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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가 살아있다면 희망은 있어

아넨티어 2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햄스터살려
작품등록일 :
2016.12.28 23:10
최근연재일 :
2021.01.1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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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3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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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아티하 2

2부의 주인공은 1부의 주인공들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DUMMY

잠시 미래의 프롤로그



불길한 소음이 다시 들려왔다. 아티하는 그리고 주변에 있던 살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외쳤다. 오늘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아니 정확히 다섯 번이지만 그 한번마다 그들은 죽을 맛이었다. 아니 학살당하고 있었다.


"험블!!!"

"피해!"


푸른 창공에서 검은 물체가 엄청난 속도로 떨어졌다. 충격파는 그리 크지 않았다. 작은 운석이 떨어진 그 정도라 전혀 공포스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낙하한 순간 투명에 가까운 검은 기파가 일렁였고 이어서 폭발한다.


그것은 뭐랄까, 세상의 악을 이미지로 만든다면 그렇게 생길 것만 같은 검은색 먼지였다. 마치 지옥의 불길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그 먼지구름은 사방으로 뛰쳐나갔다. 아티하는 착탄 직전까지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착탄 지점이 확인된 순간 엄청난 속도로 반대방향으로 튀어나갔다. 그 속도는 이미 인간의 영역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치타라고 하더라도 순간적으로 이 정도 가속도를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최고속도는 인간은 커녕 동물의 영역도 벗어났다. 하지만 그게 고작이었다. 그는 쫓아오는, 안개가 되어버린 그 무언가를 간신히 피해내고서야 뒤를 돌아보았다.


검은 먼지가 달라붙은 모든 것은 빠르게 파멸하기 시작했다. 지면은 바스라지고 생기를 잃어 허여멀건 먼지로 화하여 가라앉았다. 커다란 바윗돌도, 거목도 전부 가루가 되었다. 잎사귀 역시 떨어질 틈도 없이 구름과 안개에 먹혀 사라진다.


"지독한 붕진파!"

"아직 살아있었네."

"너보단 오래 살 거거든!"


아티하는 마라일의 분노를 한 귀로 흘려듣고 단검을 움켜쥐었다. 솔직히 지금 무기가 중요한 건 아니다. 저 빌어먹을 붕진파는 막아낼 수 없었다. 저걸 단지 차단하거나 상쇄하기 위해서도 영혼력이 담긴 고출력의 아티하급 마검격이 필요하다. 만물을 죽이는 살기는 어떤가 시도해보았지만 그러다가 단검과 같이 팔이 날아갈 뻔 했을 뿐이다. 용살검이라도 있다면 막대한 마력압으로 끊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잘하면 살기로도 어떻게 될 것 같은데 기회가 안 오네.”

“역사적으로도 몇 살성들이 붕진파를 휘두르는 상대를 암살한 전적은 있지만, 붕진파 자체와 전투를 벌였다는 기록은 없어.”

“그럼 내가 역사가 되는거지 뭐. 그리고 옛날의 그 양반들 역시 무언가 해답을 찾아냈을 거야. 기록되기 싫어하는 부류니까 역사에 남지 않았겠지.”

“살문은 정보조직이야. 기록에 부실할 리가 없잖아?”

“아가씨는 아직도 순진하시군요. 살문의 기록은 객관적인만큼 빠진 부분이 많다는 사실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쳇 아티하는 역시 사상이 불온해.”


마라일, 이라 불린 소녀의 모습이 슬쩍 드러났다. 붕진파가 일으킨 폭풍이 가라앉자 두건 아래로 반짝이는 눈과 모래빛 머리칼이 찰랑였다. 이런 사막에서 살수복을 입고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 미모다. 더구나 고양이처럼 늘씬하고 탄력 있는 몸매는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다. 누가 눈을 뗄 수 없는 지는 잘 모르겠다. 정작 바로 옆에 엎드려 있는 아티하는 시선도 주지 않고 있다.


“일단은 우리도 기록처럼 ‘붕진파를 휘두르는 상대’를 암살하는 게 현실적이겠네.”

“역시 그렇지 응응.”

“그래도 저 무기는 너무 사기다.”

“...”


‘험블’이란 창은 겉보기에도 보통 사람은 들지도 못할 만큼 무겁고 불길해보이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어딘가의 종유석 동굴에서 떼어서 거칠게 깎아 만든 것처럼 생긴 그것은 끊임없이 검은 기운을 불길처럼 머금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이 무기의 이름을 아는 것은 순전히 저것이 ‘제국 무기 백과사전’의 ‘전뢰검의 파편’장에 삽화와 더불어 실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티하는 그 조상이 저 백과사전의 초판 편찬에 큰 공로가 있었으므로, 마라일의 경우는 어릴 때부터 집안에 굴러다니던 것이 그런 책들 뿐이었으므로 자연스레 많이 접하게 되었다.


“네가 잠시 눈길을 끌어주면 안될까? 딱 5초면 뒤에서 목에 단검을 박아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마라일은 좀 창백한 표정으로 거절했다.


“네 실력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닌데, 내가 이 작전에서는 별로 주효하지 못할 것 같아. 1인분 하기 직전에 그냥 죽을 것 같은데.”

“내가 기억해줄게. 남은 시신도 잘 수습해서 본단에 가져갈 테니까. 너희 할아버지도 너를 좋게 봐주실 거야.”

“죽으면 뭔 소용이야! 난 살아남아서 문주가 될 거라구.”


험악한 상황이지만 둘은 그래도 여유가 있어보였다. 아티하쪽은 저 험블을 다루는 자의 실력이 아직 완숙함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라일은 아티하를 만능해결사로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래 둘은 평소에도 농담으로 엮인 사이다.


“일단 다음 탄착 직후, 창을 회수하러 오기까지의 짧은 시간이야. 붕진파가 퍼져나갈 때 까지는 놈도 접근할 수 없으니까.”

“좋아. 네가 2합 안에 승부를 보지 못한다면 암기로 퇴각 원호 정도는 해줄게.”

“아마 의미 없을 걸.”


그 전에 자신이 죽을 거란 이야기인지, 자신이 실패할 리 없다는 의지의 표현인지 아리달송(?)하다. 다음 순간 아티하는 곁을 스쳐지나가는 동료 살수에게 눈을 돌리고 곧장 튀어나가 창을 정면으로 막았다. 교차한 단검 사이로 빗겨가는 창날이 검붉은 불꽃을 튀기며 머리카락을 스쳤다.


“마라일 튀어!”

“아티하!”


그러면서도 마라일은 착실하게 ‘사라졌다.’ 애초에 험블에게 쫒기던 살수는 얼마 못가 뜯겨진 왼팔로부터 검은 먼지에 잠식되어 먼지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고도 남은 먼지는 공기와 바닥의 모래를 붕괴시키고 스러져갔다.

다시 창이 찔러들어왔다. 창수는 아티하 또래의 젊은이다. 사막에서 모래바람을 막는 푸른색 옷을 입은 그는 온통 근육질에 호남형이긴 했지만 빈말로도 잘생겼다는 느낌은 아니다. 첫 인상부터 대단히 마초스럽다.

단검은 검붉은 기운을 가득 담고 어떻게든 다시 창을 흘려보낸다. 아까 스쳐갔던 머리카락이 한 움큼 사라졌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여태껏 탈모를 걱정해본 적 없는 그였지만, 괜히 이런 급박한 순간에 그런 걱정이 드는 건 전 세계에서의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쪽에서는 젊은 애들끼리도 서로 미래에 탈모가 될 거라면서 농담 아닌 농담을 하고, 스트레스에 몰려서 젊은 나이에 원형탈모를 겪는 남녀가 많은 세상이었다.

험블의 공격은 찌르기 일변도, 차라리 베는 것보다 나을지도 몰랐다. 이쪽은 가능한 ‘붕진파’가 터져 나올 만큼의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크게 베는 간격이나 시간을 줬다간 감당 못할 일격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뭐 그때는 또 그때의 방법이 있지만 실력을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살수 주제에 검술 실력이 제법인걸!”

“너야말로 어린 놈이 험블을 장악하다니 신기한데?”


첫 일합은 험블의 소유자가 창의 파괴력을 아직 끌어올리지 않았을 때, 즉 ‘붕진파’가 덜 충전되었을 때 순간적으로 기습당해서 가볍게 내지른 공격이다. 이후의 공격 하나에도 사람 하나는 충분히 분해할만한 위력이 담겨있었지만 살기 담긴 단검도 만만하진 않았다. 붕진파가 밀려올 때 단검으로 가르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무기에 검기처럼 맺힌 붕진파의 이념 자체를 일시적으로 죽이면서 중간지점을 만들어 무기대 무기, 전투의 정석으로 몰고 오는 것에는 성공했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전혀, 두렵지 않다. 하지만 죽는 것은 끔찍하게 싫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때 소중했던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음도 어쩐지 시들해져버렸다. 죽어도 상관없지만 죽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이 모순. 거기서 아티하는 지금까지 수많은 시련을 극복했고 사지에서 살아 돌아왔다.

애초에 살수가 – 물론 지금 들고 있는 것 역시 ‘아캄쉬르티’ 즉 특급살수 서임을 받을 때 필요한 제국 인가의 이름 있는 단검이지만 – 별다른 아티팩트나 마법 무구도 없이 ‘재앙’이나 마찬가지인 마창과 근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상궤에 어긋난다. 하지만 아티하에게 있어서 남들과 똑같이 피하고 싶은 일이긴 해도 꼭 그래야 하는 일도 아니었다.

죽음 직전까지 자신의 한계를 끌어낸다는 것 하나로 자신을 살려왔다. 애초에 자신의 마음 역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여전히 두 사람이 그립고 자신의 멍청함에 환멸하고 자신의 욕심과 두려움이 지겹다. 한편으로 언제나 ‘착한 유하’가 있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다른 인격 따위가 아니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상황에 처해있을 땐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가 가슴 깊이 밀려든다. 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긴 고민과 딴 생각은 가끔은 도움이 되지만 별로 유익하진 않다는 게 정론이다.

어쩌면 모순이 서로를 인정할 때, 그러니까 우위가 결정될 때 모든 것이 정리될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사실 답은 알고 있다. 하지만 최상의 결과를 꿈꾸는 것 역시 멈출 수 없었다.


창속과 검속이 점차 빨라졌다. 그 와중에 암기가 날아와 험블의 소유자를 노렸다. 그는 한 보 물러나는 것으로 암기를 쳐낼 공간을 확보하면서 달라붙지 않은 아티하를 노려보았다. 탁한 청안은 발광한다. 이쪽의 새빨갛게 물든 동공이 마주친 건 아주 잠시뿐. 험블이 곧 멀리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마라일을 똑바로 겨누었다. 아티하는 결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귓밥봐라!”

“에?”


대량의 살기가 단검에 뭉쳐들었다. 아주 잠시 고민했지만 그는 적을 확실하게 참하는 것보단 ‘친구’를 확실하게 구하는 길을 선택했다. 애초에 ‘필살’할 수 있을지 확신도 서지 않았다. 놈이 발끈러쉬를 한다고 해도 자신을 완전히 시야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하수는 아니었으니까. 창의 궤적으로 오히려 몸을 옮긴 후 상대방의 증오에 그대로 맞선다. 단검은 완전히 혈광으로 물들었을 뿐만 아니라 극살에 의한 ‘절대단절’을 칼날에 도열시켰다. 험블 소유자는 아티하까지 꿰뚫어버릴 생각인지 별다른 자세의 변환도 없이 창을 내던졌다. 붕진파의 충전도 충분하고 부족한 건 약간의 기세 뿐이지만 아티하는 정면을 벗어나지 않았다. 단검 두 자루가 창을 사이에 두고 평행으로 달린다.

창이 갑자기 멈추고 곧바로 붕진파가 터져나온다. 발각된 것을 알아차린 마라일은 이미 도망을 시작했고, 거의 영거리에서 직면한 두 사람은 각자의 방편을 취했다. 소유자는 달려들어 험블을 순식간에 다시 장악했고, 그 순간 사이에 폭발에 휩싸인 것 같던 아티하는 단검의 여력으로 붕진파까지 베어버리는 데 성공하며 뒤로 물러섰다.

다만...머리카락은 전부 날려버렸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이 떠뜨린 ‘눈 없는’ 붕진파에 노출되었단 소유자는 그래도 멀쩡해보였는데, 아티하의 민머리를 보면서도 결코 웃지 못했다. 청색 탁안이 깜박이는 것이 내상은 큰 모양이다.

애초에 아티하가 베어냈던 것은 ‘험블’의 추진력 그 자체로 창이 나아가며 마주치는 ‘공기와의 마찰력’을 토대로 ‘추진력’이란 개념을 베어버린 것이다. 개념을 베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개념을 ‘구체화’할 만한 반대력이나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아티하로선 ‘마찰력’을 개념화하여 극대화할수 있는 마법적인 능력은 없으므로, 마찰력에 부딪히는 그 무언가를 상정하고 그것을 벴다. 애초에 붕진파가 폭탄화한 상태의 험블을 놈의 0거리에서 멈춰서 직격시킬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장악력이 좋은 것 같아서 더 이상의 성과를 바라는 건 욕심처럼 보였다. 마라일의 원호는 사실 기대했었지만 예상 외라서 전략을 수정하는 데에는 애매한 시간이 걸렸다.


가만히 서로 대치하는 붕진파 소유자와 아티하를 중심으로 피해있던 살수들이 몰려왔다. 이정도 전력이면 기세가 꺽인 험블로서는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는 심산인지, 그가 거리를 벌리고 곧 멀어져갔다.


“추적할까요?”

“아니, 놈이 아무 말도 없잖아. 싸구려 악당이 아닌게야. 우리 갈 길을 가는 걸로 한다.”


소속분대의 부분대장과 분대장이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아티하에게 별개의 칭찬이나 공치사는 없었지만 다들 고마워하는 눈빛이다. 마라일은 한숨을 쉬며 은근슬쩍 아티하에게 몸을 붙여왔다. 물론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떼어내며 말한다.


“사람 하나 죽이는 게 참 어렵네. 험블이니 리블렌이니 막 달라붙고 그 여자는 뭐하는 여자야?”

“확실한 건 나보다 매력적이진 않을 거란 사실이지.”

“에휴 멀쩡한 대답을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아티하앙~”


아티하는 서둘러 대열 앞으로 갔다. 일행은 시체조차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한 나절이나 늦춰진 걸음을 서둘렀다. 살문 소속 특급 살수 ‘아캄쉬르티 아티하’는 사막에서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동료들과 움직이고 있었다. 시흐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임무였지만 이 사건이 그를 다시 가족에게로 이끌 것이라고는 지금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작가의말

다음부터는 다시 가출을 시도하는 ‘신유하’의 본편으로 넘어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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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티하 10 20.11.16 29 0 28쪽
9 아티하 9 20.11.02 24 0 38쪽
8 아티하 8 20.10.23 37 0 51쪽
7 아티하 7 20.10.14 26 0 27쪽
6 아티하 6 20.09.21 64 0 23쪽
5 아티하 5 20.08.16 31 0 19쪽
4 아티하 4 17.01.09 194 0 8쪽
3 아티하 3 16.12.31 120 0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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