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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漫報) 님의 문피아 서재입니다.

HAZARD - 5부 외전 - 크라뮤의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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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漫報)
작품등록일 :
2013.02.10 16:07
최근연재일 :
2013.02.10 19:0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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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1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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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0쪽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7)

DUMMY

BGM :ファ-スト インプレッシション from 海がきこえる O.S.T.


아텔리와 파워는 시바가 말을 한다는 것에 별로 놀라지 않는다. 영수(靈獸)와 소환수 등을 많이 보아오고 자란 환경 탓이다. 다만 시바의 정확한 종족명을 알지 못할 뿐이다. 몰리와 만났을 때와 같이 마찬가지로 아텔리는 크라뮤와 시바에 관해서 묻고 크라뮤는 역시 똑같이 할아버지 얘기, 시바와 신전을 찾아서 여행을 한다는 얘기만을 한다. 여기에 추가된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크라뮤와 시바의 처음 만남에 대한 일화였다.


아텔리는 오빌산맥 앞에서 자신들과 합류할 사람들과 만나기 위한 신호를 날려보았지만 돌아오는 신호가 없었다. 영웅군 군사인 미셀 드윈은 이런 일이 있을 때 바로 다른 대원들과 합류를 위해 빠르게 행동하라고 아텔리에게 일렀고 아텔리는 그렇게 행동을 취한다. 다만 그 길동무로 크라뮤와 시바가 포함 된 것만이 다를 뿐이다. 아텔리는 자신들이 숨어서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린 크라뮤와 시바에게 고생을 시킨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둘은 어차피 이런 고생길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다행히 아텔리가 준비해놓은 식량덕분에 편안하게 밥을 먹으면서 산맥을 탈 수 있어서 편했다. 이미 성을 떠난 지 석달이 다되어 가는 동안 크라뮤도 제법 살이 붙으면서 근력이 생겼고, 시바도 브레스도 뿜을 수 있게 레벨 업을 한 상태이다. 파워는 이 두 꼬맹이 모험자들이 제법 괜찮은 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친하게 지내려고 한다. 위험한 시대지만 꼬마가 자신을 강하게 할 수 있는 여행을 한다는 것에 자기와 같다는 친근감을 느낀 것이다.

“너희들 롱바우스로 간다면 편하게 마차를 타거나 행상들을 따를 것이지 무식하게 둘이서 이 산을 넘으려고 했냐?”

“후후! 이 정도는 우습다고 했잖아.”

“나도 이 정도는 아주 우습다.”

크라뮤와 시바는 둘 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열심히 산길을 걷는다. 이런 것을 알아본 파워는 킥-하는 웃음을 보이고 앞으로 걷는다.

“조금만 지나면 미셀 원수가 말했던 곳으로 갈 수 있을 거야”

“미셀? 그게 누구야?”

당연히 궁금한 크라뮤.

“아텔리 누나가 열을 올리고 있는 상대.”

“파워!”

아텔리가 조금 안색을 붉히면서 파워를 걷어차려고 한다. 파워는 시시덕거리면서 한발먼저 앞으로 나간다.

“끄응…한 발 늦었다. 리아누나는 어려워서 포기한다고 해도 설마 아텔리까지…”

시바가 하는 한탄이다.

“뭘 바라냐? 개 주제에.”

“시꺼! 난 왜 이렇게 여복이 없을까.”

“나 원 별걸 다 따지네.”

크라뮤는 그러다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물어본다.

“아텔리. 미셀이 누구야?”

대답은 앞서서 가고 있던 파워가 대신한다.

“미셀은 우리 빛의 광장, 영웅군의 군사야. 7천국가문의 하나인 지혜의 드윈가문을 관장하는 현 가주이기도 하고.”

“똑똑한 사람이란다.”

아텔리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말을 붙였다.

“쳇! 내가 먼저 만났으면 아텔리가 날 좋아할 터인데.”

크라뮤는 약간 분한 듯 말한다. 아텔리가 그런 크라뮤가 귀여워서 손을 뻗어 크라뮤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시바는 꼬리를 친다. 다음은 자기차례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텔리는 크라뮤와 시바를 번갈아 보면서 말 할뿐이다.

“그런데 시바하고 크라뮤는 어떻게 해서 만나게 된 거지?”

크라뮤는 시바에게 용용 죽겠지를 한번 해보이고 답한다.

“나하고 시바는 처음 만날 때부터 처절한 혈투, 그 자체였지.”

“캥! 처음 승리를 난 아직도 잊을 수 없지. 원래 거기서 승부가 난 거였는데.”

아텔리는 말을 하는 이 검정강아지와 귀여운 더벅머리 꼬마의 처절한 만남이란 것이 궁금해졌다.

“흐응. 너희들은 만날 때부터 싸웠나 보구나.”

“먼저 시비를 걸어 온건 크라뮤였다고.”

“시비? 그게 시비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놈 하나도 없겠다. 너한테 물려서.”



이야기인즉 크라뮤 생일 때 아버지가 크라뮤 생일 선물로 친구 겸 보디가드로 삼을 수 있다며 막 태어난 시바를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태어난 지 얼마 안돼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시바를 보고 크라뮤는 [아빠 이런 멍청해 보이는 개가 절 지킬 수나 있겠어요?]라는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아직 말을 할 줄은 몰랐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던 시바는 대뜸 입을 벌려서 자기 머리를 만지고 있던 그 폭언자의 손가락을 꽉 물어버린 것이다. 이후 밥 문제로 한판을 벌여서 1승 1패가 되었고 나중에 잠자리 문제와 산보 문제로 2승 2패가 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이 망할 강아지가 왜 자꾸 자기에게 반항하는지를 알려고 한 크라뮤가 망고의 열매로 시바가 말을 할 수 있게 하자 시바는 그 동안의 불만을 좌-악 늘어 놨고 둘은 다시 5라운드를 벌여서 시바의 승리로 3승 2패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시바와 크라뮤를 보고서 사이가 좋다고 오해한(?) 할아버지덕분에 할 수 없이 계속 같이 다녔고 어디서나 둘은 티격태격 싸워서 지금까지 11승 12패가 남아있게 되었다고 했다.


이 기나긴 싸움의 역사를 들으며 나름대로 정리한 아텔리는 풋풋거리면서 웃음을 참아내고 있었다.

“후훗, 너희들 참으로 유니크한 일행이구나.”

“일행? 이건 내 부하라고.”

“이런 게 내 주인이라는 게 괴롭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발 딛고 서있는 걸 보면 용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살고 있을 뿐이니까.”

여전히 둘은 티격태격 했지만 별 불평 없이 산행길에 따라 온다. 험하기가 세계 2대 산맥으로 통하는 오빌산맥은 2대 산맥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동부 아나크산맥에 비해서 길이는 짧지만 굴곡이 심하고 나무보다는 돌과 바위가 많은 곳으로 마땅히 몸을 숨기고 지나기에 어려움이 있는 곳이다. 당연히 잠행을 해야 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좋지 않은 조건이기에 제국군을 피하기 위해서 낯에는 휴식을 밤에 길을 걸어야 했다.

“휴우, 이렇게 해서 과연 석 달 안에 3차 소집을 다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

파워가 물통을 비우면서 산 중턱을 내려다본다. 이틀 동안 겨우 산 4개를 넘어 왔을 뿐이다.

“아직 모집자 전부가 제국 손에 걸린 것은 아니잖아.”

조금 어두워 보이는 파워 안색을 살핀 아텔리는 조금 밝은 표정을 보이면서 말한다. 그래도 파워의 안색은 여전히 어둡다.

“모른다고. 시작부터 이 모양이었으니까.”

파워는 물통을 아텔리에게 건네며 식량주머니에서 먹을 것을 꺼내 집어먹고 있는 크라뮤와 시바를 가리킨다.

“이대로 가면 보급도 없는 상태에서 하실리아 지원대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고.”

“우리들 임무는 어디까지나 일차 지원을 끝낸 사람들에게…”

“빛의 광장이 기다리고 있는 하벨까지 가라고 알려주는 것 뿐이지.”

파워는 아텔리의 말을 받으면서 나지막한 한숨을 쉰다.

“일차 소집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틀림없이 살아 남은 사람들이 있을거야.”

내심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아텔리는 파워를 달랜다.

“헤헤. 3차 소집까지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우리는 그냥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그냥 돌아가기도 힘들게 됐잖아?”

“나중에 접수를 한 사람도 있을 테고 그 사람들이 살아서 접선 장소까지 온다면 우리는 끝까지 기다려야 할 의무가 있는 거라고.”

“하지만 웃기지. 몇 일 전만 하더라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제국 정보부나 군대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잖아.”

“역시 벨기어스에서 일어난 폭발사건이 발단이겠지.”

“그곳을 갔다 온 정찰대 소식에 의하면 수상한 마법사 소행이라고 하지만 역시 마왕군이 벌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잖아.”

“아직 빛의 광장이 영웅군을 조직하고 있다는 정보는 유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뭔가 수상한 기운이 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야.”

이 오누이들은 그 사건 발단에 크라뮤가 관여한 것을 모른다. 물론 둘의 이야기는 작게 속삭인 것으로 크라뮤와 시바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아텔리는 서산으로 기울어져 가는 해를 보면서 망토를 두른다.

“우리가 위치즈까지 가서 2차 소집장소에 기다려 보면 알게 될 거야.”

“하긴 누나가 좋아하고 있는 미셀이 세운 작전이니까.”

“…파워.”

“나도 믿는다고. 미셀이 제안한 작전은.”


아텔리는 먼저 산을 내려간다. 뒤를 크라뮤와 시바, 파워가 내려간다. 험악한 산세라 어두워지는 밤에는 제국의 병사들도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반면에 시바는 개(?)과라서 잘 뛰었고, 크라뮤도 보기보다는 잘 내달렸기 때문에 이 일행은 별 탈 없이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눈물이 나게 고마운 작전이야. 잘하면 해를 넘기겠어.”

중턱을 내려서다 나뭇가지에 얼굴을 맞은 파워가 찔끔거리면서 투덜거린다.

“겨우 산맥하나 넘는데 5일이나 걸린다고 우는 소리하는 거니?”

“난 지겨운 제국 군대에게 한 소리라고.”

“그 지겨운 녀석들 소탕하는 작전도 이것으로 시작한 것 아니겠어?”

아텔리 말에 파워는 더 이상 군시렁거리지 않고 다시 오르막길이 된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별로 낮잠과 인연이 깊지 않은 크라뮤는 쉬고 있던 낯에 자두지를 않았기 때문에 졸음이 쏠려왔다.

“난 졸려.”

“난 배고파.”

시바는 입맛을 다시는 소리를 하면서 말했다.

“아까 먹었잖아?”

“난 한참 성장기라고.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둬야 레벨업 하기 편하다고.”

“레벨업? 그게 먹는 거 하고 상관 있는 거였냐?”

크라뮤가 빈정거리자 시바는 콧방귀를 날린다.

“켕! 어디 제때에 먹을 걸 줘 봤어야 그런 고상한 이치를 알지.”

진짜로 마수들이 먹는 것과 레벨업이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크라뮤는 자존심문제 때문에 한마디하고 본다.

“흥, 똥개주제에 별걸 다 따지고 드는군.”

크라뮤 말에 시바는 이빨을 드러낸다.

"다시 한번 말해봐라.”

“어디 해볼레? 전에 못한 24차전.”

“크르르, 어디 한번 마생의 종착역에 가볼래?”

그런데 엉뚱하게 시바의 말에 다른 누군가가 답을 해온다.

“크흐흐 애들아. 이곳이 종착역이다.”

아텔리와 파워가 걸음을 멈추고 칼자루에 손을 댄다. 어둠 속에 눈이 익어 있는 그들은 전방 조그마한 평지에 검은 갑주를 입은 자들이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웃! 제국군?”


파워가 재빠르게 검을 뽑으면서 자세를 잡는다. 아텔리는 아직 검을 뽑지는 않고 천천히 몸을 이동한다. 유리한 위치를 잡으면서 주변을 살핀다. 그것을 알아본 제국군 병사는 오른 손을 들어 수신호를 보낸다.

“너희들 중에 우수한 마법사가 있다는 소식은 이미 접했다.”

“그래서 여기 다크 메이지님들과 마수병을 데려 왔지.”

그들이 말을 꺼내자 동시에 좌우에 약간 높게 솟아있는 산등성이에서 여러 그림자가 움직인다. 시력을 집중시킨 파워와 아텔리는 열이 넘는 숫자를 확인하게 된다.

제국병 말대로 그들은 제국 중장병인 다크나이트(Dark Knight)였고 뒤에는 짙은 회색 가운을 걸친 다크메이지가 셋 정도 있었다. 그리고 산등성이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날개를 단 사자몸통에 새 얼굴을 하고 있는 마수들이었다. 수는 대략 다섯 정도.

“우앗! 그리폰에 다크나이트까지!”

파워가 신음소리를 낸다. 이런 산악전. 그것도 좁은 길과 넓지 않은 분지에서 전투를 벌인다고 볼 때 이런 포진이면 보통 준비가 아니다.

“헤헤. 대단한 성의를 보이셨군.”

파워는 놀란 심정을 애써 감추면서 말한다. 그러면서 재빠르게 주변 지형을 살핀다. 아무리 보아도 쉽게 빠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아텔리도 파워가 살핀 그대로라는 것에 동의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로벤고 부대가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쪽으로 움직일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줄은 우리도 몰랐지.”

“하루 정도 기다려 보다가 두 부대로 나누어서 움직이려고 했지만 운이 좋았어. 크크큿.”

한 다크나이트가 자기 몸통만한 전부(戰斧)와 타워실드를 들고 앞으로 나선다. 다크나이트들은 여섯이다. 두 녀석은 큰 전부를 가지고 있고 셋은 창을, 한 녀석은 롱소드를 들고 있다.

“쳇! 그나마 다행은 길이 좁아서 너희들이 동시에 덤비지 못한다는 점이겠군.”

파워가 한 말에 앞으로 다가서던 다크나이트는 칼칼한 목소리로 답한다.

“얼마든지 상대를 해주지. 너희들이 명검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제국 보호마법이 코팅된 우리 장갑은 뚫지 못 할 것이니.”

“이런 벽지에 있을 군 장비가 아닌데?”

“눈이 좋군, 우린 제국 1군단 소속이다.”

“제길……마왕군이란 말이지.”

마왕 카이라가 이룬 제국은 크게 2부류로 군사력을 구분하고 있다. 정친군(正親軍), 마왕의 군단과 제국사단으로 나누어지는데 제국군은 주로 치안과 범죄예방에 동원되는 군으로 구성원은 대부분 하급 악마들이나 몬스터들, 각 지역출신 종족들로 이루어지고 각 지방영주인 마귀족의 명을 받는다.

반면 마왕의 군단은 전쟁이나 반란행동에 대처하는 군으로 중급 악마들과 마귀족, 마수, 상급 마법사들로 이루어지며 제국의 상징인 지옥 9장군, 마귀족원의 명을 받는다. 이들 수는 전 7개 사단을 합쳐 20만이 약간 넘는 소수로 200만이 넘는 전군의 10%정도를 차지하는 정도지만 전원이 마법을 쓸 줄 알고 고급무기와 방구를 갖추고 있다. 전에 아텔리들과 일전을 벌인 소대는 제국사단원이지만 지금 눈앞에서 여유를 잡고 버티고 있는 녀석들은 정규 마왕군단 소속으로 빛의 신전에서는 이들을 마왕군이라고 따로 지칭하고 있다. 당연히 이들의 전력은 앞서 싸웠던 가고일이나 리저트맨, 네크로맨서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한 것이다.

“설마 우리 둘은 잡겠다고 마왕군이 직접 나설 줄은 몰랐는걸. 혹시 너희 군단장도 왔나?”

“큿큿큿 너희 피라미들을 잡겠다고 우리 군단장님이 오시겠는가? 그분은 한가하신 분이 아니시다.”

다크나이트가 한 말에 아텔리와 파워는 사실 안심하는 눈빛이다. 아무리 날고기는 재주가 있다 하더라도 지옥 9장군 급에 준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군단장이나 그 정도되는 녀석이 등장하면 아직 그들과 맞서기에 자신들의 기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는 일이다. 본래 이런 싸움에 있어서 기 싸움이 중요한 것이다.

“크후우~. 우리 정도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다는 건가? 너희들이?”

아텔리와 파워가 안도하는 듯한 느낌을 알아차린 다크나이트가 기분이 상한다는 음색을 낸다.

“그런 실례를 하는 것은 아니지. 솔직히 내 경험으로 아직 너희들 적수가 안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거든.”

파워는 웃어 보이면서 뒤를 흘끔 본다. 그리폰들은 좌우에 있었고 다크나이트와 메이지들은 앞에만 있었다. 후방에는 크라뮤와 시바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붉은 사자]아텔리-아텔리. 소드마스터.”

아텔리는 파워가 지형을 살피는 동안 한발 앞으로 나선다. 이렇게 된 이상 정정당당하게 한번 붙어보고 생각해보자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그녀다.

“크흐흐흐, 솔직히 우리는 로기암으로 가던 도중에 자네들의 소식을 듣고 이곳에서 기다려 본 것인데 정말 운이 좋았어.”

다크나이트는 전부를 어깨에 걸쳐 보이면서 여유를 보인다.

“운이 좋은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하지 않을까?”

아텔리가 열심히 파워에게 지세를 파악할 틈을 만들어 주고 있는 사이에 크라뮤와 시바는 쑥떡이고 있다.

“첫 공식 마법전이다……어쩌냐?”

“마법전이고 뭐고 간에 무지하게 불리한 상태다!”

다크메이지들은 크라뮤와 틀려서 전투영창을 단번에 끝내고 마법을 쏘아 댈 것이 틀림없다. 시바는 불안한 눈초리를 숨기지 못한다. 크라뮤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자기편인 제국군과 직접 난리를 치면서 싸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벌써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팽팽한 긴장의 기운은 좁은 분지 사이에 진하게 맴돌고 있다.

“으……. 이렇게 작은 계곡 안에 포위 된 상태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잖아.”

시바는 뒤쪽을 보면서 말한다.

“그러면…?”

“당연히 내빼야지.”

“우리들이 도망가는 동안 쟤들이 가만 있어준데?”

“그걸 내가 아냐?”

“어쩔 거야?”

시바는 이미 두발 정도 후진을 한 상태다. 자기가 좀 더 크거나 레벨업이 된 상태라면 사실 별일 아니다~ 라고 하겠지만 시바는 아직 2살이 안된 마수 꼬마일 뿐이다.

시바의 주인이라는 작자는 틀림없이 대단한 소질을 가지고 있을 법한 대마왕의 자식이지만 아직 어리고 전투경험이 거의 없고, 마법도 제대로 못 날린다. 크라뮤는 대치하고 있는 아텔리와 다크나이트들을 보면서 역시 후진기어를 넣는다.

“음…우선은 뒤로 빠졌다가…응?”

갑자기 등 뒤에서 마기를 느낀 크라뮤가 뒤를 돌아본다. 바닥에서 울렁거리는 움직임이 있더니 흙과 돌로 이루어진 손들이 바글바글 솟아난다.

“우앗! 고렘이다!”

시바가 폴짝 뛰어 크라뮤 옆에 선다.

“고렘은 아니야! 저쪽에 대지의 정령을 부릴 수 있는 소환사도 있다.”

시바의 외침과 동시에 아텔리는 다크나이트와 붙어간다. 파워는 크라뮤쪽으로 와서 흐물거리는 손들을 바라본다. 이 대지의 손들은 퇴로를 막고 있다. 파워나 아텔리가 가지고 있는 검이라면 별로 어려울 것 없는 장애물이지만 공중에서 대기중인 그리폰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파워는 씁쓸한 조소를 날리면서 검을 들어 검끝을 위로 향하게 한다. 어느새 그리폰 두 녀석이 날개를 퍼득이면서 떠올라 머리 위를 날고 있는 것이다.

-차창-

-창!-

아텔리의 검과 다크나이트의 전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불똥을 튀긴다. 그 전부도 보통 전부는 아니듯 아텔리의 명검에 지지 않고 잘 움직이고 있다. 검을 든 녀석과 창을 든 녀석이 하나씩 앞으로 다가선다. 뒤에선 다크메이지 하나가 중얼거리면서 두 손을 양쪽으로 펼치고 있다. 이것을 본 아텔리가 파워에게 소리친다.

“파워!”

“알았어!”

파워는 검을 휘둘러 충격파를 하늘로 날리고 검끝을 땅에 대고 앞으로 전진한다.


-카카카카카-

쇠가 땅을 긁는 소리를 내며 불꽃이 난다.

-쉬이잉-

-차창!-

-캉!-

어느새 파워와 아텔리는 다크나이트 셋과 어울려 빠른 춤을 추고 있다. 스피드에서는 둘이 앞서는지 좌우 계곡벽면을 이용해서 몸을 날리고 뛰면서 나이트들의 거친 공격을 받아 내고 있다.

그나마 검의 기세가 좋아서 버티는 것이지 일반의 검이었다면 벌써 부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하늘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그리폰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간간이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리듯 치고 올라간다. 그때마다 아텔리나 파워의 망토자락이 발톱에 걸려 찢어진다.

“아이스 스피어!”

-샤라라라라라-

컴컴함 밤하늘에 우박! …이 아니라 큰 고드름들이 파워와 아텔리에게 날라 든다.

“문라이트 댄스!”

-휘리리리리-

허공에서 달빛이 강해지더니 그 빛을 받은 그리폰들의 움직임이 무척 빨라진다.

“이런! 제기랄!”

파워는 날라든 고드름들은 어떻게 막아냈지만 그리폰 발톱에 걸려 외투와 어깨장갑 하나를 날려 먹는다. 아텔리가 밤하늘을 찢는 외침을 토한다.

“서플라이(Supply)!"

핑크빛 기운이 일면서 파워의 몸을 감싼다. 파워는 몸에 기운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힘차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파워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본 아텔리도 자신에게 마법을 적용시키려고 했지만 다크나이트들이 그럴 틈을 주지 않는다. 크라뮤와 시바는 퇴로를 막고 있는 대지의 정령들 때문에 할 수없이 제자리로 돌아와서 싸움판을 구경하고 있다. 시바는 아무리 보아도 이쪽이 불리하다고 보고 크라뮤와 상의를 한다.

“주인아 뭔가 쓸만한 마법 없냐?”

“마법?”

“응. 이대로 가다간 난리 나겠다.”

시바의 제안에 크라뮤는 [역시 위기가 오니까 나를 의지하는군] 하는 자만심에 흠뻑 젖으며 머리를 굴린다. 지형 상 결코 유리한 조건이 못된다. 길고 좁은 장소이고 길 양쪽은 5팬더 정도 되는 등성이가 있고 사람들은 거의 붙어서 싸우고 있다. 게다가 밤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크라뮤가 입을 연다.

“음…내가 쓸 수 있는 마법 중에서 이런 지형에 쓸 수 있는 마법이라고 하면 [헬스게이트]나 [스노우파이트]인데…”

“[헬스게이트]는 어떤 마법인데?”

“싸움을 하는 파티가 둘 이상 있을 때 이 마법을 쓰면 일일이 칼질 해가면서 싸울 필요 없이 그냥 단번에 끝나.”

“야. 그거 좋은 마법이네? 그냥 싸움이 끝나면 최고다.”

시바가 꼬리를 흔들어 보이자 크라뮤는 으쓱 해보이면서 두 손을 모으려고 한다.

“음. 그러면 이거나 쓸까.”

“그냥 싸움만 끝나는 거야?”

시바는 싸움 구경을 하면서 묻는다.

“아니, 한쪽은 반드시 죽어.”

“누가 죽는데?”

“그건 몰라.”

태연한 얼굴로 대답하는 크라뮤의 말에 시바는 꼬리가 팍 가라앉는다.

“켕?”

시바가 크라뮤를 빤히 쳐다보자 크라뮤는 모은 손을 풀어 설명을 한다.

“이 마법은 지옥의 문을 열어서 그 문이 양쪽의 힘을 판단하고 그 힘의 규칙에 따라 싸워 봤자 질게 뻔 한 쪽을 그냥 죽여 버리고 생명을 가져가는 마법이거든.”

“……”

시바는 말이 없다.

“그러니까 아마 이 마법을 쓰면 ……”

“이럴 때 쓰면 자폭 마법 아냐?”

“그럴 리가 있나? 우리팀에 내가 있는데?”

시바가 재빨리 벽 옆에 붙어서 짖는다.

“난 이 파티에서 빠질련다. 너 혼자 잘해봐라.”

시바가 그런 행동을 보이자 크라뮤는 이 졸다구가 주인데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이라는 생각에 머리를 긁어보다가 제의를 한다.

“그럼, 그거 빼고 [스노우파이트]로 할까?”

“그건 무슨 마법인데?”

시바는 아직 몸을 바싹 붙인 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묻는다.

“눈 많이 내려서 눈사태 나게 하는 마법.”

좀 안심이 되는지 약간 벽에서 떨어지는 시바.

“이름은 눈싸움인데 왜 눈사태가 나?”

“눈 속에 파묻히니까 눈하고 싸워서 이겨야 살아남을 거 아냐.”

잠시 시바가 눈알을 굴린다.

“여기서 그거 쓰면 우리는?”

“같이 묻히겠지.”

다시 한번 돌 벽에 몸을 붙인 시바가 깽깽소리를 낸다.

“난 추운 거 싫으니까 그건 빼자. 전에 쓴 [페인]은 어때?”

“이렇게 좁은 장소에서 쓰면 아텔리까지 걸릴 수 있다고.”

크라뮤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좁은 곳을 가리킨다.

“그거 해소는 못 시켜?”

“배운 적 없다. 우리 마족이 언제 마법 쓰면서 해소까지 신경 쓰는 거 봤냐?”

그것도 그렇다는 생각을 한 시바가 다시 물어본다.

“그럼…뭐가 있는 거지?”

“앞으로 내가 쓸 수 있는 거는…[특대 파이어볼]하고 [할로윈], [카오스 컨트롤], [체인오브문]. 이게 다야.”

시바가 세어보니 일곱 개나 되는 마법이다.

“음…주인이 쓸 수 있는 마법이라는게 겨우 그게 다야?”

“임마, 이 정도 마법 쓸려면 MP나 레벨이 얼마나 높아야 되는 줄 알아?”

그 말이 맞기는 맞다. 인간계 마법아카데미에서는 꿈에서 볼 수 있을까 한 마법명들이 크라뮤의 입에서 술술 나오고 있어서 희귀성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 만한 마법들은 대마도사 급이 아니고서는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수련을 통해서 발현되는 제대로 된 마법과는 거리가 먼 크라뮤식 마법이라고 해도 말이다. 급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당면 위기에 있어서 써먹을 수 없는 것은 문제다. 시바는 눈을 흘기면서 묻는다.

“제대로 마스터 한 거는?”

크라뮤는 잠시 말을 멈춘다.

“…그래도 전부 레벨1은 된다.”

좀 톤이 내려간 대답이었다.

“생각해 보면 주인은 쓸모 있는 마법을 알고 있는 게 진짜 없다. 그치?”

시바의 빈정거림에 크라뮤는 톤을 두 단계 올린다.

“싸우고 부수는데 이만 하면 충분하지 뭐가 더 필요하냐?”

“문제는 컨트롤이잖아. 컨트롤.”

크라뮤와 시바가 이렇게 떠드는 사이에 아텔리와 파워는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 분투하고 있다. 틈만 나면 쏘아오는 마법 공격에, 위에서 쏘아오는 그리폰들 발톱, 이쪽 저쪽에서 쑤셔대는 다크나이트들의 검, 창, 도끼공격. 파워는 등에서 흐르는 땀과 쑤셔대는 상처의 고통을 악물고 버티고 있다. 이미 수 십 차례 접전을 가졌지만 적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고 이쪽만 지치고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이다. 아텔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힐링’을 쓰고 싶었지만 도저히 틈이 나지 않는다.

-카카카카칵!-

아텔리의 검과 다크나이트의 검이 서로의 검신을 긁고 지나간다. 힘으로는 도저히 다크나이트의 상대가 되지 않는 아텔리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뒤에 있는 파워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물러설 수가 없다. 다크메이지가 손을 들어 다시 영창을 시작 하는 것이 아텔리의 눈에 들어온다.

“파워! 피해!”


-슈카차창!-

-키카캉!-

파워는 다크나이트의 창을 옆으로 흘리고 그리폰의 발톱을 피하면서 아그우스를 아래에서 위로 휘두른다. 흉흉하기 그지없는 전부를 내려쳐오던 다크나이트가 반발충격에 뒤로 한발 물러선다.

“파이어 볼-!”

-슈와아아악-

커다란 불덩어리가 파워 앞으로 날라든다. 물론 크라뮤가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작지만 정확하게 파워의 몸통을 향해서 날아온다.파워는 있는 힘껏 다해 그것을 검으로 후려친다. 파워가 가진 명검은 이런 마력을 분해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법을 쓰지 못하는 파워라고 해도 그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팡!-

“크흣!”

그렇다고 해도 큰 충격 때문에 파워 몸이 뒤로 물러간다. 공중 분해된 불가닥들은 바닥에 빗물처럼 쏟아진다. 비틀거리는 것을 본 그리폰이 위에서 파워의 머리를 노리고 달려든다.

“키아악-!”

-슈우우욱-

“차앗!”

“크에엑!”

파워가 급히 위로 뻗은 검 끝에 그리폰은 발톱하나를 베이고 위로 다시 올라간다. 아까부터 급박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을 보고 있던 시바가 크라뮤를 바라본다.

“주인아! 어떻게 해봐라!”

“에…. 에…우선 너라도 나가서 싸워봐라.”

“방법은 있냐?”

“내 특대 파이어 볼로 어떻게 해봐야지.”

크라뮤가 손깍지를 끼고 말한다. 시바는 어쩔 수 없는지 앞쪽으로 내달릴 준비를 한다.

“….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게 낫겠지.”

시바는 앞으로 튀어나간다. 내심 우렁찬 포효까지 내지르면서 말이다.

“크아앙!”



#BGM : Michael Jackson의 Who Is It



시바는 돌진 하면서 입을 벌려 불을 뿜는다.

-콰아아아-

“어엇!”

갑자기 뒤통수 쪽에서 덤벼드는 불길에 다크나이트가 움찔 하면서 왼쪽으로 빠진다.

-퍼펑!-

-쿵!-

시바의 브레스는 파워 왼쪽에서 덤벼들던 창을 든 다크나이트 몸통에 적중했고 그는 뒤로 벌렁 자빠진다.

“뭐라고? 우리 장갑에 데미지를?”

전부를 든 두목 다크나이트가 시바를 째려본다. 쓰러진 다크나이트 장갑부분이 일그러져 있었다. 강력한 항마코팅이 되어 있는 갑주가 일그러질 정도로 강한 공격은 일반적인 마법력이 아닌 것이다.

“크르르릉.”

시바는 이빨을 보이면서 상대를 위협한다. 물론 내심 쫄아 있는 상태였지만 시간을 벌자라는 생각 때문에 있어보이는 척 하는 것이다.

“후, 보통 마수가 아니었군.”

창을 든 다른 다크나이트가 시바의 몸통을 뚫기 위해서 찔러간다.

“크아아!”

시바는 그동안 전투에서 얻은 경험치가 있었기에 뒤로 뛰어서 암벽을 걷어차고 창 위를 날아 다크나이트의 얼굴 앞까지 간다.

“크아아아-”

-푸화아아아아-

시바는 자신의 숨결이 통한다는 것을 알고서 연달아 쏟아낸다.

“끄억!”

그 다크나이트는 얼굴로 쏟아지는 불길에 왼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옆으로 쓰러진다. ‘어떠냐’ 하는 생각에 기분이 째지는 시바였지만…

-슈아악~-

-퍼퍽!-

“캥!”

그리폰 발톱이 시바의 등을 할퀴고 지나갔다. 시바는 중심을 잃어 바닥을 뒹군다. 그렇지만 그 사이에 틈이 생긴 파워가 손을 뻗어 그리폰의 날개를 찢어버린다.

“크~에~엑~!”

날개 하나를 잃어버린 그리폰이 옆으로 폴짝 뛰다가 마침 그곳에 있던 아텔리의 검에 의해서 목이 날아간다.

“시바의 도움으로 한 마리는 처리했군!”

“시바 제법인데!”

아텔리와 파워는 시바에게 한마디씩 칭찬을 날리고고 다시 상대들에게 쳐들어 간다. 잠시 주춤한 제국군은 좌우로 갈라진다. 동시에 다크메이지 셋이 동시에 마법을 뿌린다.

“아이스 스피어!”

“아이스 스피어!”

“다크 퀘스트!”

-슈라라락-

-쿠쿠쿠쿠쿠-

아텔리는 날라드는 고드름들을 검으로 후려쳐 막았지만 왼쪽 허벅지에 한방을 맞았다. 시바는 브레스로 고드름들을 녹여 버렸지만 땅에서 솟아나오는 공격에 배를 맞아 뒹군다. 파워도 방어를 했지만 옆구리에 고드름을 한방 맞았고 이어서 등짝을 땅에서 솟아난 공격에 당했다.

“크읏!”

“캥!”

“읏!”

셋은 순식간에 진형을 흐트리고 만다. 피해를 보기는 했지만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그리폰들은 째발리 발톱을 세우면서 아텔리와 파워, 시바에게 날아든다.

“깽!”

시바는 몸통에 가격을 당하고 다시 한번 바닥을 구른다. 사실 시바는 정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거 판이 잘못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는 시바다. 파워는 몸통을 지키던 장갑이 통체로 뜯겨 나간다. 아텔리는 어깨 보호대와 외투를 찢긴다. 그리폰들의 공습이 끝나기 무섭게 전열을 가다듬은 다크나이트들의 공격이 날라든다.

“크앗! 어떻게 좀 해봐! 이대로는 전멸이라고!”

파워는 돌먼지와 마법공격으로 엉망이 된 외투를 벗어던지면서 상대의 접근을 막으려고 한다.

“크읏! 공중공격에 방어력이 강한 다크나이트! 소환수까지 쓰는 마법사에 마법공격…에잇!”

아텔리도 나름대로 강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에 힘들어 하는 표정이다.

“제길 이런데서 해골 되고 싶지는 않다고! 차앗!”

시바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브레스를 연방 뿜느라 기력이 다했는지 비실거리면서 요리조리 몸을 피하느라 바쁘다. 다크메이지들은 다시 영창을 시작하고 있다.

“저것들은 지치지도 않나!”

파워가 아까보다 둔해진 움직임으로 창을 피하면서 그리폰 몸통을 찔러간다. 하지만 그리폰은 시바를 할퀴면서 파워의 공격을 여유 있게 피해 버린다. 그리폰들은 파워나 아텔리가 쓰는 검의 위력을 알기 때문에 그 사정권을 살짝 살짝 벗어나면서 공격을 해오는 것이다. 덕분에 브레스도 쓰기 어려운 시바는 집중 공격대상이 되어 등짝에 한방 먹고 다시 뒹군다.

상대가 떼거지로 덤비니 시바도 정신이 없어 네발을 활용해서 옆으로 빠진다. 약간 튀어나온 암벽이 있어서 그 밑으로 들어가니 우선 그리폰의 공격을 피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본 다크나이트의 창 찌르기 공격과 다크메이지가 연달아 쏘아대는 공격마법에 다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파워는 아슬아슬하게 창공격을 피하면서 수비자세에 들어간다.

“누나! 무슨 수 좀 없어?”

아텔리가 어깨로 창을 든 다크나이트를 밀어 내치고 오른발로 가슴을 밀어 상대를 쓰러트리려 하지만 그리폰의 발톱에 떠밀려 파워와 어깨를 마주하게 된다.

“나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거는 아니라고! 야잇!”

아텔리와 파워가 암벽을 등대고 포위를 당하자 전부를 든 다크나이트가 웃음소리를 내다.

“크크크. 곧 소식을 접한 언데드병들도 올 것이니 걱정 말라고 키키키키.”

좁은 분지에서 등을 벽에 대고 서면 유리할 것 같지만 적들의 파상적인 공격에 행동에 제한을 받게 되고 공중 공격과 마법공격까지 받고 있는 입장이라서 몹시 불리한 꼴이 되고 말았다.

“누나…헉헉…괜찮아?”

“학학…. 아직은. 하지만 증원군까지 온다면 완전히 영웅군 생활 폐업해야겠네…학학.”

“헉헉…그…수를 써야 할 것 같은데…”

파워가 말하는 수란 명검에게 기운을 보내 폭발시키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텔리가문에서 내려오는 너 죽고 나 죽자 식 비기로 이때의 폭발 기운으로 날아가는 검편들이 사방을 초토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시술자도 무사 할 수는 없지만 꼴사납게 이들에게 패해서 잡히는 것보다는 낫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말한 것이다.

아텔리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파워의 어깨를 툭 하고 친다.

“아직은 아니야…그건 자폭 기술이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검왕수업까지 하고 오는 것인데.”

“나도 소드마스터까지 클리어 했으면 이런 꼴은 보지 않아도 될 터인데…”

아텔리와 파워를 포위하는데 성공한 제국군은 주위를 빙빙 돌면서 틈을 보고 있다. 아마도 지원군이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이 도착하면 단번에 찍어 눌러 올 기세이다.


그동안 싸우면서 아텔리와 파워는 다크나이트 중 한 녀석만 망가진 갑옷 때문에 뒤편에 물러 가 있을 뿐이고 그리폰 한 마리만을 간신히 처치 한 것이다. 그나마 시바가 없었으면 그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시바는 역시 포위를 당한 상태에서 더 이상 브레스를 뿜지 못하고 오기와 배짱으로 버티고 있었다. 하늘 위를 보니 아직도 네 마리의 그리폰들이 흉흉한 발톱을 빛내면서 크르렁 거리고 있다. 시바는 위를 보고 한마디 한다.

“끄응…같은 마수인데 좀 봐주라.”

갑자기 시바가 말을 걸어오자 그리폰들이 시바 쪽을 향해서 날아 내려온다.

“케케케케 케켁 키아아악! (웃기지 마라. 마수이면서 사람 편드는 네가 감히 어디에서 떠드느냐! 난 마왕이 지배하는 제국군 소속이라고.)”

부리 끝에 붉은 사슬 같은 것을 단 그리폰이 외친다. 시바는 자신도 사실은 제국편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믿어줄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일말의 희망을 걸어 봤던 파워가 그 꼴을 보고 한숨을 쉰다.

“휴우…시바의 힘으로도 어떻게 할 수는 없나보군.”

“그래, 우리 때문에 저 아이까지…응?”

시바를 보다가 크라뮤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 아텔리의 눈이 커진다. 웬 커다란 불덩어리가 있었다.

“파~이~어~~~~볼!”

크라뮤가 외쳤다.


퇴로를 막아서고 있던 다크메이지가 소환한 대지의 정령들이 시바의 참전으로 인해 전투장에 몰리게 되면서 크라뮤가 여유를 가지고 뒤에서 마법을 영창 할 틈을 준 것이다. 엄청나게 큰 불덩어리였지만 큰 바위 뒤편에서 만들었기에 적들에게 들키지 않고 영창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커다란 불덩어리는 곧바로 마왕군들에게 날아간다.

-콰아아아아아-

“크…크앗! 뭐야!”

“우아앗!”

-콰콰콰콰쾅!-

-쿠콰콰콰콰쾅!-

-쿠르르르르-

정통으로 제국군들이 모여 있던 지점에 파이어볼은 충돌을 했다….

물론, 아텔리와 파워, 그리고 시바도 포함해서이다.

“끼야야악!”

“우아아앗!”

별다른 이야기나 설명이 필요 없듯 파이어볼은 괴상한 폭발력을 보여 주었고 마법의 폭풍에 아텔리와 파워는 하늘을 난다. 아텔리는 공중에서 두 바퀴 정도 돌다 등부터 땅에 착지를 했고 파워는 한 바퀴 반을 돌다 안면 착지를 성공시켰다. 둘이 이런 상태인데 다른 이들은? 다크나이트들은 약 10팬더 정도 뒤로 날라 갔다. 두 녀석은 암벽에 한번 박치기를 하고 다시 튕겨 나가 벌렁 쓰러진다. 운수 사납게 땅위에 내려앉아 있던 그리폰 넷 중 셋은 그대로 그리폰 통구이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마법 방어력이 높았던 다크메이지 둘은 몸을 버티면서 뒤로 2펜더 정도 물러섰고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한 녀석은 입고 있던 로브가 반쯤 그을려있다.

“크… 크라뮤… 너 우리 죽일 셈이냐?”

“크… 크라뮤?”

아텔리와 파워가 인상을 쓰면서 일어선다. 겉에 걸치고 있던 망토와 외투는 대부분이 타버렸다. 파워가 쏟아지는 코피를 막고 있는 동안 아텔리는 왼쪽 허벅지에 있던 단검을 들어 비실거리고 있는 다크메이지에게 날린다. 그리고 힘이 없는지 발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쓰러진다.

-슈아아악-

“크억!”

몸 중심을 잡고 있던 다크메이지 한 분이 정통으로 날아온 단검으로 인해 바로 골로 갔다. 날개 끝이 타버린 그리폰이 퀘엑- 하는 비명을 지르며 제대로 날지 못하면서 계곡 쪽으로 통통 뛰어 간다. 바닥에 쓰러진 다크나이트들은 충격이 심했는지 모두 꿈적도 하지 않는다.

“크으…. 이…게 무슨 꼴이야.”

동료의 목이 날아가는 것을 본 다크메이지가 그을린 로브를 입고 있는 동료에게 손짓을 한다. 그 다크메이지는 손짓을 보고 품에서 호각을 꺼내 입에 댄다. 순간 그을린 연기덩어리가 그의 손에 덮쳐든다.

-콰직-

“크아악!”

연기 덩어리를 힘껏 던져 버린 다크메이지는 피가 철철 넘치는 손을 다른 손으로 부둥켜 잡고 등을 돌려 내빼기 시작 한다. 바닥에 떨어진 연기덩어리의 연기가 서서히 사라진다. 시바다. 마술을 보여 주듯 온몸에서 연기를 날리던 시바는 고개를 몇 번 털더니 도망가는 다크메이지쪽을 보지 않고 크라뮤쪽을 본다.

“크앙! 역시 멍텅구리 주인을 믿는 게 아니었어!”

분노한 시바가 이빨을 드러내고 크라뮤에게 달려간다.

“크아앙!”

“아야! 항복!”

“크잉?”

너무 간단하게 크라뮤가 항복을 하자 시바는 어리둥절해져서 물고 있던 크라뮤의 팔뚝을 놓는다.

“12승 12패다.”

“알았어. 알았어. 그것보다 난 더 이상 쓸 마법이 없다. 넌 무슨 방법 없냐?”

크라뮤는 주위를 쓸어 본다. 기절을 한 것처럼 보이는 다크나이트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다크메이지 한 명은 뒤로 물러서면서 영창을 하고 있다. 그 작자도 입은 데미지가 만만치 않은지 영창을 하고 있는 목소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시바도 크라뮤와 함께 주변을 둘러보면서 한 마디 한다.

“음…지금 주인이 쏜 파이어볼로 아텔리와 파워가 입은 데미지를 생각하면 우리들이 이길 승산은 100% 없어졌다고 봐야겠지.”

시바의 말에 크라뮤가 눈살을 곱지 않게 내리 깐다.

“100%!? 왜 그런 수치가 나오냐? 그러면 내가 파이어 볼을 쓰기 전에는 이길 확률이 100% 있었단 말이냐?”

시바는 약간 힘이 들어 간 목소리로 대답한다.

“레벨업한 나 최종병기 시바가 있었으니까.”

크라뮤가 왼손을 들어 시바의 머리통을 칠 자세를 취해 보인다.

“제 25전 해 볼래?”

시바는 크라뮤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고 파워와 아텔리가 비실거리고 있는 곳으로 간다. 그 옆에는 구워진 그리폰 냄새가 포근히 나고 있었지만 과연 시바도 이때만큼은 신경을 끄고 있다.

“아텔리, 파워! 너희들 일어 날 수 있냐?”

파워가 꿈틀 하는 몸짓을 보이더니 비시시 일어선다. 아텔리도 다시 일어서면서 손으로 시바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그…래. 아직은 괜찮아. 하지만 갑옷의 항마법코팅이 다 벗겨지고 말았네.”

“역시, 항마 코팅이 아니었으면 우리까지 구워져 있을 거야.”

파워가 힘들게 입을 연다. 마치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다. 있는 힘 다해서 싸웠고 갑작스럽게 날아든 거대한 마법 공격에 받은 충격은 보통이 아니다. 게다가 날아온 방향은 전혀 예상도 못한 뒤편이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심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충실히 키워 온 체력이 남달랐기에 일어서고 있지만 보통 검사라면 벌써 황천길을 오락가락 하고 있을 판이었다.

“아, 파워 살아있네?”

크라뮤가 조금은 쑥스러운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 인지 이렇게 말했다. 파워는 피식하는 힘없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너. 그따위로 마법을 쓸려면 우리 없는데서 해라.”

크라뮤의 작은 양어깨가 심하게 처지면서 아래로 이동한다.

“음…벌써 그런 말 두 번째 듣네.”

“우리랑 만나기 전에 파티가 있었냐?”

아텔리가 주위를 흩어 보면서 주문을 외우는 동안 파워가 물었다.

“응. 몰리하고 엘리.”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라는 생각에 파워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다시 묻는다.

“너 때문에 파티가 전멸했냐?”

“아니 헤어졌어.”

“끄응. 나도 헤어지고 싶은 생각이다.”


파워는 아텔리에게 [힐링]을 받아 몸이 많이 괜찮아 진다. 아텔리는 자기에게도 [힐링]을 쓰고 몸을 움직여 본다. [힐링]을 연속으로 쓴 덕분에 아텔리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이 다 했음을 알았다.

“파워도 잡담 할 때가 아니야. 어쨌든 크라뮤의 마법 덕분에 적들도 우리랑 거리가 멀어졌으니 이때 도주를 해야겠어.”

파워도 고개를 끄덕인다. 도주한 그리폰과 다크메이지들이 지원군을 데려 올지도 모르는 것이다. 곧 일행은 자신들이 왔던 길로 다시 걸어가기 시작한다. 모두가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컴컴한 산길을 내려가는데 크라뮤가 아텔리의 옆으로 와서 작게 말한다.

“아텔리!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다.”

“알아. 우선은 뛰고 보자고.”

크라뮤는 아텔리가 자신을 보면서 웃음을 보였기에 대번에 기분이 좋아져서 시시덕거리면서 앞으로 걷는다.

“좋아! 그게 있었지!”

크라뮤가 중얼거린다. 시바가 통통 뛰어 와 묻는다.

“뭐가 좋다는 얘기냐?”

“도망가기 좋은 마법이 하나 있거든.”

“마법? 아까 7개가 전부 였잖아?”

“후후 전투용 마법 말고 비 전투용 마법으로 내가 쓸 수 있는 마법이 있거든.”

“그게 무엇이든 간에 우리들 허락을 받고 써라.”

파워가 불안한 듯 작은 목소리로 경고를 했다. 아까 충격 때문에 불안해 보이는 표정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

“후후후. 걱정 말라고 [알바트로스]는 공중 부유 마법이니까.”

크라뮤가 자신이 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알바트로스]? 플라잉 계열 마법인가 보지?”

아텔리의 질문에.

“후후후, 정령족에서 내려오는 비공계(飛空系)마법 중에 최장거리용 마법이라고.”

크라뮤는 일행을 돌아보며 싱글거린다.

시바는 좀 불안한 기운을 보이면서 쳐다본다.

“응? 그런 게 있었으면 왜 지금까지 안 쓴거야?”

“후후후후후후…”

크라뮤는 드디어 시바에게 잘 난 체 할 수 있는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유가?”

“이 마법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마법을 쓸 수가 없어. 게다가 자신이 가본 5루일 내 지역까지 이동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 이동은 불가능하거든.”

“호오, 읽어버린 고대 마법 [텔레포트]과 비슷한 마법인가 보군.”

마법을 쓰지는 못하지만 지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닌 파워가 말한다.

“현재는 지옥 9장군 중 올베이드가 그런 마법을 쓰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올베이드는 바람과 중력의 마법을 쓰는 건데 [텔레포트]하고는 다른 종류인 단거리 이동마법이라고 알고 있어.”

아텔리가 부가 설명을 해준다. 파워는 직접 그와 대결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그에 대한 소문은 알고 있다.

“그 녀석이 쓰는 괴상한 마법 때문에 우리 아텔리가의 정예 기사 21명이….”

“그래도 아버님이 막아 내셨잖아.”

아텔리가 파워의 어깨를 툭 하고 친다. 올베이드는 지옥 9장군 중 가장 젊은 마귀족으로 엄청난 마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와 대전했었던 아픔을 떠올리는 것은 심히 괴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이 젊은 올베이드는 인간들의 시선으로 볼 때 청년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파워의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때 일을 회상하면서 화를 내보았자 무엇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 당한 치욕은 잊기 어려운 것이다. 누나가 격려하자 조금 마음을 진정시킨 파워는 크라뮤를 본다.

“그럼 써보라고. 그런게 있으면 편하기는 하겠지.”

“음 …그래도 주인이 쓴다고 하면 불안한데…”

시바는 모두가 크라뮤에게 마법을 허용하는 것을 보고 꼬리를 살짝 내린다. 크라뮤는 갑자기 자신에게 모여진 기대와 시선에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낀다.

“걱정 말라고 이 마법은 별 부작용 없다고! 공중 멀미 하는 사람은 없겠지?”

크라뮤의 질문에 파워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난 하늘을 날아 보는 것은 처음 경험 하는 것이지만 멀미 같은 것은 없을 거야. 아까 누구 덕분에 잠깐 하늘을 날아 봤지만 괜찮았거든.”

“칫. 남자가 그렇게 지난 일을 가지고 쫀쫀하게 물고 늘어지면 큰 인물 못 된다고.”

일행은 산맥을 많이 걸어 내려왔다. 앞으로 시간이 좀 지나면 햇님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 이 근처에 얼마나 제국병사들이 파견 되어 있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크라뮤가 어떠한 괴상한 마법을 쓴다고 해도 우선은 이곳을 도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잠깐? 설마 공중에 뜰 수는 있지만 다시 땅으로 못 내려 온다는 부작용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역시 걱정이 되는지 파워는 다짐을 받고 싶어서 물어본다. 크라뮤는 걱정 말라는 표정을 보인다. 오랜만에 일행에게 받는 신뢰의 희망을 어찌 무너트릴 수 있으랴.

“걱정 말라니까? 아직 3번 밖에 연습 안 해 본 마법이기는 하지만 자신 있다고…. 정 그러면 여기서 이동하지 말고 잠시 공중에 떠 보이기만 하면 될 거 아냐.”

크라뮤는 이미 자신에게 모두가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대한 멋있게 보이고 싶다. 전과는 다른 포즈로 손을 모으지 않고 양쪽으로 펼쳐 마나를 불러 모으기 시작한다.

“나를 사랑하는 하늘의 마나들이여. 내 몸은 그대들과 같은 하나의 바람과도 같은 존재. 대지의 아들 크라뮤가 말하니 나와 내 친구들을 너희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

역시 제법 긴 주문으로 크라뮤는 뜸을 들이고 있다. 시바는 요사이 흥미를 가진 마법의 이론과 영창때문에 크라뮤가 떠드는 말을 열심히 듣고 있다. 아텔리와 파워는 어떤 위험이 다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위를 살핀다.

“혹시 제국군 녀석들이 공중전이 가능한 부대를 더 데리고 있으면 어떻게 하지?”

“그럴 리는 없을 거야. 있었다면 벌써 이 일대를 날고 있겠지. 우연치 않게 마왕군이 있었지만 이런 지방 변두리까지 공중 부대를 편성 할 만큼 제국 병력이 남아 도는 게 아니라고.”

“그건 알지만 제국은 매년 새로운 인재들을 발굴하고 있고, 우리 영웅군이 모으는 인물들보다도 훨씬 많은 수의 인간들을 자기들 편에 서게 하고 있다고.”

그건 사실이다. 영웅군이라고 하면 정의의 현실을 위한 인간문화 독립운동가들의 모임이라고 자처하고 있으나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 뛰어난 능력이나 어떠한 사정, 또는 사상적인 이유가 없는 한 고생길이 확실한 이 길을 선택하려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제국이 매년 모으고 있는 제국군에 지원을 하고 있고 합격은 삶의 보장과 같은 일이다. 제국 도서관, 제국 수련장, 제국의 급료, 안정적인 토지 배급제, 부양가족에 대한 우대, 제대 후 제국에서 주는 연금 등을 본다면 언제 싸우다 죽을 지 모르는 영웅군 생활보다는 훨씬 좋은 것이다. 아텔리와 파워는 지금까지 제국군과 싸워 오면서 같은 인간들을 상대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몹시 힘든 시련이었다.

“언젠가는 우리들의 행동이 모두를 위한 길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그들이 알아주기를 바라겠지.”

아텔리는 서서히 붉은 기운을 보이면서 밝아오는 동쪽 산등성이를 보면서 희미한 미소를 보인다.

“……나는 그대들에게 명하니 내가 나갈 길을…. 아텔리? 어디로 가지?”

크라뮤가 자신들이 이동할 위치에 대한 좌표를 알지 못해서 묻는다.

“우선은 여기서 5루일 정도는 벗어나야 하니까 그저께 지나오면서 야영을 했던 곳까지가 좋을 거야.”

“아! 그 검은 바위 있던 곳! 시바가 오줌 싼 곳 말이지?”

“그래. 그곳.”

시바가 좀 고상하지 못한 화제가 나온다고 생각하고 재빨리 입을 연다.

“갈래면 빨리 가자고.”

“좋아. 내가 갈 길은…음, …이곳이니 너희들의 바람의 길을 열어 주어라. 난 그대들의 친구 크라뮤. 알바트로스!”

크라뮤의 주문이 끝나고 일행의 주위에는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도 같이 날리며 모두의 입가에 웃음이 피어나려 한다. 작고 섬세한 산들바람들은 그들을 공중으로 띄어 버린다.

“끼야아! 이게 뭐야!”

약간 놀란 외침에 모두가 아텔리를 쳐다본다. 아텔리는 약간 안색이 붉어진다. 좀 있으니 파워의 안색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두 손은 바지춤을 잡고 있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네 마법이 제대로…음…”

파워는 몸에 걸치고 있는 갑주들과 속옷들이 밑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크라뮤도 공중에 떠오른 뒤로 로브 옷자락을 붙잡고 있다. 크라뮤는 로브 하나만을 걸치고 있고 속은 알몸이라서 그나마 편한 편이지만 아텔리와 파워가 걸치고 있는 여러 가지 장비들은 그 무게가 전부 그들의 몸에 더해지고 있었다.

“이 마법은 우리들 몸은 공중에 올려 주지만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까지 같이 올려 주지 않는단 말이지?”

아텔리가 자꾸만 아래로 흐르는 몸의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발을 꼰다. 크라뮤는 그것은 당연 하다는 표정을 보인다.

“응. 이동하는 동안 모두 자기 물건은 자기 손으로 꼭꼭 잡고 있어야 돼.”

아텔리들은 언제나 땅에 발을 딛고 있었다. 하지만 공중에 뜨면서 몸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것들이 밑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하자 발을 꼬고 두 손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잡고 있느라 폼이 우스꽝스러웠다.

“크…라…뮤…”

아텔리가 좀 부끄러운 안색으로 부른다.

“왜?”

“이런 꼴로 하늘을 날아가라고?”

마치 뭐 마려운 사람들이 날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한 파워가 뒷말을 했다.

“별 상관 없지 않아?”

크라뮤는 태연한 모습이다. 어쨌든 하늘에 떠 있는 다는 것은 생각보단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 아텔리가 작게 한숨을 쉬고 말한다.

“그래, 우선은 목표한 지점까지 가자고.”

어차피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살가죽과 털 밖에 없는 시바는 편안히 허공에서 꼬리를 흔든다. 하지만 발이 땅에 닿아 있지 않아서 인지 엉덩이부분이 꼬리와 같이 좌우로 씰룩이고 있다. 이 모습이 우수꽝 스럽다고 생각한 파워가 그만 실소를 터트린다.

“아하하. 시바녀석…앗! 돈주머니가??!!”

제법 빠르게 허공을 날고 있던 파워가 외친다. 파워가 들고 있던 돈주머니가 방심 한 사이에 흘러 내려가 땅으로 떨어져 버린다. 어두운 계곡 사이로 주머니는 사라져 버린다.

“어…, 어쩌지?”

파워가 당황한 모습으로 크라뮤를 쳐다본다.

“난 날아가는 동안에 좌표 못 바꿔.”

크라뮤는 자신의 실력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꽥! 돈 잃어 버렸다!”

파워는 이렇게 소리쳤지만 이미 몸은 이틀 전에 야영을 했던 곳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돈이 없이 여행을 해야 했다. 물론 이후로 이 일행이 크라뮤의 비행마법 ‘알바트로스’로 이동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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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ARD - 5부 외전 - 크라뮤의 매듭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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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7) 13.02.10 427 2 50쪽
12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6) 13.02.10 420 1 50쪽
11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5) 13.02.10 395 2 64쪽
10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4) 13.02.10 404 1 37쪽
9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3) 13.02.10 440 1 63쪽
8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2) 13.02.10 387 1 55쪽
7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1) 13.02.10 404 2 54쪽
6 [HZ5外] 3장 매듭의 시작 (4) 13.02.10 436 2 35쪽
5 [HZ5外] 3장 매듭의 시작 (3) 13.02.10 424 1 53쪽
4 [HZ5外] 3장 매듭의 시작 (2) 13.02.10 362 1 46쪽
3 [HZ5外] 3장 매듭의 시작 (1) 13.02.10 341 1 35쪽
2 [HZ5外] 2장 원수 13.02.10 448 2 49쪽
1 [HZ5外] 1장 봄이 왔다 13.02.10 602 2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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