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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무림공적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초연[硝煙]
작품등록일 :
2019.08.30 00:45
최근연재일 :
2023.12.14 07:00
연재수 :
102 회
조회수 :
53,409
추천수 :
565
글자수 :
428,469

작성
20.03.20 06:00
조회
394
추천
2
글자
7쪽

44화. 어쩌란 말입니까

DUMMY

무림공적


44화


[어쩌란 말입니까]


“자... 그럼 이제 가볼까?”


패곡자는 자신이 방금 전까지 벌인 이 모든 일을 그 말 한마디로 종결내었다.


휘이이이.....

포격이 휩쓸고 지나간 저 아래 대지에는 휘몰아치는 바람만이 매섭게 날리고 있었다.


“뭐... 차륜부대가 있으니 살아있는 놈들이 꽤 되겠군. 결국 목적은 두 개 모두 실패인가... 하지만...”


백화영을 생포하여 혈교로 잡아가는 것, 이연화의 목을 취하는 것.

이 두 목표는 패곡자의 마지막 포격으로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한가.

이미 그는 다음 계획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것을...


“저쪽에 심어놓은 것이 부디 잘 작동하여야 할 텐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패곡자는 신형을 날려 바람처럼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가 바라본 시선에 잡힌 외딴 동굴 안.

두 인형이 잠시 비치더니, 이내 그 중 하나가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으..으윽!”


“대공자님! 괜찮으십니까! 어서 호위를...!”


“아... 아닐세 양단일검. 나는 괜찮아. 정말이야...”


“안색이 좋아 보이시지 않습니다! 어서 호위를 따라 휴식처로 가시는게!”


“후...후욱! 그만두게! 나를 이보다 더 얼마나 욕보일 셈인가!”


“...예?”


“나는 나의 의지와 그대의 바람대로 이 신교의 정상에 설 것을. 그런 자가 고작 이 정도 일에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하지만... 대공자님! 혹여 옥체에 무리라도 가시는 날에는 대의가 흐트러집니다! 제겐 그것이 더 우선시되어야 할 것을...!”


“괜찮아... 나는 정말 괜찮습니다. 후우... 잠시 머리가 멍 한 것 같아 그러니 바깥바람이라도 좀 쐬면 나아질 것 같군요.”


어질어질해 잠시 흐트러졌던 그의 말투가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잠시 안심한 각뢰는 그를 부축해 바깥으로 벗어났다.


‘부디 이것이 신교의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기를.....’


그의 진심이었다.

비록 그가 옳은 길을 향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는 모르겠으나 말이다.


***


한편, 다시 전장.

패곡자가 떠나고 휘몰아치던 바람도 어느새 잠잠해지기 시작하였다.


덜컹!

전차의 문이 열리고 생존자들이 걸어나온다.


“찾아... 무조건 찾아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명령의 주체는 신범.

명령을 이행하는 이들은 절천대의 차륜부대원들과 철혈마전단의 대원들이었다.


그들은 진창을 뒤지며 생존자들을 구출하기 시작하였다.


“여기! 어서!”


“예!”


덜커덕!


들것에 실린 부상자들이 전차 안으로 날라진다.


“의료 막사 제작팀! 설치를 완료하였습니다!”


“...좋아! 경상자들은 저 막사로 옮기고 중상자들은 전차에 싣고 후송한다!”


“가까운 마을에 의료진이 있습니까?”


“이 근처 마을은 본교와 정파의 접점지대라 꽤 큰 마을이 하나 있다. 이름이... 난창이던가?”


“아! 확인하였습니다! 바로 이송 준비를 마치겠습니다!”


“그래, 전차는 4부대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이송한다! 항상 대기상태인 전차가 있어야 해!”


“예! 그런데 현재 전차의 4할이 파괴되어 과연 4교대로 돌릴만한 양이 있을지...”


“그건 생존자 수색에 투입될 인원도 적으니 아마 속도가 엇비슷 할거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마음이 개탄스럽지만, 맞춰질거야....”


신범은 수하의 질문에 말을 하다 말고 말끝을 흐린다.

모든 일의 책임자인 자신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리고 절천대. 자네들은 어떤 연유로 우리를 지원하였나?”


“예...? 그... 그것이!”


잠시 어두운 기색을 지우고 상황을 정리하려는 신범이었다.

잠시 인원들이 분주해져 여유가 난 시간동안 그는 지원군이었던 절천대를 칭찬하고자 말을 꺼내었지만, 어째 돌아온 대답이 뭔가 께름칙하다.


“무슨 연유로 백화영, 저자를 만나 우리를 지원하였냐니까?”


“어... 저희는 잘 모릅니다! 그저 대주님을 뵙거든 여쭤보시는 것이...”


“흐음, 그러한가. 우선은 알겠네. 계속하여 수색을 해주게나.”


“...예! 그럼 저희는 이만...!”


분명히 무언가 있다.


신범은 이를 간파하였지만 지금 지원하려 온 이들을 내치는 것은 무리였다.

어찌 되었건 백화영이 몰고 온 이들이 있었기에 전멸이라는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

후에 절천대의 대주를 만나 이후의 사실관계를 파악해도 늦지 않았다.


“제길... 제길.....!”


퍽! 퍽!


“...패주님?”


그리고 저쪽에서는 진흙을 온탕 뒤집어쓴 한 남자가 비관적인 모습으로 애꿎은 땅에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내가... 내가 조금만 더 머리를 굴렸더라도! 이딴 개같은 결과는.....!”


그 남자의 정체는 바로 자신을 심하게 자책하고 있는 백화영.

그는 자신의 지난 실책을 떠올리며 고뇌에 차 있었다.


저벅... 저벅...


그런 그의 뒤로 쓸쓸한 눈빛을 한 늙은 노인이 다가왔다.


“...살아있었구만.”


“예. 가증스럽게도. 살아남아 버렸습니다.”


“내, 자네라면 살아남을 것이라 예상했네. 비록 결과가 이리 되었다지만...”


“살아남을 것이라고요? 그 예상, 예상, 예상! 이제는 그런 빌어먹을 예상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예상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 십, 아니 수백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제 판단 실수 하나로!“


“그것이 어찌 자네 혼자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나. 그건 이 자리에서 살아남은, 우리 모두의 것이었지.”


“...우리 모두의 판단이라고요? 그게 뭡니까 대체? 그저 운 좋게 살아남음을 당한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바스러진 이들의 삶을 어찌 짊어지고 살아가야하는 겁니까? 예!”


분노 섞인 백화영의 음성, 그리고 그가 쏘아붙이는 말 한마디 한마디.

모두 이 상황의 뼈를 찌르는 핵심들이었다.


“...지금의 자네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그것이 전장일세. 그리고 이번 일과 같은, 아니 어쩌면 더 잔혹할지도 모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을 만드는 것이 바로 전쟁이고.”


“그건... 그저 비겁한 변명일 뿐입니다!”


백화영은 울분 섞인 말을 토해내지만.

신범은 단호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적의 기습에 명확히 대처하지 못하고, 지휘관으로서 잘못된 결정만을 내렸으니. 자네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네.”


“...그럼 앞으로는 어찌해야 합니까? 그저 비겁한 변명이라고 인정하면서 자신을 자책하며 살아야 합니까?”


“그걸 먼저간 전우들이 반기겠나?”


“그럼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고...!”


“그러니까 정신 차리고 앞을 보라는 것일세!”


뚝.

신범의 말에도 노기가 어린다.

믿기지 않을 자신의 실책과, 그 결과를 뼈에 새기는 것도 좋지만, 그 참혹한 현실에 매몰되는 것은 그에게도, 그리고 이 자리의 모두에게도 좋은 결과를 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


이 말을 이해하였는 듯, 백화영도 이제야 비로소 고개를 들어 신범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는 자네의 입으로 말해보게나.”


“무얼 말입니까?”


“자네는 앞으로 어찌할 생각인가?”


44화


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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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화. 이제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20.03.17 361 3 8쪽
42 42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야? 20.03.13 377 3 8쪽
41 41화. 조졌네. 20.03.10 381 4 8쪽
40 40화. 전세역전. 20.03.06 381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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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가즈아! 20.03.01 402 3 7쪽
37 37화. 무시무시한 계획! 20.02.28 417 3 8쪽
36 36화. 끝인가요. 20.02.25 442 3 8쪽
35 35화. 거 장난이 너무 심한거 아니요! 20.02.21 444 3 8쪽
34 34화. 뭐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20.02.14 475 4 10쪽
33 33화. 그게 다가 아닐텐데? 20.02.12 502 4 8쪽
32 32화. 뭔가 앞 뒤가 안 맞는다. 20.02.10 501 4 8쪽
31 31화. 저건... 뭐냐? 20.02.05 507 5 8쪽
30 30. 잘 가시게. 20.02.02 564 5 7쪽
29 29화. 감내하지. 20.01.31 531 5 9쪽
28 28. 어이쿠 실수! 20.01.30 579 5 8쪽
27 27화. 아니 이게 대체 뭐야? +1 20.01.28 623 6 8쪽
26 26화. 일촉즉발 19.11.19 673 6 9쪽
25 25화. 음모 19.11.01 718 9 12쪽
24 24화. 등장 19.10.25 74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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