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난세의 간웅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새글

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4.05.19 17:44
최근연재일 :
2024.06.28 18: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6,387
추천수 :
607
글자수 :
206,261

작성
24.06.01 18:00
조회
661
추천
19
글자
11쪽

평준령(平準令)

DUMMY

1


의랑과 중랑은 연봉 6백 석에 버금갔고, 시랑은 연봉 4백 석에 버금갔다. 낭중은 그중 가장 낮아 3백 석이었다. 낭관은 정해진 인원이 없었으며 많은 경우에는 천 명 이상을 둘 수 있는 당시의 제도였다.


아무튼 순유가 받은 낭중(郎中)의 직무는 궁문을 지키고 수레나 말을 모는 등 황제를 시종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간옹이 받은 의랑이라는 직책은 황제가 질문을 하면 답하는 고문관이나 자문관 보직이었다.


황제의 측근 심복으로서 명예로운 청요직 겸 엄청난 꿀 보직이긴 했지만, 당연히 다른 일반직 관리들에 비하면 하급직이어서 실권은 없고 추가 수당 등을 받지 못해 급여를 많이 받진 못했다.


게다가 이 당시에는 황제가 질문을 했을 때 적절한 혹은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지 못하면 최소 파면, 최대 사형이라는 무시무시한 벌을 받기도 했으니 상당히 두려운 직책이기도 했다.


그 위험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동탁(董卓)이었다. 동탁이 서량 자사로 근무하고 있던 시절 황제는 그에게 의랑 직을 제수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동탁은 적당히 변명해 그대로 서량 자사로 남았다. 그 결과 끝내는 낙양에 입성해 온갖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의랑이 황제를 자문하는 직책이라면 순유가 받은 낭중은 상서(尙書)와 시랑(侍郎)을 보좌하는 역할이었다. 어찌 되었든 간옹이 의랑의 직책의 위험성을 알고 그 직을 포기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그런 그의 마음도 모르고 임명된 자들을 대상으로 황문(黃門)에서는 수금에 나섰다.


즉 황실의 조세를 걷는 일과 여타 황실의 잡다한 일을 총괄하는 소부(少府) 소속의 관리 중에서도 중상시(中常侍) 즉 환관 중 최고위직 중의 한 명인 하운(夏惲)이 임관자들을 차례로 황문으로 부른 것이다. 간옹과 순유도 예외는 아니어서 두 사람도 차례로 그에게 불려 갔다.


먼저 불린 간옹이 전각 안으로 들어서니 중앙에 근 오십 줄에 가까운 십상시 중의 한 명인 하운이 앉아 있었고, 좌우에는 그보다 젊은 환관 두 명이 앉아 있었다. 간옹이 말없이 인사를 건네자 하운이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의랑에 임명된 탁군 출신 간옹이 맞는가?”


간옹이 즉답했다.

“그렇습니다.”

“나라의 살림살이가 어려워 벼슬에 임명된 자에 한 해, 궁궐 수리비를 걷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네.”

“음, 의랑 보직이라면 최소 500만 전은 내야되는데, 어찌할 것인가?”

아니더라도 관둘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500만 전을 내라고 하니 빈정 상한 간옹이 답했다.


“외상으로도 가능하다면 응할 생각이 있습니다.”

“흐흠......! 외상이라면 1천만 전인데 그래도 응하겠는가?”

“네.”


“허허,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더니, 젊은 사람이 외상 좋아하면 못 써.”

하운이 한바탕 훈계를 하고 있는데 좌측에 앉아 있던 젊은 환관 하나가 말했다.


“외상이라도 1천 만전이면 꽤 많은 액수이니 다른 보직을 내리심이 어떠하십니까?”

“무슨 소리야?”


“벼슬자리란 자리는 모두 내다 팔아 이제는 팔 관직이 없을 지경입니다. 그런고로 옛날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직책도 살리심이......”

“그래? 그것 좋지. 어떤 직책이 있을까?”


“소제(昭帝) 때 폐했다가 살렸다, 폐하길 반복한 대사농(大司農) 산하 평준령(平準令) 자리가 그러합니다. 율령에 따르면 휘하 관원이 191명에 이를 정도이니, 평준령 하나만 살려도 많은 자리가 생길 것입니다. 더구나 간옹은 황상 폐하로부터 곳간을 채울 귀재이고, 물가에도 밝은 인물로 상지상(上之上)의 평가를 받았으니, 평준령에 적임입니다.”


중앙의 평준령(平準令)은 1명이고 관질은 6백석(六百石)이다. 평준령은 물가 안정책을 중심으로 재정·화폐·조세정책을 논한다. 또 중앙 및 지방 각지에 평준령을 두고 쌀 때 사들여 보관해두었다가 물가가 오르면 방출하는 직책이다. 그러니까 주 임무는 물가(物賈) 관리를 하는 것이며, 연염(練染:생사 따위를 누이거나 물들임)하여 채색(采色)을 만드는 일도 한다. 원리(員吏)는 평준승(平準丞) 1명 포함하여 191명이다


“허허, 이러니 자네를 휘하에 두고 쓰지 않을 수 없지. 기발한 생각이야.”

칭찬한 하운이 시선을 돌려 간옹에게 물었다.

“들었지?”

“네.”


“어찌할 생각인가?”

“그 자리라면 기꺼이 외상으로 1천만 전을 내겠습니다.”

“휘하 관원이 191명인데다가 물자를 만지는 직책이니, 1천만 전에는 안 되지. 1천 5백만 전 내시게.”


‘끙......!’

내심 괴로운 신음을 토하면서도 간옹은 즉시 답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좋아! 단 떼어먹을 생각은 아예 말아. 사해 내에 살고 싶으면. 알겠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좋았어! 나가 기다려. 하면 며칠 내에 그 자리에 임명될 테니까.”

“감읍하옵니다.”


답한 간옹은 그 길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는 순유에게 1백만 전짜리 어음 다섯 장을 쥐어주었다.

“이게 뭐지?”


“들어가 보면 알아.”

답과 동시에 간옹은 순유의 등을 밀어 그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차 한잔 마실 시간이 되자, 순유가 나와 실실거렸다.

“좋은 일이 있었소?”


“이번에 내가 써낸 책문이 상지상의 평가를 받았대.”

“그래서?”

“그래서 나를 황문시랑(黃門侍郎)에 임명하겠다고 하는구먼. 그런데 좀 찜찜하구먼.”


“왜?”

“고자 놈들의 부림을 받는 일이니, 유쾌할 리가 없지.”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야.”

“왜?”


“당금 조정의 실세가 누군가? 십상시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니야? 그런 권력의 중추에 들어가 활약해야만, 청리(淸吏)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심을 수 있을 것 아니야?”

“내 생각이 짧았네. 그렇게 하도록 함세.”


“돈은 얼마 주었는데?”

“5백만 전 내라는 것을 사정사정해서 겨우 1백만 전 깎았네.”

“잘 처신했네.”

순유가 맡게 될 황문시랑 벼슬은 원역사에서 순유가 출사해 제일 처음 받은 관직이기도 했다.


황문시랑 자리는 주로 환관이 맡아 환관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으나, 종종 환관이 아닌 사람도 맡는다. 시랑(侍郞) 직은 관질 4백 석으로, 문서의 초안 작성이 주 임무다.


* * *


그로부터 3일 후.

조정으로부터 정식 인사 명령이 떨어졌다. 하운이 약속한 대로 간옹은 평준령, 순유는 황문시랑 직책이었다. 이렇게 되니 당장 급한 일이 있었다. 집을 구하는 일이었다.


이제 낙양에 살아야 하는데 계속 비싼 투숙비 주고 객잔에 머물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이날 오후 장비와 진도까지 모이게 한 간옹은 이들과 상의했다.


“우리가 계속 낙양에 체류하게 되었으니 집부터 구해야되겠어. 그런데 문제는 언제든 쫓겨날 수 있으므로, 월세로 사는 게 좋겠어. 위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낙수 아래쪽이 좋겠지.”

“출퇴근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내 생각에도 그게 좋겠어.”


순유까지 동의하자 넷은 월세를 얻기 위해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그 결과 동쪽 시장에 가까운 곳에 집 한 채를 월세로 얻을 수 있었다. 여느 여염집보다는 큰 규모로 월세가 15만 전으로 꽤 비쌌다.


그러나 방이 다섯 칸이나 있었고, 마굿간과 정원도 제법 넓어 네 사람이 살기에는 과분하다 싶었다. 그래도 간옹이 우겨 그 집에 세 들었다. 그리고 남자들만 있으므로 밥해주고 빨래해줄 하녀 한 명도 구하기로 했다. 그 일은 장비와 진도에게 위임되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각기 근무지로 출근했다. 평준령은 대사농 휘하 소속이므로 출근하자마자 대사농에게 신고차 들렀다. 그런데 간옹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대사농의 장관이 순욱(荀彧)의 숙부인 순상(荀爽)이었기 때문이었다. 순상은 영천(潁川) 사람으로 자는 자명(慈明)이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논어, 춘추를 12살의 어린 나이에 정통할 정도였다.


166년에는 낭중에 임명되었으며 이후 중사중랑, 종사, 시중 등을 지내다가 6개월 전 대사농에 부임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는 금년 54세로 나이가 많았다. 당시로서는 완전 노인 취급받는 연령대였다. 그런 순상에게 간옹이 씩씩하게 말했다.


“금번에 평준령으로 발령받은 유주 탁군 사람 간옹이라 하옵니다.”

“며칠 전에 평준령을 부활시킨다더니 자네가 평준령으로 왔군. 한데 평준령이 무엇 하는 직책인지는 알고 있나?”

“네. 충분히 숙지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건 지켜보면 알 일이고. 아직은 휘하 관원이 없으니 혼자서 업무를 행하되, 자네를 위해 전각 한 모퉁이를 내줄 터이니, 그런 줄 알아.”

“알겠사옵니다.”


“질문 있나?”

“사적인 질문도 괜찮습니까?”

“얼마든지?”

“순욱은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네가 순욱을 어찌 알고 있나?”

“순유와 함께한 세월이 오래되었습니다.”

“그렇군. 한데 그놈은 무엇이 서운하지 도통 나와 왕래가 없어?”

“집안 어르신이 높은 지위에 계시니, 청탁하러 드나드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함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놈이라면 충분히 그럴만한 위인이지. 참, 순욱은 아직도 공부가 미진하다고 향리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네.”

“이 기회에 소직(小職)이 추천해 승으로 삼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글쎄? 가능은 하겠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돈을 찔러주지 않으면 임관되기 어려울걸?”


“소직이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그건 알아서 해. 숙부인 내가 나서기는 모양새가 그러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자, 오늘은 이쯤 하고,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날 찾아오시게.”


“감읍하옵니다.”

곧 순상은 예하 직원 한 명을 시켜 간옹의 자리를 배정하도록 일렀다. 이에 간옹은 그를 따라가 전각 한 모퉁이에 책상 하나를 배정받았다. 그러자마자 간옹은 시장의 물가 조사를 한다고 순상에게 보고하고 그 길로 전각을 나왔다.


그리하여 집으로 돌아온 간옹은 장비와 진도를 데리고 낙양 동쪽 시장을 찾아 제반 물가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고 저녁나절이 되자 퇴근한 순유를 붙들고 물었다.


-----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또끼슈끼럽
    작성일
    24.06.02 00:57
    No. 1

    순씨가 알짜가 많지요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검향
    작성일
    24.06.02 09:24
    No. 2

    또끼슈끼럽님!
    그렇습니다. 순욱의 아버지 대만 하더라도 순가팔룡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가문이죠.
    감사,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난세의 간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명을 난세의 간웅으로 수정 24.05.27 600 0 -
40 난세의 시발 NEW +3 18시간 전 195 9 12쪽
39 인재는 많을수록 좋다 +4 24.06.27 317 11 20쪽
38 단양병 & 태사자 +4 24.06.26 361 14 12쪽
37 청주 목으로서 +3 24.06.25 392 12 12쪽
36 그래도 웃자 +5 24.06.23 467 16 13쪽
35 문무 겸비 충절의 무장 +2 24.06.22 478 13 13쪽
34 채문희, 정희 +4 24.06.21 475 12 12쪽
33 겹경사 +7 24.06.20 494 12 12쪽
32 기계, 기책 +2 24.06.19 514 12 13쪽
31 미양 출전 +3 24.06.18 535 15 12쪽
30 장재, 장재, 인재 +2 24.06.16 578 12 12쪽
29 국고와 중장을 가득 채울 비책 +4 24.06.15 578 12 12쪽
28 논공행상 +2 24.06.14 585 16 13쪽
27 때로는 손을 비빌 필요도 있다 +2 24.06.13 600 14 12쪽
26 대공을 세우다 +4 24.06.12 619 15 12쪽
25 대공을 세우다 +2 24.06.11 625 15 13쪽
24 출전 준비 +2 24.06.09 640 14 11쪽
23 웅비를 위한 첫발 +5 24.06.08 648 15 11쪽
22 태수가 되다 +2 24.06.07 655 16 11쪽
21 혼인 +2 24.06.06 660 16 10쪽
20 신부감 +2 24.06.05 660 14 10쪽
19 신부감 +2 24.06.04 660 15 11쪽
18 순욱 +2 24.06.02 661 15 11쪽
» 평준령(平準令) +2 24.06.01 662 19 11쪽
16 낭관(郎官) 중에서도 +2 24.05.31 663 17 11쪽
15 조정 출사 +2 24.05.30 663 16 10쪽
14 종요와 순유 +2 24.05.29 671 17 11쪽
13 상계리로서의 임무 +3 24.05.28 682 15 11쪽
12 낙양행 +2 24.05.27 708 1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