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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조회수 :
19,587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작성
20.02.16 23:46
조회
146
추천
3
글자
7쪽

제10화 -입문(하)-붉은장미-

DUMMY

붉은장미

**********


“뉴욕하면 그 친구가 떠오르는 군요.”


창룡이 말했다.


“허드슨 강에 겁도 없이 뛰어든 그 골때리는 여자 하나 때문에 나 대신 참모총관이 곤욕을 치렀지. 물을 꾀 많이 먹었던 것 같은데...”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창룡이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이 근처 였던 것 같은데?”


이수가 두리번 거리며


“한 블록 더 직진해야 합니다.”


창룡이 말했다.


뉴욕은 초행길이 아니고 오래전에 한 번 이곳에 다녀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누군가 거주 하고 있는 건물을 찾고 있는 듯 보였다.


“팔색조, 총명하고 재색을 모두 갖춘 사람인데 본인은 그걸 전혀 모르는 것 같아서 참 마음이 아프고 딱한 사람이었어.. 할 수만 있다면.. 그 친구를 내가 거둘라고...”


이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뉴욕 허드슨 강이 보이는 호스텔이 보인다. 파란 눈을 가진 그녀는 한국인 피가 섞인 혼혈아로 올해 29살이다. 비를 맞은 듯 머리와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레드와인처럼 강렬한 붉은 긴 머리에 베이지색 버버리 코트를 입은 그녀가 술을 마셨는지 똑바로 걷지 못하고 비틀비틀 거린다.


맨발로 한 걸음, 한 걸음 지하로 내려가더니 위스키를 꺼내 단숨에 들이키고 다시 방으로 올라가 밧줄을 미리 준비했는지 침대 밑에서 밧줄을 꺼내 천정에 매달기 시작한다. 체념한 듯 처연하고 구슬픈 눈빛으로 그녀는 이 순간 이 지긋지긋한 세상과 작별을 고하려 한다.


제이드를 길러준 양아버지는 벅스라는 50대 남자로 노름과 술로 과도하게 빠져 사는 방탕자로 도박중독자였다. 집 담보 뿐만 아니라 재산까지 탕진하고 사채까지 끌어다 쓴 것도 모자라 어린 14살 밖에 안된 딸을 미시촌에 팔았기 때문이다. 지금껏 친부모가 누군지 조차 알지도 못하고 늘 하는 일 마다 일이 꼬이고 매춘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가여운 제이드는 비참하고 냉혹한 현실 앞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비장한 눈빛으로 각오를 단단히 했는지 의자 위로 올라가 얼굴을 밧줄 구멍 사이로 넣었다. 이제 의자를 발로 걷어차기만 하면 될 것이다.


제이드는 눈시울을 붉히며 한쪽 발을 등받이 있는 곳을 때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천정에 매달았던 밧줄이 싹뚝 끊어지는데 단검이 밧줄을 통과 하면서 엄청 빠른 속도로 날아가 한쪽 벽에 깊숙이 박혀 버린다. 제이드의 몸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천정과 바닥 사이가 매우 높지 않아서 다치지 않았다.


제이드가 살며시 눈을 뜨고 사위를 훑어보면 발코니 밖에 창문이 열려 있었고 쉬잉 쉬잉 거리며 바람이 매섭게 부딪히는 소리와 기척도 하나 없이 몰래 들어온 강이수 출연에 눈빛이 사정없이 동요했다. 하늘에서 보낸 저승사자도 아닌 천상에서만 사는 엘프가 지상에 잠시 내려 온 듯 보름달처럼 눈부실정도로 빛이 나는 사람이었다.



이수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녀 옆을 성큼성큼 지나가더니 자신이 벽에 박아 놓은 단검을 뽑아낸다.


“당신이 대체.. 여긴.. 어떻게...”


제이드가 놀라며


“로비에는 보는 눈이 많아서 룸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창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야.”


이수가 심드렁한 어투로 말했다.


“자살을 하려는 이유가 뭐죠?”


그녀에게 몹시 실망한 표정으로 이수가 말했다.


“알면서 왜 물어! 경찰 부르기 전에 당장 내 집에서 나가! 이건 엄연히 무단침입이야!”


제이드가 불쾌했는지 벌컥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


“난 여자로서 꿈도 희망도 다 잃었어...”


제이드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이수는 조용히 넘어진 의자를 바르게 세워 놓고 차분하게 앉았다.


“당신이 나보다 더 비참할까...”


제이드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이수를 깊게 보았다.


“자신의 목숨을 끓는 것 만큼 제일 어리석고 한심하고 부끄러운 죄는 없습니다.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오빠라면 아마 그렇게 말했을 거에요. 저는 오래전에 가슴을 두번이나 열었는데 그때 폐 이식을 한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상처는 아물면 그뿐인데 마음의 흉터는 평생 가는 법이죠. 그래서 가슴 통증이 번번히 일으킬때마다 제 심장도 같이 뛰죠. 저도 당신처럼 하루 하루 넘기는 게 고역일 정도로 사는 게 싫어서 두번에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 수만가지 흉터 중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우린 약혼한 사이였어요. 제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안 좋은 일에 휘말렸어요. 앞뒤 재지 않고 그 사건을 파헤치다가 제가 임신 중이었는데 그때 누군가에게 피습을 당하고 저는 중상을 입고 제 뱃속에 있던 샛별이를 잃었죠. 그 후유증으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아픔이 너무나 암담했지만 오빠 덕분에 큰 위로가 됐어요 두 번 다시 제 몸 속에 흐르는 피가 모두 산화 될때까지 절대로 제 목숨을 함부로 끊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저는 오빠 덕분에 지금 이렇게 용기 내어 살아가고 있어요.”


제이드는 뜻밖에 이수의 과거사를 듣고 조금 깨달은바가 있는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져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이수는 너무나 초연하게 자신의 아픈 과거를 서슴없이 들춰냈다.


아마 암부들 중 어쌔신은 여성 일원은 처음인데, 어쩌면 닮은 공통점이 많아서 두 사람은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의자매처럼 돈독하게 오랫동안 동거동락하며 함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저처럼 꿈과 미래가 완전히 조각난 사람은 아닐거에요.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혹시 아직도 당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목적지를 정하지 못했다면 머리도 식힐겸 저와 함께 긴 여행을 한번 다녀보는 건 어때요?”


이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제이드에 손을 내밀며 제안을 하자 제이드는 본인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살포시 거머쥐고 약간 힘을 주워 자기 안쪽으로 이수를 바짝 끌어 당겨 안더니 손으로 천천히 어깨를 토닥인다.


“고마워요. 당신을 믿고 따라 가도록 하죠.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다른 사람 앞에서 울어 본 적 있었나요?”


“아뇨. 웃는 방법은 찾았는데 우는 방법을 못 찾았어요.”


이수는 살포시 미소 지으며


이수의 들꽃처럼 청초한 어여쁜 미소에 제이드는 할말을 잃었고 이수에게 불행을 초래한 자들을 향한 증오심이 엄습해오며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고 몹시 아려와서 눈물이 왈칵 솟구쳐 흘러내렸다.


제이드는 오랫동안 침묵을 삼키며 몸과 마음이 온통 찢겨지고 피가 철철 흘러 넘치고 그 상처가 아물기는 커녕 피딱지가 생겨 곪아서 진물이 터지기 일보직전일 것이다. 누구한테 쉽게 털어 놓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으며 고생이 심했을 이수를 그동안 수고 했다며 칭찬하듯 토닥여주는 것이다.


현관 밖에서 창룡은 이수가 제이드와 무슨 대화를 나누지 잘 알고 있었는지 시종일관 과묵한 풍채로 서 있었다. 창룡에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 슬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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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0화 -그리움(하) 20.03.13 112 2 8쪽
20 제19화 -그리움(하) +2 20.03.13 110 2 7쪽
19 제18화 -그리움(상) +1 20.03.09 126 2 10쪽
18 제17화 -속죄의 길 +1 20.03.07 113 2 8쪽
17 제16화 -입문(하)- 떠돌이 무사 +2 20.02.29 138 2 15쪽
16 제15화 -입문(하)-환영회 +2 20.02.26 127 2 8쪽
15 제14화 -입문(하)-환영회 20.02.25 109 2 7쪽
14 제13화 -입문(하)-원탁회의 +2 20.02.23 128 1 10쪽
13 제12화 -입문(하)-원탁회의 20.02.22 126 2 9쪽
12 제11화 -입문(하)-머큐리 입소식 +2 20.02.20 133 2 11쪽
» 제10화 -입문(하)-붉은장미- 20.02.16 147 3 7쪽
10 제9화 -입문(하)-숙명 20.02.09 155 2 7쪽
9 제8화 -입문(중)-모겐족 사나이 +1 20.01.22 155 3 15쪽
8 제7화 -입문(중)-모겐족 사나이 20.01.14 180 3 15쪽
7 제6화 -입문(중)-머큐리 블루칩 +1 20.01.11 164 3 8쪽
6 제5화 -입문(중)-머큐리 블루칩 20.01.09 181 4 8쪽
5 제4화 -입문(상)-하이에나 +1 20.01.06 190 3 8쪽
4 제3화 -입문(상)-스파이 +1 20.01.02 216 4 7쪽
3 제2화 -입문(상)-외눈박이 소년 +3 20.01.01 299 3 9쪽
2 제1화 -입문(상)-새로운 삶 +1 19.12.26 468 6 8쪽
1 프롤로그 +7 19.12.26 920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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