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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조회수 :
19,531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작성
20.03.07 23:45
조회
112
추천
2
글자
8쪽

제17화 -속죄의 길

DUMMY

-속죄의 길-

************


“그동안 난 정처없이 방랑을 하며 세상을 떠돌아 다녔다. 그랬던 내가 한곳에 정착을 한다는 건 선뜻 내키지 않군...”


네오가 처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머큐리에 영원히 말뚝 박으라는 뜻은 아니야.”


“생각해볼게...”


“고마워. 다음에 또 보면 술이나 한잔 하자..”


이수는 해맑게 웃으며


“미안하지만.. 나는 술은 한 잔도 입에 안 대거든... 차 한잔이면 족하다.”


네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말 명불허전이었다. 이수는 자신을 음해하려고 했던자와도 허물없이 친구로 삼는 능력자, 마스터라는 존엄한 위치가 어느정도인지 전혀 폭을 알 수가 없다. 아무래도 그녀의 숨길 수 없는 태어날 때부터 가진 천성 때문인 것 같다.


그녀는 무력이든 지혜든 모든면에서 월등하지만 가장 남들과 유독 다른 것은 이 사람 옆에 앉아 있으면 깨끗하고 맑은 기운이 전염이 되듯 자기 몸에도 물들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혀 때묻지 않은 순수함, 들꽃처럼 청아한 하얀미소에 어둡고 사악한 마음이 저절로 정화가 되고 맑아지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


**


“폐하... 오늘 네오를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디 옥체가 상하시지는 않으셨습니까?”


그녀에게는 충직한 가신, 머큐리 사령부 관할 흑색그림자암살부대를 총괄 지휘하는 합참의장이며 마스터 호위부 왕실 근위대장인 창룡이 뒤늦게 소식을 전달 받고 걱정과 근심이 앞선 나머지 급히 그녀에 집무실로 부리나케 들어왔다.


“음, 별일 없었는데?”


이수는 생긋 웃으며


창룡이 그제서야 한시름 놓았는지 어두웠던 안색이 서서히 밝아진다.


“오늘 연변 국경에 좀 다녀와?”


“어인 말씀이십니까? 폐하.”


“대총관에 여동생 신원을 그쪽에서 확인이 된 것 같아. 3년이나 지났는데 왜 나한테 그동안 일절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지?”


“소신이 감히 폐하의 성심을 어지럽혀 드린 것 같습니다. 어줍지 않은 미천한 일개 군장의 무례를 당장 엄벌에 처해주시고 이제 폐하에 존체 안위만을 살피심이 어떠하십니까?”


창룡은 정중하게 허리를 조아렸다.


“아니야.. 창룡이야 말로 나 같이 뭐 하나 특별히 내 세울 것 하나 없는 복수 밖에 모르는 괴물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옆에서 도와주는 자네에 노고를 어떻게서든 표현하고 싶었는데 딱히 재물을 바라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조금 서둘렀어.”


창룡은 이수가 그동안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는데 이수는 큰 지병을 앓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루에 2시간이상 숙면을 취한 적이 없었기에 창룡이 오래전에 북한 수용소에서 이수와 독대를 하면서 거래 했던 약속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는 것에 몸둘바를 모른다.


“다녀와.. 창룡, 특별 보너스로 장기휴가를 선물할게.”


이수는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하해와 같은 주군의 은혜, 소신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폐하.”


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던 호위부 근위대총관 창룡에게 모처럼 자유시간을 주었다.


창룡은 2명의 수하를 데리고 연변으로 곧장 출발했다.

새로운 신분으로 행방불명 된 사르를 연변 국경지역에 도문 요양시설에서 우여곡절 끝에 찾았다.


창룡은 정적처럼 버티고 서서 눈시울을 붉히며 애달픈 표정으로 일반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아담하고 몸집이 작았으며 팔과 다리가 매우 앙상했던 소녀는 병색이 완연하고 얼굴이 매우 수척했다. 그녀가 바로 창룡이 그동안 애타게 찾고 싶었던 하나뿐인 친동생, 누이동생, 사르가 분명했다.


유전자 DNA를 대조해보지 않아도 창룡은 영화 경극을 소재로한 패왕별희 주인공처럼 여인으로 위장시켜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정도로 용모수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조각같은 미남인데, 그런 생김새와 긴 속눈썹, 눈동자색과 입매도 손도 완전히 창룡과 사르는 99% 판박이었다.


혹시 자신을 원망하거나 알아보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창룡은 발소리도 내지 않고 천천히 접근한다. 말 한마디 건내는 것이 여간 쉽지 않은지 한참동안 그는 목석처럼 가만히 서서 침묵을 삼켰다.


창룡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어렵게 북한에서 탈북하여 이수의 입심과 영향력으로 정말 자유로워진 몸이 되고 주권과 시민권을 새롭게 부여 받은 신분이 된 것이다. 망명이 아닌 귀화가 된 것이다.


여동생과 러시아 블로커와 함께 원양어선을 타고 북한 국경을 넘어가다가 안타깝게도 큰 해일을 동반한 쓰나미가 덮쳐 바다에서 오누이는 헤어지게 됐고 다시 먼 시간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7년만에 재회한다.


사르 또한 나르(창룡의 본명) 못지 않게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는데 변절자의 누이동생, 망명자라는 허울을 벗을 수 없었다. 자신이 북한에 1급기밀인 핵무기기술을 중국에 넘기려는 무모한 그릇된 행보로 인해 아무런 죄가 없었던 여동생은 더욱 불행해지고 오빠를 대신해서 참담한 생을 살았던 것이다.


북한 인민 수용소에 다시 잡혀 모진고초를 겪었고 결핵과 B형간염보균자로 처녀성까지 잃어버렸다. 천민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원사계급, 장성급 군인들에게 성노리개가 되어 매수 년간 겁탈을 당하고 감옥에 연금시켰다. 그녀에게 배급되는 하루에 한 끼는 깻묵과 콩비지죽이 전부였다.


“날 알아보겠느냐?”


사르는 어디선가 환청이 들려왔다. 매일 매일 보고 싶고 그리웠던 목소리가 들렸는지 사르가 눈을 반쯤 살며시 뜨는데 그것 마저 힘이 겨운지 속눈썹이 도로 감긴다.


“오라.. 오라바이...”


“늦게 와서 미안하다.”


한적한 코스모스 오솔길 위를 걷는 다정한 오누이 모습이 비치는데 창룡의 수심이 가득 차 있다.

창룡의 등에 사르가 자고 있는 지 순하게 숨을 고르며 엎혀 있었다.


“일 없슴까?”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 해, 양성에서 급성으로 상태가 더욱 나빠졌다. 간이 심하게 부식될 정도로 만성이 되어 시기를 놓쳐버렸다. 시한부 선고 받은 사르의 눈은 황달기도 어려 있었다. 입술도 건조하고 얼굴에 핏기도 하나 없이 병색이 짙어 보인다. 모겐족, 몽골어로 나르는 태양, 사르는 달이라고 의미한다.


“음.”


“우리 고향은 여기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슴까?”


“조금 멀어...”


“오빠... 많이 기다렸니?”


창룡은 앞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목이 매여 오는지 눈시울을 붉혔다.


“아니요. 저는 많이 행복함다. 고조 죽기 전에 오라바이 한번 보는 게 소원이었슴다. 이레 무사한 걸 봤으니 그걸로 저는 충분하디요. 오라바이.. 내래 다시 태어나면 저그 잘사는 남조선에 태어나고 싶지 않슴당.. 꼭 다시 태어나면 아바이랑 오마니랑 오라바이랑 다같이 그 시절 우리가 함께 살았던 그 집에서 오래 오래 살고 싶슴당"


“나도 그렇단다.”


창룡은 상냥하게 말했다.


사르가 맑게 미소 지으며


“사르는 매일 밤마다. 이런 꿈을 꾸디요. 이래 오라바이 등에 엎혀 보는 게 가장 큰 소원이디요. 오라바이 등은 어떤 양모이불보다 세상에서 참 따뜻하고 편안한 것 같슴당.”


창룡은 소리 없이 눈물만 주르륵 흘러내린다.


“일 없슴까?”


“못난 이 오라비를 용서 하지마라...”


창룡이 가만히 걸음을 멈추는데 착한 사르가 창룡의 약하게 울음을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는지 천천히 손을 창룡의 얼굴 앞쪽으로 밀어 넣어 소매로 오빠의 눈물을 닦아주며 세상천지에 연고자 하나 없이 홀로 남을 외로운 창룡을 위로한다.


“너무 오래 붙잡지 마시라요. 오늘 다 쏟아내시라요.”


사르의 눈이 천천히 감기는데 눈물 한 방울을 떨구고 숨을 거둔다. 사르의 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뜨린다. 창룡은 사르를 업고 부모님의 묘지가 있는 고향에 묻어주기 위해 그는 오래묵은 갈증을 해소하고 슬픔을 뒤로 한채 계속 정처 없이 걷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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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2 마카포
    작성일
    20.09.05 02:12
    No. 1

    사르가 너무 안타깝네요 ㅠㅠ
    어린 나이에 모진 삶을 살았군요. 다음 생엔 꽃길만 걸으며 행복하길...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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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화 -속죄의 길 +1 20.03.07 113 2 8쪽
17 제16화 -입문(하)- 떠돌이 무사 +2 20.02.29 138 2 15쪽
16 제15화 -입문(하)-환영회 +2 20.02.26 127 2 8쪽
15 제14화 -입문(하)-환영회 20.02.25 108 2 7쪽
14 제13화 -입문(하)-원탁회의 +2 20.02.23 128 1 10쪽
13 제12화 -입문(하)-원탁회의 20.02.22 126 2 9쪽
12 제11화 -입문(하)-머큐리 입소식 +2 20.02.20 133 2 11쪽
11 제10화 -입문(하)-붉은장미- 20.02.16 146 3 7쪽
10 제9화 -입문(하)-숙명 20.02.09 154 2 7쪽
9 제8화 -입문(중)-모겐족 사나이 +1 20.01.22 155 3 15쪽
8 제7화 -입문(중)-모겐족 사나이 20.01.14 180 3 15쪽
7 제6화 -입문(중)-머큐리 블루칩 +1 20.01.11 163 3 8쪽
6 제5화 -입문(중)-머큐리 블루칩 20.01.09 181 4 8쪽
5 제4화 -입문(상)-하이에나 +1 20.01.06 189 3 8쪽
4 제3화 -입문(상)-스파이 +1 20.01.02 216 4 7쪽
3 제2화 -입문(상)-외눈박이 소년 +3 20.01.01 299 3 9쪽
2 제1화 -입문(상)-새로운 삶 +1 19.12.26 468 6 8쪽
1 프롤로그 +7 19.12.26 919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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