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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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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1126
작품등록일 :
2021.01.04 23:26
최근연재일 :
2021.03.25 20: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5,348
추천수 :
140
글자수 :
366,131

작성
21.03.16 20:00
조회
43
추천
2
글자
11쪽

그 검 팔았다.

DUMMY

“그렇지 항상 다 이런 식이지. 하나같이 분수를 모르는 것들이!”


그 말은 들은 페트리는 밀리는 상태여도 비웃음을 흘렸다.


“말이 길어졌군.”


루첼이 페트리의 말을 무시한 채, 검의 궤도가 바뀌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페트리는 확실하게 검의 살상 반경에서 벗어난다.

그렇지만 루첼이 이를 놓칠 리 있나 삽시간에 페트리의 발치까지 따라잡았다.


“물러나는 것이냐?”


이어 정말로 화려한 검술이 페트리의 눈 앞에 펼쳐진다.

형태도 없으면서 스탠스도 어긋나며 자유롭게 휘두르는 그의 검술.

또한 변칙적인 공격을 가해도 그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 검술이었다.

페트리도 재빨리 창을 세워 루첼의 검에 응수를 가하지만, 무게감, 속도, 위력이 다르다.

그저 그의 공격에 순순히 밀려나는 것뿐이다.


“같은 무학의 실력이라 해도 같을 순 없다.”


원래 무인이란 힘의 격을 따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버릇같이 튀어나오는 말이다.

루첼의 패도적인 공세에 페트리가 인상을 구기며 점차 뒤로 물러나 커다란 거목에게 뒤를 내준다.

그렇다는 것은 구석에 몰렸다는 것.

더는 뒤로 물러날 곳이 없다.

양옆으로 빠져나갈 수는 있지만, 루첼에 검날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것은 이미 알고 있다.

페트리가 순간적으로 창을 지면에 꽂는다.


“일섬각.”


하지만 루첼의 검이 궤도를 바꿔 검날이 번뜩인다.

페트리의 파괴의 섬광이 지면에서부터 터져 나온다.


콰쾅!


폭음과 함께 폭연이 자욱이 퍼지며 뒤에 있던 커다란 나무가 베어져 중심을 잃은 듯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또한 나무가 지면으로 떨어지니 그 여파로 인해 폭연이 사라진다.

페트리가 호흡을 가다듬는다.

하지만 그녀의 옷 군데군데 그을린 흔적과 베어져 벌써부터 속살이 살짝 드러났다.


“제법이······.”


루첼이 페트리에게 말을 하려다 주춤한다.

이내 손으로 눈을 가린다.


‘윽···. 이래서 여자를 상대하기는 까다롭다니까······.’


그는 어렸을 적 가난한 이유로 부모에게 버려져, 8살 나이에 세상의 냉정함을 배우며, 도둑질부터 해서 온갖 나쁜 짓은 다 하면서 자급자족을 해왔다.

그러다 흔하디 흔한 뒷골목에 잡배들이랑 시비가 붙어 사람을 죽이게 된다.

그렇게 뒤도 안보고 도망치다가 결국 용병생활을 발을 들였다.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감정이 점차 무감각 졌다.

물론 용병이라 하지만 그 안은 사람이 만나는 곳이고 동료가 생기는 곳.

감정을 느끼는 게 정상이지만······.

그가 과연 8살 동안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겠는가? 그렇게 자랐다면 가난하다는 이유로 버려졌겠나?

그저 학대와 폭력을 일삼는 가족이라 부르기 애매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루첼에게는 연민은 있었다.

그저 정이란 것을 싫어했을 뿐.

결국 루첼은 시간이 있다면 그저 훈련에만 매진했다.

또한 평범한 남자라면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연애라는 것도 해볼 것인데, 여자란 것에 정을 둔다면 사라졌던 감정이 생겨 임무에 방해될까 봐 스스로 절제를 했다.

생사가 오가는 전장터에서는 쓸데없는 감정은 사치라 생각해서 말이다.

자연스레 여자와의 만남은 사라졌다.

물론 남자라면 성욕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성인이라면 참을 수 없었을 때도 있는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감정이란 것을 소모해야 한다.

그렇지만 감정에 소모도 없이 욕구만 채울 수 있는 곳은 널리고 널렸다.

그저 주기적으로 창관을 가서 욕구를 채우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하······. 숙맥이라, 여자 힘든데···.’


그렇다.

여성과 말하는 것은 창관에서의 간단한 말뿐. 진정으로 감정이 섞인 여성과 대화를 하지 못해 이 사단이 난 것이다.

쉽게 말해 숙맥.


‘이런데서 여자의 속살을 보는 것은 부끄럽다···.’


도대체 어떤 차이인 줄은 모르겠지만 그가 그렇게 느낀다는데 어떻게 뭐라 하겠나?

또한 감정이 없다고는 하나 연민을 느낀다면 그것은 감정이 없다는 것이 아니지 않나?

그저 루첼은 임무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한 것뿐.


‘신이셔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무슨 비극의 나온 주인공의 대사를 혼자 곱씹는데 페트리가 이 사실을 안다면 희극이나 다름없이 비웃음을 흘릴 것이다.

페트리가 입을 열었다.


“왜, 갑자기 말을 멈추는 것이냐?”


루첼은 인상을 쓰며 이마를 멋쩍은 듯이 긁는다.


“몰라도 된다.”


페트리는 왜 루첼이 갑자기 저런 행동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상대방에게 변화를 줬다는 것은, 어딘가의 심리를 긁었거나, 약하다고 생각한 상대가 예상한 것보다 웃돌은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그녀는 루첼의 검을 응시했다.


“그 검 레인벨이 가지고 있던 검이라 비슷하군. 하지만 길이가 무척이나 길군.”


루첼이 정신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흐흠···. 어떻게 알았나요?”


여자와의 감정 섞인 말을 해보지 못한 티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같은 일원인 모리티아가 여성이라고 하여도, 그녀와 무슨 감정을 섞어 연인처럼 대화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임무에 대한 얘기만 할 뿐.

대답 또한 단답으로 말이다.

물론 농담 같은 것도 주고받은 적도 없다.

오히려 루첼이 숙맥인 것을 아는, 모리티아는 그를 종종 놀리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페트리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흥! 내가 상대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잘 알고 있지.”


“레인벨과 고향.이 같은. 것. 입니까?”


말투가 무슨 국어책 읽듯이 점점 꼬이는 루첼이였다.


‘젠장! 자각을 안 하려 해도 눈에 보이니까 거슬리군.’


페트리는 갑자기 말투가 변한 루첼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고도의 심리술인가?’


그저 오만하게 자기를 도발하는 것으로 착각한 페트리였다.


“그거 비슷한 검, 내가 팔았어.”


루첼이 동공이 커졌다.


“응?”


“팔았다고. 그것도 비싸 보이는군.”


레인벨은 준학과의 싸움에 패배해 검 두 자루가 남겨졌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란 말이 있지만, 그것은 하수와의 대결에서는 통용되는 것.

강자와의 싸움에서는 순간에 틈이 승부를 결정 짓는다.

만약 검술을 극한으로 추구하는 장인이 같은 강자와 만나서 싸워 검을 맞댔는데 검날이 부러졌다.

그럼 바로 신체가 두 동강 나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류의 무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 값어치가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검을 사용할 사람이 없었다.

박준학은 지금의 검만으로도 만족하였다.

물론 검술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아는 그였기 때문에 돼지 목에 진주라고 생각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엘리쉬는 당연히 소지하고 있는 검이 더 모든 면에서 뛰어났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일리샤는 권사이기 때문에 무기 따위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페트리는 달랐다.

팔면 짭짤한 돈이 생긴다는 것을.

다들 필요 없어 했으니 바로 팔아 버렸다.

여정의 자금으로 쓰면 되는 것인데, 그것은 엘리쉬의 뒷배경이 알아서 해주는 것이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바로 팔았다.


‘흠! 죄송합니다. 준학 님. 이것은 예비자금이라 돈은 나중에 갚겠습니다.’


루첼은 페트리의 기준점에서 벗어난 답변을 듣고 황당해하였다.


“······.”


신비스러우면서 동양적인 검에 매혹된 것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던 거다.

페트리가 두 발을 번갈아 힘차게 차며 루첼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루첼에 눈빛이 달라졌다.


‘단번에 목숨을 노려야 하는데······.’


이미 잠깐의 전투로 인해 옷이 베어 가슴에 부위가 속옷과 함께 드러나 있기 때문에 루첼은 신경 쓰이는 것이다.

또한 달리면 그곳은 중력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


‘출렁인다. 젠장!’


루첼이 잠시 주춤한다.

그렇지만 페트리가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쏜살같이 허점을 찌른다.


“월섬.”


파괴의 섬광이 지면을 가르며 루첼의 전신을 몰아친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루첼이 자세를 잡고 검이 매혹하듯 검광이 번뜩이며 파괴의 섬광을 흩뿌린다.


“잔날.”


칼날의 참격 폭풍이 빛을 발하며 지면을 가르며 앞에 있는 모든 물체를 베어나간다.

곧이어 파괴의 섬광과 참격의 폭풍이 만나 폭음이 울리며 폭연을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페트리가 후속 공격을 가한다.

안개사이로 기척을 루첼의 기척을 느끼며 질풍 같은 찌르기를 시도한다.

루첼도 살기를 눈치채 바로 한 번 물러선다.


‘젠장! 너무 거슬린다.’


자욱한 연기가 사라지면 페트리의 너덜해진 옷을 말이다.

물론 여성이라는 것에 더욱 중점이 있다만.

루첼이 먼저 발을 움직였다.


“타앗!”


기합과 함께 페트리의 코앞까지 쇄도해 검을 휘두른다.

기본에 충실한 검술이었지만 적재적소에 필요한 공격만 하는 아주 깔끔한 참격이었다.

페트리 또한 그의 공세에 주춤은 하지만 창에 위용을 보이면서 무난히 막아내고 있다.

루첼이 검을 휘두르며 눈을 살짝 감는다.


“당.신···. 부끄럽지 않나?”


눈을 감고 참격을 가하는데도 그의 검격에 속도와 위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페트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인상을 구긴다.


“나의 실력을 무시하는 것이냐?”


전투중에 누가 자기의 속살을 신경 쓰겠나.

물론 홀딱 벗겨지면 모르겠으나 그런 것은 아니니.

루첼의 검술은 희한하게도 받으면 받을수록 혼란스러웠다.

순간순간마다 참격에 궤도가 살짝 어긋나지만 정확한 급소를 노려 들어오기 때문이다.

마치 복싱 선수가 정확한 주먹의 각이 아닌 변칙적인 각에서 나오는 주먹.

루첼은 살며시 눈을 뜨며 그녀를 계속 압박한다.

아무리 기척이 뛰어나다 해도 멀쩡한 눈 놔두고 불리한 싸움을 하겠나?


‘이런 싸움 몇 년 만인가?’


그도 살아오면서 여성을 적으로 싸운 적이 없겠나?

루첼이 눈을 빛낸다.

압박을 가하는 중에 검을 빠르게 치켜세워 종베기를 펼친다.

검을 위로 세우는 틈을 타 페트리는 다리를 이용해 검의 사정권에 벗어나 창을 들이민다.

그렇게 된다면 루첼의 검이 허공을 베어 헛 공격이 되어버린 것인데, 검을 회수해서 재차 공격을 이어야 하지만 그대로 검끝을 땅을 찍었다.


“일섬각.”


파괴의 섬광이 땅에서부터 지긋이 올라가 페트리에게 쏘아진다.

인상이 구겨지며 페트리가 몸을 틀어 옆으로 던진다.


콰쾅!


폭음과 함께 땅을 그은 파괴의 섬광은, 주변에 나무를 베고, 부러트린다.

페트리는 자신의 기술을 쓴 루첼을 보며 쓴 표정을 지었다.

루첼은 페트리를 응시했다.


‘당황하는군. 단번에 이렇게 몰아쳐 단번에 죽인다.’


페트리가 던진 몸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어떻게···.”


“간단하다. 그저 따라 하면 끝난다.”


페트리가 자세를 잡으면서 창을 풍차처럼 돌린다.

이내 창을 그에게 겨눈다.


‘아까의 위압감이 그거였군.’


루첼에 공세에 혼란스러워했던 페트리였다.

검의 궤도에 위치가 불안정하지만, 정확히 파고드는 급소.

이치에는 어긋나는 공격이지만 근본에서는 벗어나지 않는 공격.

모든 것은 루첼이 상대한 상대방의 검술을 따라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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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맞아본 놈이 안다. 21.03.17 37 2 11쪽
» 그 검 팔았다. 21.03.16 44 2 11쪽
56 결전. 21.03.15 29 2 12쪽
55 내 먹잇감. 21.03.13 29 2 12쪽
54 본거지. 21.03.12 41 2 12쪽
53 생각을 달리하자. 21.03.11 30 2 11쪽
52 2대1 21.03.10 30 2 11쪽
51 왕위 계승. 21.03.09 29 2 11쪽
50 출발. 21.03.08 29 2 10쪽
49 민첩함과 파괴력 21.03.06 32 2 11쪽
48 뽀옥하고 뿌욱하니. 21.03.05 32 2 11쪽
47 믿음은 주먹으로부터. 21.03.04 3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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