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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의 역대급 낙하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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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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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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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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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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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제50화 예상치 못했던 한일전

DUMMY

“Long time no see, Erik.(오랜만이야, 에릭.)”

“How are you feeling? Bro. Are you okay?(몸은 좀 어때? 괜찮아?)”

“Yup, much better now.(응, 훨씬 나아졌어.)”


롤스라이스 팬텀을 타고 쿠알라룸푸르 호텔로 돌아왔을 때, 얼굴이 핼쑥해진 아미르를 만날 수 있었다.

아미르는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다가 과로로 인해 심한 몸살로 몸져누웠었다.

장재성에게 전화를 건 다음 날, 병원에 입원했다가 어제서야 퇴원했다.


“How was your business trip to Perlis?(프를리스 출장은 어땠어?)”

“Mati, lah. It was so far away.(힘들어서 죽을 뻔했어. 엄청 멀더라고.)”


아미르는 안면이 있는 준성에게도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


“Nice to meet you too, Jean-Pierre.(반가워, 장 피에르)”

“I hope you get well soon.(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아미르는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살이 쪽 빠져있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서 그랬다.

자신이 그동안 너무나도 하고 싶었고 또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니까 생명력을 불태울 정도로 몰입하는 것 같았다.


장재성도 그런 문제점을 발견하고, 아미르에게 장거리 종목인 마라톤 이야기를 꺼내며 페이스 조절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도 험했다.

100미터를 달리듯 혼자 뛰어나간다면 절대 결승점까지는 들어올 수가 없다.


“The postgraduate students in our lab also work hard. I need to change my mind according to your advice.(우리 연구실의 대학원생들도 고생하고 있지. 너의 조언대로 생각을 바꿔봐야겠어.)”


아미르도 똑똑한 사람이라 장재성의 충고를 바로 받아들였다.

그나저나 이 나라도 대학원생들이 고생하는 건 매한가지라는 게 안타까웠다.


과도한 열정을 가진 리더가 무리하게 달려 나가면, 밑에 직원들은 갈려 나갈 수밖에 없다.

반면교사.

아미르의 폭주에서 리더로서 조심해야 할 부분을 배웠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라유 대학의 대학원생들을 위해 짧은 기도를 올렸다.


‘삼가 대학원생들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라. 대학원생들아.


* * *


페도루아의 본사 오피스와 공장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북쪽으로 40km 정도 떨어져 있는 라왕(Rawang)이라는 지역에 있었다.


“제법 규모가 있네요.”

“아무리 마이너한 회사라도 완성차 회사라면 규모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약 3만 개의 부품이 조립되어 하나의 차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공장을 짓고 생산 라인을 깔다 보면 꽤 넓은 면적의 생산 기지가 만들어진다.


“경쟁사 차를 렌트한 게 조금 미안해지네요.”

“적을 알아야 싸움을 할 수 있는 거잖아. 당장 D세그먼트는 프로툰이 앞서가고 있으니까 분석해야 하는 게 맞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 어떤 차든 직접 타봐야 장단점이 보이고 대응책이나 개선점을 파악할 수 있다.


준성은 차를 몰아 정문으로 향했다.


“We're here for a meeting with your CEO at 2:30.(두 시 반에 CEO 미팅이 있어서 왔습니다.)”

“Are you from Hyundo Motors Korea?(한국 현도자동차에서 오셨습니까?)”

“Yes, we are.(네, 맞습니다.)”

“Go straight and you will reach the main office building.(이쪽으로 쭉 들어가서 본관 앞까지 가시면 됩니다.)”

“Terima kasih.(감사합니다.)”

“Sama sama(별말씀을요.)”


준성이 본관 건물 앞까지 차를 몰고 들어가자, 커다란 돔이 설치된 현관 앞에 두 사람이 나와있었다.


“Welcome to Pedorua.(페도루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총괄 매니저 압둘이 준성과 재성을 건물 안으로 에스코트했고, 옆에 있던 직원 하나가 발렛 파킹을 도와줬다.

압둘은 간단히 인사를 하고 바로 회의실로 준성과 재성을 안내해줬다.


“How do you do? Nice to meet you.(처음 뵙겠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페도루아의 CEO인 자이날 빈 이브라힘(Zainal bin Ibrahim)부터 부 CEO 파크룰 빈 나임(Fakhrul bin Naim), 일본인인 타쿠마 야나기(Takuma Yanagi) 전무 세 사람이 키맨인 것 같았다.

이 세 사람만 장재성과 준성의 맞은편에 앉았고, 열댓 명이 넘는 나머지 인원들은 회의실 양쪽 편에 나눠서 앉아있었다.


많은 인원에게 둘러싸여서 그런지 은근한 중압감이 느껴졌다.

토종 말레이인들은 동북 아시아인들보다 피부색이 까무잡잡해서 그런지, 동시에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수십 개의 눈동자가 더욱 빛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달랑 둘이 이 모두를 상대해야만 하는 상황.

처음부터 무형의 기세에 눌리면 안 되는데...


“Erik, I heard you're my friend Razak's son. Is that right?(에릭, 당신이 내 친구 라작의 아들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CEO 자이날이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던졌다.


“Yes, that’s right. In Korea, we call our father’s friend ‘uncle’. Can I call you ‘uncle’?(네, 맞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버지의 친구를 삼촌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삼촌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Hahaha, then you are my nephew?(하하하, 그러면 당신이 내 조카가 되는 겁니까?)”

“Yes, uncle.(네, 삼촌.)”


순식간에 가족을 늘려버린 장재성의 삼촌 드립 덕분에 다들 웃으며 미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페트로마스 CEO는 아버지로 만들고 페도루아의 CEO는 삼촌으로 삼는 방법.

이게 바로 장재성 스타일의 가족 경영이었다.


* * *


“Do you have any questions?(질문 있으십니까?)”


준성은 출장을 오기 전에, 독일 쪽에서 급하게 공유받은 y40 소개자료를 가지고 프리젠테이션을 마쳤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말레이시아에서는 영국 영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만든 자료를 영어로 번역한 버전보다 영국 영어로 작성된 유럽 버전의 자료가 더 잘 맞았다.

하다못해 타이어도 ‘tire’가 아닌 ‘tyre’로 표기되어 있어야 이들 눈에는 자연스럽고 편하게 보인다.


“Ano... Jang sama.(저기... 장 선생님.)”


유일한 일본인인 타쿠마 전무가 손을 들었다.


“Pedorua is closely related to Daimitsu of Japan. Our Daimitsu is a subsidiary of Tayota and I can bring Tayota's Camry right now. Why should we choose y40 instead of Camry?(페도루아는 일본의 다이미츠와 밀접한 관계입니다. 우리 다이미츠는 타요타의 자회사고,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타요타의 캠리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캠리 대신 y40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타쿠마 전무의 말투와 표정은 나긋나긋 부드러웠지만, 질문 내용엔 노골적인 불만이 배어있었다.

다이미츠는 페도루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래서 타쿠마 전무 같은 일본인이 페도루아의 본사에 자리를 파고 근무하고 있는 거였다.

양사의 업무를 조율하는 연락관이자 감시역. 그게 저 양반의 롤이었다.

타쿠마 전무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영역 침범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일단은 살살 달래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I also know very well that Daimitsu is a company that makes compact cars well.(저도 다이미츠가 소형차를 잘 만드는 회사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타무마 전무는 ‘당연하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But the D segment is not Daimitsu's specialty. Am I right?(하지만 D 세그먼트는 다이미츠의 전문 분야가 아닙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Yes, right.(네, 맞습니다.)”

“And the Camry doesn't have a diesel line-up.(그리고 캠리에는 디젤 라인업이 없죠.)”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기술에는 강점을 보였지만, 자체적으로 디젤 엔진을 개발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반면 싱가포르에 투입된 y40 택시들은 모두 디젤엔진이 탑재된 모델이었다.


“Diesel passenger saloon is completely European style. y40 is also popular in the UK and Europe.(디젤 승용 세단은 완전히 유럽 스타일입니다. y40는 영국과 유럽에서도 인기가 있는 모델이구요.)”


일본이 하이브리드를 밀고 있다면, 유럽 브랜드들은 디젤 차량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

디젤은 가솔린 대비 장단점이 있었다.

가장 큰 특징은 2,000 RPM 근처에서 최대 토크가 터져 나온다는 것. 그리고 그 토크 밴드가 플랫하게 유지되는 성향이 있었다.

고 RPM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가솔린 엔진은 세게 밟아야 그 힘과 성능을 뽑아낼 수 있지만, 디젤 엔진은 저 RPM 실용 영역에서 훨씬 힘 있는 운전이 가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 배기량 가솔린 엔진보다 연비 면에서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Diesel engines are not preferred in Japan because they emit more pollutants than gasoline engines.(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더 많은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선호하지 않고 있습니다.)”


타쿠마 전무의 말대로 디젤 엔진은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등 각종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한일전이 벌어지자 준성도 오기가 발동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저놈을 꺾어야만 했다.


“That’s why we’re reducing pollutants with technologies like DPF, EGR, and SCR.(그래서 디젤 미립자 필터,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선택적 환원 촉매장치 같은 기술로 오염 물질을 줄이고 있습니다.)”


유럽에는 흔히 유로4, 유로5 이런 식으로 불리는 유럽 배출가스 기준(European Emission Standards)이 있었고, 디젤 엔진 자동차를 만드는 모든 제조사들은 이 기준에 맞춰서 차를 개발하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시기별로 기준 상향을 예고하고 있었고, 제조사들은 그 기준을 충족하는 엔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계속 기술이 발전하는 중이었다.


“And the important thing is that Malaysia is a different country from Japan and has its own standards. Do not think by Japanese standards.(그리고 중요한 점은 말레이시아는 일본과 다른 나라이고, 자체적인 기준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기준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멘트로 일본 아저씨의 입을 막아버렸다.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던 타쿠마 전무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굳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결과를 까봐야 알겠지만, 준성의 판정승이 예상되는 분위기였다.


* * *


“우리 준성이 고생했다. KL로 돌아가는 건 형이 운전할게.”

“아니, 제가 하겠습니다.”

“야, 나도 운전 좀 해보자. 그러려고 국제 운전면허증까지 발급해서 온 건데.”


장재성은 준성을 밀어내고 본인이 운전석에 올라탔고, 준성은 하는 수 없이 옆자리에 앉았다.


“일본 아저씨가 계속 태클 걸길래 끼어들어서 한바탕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거든. 근데 준성이가 알아서 처리하더만. 이제 전무급은 가뿐하게 제압하네?”

“그냥 팩트 베이스로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요.”


장재성이 칭찬을 해주는데 내심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확실히 성장한 것 같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장진수는 실무에 파묻혀 살던 일개 대리급 직원에 불과했었는데...

연말의 장준성은 상대방 회사의 CEO와 고위급 임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세일즈를 펼치는 정예 요원이 되어 있었다.


페도루아는 결국 현도의 y40 살룬을 가지고 D세그먼트 세단을 만들기로 했다.

CKD 형태로 주요 부품을 보내서 현지에서 조립하고, 외관 디자인은 현지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살짝 변경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단은 내년 초에 MOU를 맺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본 계약을 하는 순서로 일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남은 건 의성이 형님과 주요 실무부서에 넘겨버리자고.”

“넵.”


양국 실무진들이 조율해야 할 세부적인 사항이 정말 많았다.

그런 일에선 과감히 손을 떼고 EV 본부의 본업에 집중하자는 이야기였다.


“귀국하면 부회장실 보고하러 갈 때 같이 들어가자. 좋은 소식은 직접 알려야지.”

“네, 알겠습니다.”

“일도 잘했는데, 그냥 부장 달아보는 건 어때?”


거 사람을 얼마나 더 부려 먹으려고, 자꾸 높은 계급을 달아주려 하시나.


“됐습니다.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싫습니다.”

“어허, 명령이면?”

“명령 불복종하렵니다.”

“징계받을래?”

“그래 버리죠. 뭐.”

“야, 그런 게 어딨어?”

“여기 있습니다.”


장재성은 쿠알라룸푸르까지 돌아가는 내내, 준성을 설득했지만, 결국 준성이 이겼다.


오늘만 2승을 챙겼네.

시원하게 맥주나 한잔하고 자야겠다.

제50화 삽화_3r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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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제51화 장준성 차장과 해외영업본부장 NEW +3 1시간 전 276 20 14쪽
» 제50화 예상치 못했던 한일전 +13 24.09.19 1,320 64 14쪽
50 제49화 돌로마이트 광산 +9 24.09.18 1,548 62 13쪽
49 제48화 기회는 영웅을 만든다 +7 24.09.17 1,780 68 13쪽
48 제47화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14 24.09.16 1,917 90 14쪽
47 제46화 (가짜) 재벌 3세 장준성 +18 24.09.15 2,040 91 13쪽
46 제45화 천종산삼 +15 24.09.14 2,177 90 14쪽
45 제44화 영화 같은 하루 +14 24.09.13 2,276 85 13쪽
44 제43화 음악회, 알리바이 그리고 거짓말 +11 24.09.12 2,374 105 14쪽
43 제42화 미션 임파서블 +12 24.09.11 2,393 102 14쪽
42 제41화 가짜를 진짜로, 진짜를 가짜로 +11 24.09.10 2,599 102 14쪽
41 제40화 잘 만든 차가 맞습니까? +14 24.09.09 2,714 94 14쪽
40 제39화 장진수를 부르는 목소리 +12 24.09.08 2,822 120 12쪽
39 제38화 신설, 전기자동차 본부 +9 24.09.07 2,826 116 13쪽
38 제37화 이중 스파이 +16 24.09.06 2,947 138 14쪽
37 제36화 임기응가 +14 24.09.05 3,076 132 15쪽
36 제35화 스케일이 커졌다 +15 24.09.04 3,220 136 16쪽
35 제34화 든든한 공범 +11 24.09.03 3,288 127 12쪽
34 제33화 예상 밖의 대답 +11 24.09.02 3,355 128 12쪽
33 제32화 자동차대여사업 +12 24.09.01 3,382 109 13쪽
32 제31화 재벌가의 사모님 +12 24.08.31 3,556 116 15쪽
31 제30화 혼돈의 카오스 +9 24.08.30 3,563 112 12쪽
30 제29화 언니는 적이다 +11 24.08.29 3,573 115 14쪽
29 제28화 VIP를 위한 시승 +8 24.08.28 3,620 112 14쪽
28 제27화 꼭 가고 싶습니다 +9 24.08.27 3,783 120 13쪽
27 제26화 히든 카드 +8 24.08.26 3,885 117 15쪽
26 제25화 품절남 +10 24.08.25 4,133 125 14쪽
25 제24화 갑질 아닌 갑질 +11 24.08.24 4,141 131 13쪽
24 제23화 늘어나는 거짓말 +13 24.08.23 4,143 12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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