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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漫報) 님의 문피아 서재입니다.

HAZARD - 5부 외전 - 크라뮤의 매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만보(漫報)
작품등록일 :
2013.02.10 16:07
최근연재일 :
2013.02.10 19:08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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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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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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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0쪽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6)

DUMMY

아침이 시작되고 크라뮤는 베개에서 머리를 들었다. 시바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이빨을 뽀드득 뽀득 갈면서 크라뮤 발 밑에서 자고 있다. 크라뮤가 깬 것은 아침의 소란스러움 때문이다. 대로 쪽으로 나있는 창문으로 보니 벌써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우르르 소리를 내면서 나간다.

“뭐야? 벌써 떠나는 거야?”

약간 잠이 부족한 크라뮤는 하품을 한번하고 발로 시바를 찬다.

“야. 일어나.”

“끄엥? 뭐야?”

시바는 졸린 눈을 꿈벅거리면서 몸을 비튼다.

“야. 벌써 사람들이 나간다.”

“나가라고 그래….으아앙.”

보기에도 흉악해 보이는 이빨을 드러내면서 시바가 하품을 한다. 역시 아직 이른 아침이구나 하고 생각한 크라뮤도 다시 머리를 베개로 파묻는다. 바보 시바지만 녀석이 제대로 일어나는 시간이 크라뮤가 일어나는 시간이다. 언제나 그래왔기 때문에 둘은 해가 어느 정도 올라 와 있을 때가 되서야 움직였었기 때문이다. 창문 사이로 아침이 주는 차가운 공기가 들어온다. 아직도 웅성거리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온다.

“음…아직 해도 안 뜬 것 같은데 무슨 난리들이야…”

크라뮤는 눈을 감는다.

-쏴아아-

눈을 감으니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물소리다.

-치이익-

-싸악-싸악-

맛있는 냄새도 난다. 시바와 크라뮤는 동시에 눈을 뜬다.

“…이곳 사람들은 빨리 일어나는 습관을 가졌나 보지?”

“냄새 좋다.”

동시에 둘은 침대를 박차고 일어난다. 아직은 평상시 기상시간이 아니었지만 먹는 것이 걸려있다면 사정이 다르다.

“네가 먼저 씻어.”

크라뮤가 양동이에 있는 물을 받아서 시바에게 건넨다. 시바는 약간 주춤하지만 코를 대보다가 고개를 처박고 재빨리 뺀다.

“으갸- 차가워!”

얼굴에 묻은 물을 흔들어 터는 시바의 세수가 끝났다. 크라뮤도 한 손바닥에 물을 받아 얼굴에 문지른다. 구비되어 있던 타올에 얼굴을 한번 문지른다.눈 주위를 문질러 보니 눈꼽은 없다. 준비는 끝났다.

“가자.”

둘은 쿵탕탕 거리면서 계단을 내려간다. 홀에는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대 여섯 보인다. 바 뒤쪽에 있는 요리장에서 하얀 김과 냄새가 덩실거리고 있다.

“잘 주무셨나요?”

어제 크라뮤에게 주문을 받던 아가씨가 아침인사를 했다.

“응. 밥 줘.”

“꼬마 친구도 밥이 필요 하겠네요.“

그녀는 한쪽 눈을 찡긋 해 보이고 주방 쪽으로 무슨 요리의 이름을 외친다. 크라뮤는 아차! 하고 생각을 했지만 그녀가 이해를 해주는 것 같아서 시바를 품속에 넣지는 않는다.

“언제부터 알았어?”

“어제 싸움 났을 때부터 같이 있지 않았니? 괜찮아. 아직 이른 아침이고 묶던 손님들도 거의 나갔으니까. 청소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했고 크라뮤는 좀 쑥스러운 표정이 된다. 시바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성거리다가 그녀의 말을 듣고 꼬리를 흔든다. 여기에 말까지 하면 놀라겠지… 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 이상 이해를 바라는 것은 좀 무리가 있으리라. 개취급은 싫지만 말을 하는 마수취급을 받으면 절대로 밖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바와 크라뮤는 그녀에게 폐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제일 구석진 자리에 가 앉는다. 좀 있으니 그녀가 쟁반 세 개와 큰 잔을 들고 와 탁자 위에 놓아준다.

“요새는 해가 짧아져서 일찍 출발하는 사람이 많은데 너희들은 어디까지 가니?”

어제 밤과 달리 아침햇살아래에서 보이는 크라뮤 모습은 영락없는 꼬마라서 그녀는 말을 놓고 있다. 크라뮤나 시바는 그런 것에 상관하지 않고 밥그릇을 비우려고 한다.

“롱바우스까지 갈 꺼야. 아앙, 쩝.”

“롱바우스? 오빌 산맥을 넘으려면 어른이라도 15일은 걸리는데?”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초리다.

“꿀꺽, 괜찮아. 난 시간 많아.”

“음. 중간에 쉴 수 있는 자주여관도 일찍 출발하지 않으면 해가 떠 있는 사이에 발견하기도 힘들어서 일찍 떠나는 건데…”

“그럼 내일 아침에 일찍 떠나지. 냠냠.”

“그러지 말고 돈에 여유가 있으면 역마차를 타지 그러니?”

“으앙 냠냠…역마차?”

“그래 15명까지 태울 수 있는 마차인데 후두룰을 거쳐서 롱바우스까지 가는 편이 있단다. 그게 더욱 안전하고 편 할 거야.”

어느 여관에나 걸려 있는 지역 지도를 가리키면서 그녀가 말한다.

“게다가 걸리는 시간도 훨씬 단축되니까. 산맥을 곧장 넘어가는 길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평안하다고. 여기서 출발해서 산맥 동쪽에 있는 작은 광산촌의 마을에서 일박을 하고 제국에서 만들어 놓은 상로용 동굴을 지나 후두룰에서 일박, 그리고 돌아서 초원을 지나 있는 칸데세에서 일박, 그 다음이 롱바우스야.”

크라뮤는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몇 번 고개를 돌리고 꼬다가 롱바우스를 가리키는 지점에서 멈춘다.

“말만 들으면 훨씬 멀어 보이는데?”

“그래도 안전하고 편하지 않겠니? 타려면 말해라. 원래 2펜스지만 이 누나가 싸게 태워 달라고 말해 줄테니까.”

그녀는 나가기 위해 계산하려는 손님을 보고서 그쪽으로 간다.

“어떻게 할레?”

시바는 오랜만에 제 때에 식사를 하게 돼서 인지 벌써 밥그릇을 다 비웠다.

“쩝, 돈 얼마나 있는데?”

“에…3펜스하고 3백…60크렐 있다.”

“그거면 몇 번 밥 먹어?”

“음……10번은 넘게 먹는다.”

“마차 타면?”

“음…3번 정도.”

“그럼 당연한 거 아니야?”

“히-. 당연한 거지.”

기본적인 산수가 되지 않는 이 주종은 단순하게 더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코스를 선택했다. 크라뮤와 시바는 맛있는 조식을 끝내고 덜렁 덜렁 밖으로 나간다. 아직 오전이지만 하늘에는 구름이 많이 껴 있었고 좀 눅눅한 날씨여서 그렇게 맑은 편은 아니었다.

둘은 좀 주위를 둘러보다가 별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광장 쪽으로 왔다. 어제 몰리가 주목했던 현상범에 대한 공문이 붙어 있던 곳 주위에 덩치가 무척 좋은 사내들이 몰려 있었다. 뭔가 재미있는 것이 있을까 해서 크라뮤와 시바도도 가본다.

“이런…그러면 어제까지는 이곳에 있었다는 얘기로군.”

“자네들이 왔어도 소용이 없었을 거야. 요새 한창 잘 나가던 카티스 파티가 잡으려다가 혼만 나고 꽁무니를 내뺏다고.”

세가닥 콧수염이 난 두목 이름이 카티스 인가보다.

“엥? 별로 나이도 안 먹은 현자 하나한테 카티스 패거리가?”

“말만 현자지 사기성 다분한 검사라더군.”

“검사? 현자의 직종으로 검사?”

“웃기는 것은 회복마법하나 못 쓰는 현자라는 거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크라뮤는 다시 가인의 현상포스터를 본다. 아무리 보아도 어제 본 실물이 그림보다는 잘생겼다. 좀 눈여겨보니 그 포스터의 밑에 어제는 없던 글이 있었다.

[나, 가인이라는 현자인데 잡으러 오지 마시오. 다치면 책임 못 집니다.]였다.

무척이나 많은 돈이 붙은 사나이. 근래에 들어 이만큼 많은 소문을 몰고 다니기 힘든 사나이. 정체를 알기 힘든 신비의 인물 가인에 대해서 이 사람 저 사람들이 떠들고 있는 동안 크라뮤와 시바는 번화한 도시의 미스번을 일주했다.


코튼테일도 무척이나 큰 곳이었지만 이곳은 살고 있는 인간도, 종족도 많아서 둘은 신기한 구경을 많이 했다.

특히나 시장은 그랬다. 시가지의 남쪽에 위치한 그곳은 내륙에서 보기 힘든 생선부터 북부에서만 생산이 된다는 과일까지 없는 것이 없어 보였다. 시바가 보기에도 처음 보는 괴상한 상점들도 많았다.

여행자를 위한 [약국]도 있었고 [모험가 길드]도 있었다. 농부들을 위한 [당신과 나의 즐거운 영농생활]이라는 큰집 앞에는 [세상이 바뀌어도 농부는 영원하다]라는 큰 간판도 보였다. 도마뱀의 꼬리부터 박쥐날개, 악어의 이빨, 뱀파이어의 간(제국은 몬스터라고 할지라도 물물교환의 법도를 지키면 상관을 하지 않는다. 다만 피해를 주면 무조건 때려잡고 본다)등등 마법의 재료가 되는 모든 것들이 모여 있는 [재료상]도 둘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얼마나 헤매고 다녔을까. 둘은 제법 많은 볼거리를 거치고 배가 고파져 오는 것을 느꼈다. 어차피 출발은 내일 아침 일찍이다. 쪼금이라도 많은 영양보충과 미각의 즐거움을 위해서 둘은 황홀한 냄새를 풍기는 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미스번의 영주인 마귀족 할베우리는 영지를 비우고 여행을 간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이곳 집정관을 맞고 있는 오큰타우스는 다른 곳의 집정관처럼 욕심이 많은 인물은 아니었고 자신의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수확을 마치고 시작될 축제의 일환으로 귀족들이 사용하는 귀족관(貴族館)을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3일전부터 각 지방의 음식들을 선보이면서 싸게 파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코가 좋은 시바는 이런 사실까지는 알지는 못했지만 살 떨리게 기분 좋은 냄새를 풍기는 귀족관을 찾게 되었다. 보통 귀족관은 제국이 생기기전, 인간들의 왕가나 귀족들의 사유지로 지어진 것으로, 호화로운 구조를 가지고 넓은 정원을 끼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당연히 넓은 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점심때라서 여행객뿐만이 아니라 미스번에 살고 있는 가족들도 외식을 하러 나와 있었다.

통돼지 구이, 삶은 닭요리, 상어의 옆구리살 구이, 동풍족의 신비의 맛이라고 알려진 갈비구이, 남해족의 비장의 요리인 고래 통뼈회, 북마족의 양골 요리 등이 냄새를 풍기면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헤- 뭐부터 먹어야하지?”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 시바가 떠드는 것은 아무에게도 신경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건너편에서는 미노타우르스 한 녀석이 10분에 포도주 10통을 비우는 도전을 하고 있었고, 그 반대편에서는 리저트 맨이 닭꼬치 100개를 10분 안에 먹기에 도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침 닦아. 자식, 지저분하게.”

“여기서 실컷 먹어두면 이 삼일은 아무 것도 안 먹어도 되겠다. 헤-.”

“너 언제부터 종족명을 바꿨냐?”

“응? 그게 뭔 소리야?”

“삽살개는 이 삼일이나 안 먹고 못살아, 소라면 모를까.”

“그렇게 할 일 없냐? 그럴 것 같다는 얘기지, 누가 진짜로 그렇데?”

“어디서부터 시작 할레?”

“난…난, 우선 향초와 구운 스테이크로 시작해서 과일이 들어간 크림파이, 버터를 발라 구운 쌀과자에 꿀이 들어간 밀크를 마시고, 박쥐의 날개에 싸서 구운 악어살, 도미의 껍질을 숯에다 구운 거, 살짝 벗겨낸 참새 엉덩이살을 튀긴 거, 크레소스 향료를 듬뿍~친 밥을 동풍족의 된장에 발라놓은 거, 달걀과 크림으로 구운 빵, 참깨에 토마토를 갈아서 만든 주스, 새우하고 술을 섞어서 만든 교자, 실처럼 가늘게 뽑아서 만드는 초콜릿 솜사탕, 와인하고 설탕으로 버무려 끓인 사슴의 다리요리, 참기름에 발라서 살짝 구운 호두, 오리의 가슴살하고 소고기를 섞어서 찐만두하고 신 맛 나는 알크레스의 뿌리에 건조시킨 해초를 뿌려 만든 스튜에 치즈를 감자에 싸서 구운 것에 당밀을 듬뿍 친 양고기를 끝을 보면서 사과하고 멜론이 씹히는 아이스크림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

“돈 모자라 임마.”

“켕? 아까 3팬스 정도는 있다면서?”

“네가 먹으려는 거는 전부 다 무지 비싼 음식들이잖아. 알크레스 뿌리 스튜에서 돈주머니 끝난다고.”

“키잉-.”

시바는 궁전에서 먹었던 호화로운 진미들 같은 것에는 질렸기에 그나마 소박한 요리를 고른 것이었는데 단번에 안 된다는 말이 나오자 고개가 팍 꺽인다.

“그리고 네가 그거 다 먹을 수 있냐? 조금씩이면 몰라도…”

“자아! 원하시는 요리를 1시간 동안 마음껏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권이 한 분에 300크렐 씩입니다.”

한 장사꾼의 말이 터져 나왔고 시바의 꼬리, 고개가 바싹 올라간다.

“칫! 질이야 어쨌든 양으로 신나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니까 가자고.”

시바는 장사꾼에게 600크렐을 주었다. 모든 요리에는 인간코스, 몬스터 코스, 마수 코스, 빅 몬스터 코스가 있었다. 크라뮤는 인간 코스로 가고 시바는 욕심을 부려서 빅 몬스터 코스로 간다.

잠시 치열한 운동이 있었을까?

각자 자신에게 배당 된 접시에 용량의 세 배정도 되는 음식을 쌓아 올린 둘은 비틀거리면서 음식대를 빠져 나온다. 지정 받은 번호가 있는 테이블에서 먹어야 하는 것이다. 둘이 배정 받은 번호표의 테이블은 제법 먼데에 있었다. 크라뮤는 시바가 참지 못하고 들고 가면서 먹어대는 추태를 보일까봐 접시의 밸런스를 잡아가면서 한소리 했다.

“테이블 도착해서 먹어야 한다..”

“끄이잉 낑 낑.(알고 있다)”

시바는 입에 접시를 문체 꼬리를 정신없이 파닥거리면서 대답을 했다. 이때였다. 시바의 눈동자가 크라뮤를 봤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오는 짧은 사이에 50년 묵은 나무같이 두꺼운 뚱보 오거의 발목이 그의 시야에 들어 왔다.

-탁-

-와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짧은 목을 쭈욱 빼서 접시를 들고 오던 시바의 접시가 바닥에 떨어지고 음식들은 데굴데굴 구른다. 황당한 일에 입이 벌어진 체로 있는 시바는 자신의 접시를 건드려 음식들을 쏟아지게 한 장본인, 오우거가 그 큰 발로 음식들을 사정없이 밟는 것을 보게 된다.

-와그지작작-

“그와아아? 뭐야? 누가 이런데다 음식을 버려!”

오거는 신경질을 부리면서 시바를 쳐다본다. 쪼끄만 강아지 같은 것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와우- 꼬마야! 음식 흘리고 다니면 어른한테 혼난다!”

시바는 오거 발바닥 믹서에 의해서 죽이 되어버린 자신의 음식들을 보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숨이 막혔다. 답답한 가슴속에서 무언가 출렁이면서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머리 속에서 시간이 멈추었다 갔다 하면서 사고능력의 저하를 유발시킨다.

두 눈에 들어오는, 무지 못생긴 오거의 얼굴이 맛있게 보인다. 하늘의 구름들이 자신의 사고(思考)와는 달리 무척이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오거는 입을 열고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웅웅거리는 울림이 머리를 혼란시킨다.

“내… 밥.”

시바는 나지막하게 간신히 입과 혀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서 말을 토해냈다. 목 안쪽에서 뜨거운 감정의 소용돌이가 느껴졌다.

“…음식 흘리고 다니면 어른한테 혼난다 다 다 다 다 다 ”

갑자기 이 말이 시바의 귀청을 여러번 울리면서 때린다.

“크아아! 용서 못해! 내 밥-”

-쿠와아아아아-


모두가 놀랬다.

설마 이 자그마한 개의 입에서 그렇게 커다란 불길이 나올 줄이야.

“우와! 귀족관에 불이 붙었다!”

“불! 불이다!”

“소방대 불러!”

“물통 가져와!”

사람들은 바삐 움직이면서 물통을 나르지만 원체 타는 것들이 많이 있는 정원에서 일어난 불길은 잡히지 않았고 귀족관 본관까지 날름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다. 정원에 있었던 갖가지 음식들은 커다란 불길 속에서 익어가느라 복잡 미묘한 향기를 품었고 검게 내뿜는 연기는 불을 끄려는 자들의 노력에 절망을 가져다준다. 영주가 없는 사이에 집정관으로서 영주대리인으로서 문제없이 좋은 행정을 펼쳐온 오큰타우스도 역시 갑자기 일어난 이 난리에 멍한 눈으로 불길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리 놀기 좋아하고 멍청한 영주라도 이것을 보면 틀림없이 오큰타우스의 모가지를 날려 버릴 것이 틀림없었다.

“크아아아, 누구냐! 불 지른 게!”



HZ*HZ*HZ*HZ*HZ*HZ*HZ*HZ*HZ*HZ*



정신없이 도망 온 둘은 산 하나를 넘어 왔다.

“헥-헥- 이게 다 누구 탓이야…”

“칵-칵- 내 탓은 아니다 뭐.”

“밥도 못 먹고, 돈 잃어버리고, 거기에 도시 귀족관에 불까지 냈는데 이게 잘 한 짓이냐?”

“왜, 나만 가지고 뭐라고 그러냐? 캑! 그 오우거가 나쁘지 내가 나빠?”

“으으….내 밥.”

크라뮤는 부르르 떨다가 고개를 푹 숙인다. 시바도 아까운 밥을 생각하고 주인을 따라 밥에 대한 묵념을 올린다. 잠시의 묵념이 있은 후, 크라뮤는 난리통에 없어진 돈주머니를 생각했다.

“이제 어쩌지? 돈 한 푼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으니….”

“이 기회에 캑! 지나가는 행상을 붙잡아서 캑! 돈을 뜯는 것은 어때?”

시바는 목구멍이 따끔한지 캑캑거리면서 한 말이다. 크라뮤는 간간이 캑캑거리면서 자그마한 불길을 쏟는 시바를 바라본다.

“시바야.”

“왕?”

“너 브레스 뿜을 수 있게 되면서 성격도 변하는 것 같다.”

시바의 꼬리가 조금 살랑거린다.

“케케케, 우리 마수는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그 흉악한 성질도 증가된다고 하더군.”

“…하더군? 너 말하는 것도 바뀐다?”

“후~ㅅ, 주인아.”

“왜?”

“빨리 어른이 되거라.”

시바가 먼 산 쳐다보면서 한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크라뮤의 초 필살기가 약P보턴으로 발동 걸린다.

“껭! 왜 갑자기 박치기야?”

“짜식이 말이야! 좀 치켜 세워주니까 기어올라?”

시바도 밥 못 먹어서 약 오르기는 마찬가지인데 크라뮤가 자꾸만 복창을 긁는 소리를 하니 화가 난다.

“어쭈! 레벨업 한 나하고 한판 해보겠다 이 말이야?”

“흐흐흐…해 볼래?”

살기를 머금은 위험한 바람이, 크라뮤와 시바의 주위를 맴돈다.

크라뮤의 생각,

[여기서 기선을 잡아 놓지 않으면 시바 녀석 매일 나한테 개길 것이 틀림없다.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앞으로가 괴롭다. 힘내려면 아까 밥을 많이 먹어두는 건데.]

시바의 생각,

[대마왕의 아들이라고 너무 재는데 말이야, 나도 마수중의 마수인 펜트리올 라키사스의 후예, 마수 중의 프린세스란 말이다. 해볼 테면 해보자…. 쳇 이럴 줄 알았으면 베스트 컨디션을 위해서 아침을 많이 먹어 두는 건데]

사실이야 어쨌든 둘은 다 공복의 위기와 분노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숙명의 대결 제 24번째 공이 울린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전적 상 크라뮤가 12승. 시바가 11승이다. 둘의 승부에 무승부란 없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뻗을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 그들의 결투 룰이었다.

-콰콰쾅-

마력의 힘에 의해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 온 것은 그때였다.

크라뮤가 시바의 브레스를 돌파해서 초 필살기를 먹이려는 찰나였다.

“뭐? 뭐지?”

“칫! 여기서 압도적인 한판승을 올릴 수 있었는데.”

“누가 할 소리를.”

둘은 폭발음이 난 곳으로 간다. 그곳은 오빌산맥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넓은 돌 자갈 평원이었다. 크라뮤와 시바가 좀 높은 언덕 위로 올라가 내려다보니 시퍼런 후드가 달린 망토를 걸친 둘과 일련의 작자들이 보인다. 아마도 일련의 작자들이 쏘아 낸 것으로 보이는 마법 폭발 흔적이 후드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둘 앞에 보였다. 크라뮤와 시바는 후드를 뒤집어쓴 작자 중 하나가 어제 본 가인의 덩치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가인?”

“아직도 못 도망 갔나보지?”



#BGM : 竹內まりあ의 けんかをやめて



“제법인데!”

망토를 걸치고 있던 한 작자가 자기 세 발 앞 정도에서 폭발한 마법 흔적을 보면서 한 말이다. 바로 뒤에 있는 사람도 깊은 푸른색 망토를 걸치고 있어서 둘이 한패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제법 정도가 아니라 무척 레벨이 높을 듯 보이는 가고일 셋, 청동색 갑주를 두른 리저드맨 다섯이 그들 상대 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다시 그 일당 뒤에 네크로맨서도 둘이나 보인다. 대원 아홉에 지휘관 하나라면 제국의 제국군 소대 편성수와 같다. 깊게 둘러 쓴 후드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 둘은 상당히 침착해 보인다. 틀림없는 인간인데도 전혀 무서워하는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너희들이 아텔리와 파워라는 것은 알고 있다. 순순히 따라 오면 죄는 묻지 않겠다. 우리 영주님은 말을 나누자고 하는 것 뿐이야.”

제일 앞에 서있던 회색 피부를 가진 가고일이 입을 연 것이다. 그자가 한 말을 들은 깊은 푸른색 망토와 후드로 몸과 얼굴을 가리고 있던 둘은 약간 놀란 듯 몸짓을 보인다. 곧 왼쪽에 있던 인물이 오른쪽에 있는 약간 덩치가 작은 사람에게 한 마디 한다.

“쳇, 누나. 우리는 너무 유명인이 되 버린 것 같아.”

둘은 천천히 후드를 넘겼다. 굉장히 눈에 띄는 금발이다. 남자다. 가인은 아니었다. 크라뮤와 시바는 내심 안심을 했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다른 한사람을 보았다. 여자였다. 예뻤다. 무지 예뻤다. 크라뮤가 그녀의 불타는 것과 같은 붉은 머리를 보면서 넋이 빠져 있는데 턱밑이 무척이나 간지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바였다. 이놈의 강아지는 뭐가 좋은지 크라뮤 품안에서 꼬리를 세우고 팔딱 팔딱 정신없이 흔들고 있었다. 덕분에 그 꼬리가 크라뮤의 턱밑을 간지럽히고 있었던 것이다.

“야. 좀 가만히 못 있냐?”

“헥- 헥- 너 같으면 가만있겠냐? 저런 미인을 보고?”

“흥. 똥개주제에 예쁜 건 알아가지고. 그런 정신이 있으면 빨리 헬브레스나 제대로 뿜을 수 있게 연습이나 해두라고.”

“주인이야말로 영창시간 줄일 수 있는 연습이나 하시지.”

“그래도 네가 날 주인이라는 것을 잊어 먹지 않는 것을 보면 마계 7대불가사의 중의 하나다.”

“주인처럼 주제를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행동을 보면 마계 100대 신비 중 첫 번째라니깐.”

두 주종은 입씨름을 해가면서도 [불타는 머리]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진짜 소문처럼 예쁘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9장군들한테 잡아오라고 시켰을 텐데 말이야.”

“저 둘이 누군지 아냐?”

시바가 여전히 꼬리를 흔들며 묻는다.

“저 이름하고 붉은 머리, 예쁜 미인이라면 아텔리가문의 아텔리밖에는 없지.”

“아텔리집안에 아텔리? 그게 이름이냐?”

아텔리 아텔리. 7천국가문 필두로서 과거 인간세계에 있어 한없는 존경과 칭송을 받아온 아텔리 가문의 장녀이다. 원래 가지고 있는 이름은 달리 있다고 하지만 12살 때 세상을 구하고 인간들의 세상을 되찾을 때까지 본래 이름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름도 성도 아텔리로 통일해서 부르는 여장부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한 사람은?”

“몰라. 내가 남자까지 신경 써야 하냐?”

시바는 벌써부터 여자를 밝히는 크라뮤 장래가 걱정된다는 눈빛이다.

“내가 모르는 애니까 전혀 신경 쓸 것 없는 녀석임이 틀림없어.”

시바의 쏘아보는 눈빛에 변명을 하는 크라뮤지만 시바는 여전히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내면서 입을 연다.

“그래도 아까 하는 말을 들어 보니까 아텔리네 아텔리인 저 예쁜 여자 동생 같은데?”

불타는 붉은 머리를 한 아텔리와 짙은 금발을 자랑하는 남동생 같은 사내는 서로 어깨 하나 정도 간격을 두고 양발을 벌린다. 확실한 경계 자세이고 여차하면 망토 안에서 무언가를 뽑아들 태세이다. 가고일은 그런 둘에 자세 변화에는 별 관심이 없는지 말을 계속한다.

“어차피 너희 둘이 만나기로 한 녀석들은 지금쯤 다른 부대가 처리를 했을 터이고 당연히 시간도 남을 테니 우리 영주님이나 보러 가는 게 더 낳을 걸.”

금발 청년이 아텔리를 쳐다본다.

“쳇! 우리들이 이곳에 왜 왔는지도 벌써 알고 있단 말이지? 그것 보라고, 누나. 틀림없이 우리 군 안에 첩자가 있는 게 사실이라니깐.”

“파워, 아직은 정확히 모르는 일이니까. 돌아가서도 함부로 입 놀리지 마.”

가고일은 둘이 전혀 기가 죽지 않는 것을 알고 뒤의 부하들에게 말한다.

“우리를 안중에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냐?”


BGM : GINA G의 It Dosen't Mean Goodbye



“캣캣캣! 저 녀석들 잡아다가 나중에 같이 놀면 좋겠다.”

“짜식 웃기고 있네. 저건 내 시녀로 쓸 거다.”

리저드맨들은 무척이나 길게 찢어진 입으로 실실 쪼개면서 아텔리를 보고 있었다. 아텔리는 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별로 표정의 변화는 보이지 않고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파이어랜스를 보고 있었다.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지만 과연 훈련받은 제국 군졸답게 창을 꼬나 쥔 모습에는 절도가 있었다. 훈련을 받은 정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빠져나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아텔리는 동생 파워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파워. 몇 놈 정도 잡을 수 있겠어?”

“앞의 것들은 별거 아닌데 뒤의 네크로맨서가 좀…”

“가고일 녀석들이 공중전으로 가면 다른 적들의 시선을 끌 수 있으니까 제일먼저 처리해야겠는데….”

아텔리는 역시 동생도 같은 의견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선다. 파워도 아텔리의 의도를 눈치 채고 말을 받으며 역시 한 걸음 천천히 나선다.

“그동안 내가 저 도마뱀 녀석들을 상대하는 건 전혀 문제가 안 되고…”

“역시 문제는 저 네크로맨서 둘.”

“누나가 지금 쓸 수 있는 마법이 얼마나 되지?”

“음… 스트롱 하나하고 힐링 하나가 전부인 것 같아. 오늘은 조금 많이 싸웠으니까.”

“설마 이것들이 머리를 써서 이런 곳에서 잠복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둘이 뭔가 의논하고 있는 것을 알아챈 선두에 선 회색피부 가고일이 좌우에 있는 두 가고일에게 외쳤다.

“저것들이 아직 마법을 쓸지 모르니 항마법을 준비해라!”

이 말에 아텔리와 파워, 둘은 안색이 바뀐다.

“누나! 저것들 보통 가고일이 아닌데? 저항마법도 쓰는 상급 가고일이야.”

파워 말에 아텔리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등 뒤 검 손잡이에 손을 뻗는다. 마족들은 대부분 강한 육체적 힘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마법까지 쓰는 경우는 굉장히 싸우기 어려운 상대라는 것이다. 나름대로 많은 싸움을 경험해온 이들이기 때문에 정말 좋지 않은 때라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파워, 시간 끌 것 없이 아그우스를 써! 접근전이야!”

파워도 양손을 허리에 엇갈아 대면서 미소를 지었다.

“헤- 누나가 라이오너스를 쓰는 걸 보는 게 얼마만이야? 오랜만에 우리 가문의 신기(神器) 둘이 다 한자리에서 선을 보이는군.”

아텔리는 두목같이 구는 회색 가고일 좌우에 있는 두 가고일이 손을 모으면서 영창에 들어가려 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놀릴 입이 있으면 먼저 끝이나 내고 하라고! 야아아앗!”

두목 가고일은 예상했다는 듯이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나면서 다가오는 아텔리 공격권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역시 말로 해서는 안 되는 놈들이다. 조금 맛을… 크어헉!”

큰소리로 자기 부대원에 경고를 하던 두목 가고일은 화끈한 아픔을 느끼면서 신음을 뱉어냈다.

“타아아앗!”

아텔리는 비틀거리는 가고일의 안면을 걷어차면서 왼쪽 가고일에게 뛰어간다.

“크읏, 틀…틀림없이 검의 사정거리가 아니었는데… 카악!”

뒤에 달려온 파워의 두 팔이 하늘을 향했고 두목 가고일은 가슴과 어깨가 갈라지는 고통에 뒤로 벌렁 쓰러지고 만다.

“아텔리가문 검사라면 소닉웨이브 정도는 쓰거든.”

파워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오른 쪽 가고일에게 뛰어간다.



“주인아, 소닉웨이브를 쓴다. 제네들.”

“응. 하지만 사람이니까 계속해서는 못 쓸거야.”

“제들 사람 맞냐?”

시바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붉은 머리를 휘날리듯 아텔리는 춤추는 것과 같이 가고일과 싸우고 있었고 파워도 마찬가지였지만 전혀 밀리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보통 뛰어난 인간전사라 하더라도 상급 마법을 사용하는 회색가고일과 전투에 들어가게 되면 '죽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돌덩이 같은 피부와 다람쥐 같은 움직임, 게다가 독수리 같은 민첩한 공중전기술을 보이는 녹색 가고일도 벅찬 상대이건만 회색가고일은 마법까지도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저들이 밀리는 것을 보면 저 빨강머리 아텔리는 대단한 싸움꾼이야.”

“왜?”

“우선 저렇게 붙어 버리면 가고일이 자랑하는 날개를 이용한 공중전을 할 수가 없고 마법을 쓸 기회를 주지 않지. 게다가 지원부대인 네크로맨서들이 쓸지 모르는 공격마법에서도 피할 수가 있고. 물론 초인적인 스피드와 반사신경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저 둘은 그걸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응. 그전에 두목을 먼저 치고 가서 지휘계통을 마비시킨 걸 보면 우리 마수들이 하는 전법과 비슷해.”

싸움판에 대한 견해라면 시바도 뒤지지 않고 크라뮤와 얘기 할 수 있다. 크라뮤와 시바의 견해대로 뒤에 있는 네크로맨서 둘은 자기편들과 붙어서 싸우고 있는 아텔리와 파워에게 마법을 걸지 못하고 있다. 이 둘은 영역지정 광역마법을 쓸 수 있지만 객체를 지정하고 날릴 수 있는 소규모용 마법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보통 제국 마법군들은 전투에 있어서 대규모전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제국군 소속 1개 소대는 인간 1개 중대에 필적하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이다. 다만 네크로맨서 둘은 이미 영창을 끝냈는지 손에 번쩍번쩍하는 기운을 품고 있다. 가슴과 어깨가 심하게 갈라진 회색 가고일은 이미 골로 갔는지 일어날 줄 모르고 중간에 있던 리저드맨들이 창을 들고서 둘, 셋으로 나누어 달려든다.

-차창-

-창! - 창!-

거세게 몰아 부치는 싸움판에 아텔리와 파워는 검으로 상대를 하고 있다. 둘이 가지고 있는 검은 명검인지 흐르는 기운이 보통은 아니었다.

“저거…역시 12검의 하나야?”

“그런 거 같다.”

어제 자기 전에 크라뮤는 시바에게 가인이 쓰던 검이 12명검(名劍)의 하나라는 것을 설명 해주었다. 12명검이란 아주 옛날부터 유명한 기사가문이나 왕가의 상징으로 만들어진 검으로 약 400년간 대장장이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얻은 로벤도스집안이 3대에 걸쳐 만들어낸 12자루의 검을 말하는 것이다. 가인이 가지고 있던 보일러와 아텔리가 쓰고 있는 라이오너스, 파워가 쓰고 있는 아그우스는 바로 12명검인 것이다. 검의 질이 좋아서 인지 상대를 하고 있는 두 가고일은 벌써 몸에 많은 상처가 나고 있었고 마력을 내포하고 있는 무기인 파이어랜스를 쓰고 있는 리저드맨들도 자기 무기의 이점에 따른 효용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우…. 우리 어떻게 해야 하지?”

“너라면?”

시바는 한동안 싸움을 보고 있다. 제국군이 약간 불리 한 것은 사실이지만 쪽 수가 많다. 아텔리와 파워가 지금은 선전을 하고 있지만 조금만 방심을 하거나 실수를 하면 그대로 마법세례를 받는다. 당연히 크라뮤와 시바, 둘의 입장을 보면 제국군을 응원해야 하지만 살벌한 군율로 지배되어 있는 제국군이 저 이쁜 아텔리를 다치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끄응…. 우리 편이 다 이겼으면 좋겠는데.”

“어디가 우리 편이냐?”

크라뮤가 묻자 시바가 조금 생각을 하다가 다시 크라뮤를 보면서 답한다.

“………예쁜 쪽?”

“…짜식. 한 쪽이 힘 못쓰게 만들면 되겠지?”

“방법 있냐?”

“내 마법.”

시바는 이 말에 눈 끝이 쳐지면서 울상이 된다.

“양쪽 다 자빠트리게?”

“내가 그렇게 너에게 신용이 없냐?”

“눈앞의 현실과 지금까지 실적이 그걸 말해 주고 있지 않아?”

크라뮤는 약간 입이 나오면서 투덜거린다. 이 버릇없는 부하한테 주인이 가진 위대함을 보여 줘야겠는데 마땅하게 괜찮은 마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때리고 부수자니 솔직히 어디에 가서 맞아떨어질지 자신도 모르는 게 사실이라 불안하다. 전번에 [할로윈]을 쓸 때도 그 마법이 전방위 마법이라서 사용한 것이지 한 쪽으로만 나가는 마법이었으면 몰리나 엘리만 당했을지도 모른다.


-차차창-

-이야앗-

-으라차차-

-탕! - 탕!-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붉은 머리가 들썩이면서 춤추는 듯 움직이는 아텔리가 휘둘러 번뜩이는 검광은 충분히 제국군에게 위협적이어서 상대하는 가고일은 자꾸만 뒷걸음치고 있다. 크라뮤와 시바의 시야에 있어서 들어오지도 않는, 금발을 휘날리는 파워는 미친 사자처럼 몰아치는데 역시 가고일이 한발, 두발. 뒤로 간다. 간간이 리저드맨들이 창을 휘두르거나 찔러 보지만 그 둘의 몸은 건드려 보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심 불안한 쪽은 아텔리와 파워였다. 둘은 이 근처에서 영웅군에 지원하는 자들과 합류하여 남부도시 하벨까지 가야 한다. 사전에 들은 소식으로는 모일 인원들은 합이 열셋! 하지만 아까 두목 가고일은 자신들과 다른 부대들이 그곳으로 갔다고 했다.

비록 영웅군에 지원할 만큼 실력이 있는 자들이라고 하지만 아직 정면으로 마왕의 제국군과 맞붙어 싸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아텔리 가문이라고 하는 위대한 천국가문의 후예인 둘은 현재 영웅군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을 가진 젊은 영웅들이다. 하지만 지금 제국군 일개 소대에 불과한 이들과 싸움에서 이렇게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이다.

“파워! 내가 앞을 맡을 게!”

아텔리는 자신의 검을 크게 휘두르며 가고일 둘과 리저드맨 다섯을 다 상대하려고 한다. 그녀의 움직임은 번쩍번쩍하는 것이 섬광처럼 빠르다. 파워도 이 이상 시간을 끌면 재미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뒤로 빠지면서 소닉웨이브로 제국 소대에 큰 충격을 입히고 속전속결로 끝을 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부탁할 게!”

파워는 뒤로 탁탁 튀어서 5펜더 정도 거리를 잡는다.

“누구 맘대로!”

“키리리, 잡아라!”

리저드맨 둘과 후방에 있던 네크로맨서 둘이 동시에 움직인다. 다행이 싸움에는 뛰어난 녀석들이지만 머리를 그렇게 좋지 않아서 좌우로 퍼지면서 다가오지는 않는다.

“타아아앗!”

순간적으로 아텔리는 두 손으로 검을 잡으면서 몸을 크게 돌리기 시작한다. 아텔리가문에 대대로 전해져 오는 전방위 검술, 윤무검(輪舞劍)이다.

검기를 발출 할 수 있으면 그 사정거리는 수 펜더까지 늘어나지만 아직 아텔리는 거기 까지는 사용하지 못한다. 뛰어난 검의 힘을 빌어 검신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상대를 막으면서 쓰는 이 검법은 무척이나 많은 기력과 체력을 소모시키는 기술로 장시간 사용은 피해야 한다. 파워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기를 모아 최대한 큰 소닉웨이브를 준비한다.

“얼레? 제 봐라. 또 쓸려고 하는데?”

시바가 말하자 한참 마법을 고르느라 정신이 다른데 가 있던 크라뮤도 다시 상황에 눈을 돌린다.

“칼잡이들도 그의 능력에 따라 발출 할 수 있는 소닉웨이브의 수가 틀리다고 하더라.”

“어떻게 틀린데?”

“상급직인 소드마스터 정도 되면 동시에 3개 이상 기를 발출 한다고 하더라.”

“할 수 있을까?”

“보면 알겠지.”

“보면 나도 안다. 주인이면 그전에 상대의 수준정도는 보일 거 아냐?”

상급마족은 상대자를 보는 순간 상대 레벨을 파악 할 수 있는 특수 기능을 가지게 된다.

“임마, 그 기술은 한 동안 쓰지 말라고 해서 우리 제국군은 안 쓰고 있잖아.”

“캥? 그랬나?”

“으이고. 이 깡통아. 전에 할아버지가 얘기 해줬잖아. 마왕이나 악마들은 전에 그 기술로 인간들을 상대할 때 자신보다 레벨이 약한 자들이 오면 방심을 해서 가지고 놀다가 인간이 가진 잠재력에 의해서 혼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그래서 우리 아버지가 제국군과 마왕의 군대에는 이 기술을 쓰는 것을 자제하라고 했다잖아.”

“그건 그런 기술을 쓸 수 있는 마족들에게 한 소리지. 난 그런 기술 없어서 몰라.”

크라뮤는 오랜만에 잘난 체를 했는데 시바가 깨끗이 무시를 하자 심통이 난다. 이러는 사이에 파워는 기를 충분히 모았는지 크게 외친다.

“누나!”

아텔리는 휘두르던 검을 몸 쪽으로 빼면서 빠르게 옆으로 빠진다.

“소닉-”

"라이트닝 쉐도우!”

“다크 퀘스트!”

파워의 외침이 채 끝나기 전에 두 네크로맨서 입에서 마법명이 터져 나온다.

-콰아아아-

-쿠르르르릉-

-쏴아아아아-

파워의 검에서 세 갈래의 충격파가 땅을 가르고, 마주한 쪽에서 번쩍이는 번개의 기운이 대기를 찢는다. 그 뒤를 이어 땅속에서 망령의 혼백들이 하늘 위로 치솟는다.

-쿠쿠쿵-

-콰쾅!-

“크악!”

“꾸에에엑!”

“키악!”

여러 가지 폭발음과 비명이 섞이면서 묘한 합주를 퍼트렸다. 파워는 몸을 휘청거리면서 뒤로 열 발자국 이상 물러섰고, 리저드맨 둘이 벌렁 쓰러진다. 아텔리는 빠르게 몸을 구르면서 마법 사정권 밖으로 빠져나갔지만 망토와 오른쪽 어깨 갑주가 찢겼다. 잠시 소강상태가 있었다.

파워는 라이트닝 쉐도우를 정통으로 맞았고 아텔리는 다크퀘스트 충격여파에 부상을 입었다. 파워가 쏜 소닉웨이브는 리저드맨 둘을 쓰러트리고 가고일 한 녀석의 날개를 짓이겨 놓았다. 하지만 제국군은 아직도 네크로맨서 둘과 리저드맨 셋, 멀쩡한 가고일 하나, 날지 못하는 가고일 하나를 남겨 놓고 있다. 원래 아텔리는 소닉웨이브가 충격을 주고 있는 틈에 뒤를 돌아 네크로맨서 둘의 허리를 절단 해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네크로맨서들은 육탄전만 쓰는 가고일이나 리저드맨과 달리 아텔리와 파워의 작전을 간파하고 짧은 틈이 보이자 그대로 마법을 발동시킨 것이다. 덕분에 양쪽이 피해를 봤지만 여전히 제국군이 유리하게 된 것이다.

아니, 사실상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네크로맨서 하나는 벌써 다음 영창에 들어간다. 파워가 다시 한번 소닉 웨이브를 쓰려고 하지만 라이트닝 쉐도우는 몸을 마비시키는 추가 효과가 있다. 항마법 코팅이 된 갑옷 덕분에 충격이 많이 완화된 파워였지만 마비효과 때문에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이것을 본 아텔리가 칼끝으로 땅을 치면서 몸을 날린다.

“챠앗!”

“퀘에엑!”

-차창!-

리저드맨 둘이 창을 들어 아텔리의 검을 막는다. 아텔리의 습격이 막혀 버린 것이다. 날개가 망가진 가고일 하나가 영창에 들어간다. 파워가 간신히 기력을 집중 시켜 몸을 바로 세운다. 네크로맨서 둘과 가고일 이 셋의 마법이 동시에 터져 나오면 아텔리 오누이는 더욱 불리해진다. 파워는 아직 마법을 쓰지 못한다. 파워가 입고 있는 갑옷 항마코팅도 앞으로 한번 더 공격을 받으면 끝장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가 왼쪽을 보니 제법 큰 바위가 보인다. 둘레가 5펜더는 되어 보이는 단단한 돌이다. 파워는 생각 할 것도 없이 애검 아그우스를 힘차게 쥐고 몸을 있는 힘껏 돌린다.

-콰쾅-

엄청난 힘이었다. 물론 검이 가지고 있는 영격이 높은 탓도 있겠지만 검은 그 바위를 산산조각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부서진 바위조각들은 앞으로 세차게 튀어 나간다.

“크라라?”

“쿠에엑!”

석우(石雨)들은 제국군에게 덮쳐들었다. 영창을 하던 가고일과 네크로맨서들은 그 충격으로 쓰러진다. 아텔리의 검을 막고 있던 리저드맨 한 놈도 어깨와 등을 맞고 비틀거린다.

“챠앗!”

아텔리의 검이 미끄러지듯 리저드맨의 창을 밀어내면서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

“꾸엑!”

리저드맨은 오른 팔뚝을 베이고 뒤로 물러난다. 아텔리는 몸을 빼서 파워가 있는 쪽으로 온다. 연속적으로 기를 방출한 파워는 기진맥진 해져서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검 끝으로 자신의 몸을 기대고 있는 것이다.

“헤…헤. 어때? 지금 작전은…?”

“우선 쉬고 있어!”

아텔리는 동생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보고 후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도 상처를 입은 오른쪽 어깨가 쓰려오기 시작한다. 아무리 봐도 패색이 짙고 너무 크게 소란을 부렸기 때문에 이 근처에 다른 제국의 부대가 있다면 이쪽으로 올 것이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우선 아텔리는 마지막으로 남은 힐링을 파워에게 건다. 데미지가 심하던 제국군도 리저드맨 하나가 가지고 있던 약초를 꺼내 땅바닥에 누워 있는 가고일과 리저드맨에게 치료를 한다. 체력이 약한 네크로맨서 둘 중 한 녀석은 팔이 부러졌는지 포션을 꺼내 치료를 하고 있다. 우선은 일차전이 끝난 것이다. 양쪽은 서로를 노려보면서 치료를 한다. 부상을 입었지만 이 이상의 장기전으로 가면 아텔리쪽 패배가 보인다. 적들도 치료에 주력하는 것을 본 아텔리가 왼손을 파워의 등에 대고 힐링을 발동시킨다.

“칫! 일이 재미없게 되가는데”

파워가 분한 듯 입술을 깨문다. 아텔리는 우선 파워를 진정시키려 한다. 흥분하면 마법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응?”

그러다 문득 앞쪽에서 이상한 시선을 느낀 아텔리는 그 쪽을 본다.

웬 꼬마 하나하고 강아지같은 것이 한 마리 있었다.


BGM : Morten Harket의 Can't Take My eyes Off You



크라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마법 중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만 역시 난리를 칠 것 같은 기분에 확실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크라뮤는 생각 끝에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정신마법을 생각해냈다. 자신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정신공격마법. 그것이면 그렇게 심한 후유증 없이 일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옛날에 애즈머드에게 배운 이후로 한 번도 써보지는 않은 마법이지만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간단한 주문으로 빠르게 끝 낼 수 있는 장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만물의 주인인 대지여. 나 이 땅의 자식 크라뮤는 당신의 힘을 빌려 나의 모든 것을 그대에게 고백하려 하니 그것은 나의 진심이요, 나의 숨김없는 마음이다. 이곳에 모인 마나들의 힘이여 난 너희들을 불러 모아 나의 감정……”

크라뮤가 영창을 시작하자 거무스름한 안개 같은 것이 서서히 주위를 감싸기 시작한다. 시바는 전에 할로윈 때문에 고생을 한 경험이 있고, 크라뮤의 컨트롤이 시원찮은 것을 알기 때문에 뒤로 2. 3 팬더 물러선다. 한참 치열해지는 양쪽 싸움을 보고 있던 시바는 파워가 바위를 부셔 제국군상대에게 날리는 것을 보면서 무지막지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크라뮤도 이것이 눈 안에 들어 왔지만 마나를 집중시키느라 신경을 쓰고 있어서 별 다른 표정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다 아텔리가 자신 쪽을 바라보게 되자 움찔 하게 된다. 서로를 보는 아텔리와 파워, 크라뮤와 시바는 말없이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다. 둘 사이에 아무 말도 없지만 아텔리쪽은 많은 생각이 교차하고 있다.

아텔리는 파워의 몸이 회복 되는대로 적들을 교란시킨 후, 달아나려고 했다. 그런데 달아나려는 방향에는 작은아이와 강아지 한 마리가 자신들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보아도 둘은 평범한 동네 아이과 개로 보인다. 여기서 이대로 물러나면 저 소년과 개는 제국군의 잔인한 손에 걸려 죽음을 면하기가 힘들 것 같다.

제국군은 임무에 실패하는 것을 불명예로 여기고 그 증거가 남게 되는 것을 싫어할 것이다. 아텔리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의기(義氣)를 느꼈다.

[아직은 전력을 다해서 싸운 것은 아니다.]

아텔리는 도주 중에 다시 만날지 모르는 제국군과 전투를 가정하고서 남겨 놓은 힘이 있는 것이다. 완전한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무리일지 몰라도 절대 지지는 않을 자신이 있다. 파워도 자신을 치료하고 있던 누나가 아이를 발견하고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고 그녀의 결심이 굳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파워는 아텔리와 달리 자기 힘을 세이브하고 싸운 것도 아니고 이미 많은 기력을 쓰고 만 상태이다. 하지만 누나에게 걱정을 끼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쳇, 알았다고 나도 나중을 생각해서 쓰지 않았던 비장의 필살기를 써야지”

파워도 아텔리의 힐링으로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자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몸을 일으킨다. 아텔리는 자신을 이해 해주는 고마운 동생의 어깨를 툭툭치고 크라뮤 쪽을 본다.

“꼬마야 여기 있으면 위험하니까 어서 도망치렴.”

아텔리는 이 말을 하고 몸을 돌려 역시 치료를 끝낸 제국군 쪽을 본다. 두목의 회색 가고일은 완전히 골로 갔는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외 8녀석은 살벌한 기운을 뿜으며 아텔리 오누이와 대치한다. 파워는 이런 곳에 있는 이 꼬마와 개가 좀 미운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결정한 것이라서 아그우스를 힘차게 들어올린다.

“꼬마야. 크면 나중에 이 형처럼 멋있는 사나이가 돼라.”

다시 둘은 제국군과 엉켜버린다.


시바는 아텔리와 파워가 자기들한테 쓸데없는 호의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비록 신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자신은 마수다. 게다가 네크로맨서 정도의 마력을 지닌 자라면 충분히 크라뮤가 마족이라는 것을 감지 해낼 것이다. 크라뮤는 거의 끝나가는 영창 때문에 신경을 따로 못쓰지만 자기 마법으로 아텔리들을 비실거리게 해놓고 예쁜 아텔리한테 잘 보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 까부는 시바에게 자신의 위용도 과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저쪽은 오히려 자신을 돕기 위해서 그렇게 좋은 상황도 아닌데 싸우고 있다.

조금 마심(魔心)이 찔린다. 시바가 크라뮤를 쳐다본다. 크라뮤의 영창은 끝났고 거무스름한 안개 같은 것들이 크라뮤 몸 주위를 맴돌고 있다. 시바와 크라뮤 눈이 마주친다. 시바는 고개를 돌려 다시 싸움을 보고 있다. 아텔리와 파워는 등 뒤를 서로 맞대고 전투에 임하고 있다. 네크로맨서들은 주위를 돌면서 가끔 마법을 발출 하지만 아텔리의 명검에 공중분해되고 만다. 그녀는 정신을 통일 시켜서 마법을 튕겨 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명검이요. 7천국가문의 후예였다. 하지만 그녀의 정신력에도 한계는 있을 것이다. 점차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인간끼리 벌인 싸움이라면 어떻게 되겠지만 상대는 막강한 마왕의 제국군이다. 보통 인간 전사들이었다면 벌써 죽사발이 나 있을 일이지만 둘은 참으로 잘 버티고 있었다. 그러니 사실 어느 쪽이 고전하고 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승부의 행방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알 수가 없다. 크라뮤는 당황한다.

“응? 이러면 어떻게 하지?”

크라뮤는 난처한 눈으로 시바를 쳐다봤다.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마법을 알면 네 주인을 하겠다.”

시바도 답을 알 리가 만무하다. 시전을 위해서 영창을 시작해, 모여진 마나들을 어떻게 해야 취소 할 수 있단 말인가? 언제나 펑펑 쏘아 대기만 했지 멈추어 본적이 없는 이 종자는 멍하니 하늘과 땅을 번갈아 보면서 모여진 마나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시바는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싸움을 보고 있다. 이미 기력이 떨어진 파워는 입에서 새하얀 김을 쏟으면서 거친 숨을 쉬고 있었고, 지친 아텔리는 들썩이는 어깨 움직임이 많아진다. 시바는 끝났구나 하고 고개를 돌려 크라뮤를 본다. 아직도 크라뮤는 몸 주위에 검은 안개를 둘러 안고서 고개를 까닥거리고 있었다. 시바는 참으로 골치 아픈 주인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혹시 주문을 거꾸로 외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근데 그게 도대체 무슨 마법인데 해지를 시키지 못하는 거야? 그거 혹시 주문을 거꾸로…”

“응? 이거? 페인(Pain)이야”



시바와 크라뮤는 다시 멍하니 서로를 보고 있었다.

“시바야…”

“알고 있어. 내가 실수했지. 앞으로는 주인이 마법을 시작하기 전에 꼭 그 마법명을 물어볼게… 두 번 다시 이런 일없게.”

시바는 다시 앞을 쳐다 보았다.

“엉엉 잘못했어요. 두 번 다시 안 그럴께요…. 어어엉-왜 말씀이 없으세요. 할아버지!! 어어어엉-”

“크흐흐흑- 세상에 나같이 나쁜 놈을… 크흐흐흑-스승님---으으윽 차라리 절 죽여주십시오. 크흐흑.”

“제니아! 왜 날 버리고 갔냔 말이야! 난 널… 널… 으흐흐흑, 정녕 네가 나를 버리고 그 뱀 같은 놈을 따라 갈 줄은 몰랐다고! 어엉엉-”

“끄아아아-난 슬프지 않다고 난 절대로 안 슬퍼! 이건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런다고…크아아아아-”

두 가고일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통곡을 하고 있었다. 리저드맨 하나는 땅바닥에 누워 발버둥을 치며 눈물샘 마를까 무섭게 눈물을 뽑아내고 있었다. 네크로맨서는 땅에 두 무릎을 대고 주저앉아 고개를 끄떡이고 가슴을 치며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남은 작자들도 꺼이 꺼이 통곡을 하면서 바닥에 머리를 박아대면서 눈물바다를 만드는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어이가 없는 것은 아텔리와 파워다. 갑자기 무슨 시커먼 안개 같은 것이 날아오더니 제국군을 휘감아 버리고 이런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다행히 이때 아텔리와 파워는 싸울 힘이 다해 쓰러지면서 그 안개에 당하지 않았다. 힘겹게 일어난 두 사람 눈에 들어온 이 광경은 생각을 한동안 정지를 시켜 놓았다. 아텔리가 먼저 입을 연다.

“이…. 이건 페인이잖아?”

“누나도 아는 마법이야?”

파워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마법이 날아온 방향에 있는 꼬마와 누나를 번갈아 본다.

“이 마법은 시술자의 고통스러웠던 감정을 바탕으로 마나가 시전되는 것으로 자신이 느꼈던 아픔, 슬픔, 고통이 상대를 그런 상태로 만드는 마법이야. 고통스러움을 모르는 마법사가 시전한다면 결코 아무런 효과도 없겠고 역시 그런 감정을 겪어보지 않은 대상이라면 걸리지도 않는 마법이야. 하지만 결코 그런 사람은 없을테니 무서운 마법이지. 어쩌면 정신계의 마법 중에서 가장 무서울지도 모른다고 해야지. 다행히 시전자가 이런 어린애라서 이 정도로 그쳤지만 죽고 싶을 정도의 공포나 슬픔을 경험한 시전자라면 우린 모두 여기서 자기 손으로 목을 매달고 있을 거라고.”

설명을 마친 아텔리가 검을 넣고 크라뮤 쪽으로 간다. 파워도 다시 한번 통곡의 바다를 확인해보고 검을 넣고 아텔리를 따른다.

아텔리는 크라뮤를 쳐다본다. 크라뮤는 가슴이 두근했다. 매혹적인 눈길이다. 그녀의 머리색과 어울리는 은적색 보석과도 같은 그녀의 두 눈동자가 크라뮤를 보고 있었다. 크라뮤는 그 눈을 보면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아니 떼지 못한다. 옆에서 보고 있는 시바는 둘이서 왜 갑자기 눈싸움을 하고 있나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크라뮤는 도저히 불타는 붉은 눈동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렇게 예쁜 누나한테 이렇게 정열적인 시선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예쁘기로 말하자면 둘째가기 서러워하는 리아누나도 있었지만 리아는 언제나 슬쩍 쳐다보는 정도의 시선이었다. 가끔 직시하는 경우가 있었기도 했지만 그때는 대부분 크라뮤의 장난이 지나친 것을 꾸짖을 때의 성내는, 꾸짖는 눈이었다. 하지만 이 눈은 그게 아니었다.

“우선 여기를 벗어나도록 하지.”

파워의 말이다. 아텔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크라뮤에게 손을 내민다.

“같이 갈레?”

“응.”

크라뮤는 몽유병 환자처럼 멍한 눈으로 아텔리를 바라보면서 그 손을 잡고 발을 움직인다. 시바는 한번, 울고 있는 제국군들을 보고 바로 크라뮤를 따라간다.

“시바야.”

“응?”

“적어라. 크라뮤의 세 번째 교훈… 마법은 사용하는 자의 성격…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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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ARD - 5부 외전 - 크라뮤의 매듭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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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7) 13.02.10 426 2 50쪽
»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6) 13.02.10 420 1 50쪽
11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5) 13.02.10 395 2 64쪽
10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4) 13.02.10 404 1 37쪽
9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3) 13.02.10 440 1 63쪽
8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2) 13.02.10 387 1 55쪽
7 [HZ5外] 4장 매듭의 연결 (1) 13.02.10 404 2 54쪽
6 [HZ5外] 3장 매듭의 시작 (4) 13.02.10 436 2 35쪽
5 [HZ5外] 3장 매듭의 시작 (3) 13.02.10 424 1 53쪽
4 [HZ5外] 3장 매듭의 시작 (2) 13.02.10 362 1 46쪽
3 [HZ5外] 3장 매듭의 시작 (1) 13.02.10 341 1 35쪽
2 [HZ5外] 2장 원수 13.02.10 448 2 49쪽
1 [HZ5外] 1장 봄이 왔다 13.02.10 602 2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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