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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난세의 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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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4.05.19 17:44
최근연재일 :
2024.06.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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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261

작성
24.05.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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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0쪽

관우

DUMMY

1


간옹으로서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버지에게 출사 소식도 전해야 했지만 두 누이를 독단적으로 시집보냈다는 이야기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천근만근이나 되는 발걸음을 이끌고 집에 도착한 간옹은 피할 수 없음에 아버지께 이실직고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내 학당에 도착한 간옹은 아버지께 잠시 짬을 내달라고 해 마주 앉았다.

“갔던 일은 잘되었느냐?”


“네.”

아버지의 물음에 일단 답한 간옹이 계속해서 말했다.

“이속(吏屬)의 말대로 태수가 소자를 조정에 효렴으로 천거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럼, 당연히 감사를 표하고 도성으로 출사하겠다는 뜻을 전했겠구나.”

“아닙니다.”

“뭐라고?”

놀라는 아버지 때문에 답변이 빨라졌다.


“성씨마저도 제멋대로 바꾸고, 방종한 제 성정으로 보아 필경 바른말을 고하다가 사달이 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화가 삼대에 미칠 것인즉, 그건 아니라 생각하고 군의 관리로 출사하기로 했사옵니다.”

“군에 출사한다고 그 개차반 같은 성격이 바뀌겠느냐?”


“아버님이 아시다시피 현 태수는 명망 있는 분으로 현명하신 분입니다. 그런고로 저의 직언에 노할 분이 전혀 아니십니다. 그래서 군의 상계리로 내일부터 출사하기로 했사옵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버지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이제는 누이 건을 고할 때라 판단한 간옹이 입을 떼었다.

“소자 아버님께 이실직고할 일이 있사옵니다. 다름 아니오라 두 누이를 유주와 기주의 대부호에게 이미 시집 보내버렸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릴 하는거냐? 엊그제만 해도 내가 보았는데?”

“이미 집안에는 없으니 그런 줄 아십시오.”

“이놈이, 보자 보자 하니, 정말!”

화가 날 대로 나 주먹을 들어 보이는 아버지지만 간옹은 물러서지 않고 부딪쳤다.


“소자의 생각으로는 집안의 명망보다는 누이 각 개인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판단에 따르면 두 누이는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 것이니, 훗날에는 아버님도 인정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놈이, 뭘 잘했다고 주절거리는 것이냐?”


또다시 주먹을 드는 아버지를 향해 간옹은 한마디 더 하고는 신속히 그 자리를 물러나왔다.

“제가 데리고 온 왕수야말로 유능하고 학식도 풍부하니, 아이들의 훈장으로 삼아 아버지의 여생이 보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아이고, 저걸!”

아버지의 한숨과 한탄을 뒤로 하고 학당을 물러 나온 간옹은 그 길로 객사로 갔다. 그리하여 그곳에서 손건을 왕수와 함께 만난 간옹은 한동안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 결과 손건도 학업을 마치는 대로 일행에 합류하기로 했다. 존경하는 무예 스승 장합은 물론 학식이 뛰어나고 유능한 선배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자신도 함께 미래를 꿈꾸기로 한 것이다.


* * *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왕수를 훈장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아들을 용서한 아버지가 출근하는 아들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간옹은 소쌍이 준 말을 타고 늠름하게 군청사로 향했다. 그리하여 상계리의 업무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저녁.

퇴근 후 간옹은 유비의 점포에 들렀다. 그러자 평소 같았으면 반갑게 맞아줄 유비였으나 오늘은 달랐다. 무엇에 삐친 사람처럼 데면데면하게 굴었다. 그래서 간옹이 유비를 붙들고 물었다.


“오늘따라 네 행동이 이상하다?”

“몰라서 물어?”

“혹시 너 내 누이 때문이냐?”

“그래. 은근히 좋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집을 보내다니.”


“진즉에 말을 하지.”

“끙......!”

괴로운 신음을 토하는 유비를 보며 간옹은 한발 더 나아갔다.

“내가 진즉 알았다고 해도 누이를 너에게 시집보내지는 않았을 거야.”


“뭐라고?”

“집도 절도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며 마누라 하나 간수 못 할 놈에게, 어느 누가 제 누이를 주고 싶겠어.”

“내가 언제 집도 절도 없이......”


“내 꿈이 진짜 잘 맞는데, 꿈속에 그런 꿈을 꾸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마.”

“됐다. 앞으로 너와는 상종도 안 한다.”

“하하하......! 그래봐야 너만 손해일걸. 하하하......!”


다시 한번 대소를 터트린 간옹은 그 길로 곧장 집으로 향했다.


* * *


세월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181년 8월 초.

8월이 되자 각 현의 상계리들이 각 현의 상황을 종합 보고해 왔다. 이를 기초로 간옹은 할 일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인구 동향이었다.


전국의 백성들을 파악하기 위한 ‘편호제민(編護齊民)’의 가장 근간이 되는 호적 편찬에는 일반 백성의 자발적인 등록 내지는 신고라 할 수 있는 자점(自占)과 이러한 자점의 내용을 관(官)에서 확인하는 안비(案比)의 두 가지 형식이 있었다.


자점을 통해 향호판(鄕戶版)을 제작하고, 현정(縣廷)에서 안비를 통해 이를 검증하여 현호적(縣戶籍)을 만들어 보존하였다. 이러한 시기는 매년 8월 초였다.


이러한 호적에는 어떤 집안에 어떤 사람이 구성원으로서 존재하는지, 개개 인물의 연령, 성별, 장애 유무, 이십등작 하의 작위 보유 여부, 전년 대비 인구의 증감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한나라의 행정 구역 구조상, 중앙 조정이 실질적인 인사를 담당했던 기층 행정 구역인 현 단위에서 그 아래의 향 - 정 - 리의 조사 기록을 취합하여 상급 행정 단위인 군으로 보내고, 이후 정월 조회 때, 맞춰 파견하는 상계리(上計吏)를 통해 이를 중앙 조정으로 보고했다.


그런 관례에 따라 현 상계리들이 보고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군의 상계리로서는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기존에는 현 상계리들이 군의 상계리에 뇌물을 집어주고 확인 절차를 무마하는 것이 상례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간옹에게는 그런 관례가 통하지 않았다. 탁현의 경우만 해도 화문석, 한지 생산, 표국의 등장 등으로 현의 정착 인구가 늘고, 유동 인구는 오가는 상인들로 인해 훨씬 증가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현 상계리의 경우 이를 여섯 배나 뻥튀기해 보고했다.


그런 상황을 안비 즉 실사를 통해 확인한 간옹이 그대로 보고하니 태수 유우는 완현 현령에게 전최(殿最) 중 최하 등급인 전(殿)으로 판정해 현령을 불러 경고했다. 그 외 주현(遒縣) 같은 경우는 최상등 평가인 최(最)를 받았는데 거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전최의 기준에는 전야벽(田野闢)·호구증(戶口增)·학교흥(學校興)·예속성(禮俗成)·사송평(詞訟平)·도적식(盜賊息)·차역균(差役均)·부렴절(賦斂節) 등의 여덟 가지가 있는데, 이는 대개 수령칠사(守令七事) 즉 수령의 일곱 가지 임무와 일치하고 있었다.


이를 쉽게 풀이하면 전야(田野)의 개간, 호구의 증가, 부역의 균등, 학교의 흥성, 사송(司訟)의 간결 등이 잘되었을 때 최상등인 최(最)의 평가를 받고, 전야의 황폐, 호구의 감소, 부역의 번다, 학교의 부진, 사송의 지체와 같은 경우 최하등인 전(殿)의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주현 같은 경우 작년까지만 해도 없던 학당이 생겨 학교의 흥성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거기에 다른 현은 최소 네 배에서 여섯 배까지 모든 사안을 부풀려 보고했는데, 주현만은 세 배 정도의 과장 보고로 인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아무튼 위의 결과는 모든 실사를 마쳤을 때의 평가이고 실사 도중 이런 일이 생겼다. 주현 같은 경우 없던 학당이 생겨 학업의 흥성이라는 평가를 하려면, 실제로 학당이 생겼고 학생 수는 보고대로 맞는지 평가하러 현지에 가야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간옹은 어떤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평소에는 혼자 다니던 것을 이날만은 유비와 장비를 대동했다. 물론 유비와는 친구 사이기 때문에, 벌써 화해해 평소와 다름없이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새 사람이 주현에서도 학당이 있다는 현 청사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에 도착해, 학당 소재를 찾았을 때는 따가운 가을 햇살이 한창 강하게 내려 쬐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런데 학당의 소재지가 대저택 내에 있어 간옹부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집을 찾아들었다.


군의 관리가 내방했다는 말에 비록 일대에서는 알아주는 호족 노씨(盧氏)지만 주인부터가 버선발로 달려 나와 맞았다.

“어쩐 일로 누추한 집을 찾으셨는지요?”

간옹이 답했다.


“이 집에서 학당을 열고 있다고 해서 확인차 찾아왔습니다.”

“아, 그 일이라면 맞습니다. 작년에 내가 훈장 하나를 들여 아들놈을 가르치다가, 인근의 동네 아이들도 모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훈장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잠시만 기다리시죠.”

답한 노씨가 하인 하나를 불러 훈장을 부르도록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한 인물이 일행의 면전에 나타났다. 분명 훈장일 텐데, 그 외모가 훈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홉 자의 큰 키에 봉황의 눈, 그리고 검은 수염을 가슴팍까지 드리운 붉은 대추빛 용자(勇姿)는 천생 무부이지 훈장과는 거리가 먼 생김이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간옹은 자신의 느낌이 맞았다는 생각과 함께 하마터면 그의 이름을 부를 뻔했다.


‘관우(關羽)!’

간신히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킨 간옹이 물었다.

“훈장 되십니까?”

“훈장이라기보다는 코흘리개들 몇 명을 불러 모아 밥값 정도나 하고있는 처지입니다.”


“어찌 됐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학사를 한번 봅시다.”

“네.”


곧 관우라 짐작되는 장한이 앞장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으로 데려갔다. 하여 그 안을 들여다보니 열 살 이내의 학생 여덟 명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간옹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전 약속대로 장비가 훈장에게 시비를 걸었다.


-----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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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품명을 난세의 간웅으로 수정 24.05.27 600 0 -
40 난세의 시발 NEW +3 18시간 전 195 9 12쪽
39 인재는 많을수록 좋다 +4 24.06.27 317 11 20쪽
38 단양병 & 태사자 +4 24.06.26 361 14 12쪽
37 청주 목으로서 +3 24.06.25 392 12 12쪽
36 그래도 웃자 +5 24.06.23 467 16 13쪽
35 문무 겸비 충절의 무장 +2 24.06.22 478 13 13쪽
34 채문희, 정희 +4 24.06.21 475 12 12쪽
33 겹경사 +7 24.06.20 494 12 12쪽
32 기계, 기책 +2 24.06.19 514 12 13쪽
31 미양 출전 +3 24.06.18 534 15 12쪽
30 장재, 장재, 인재 +2 24.06.16 578 12 12쪽
29 국고와 중장을 가득 채울 비책 +4 24.06.15 578 12 12쪽
28 논공행상 +2 24.06.14 585 16 13쪽
27 때로는 손을 비빌 필요도 있다 +2 24.06.13 600 14 12쪽
26 대공을 세우다 +4 24.06.12 619 15 12쪽
25 대공을 세우다 +2 24.06.11 625 15 13쪽
24 출전 준비 +2 24.06.09 640 14 11쪽
23 웅비를 위한 첫발 +5 24.06.08 648 15 11쪽
22 태수가 되다 +2 24.06.07 655 16 11쪽
21 혼인 +2 24.06.06 660 16 10쪽
20 신부감 +2 24.06.05 660 14 10쪽
19 신부감 +2 24.06.04 660 15 11쪽
18 순욱 +2 24.06.02 661 15 11쪽
17 평준령(平準令) +2 24.06.01 661 19 11쪽
16 낭관(郎官) 중에서도 +2 24.05.31 663 17 11쪽
15 조정 출사 +2 24.05.30 663 16 10쪽
14 종요와 순유 +2 24.05.29 671 17 11쪽
13 상계리로서의 임무 +3 24.05.28 682 15 11쪽
12 낙양행 +2 24.05.27 708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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