤던 2미터보다 훨씬 거대하게 결계를 메우는 한기.

하지만.


“후.. 안 돼. 저렇게 퍼지면. 직선으로 나가서 뚫어야하는데, 결계가 막네.”

“..청소장님.”


그때 넷의 뒤에서 상황을 보고만 있던 귀신이 슬쩍 다가왔다.


“저도 돕겠습니다. 그동안 반 담당하시면서 고생하셨을 텐데 이거라도 도와야죠.”

“너 하나 추가된다고 뭐 바뀌겠냐?”


동시에 그 옆에 있던 다른 귀신도 말을 보탰는데,

둘 다 청소장 담당 반의 귀신들이었다.

이어.


“그래, 이거라도 도와야지 뭘 구경만 하고 있어?”

“이게 뭐 어려운 거냐? 티끌모아 태산이랬다고, 일단 해봐야 아는 거지!”


결국 그 둘을 포함해 청소장 담당 반 귀신들은 전부 결계 앞으로 다가와 청소장을 반원으로 감싸듯 모였는데.


“..이럴 거라곤 예상 못했는데.”


그간 그들을 봐주느라 고생했던 기억들이 스쳐지나간 걸까.

청소장은 드물게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고.


“헐! 야, 봤어?”

“사진! 사진!”

“사진을 어떻게 찍어!”

“그럼 그림이라도 그려!”


처음 보는 그녀의 표정에 이 일대가 다 소란스러워졌다.


“야, 야! 조용히 해! 도와주려고 모인 거 아냐? 잠자코 기운이나 내 놔!”


결국 한 명이 총대를 메고 목소리를 높이자 그제서야 자신들이 모인 이유를 되새긴 귀신들은 일제히 손을 앞으로 향했다.

얼핏 주교 한 명을 세우고 가르침을 기다리는 사이비 집단 같은 모양새였으나,

그 표정이 꾀나 결연해서 청소장도 이내 미소 대신 진지한 표정을 짓곤 다시 기운을 모았다.


‘이번에도 안 되면.. 아냐, 잡생각은 치워.’


매번 처음처럼 시도해야지.

자신이 동생을 두고 온 이유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이딴 결계로 막힐 의지였다면 자신의 동생에 대한 미련조차 부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후욱..!


다시 집중한 그녀의 손 안에 모이는 한기.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매서운 칼바람과 같은 소리마저 내며 응집했고,


으직!


다시 한 번 대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것은 이전과는 달리 망치로 나무를 부수는 듯 둔탁한 소리였다.


동시에.


쉭.. 카가가각-!


그녀의 손을 떠난 한기는 결계에 빛처럼 쏘아져 나가 그것을 드릴처럼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어.


우직.. 쩌억..!


결계에 커다란 금이 생기고,


“됐다!”

“방심하지 마! 더 쏟아 부어!”


그 모습은 아직 이곳에 남아있던 다른 귀신들도 충분히 보고도 남을 큰 균열이었기에.


“된다고?”

“구미호님이 친 결계인데..!”

“말도 안 돼!”


주변이 점점 경악에 물들어갈 쯤.

청소장은 이젠 저릿 거리는 손을 억지로 앞으로 뻗고 있는 상황이었다.

좀만 더하면 갈라질 것 같은데.

귀신으로 살면서 처음 겪는 고통은 인간이었을 때의 그것보다 강렬했고,

그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결국.


‘안 돼..’


할 수 없을 것 같다.

더 하면 몸이 망가질 것 같다.

하지만.


“버텨요-!”


가장 가까이서 청소장의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고 있던 민수가 그녀의 상념을 깨부쉈고,


“으윽.. 깨지라고, 이 무식한 결계야-!”


청소장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한기를 쏘아 보냈다.

구미호에 대한 분노.

수민에 대한 미련, 불안함. 죄책감까지 전부.

때문에.


기긱.. 쨍-!


“진짜 깨졌어!”

“구미호님이 화내실 거야!”


이곳에 모인 귀신들의 절반가량은 보는 것만으로도 뭐가 무서운 건지 귀신의 집 안으로 줄행랑을 쳤고,

남은 절반 중 일부는 결계의 너머를 살폈다.

자신들을 지키던 보호막이 사라졌으니 무서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민수는.


“됐다..”


무너져 내리는 결계의 가장 위를 보고 있었다.

그때.


“이 녀석이 개과천선 할지도 모르겠네, 클클.. 안 그러냐?”


쥐 할아범이 손바닥만 한 쥐의 꼬리를 잡고 나타났다.

작은 쥐다.


“할아버지! 놔요! 이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잖아요!”

“네 입으로 한 말이 있을 텐데?”


무슨 말?


아무래도 둘 사이에 주고받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쥐 할아범이 하는 말로 미루어보아 무슨 내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내기에 졌으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자.”


휙-


쥐 할아범이 작은 쥐를 대뜸 민수 쪽으로 던지는 바람에 민수는 엉겹결에 작은 쥐를 두 손으로 받아들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하는 거지?


“그 녀석이 나랑 내기를 했거든. 네 놈이 원하는 거 하나는 들어줄 거다.”

“엇.. 진짜요?”


원하는 거라면 정해져 있고, 필요한 머리카락도 진작 챙겨왔다.

그리고 작은 쥐도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하고 있기에.


“에이씨, 그래! 내가 한 번은 변신한다! 두 번은 안 할 거니까 신중히..!”

“이거요.”


그래도 그가 바로 머리카락을 내밀 줄은 몰랐는지 잠시 말을 못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내 민수에 비하면 손가락만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확, 채가곤 부루퉁하게 중얼거렸다.


“옷은. 여기서 바로 변하라는 건 아닐 거 아냐.”

“어..”

“옷은 내가 따로 챙겨둔 게 좀 있어.”

“청소장님?”


그때 청소장이 민수와 작은 쥐에게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곤 훌쩍 자신의 방 쪽으로 날아갔는데,

민수는 그 모습에 급하게 쥐 할아범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바로 따라 날아갔다.


“허허.. 어린놈들이 예의를 말아먹었나.”


혼자 남은 쥐 할아범은 말로는 그들을 꾸짖었지만,

그렇다고 진짜 화가 난 것은 아닌지 얼굴엔 미미한 미소가 올라 있었다.


“좀 시끄럽겠구만.”


그리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결계가 깨진 이상 자신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서였다.


‘나도 참 늙었지.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곳에 갇혀있었으니 말이야.’


머릿속으론 인간들에게 맞아죽은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가 떠오르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피하겠다고 구미호가 시키는 대로 사는 건 또 다른 속박이지 않겠는가.


작가의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사정이 있어 긴 휴재를 했는데,

이젠 결말까지 달리고 완결을 보려고 합니다.

기다리고 봐주신 독자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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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앞으로(1) 21.07.22 22 0 7쪽
» 깨진 속박 21.07.21 24 0 7쪽
87 결계 안에서 18.02.20 81 0 11쪽
86 까만 기억 18.02.13 102 0 9쪽
85 역겨움 18.02.09 99 0 7쪽
84 고통(3) 18.02.06 538 0 7쪽
83 고통(2) 18.02.02 540 0 7쪽
82 고통(1) 18.01.31 80 0 7쪽
81 후회할 선택과 후회하지 않을 선택 18.01.26 87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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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성불 17.12.16 94 0 8쪽
68 모두가 잠든 시간에 잠들다 17.12.12 99 0 9쪽
67 고통이 지르는 소리를 쫓아 17.12.08 8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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