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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가 살아있다면 희망은 있어

아넨티어 2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햄스터살려
작품등록일 :
2016.12.28 23:10
최근연재일 :
2021.01.19 02:0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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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43

작성
16.12.2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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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티하 1

2부의 주인공은 1부의 주인공들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DUMMY

가출사진


두 사람이 유하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것은 이곳에 온 후 두세달이나 지난 다음이었다. 사실 그것도 매우 빨리 알아차린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쪽과 저쪽을 오가는 소식은 매우 적었고 그나마도 제대로 전해지는 경우가 드물었다. 특히나 소윤과 흑화는 이번에는 아예 이곳에서 눌러 살기위해 왔기 때문에 당분간 저쪽 소식에 귀기울일 상황이 아니었다. 블레어 세렌티아 공작이 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소윤은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신진 세력들을 이끌고 그의 조력을 힘입어 군 편제부터 행정 체계까지 그동안 썩어있던 모든 것을 뜯어고치고 있었다. 사실 제일 썩은 건 사람이었지만...

흑화라고 한가했을까. 아넨트리아에서의 일도 많았고, 이것들이 어느정도 마무리되었을 때 임할 제국 전체에서의 일도 준비해야 했다. 그녀는 ‘이슈타리엔’으로서 아넨트리아에서의 자기 위치를 인지하고, 확립하고, 소윤과 세렌티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그 영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라이나체 공작과 카엔스티어 백작과의 교섭, 친목도 그 중 하나였다. 전에 봐두었던 라이나체 공작 영애 이젤 아브릴린은 썩 마음에 드는 아이였고, 실제로도 귀여운 친구였다. 카엔스티어의 마고 뤼앙트는 이미 머리가 커버렸지만 이슈타리엔의 친화력과 강함에는 분명한 호의를 보이고 따랐다.

그러는 한편 전의 여행에서 사귀었던 제국 각지의 지인들과 연락하는 한편, 예비하고 있는 이번 여행에서는 어떻게든 아넨트리아를 독립국가로 인정받고, 제국과 제대로 된 외교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밑준비에 열심이었다. 소윤은 자기 일만 해도 바빴지만 이런 일 역시 그녀 혼자 하도록 방치할 수만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 그렇게 두 사람이 너무 바쁜 와중에 그들이 놓아두고 온 유하의 일은 그렇게 흘러가버린 것이다.


사실 신유하도 처음엔 그렇게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이 없었다. 두 사람과 가족처럼 지낸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두 사람이 그를 두고 떠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못해서 상처받은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신뢰관계는 굳건하기만 했다. 그녀는 그의 주군이었고 소윤은 주군의 지아비와 다름없는 존재이며 동시에 자신에게 ‘검’과 ‘인성’ 양면에 있어서 존경할만한 거의 유일한 형님이었다. 무엇보다 아름과 생사결을 낼 뻔한 그 일을 자신의 목숨을 걸고 풀어준 일은 살아가는 내내 기억할 일이다.

그런 은혜와 관계, 신뢰가 있고 더구나 검도에 있어서는 자신은 물론 사라진 아버지조차 그 깊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절대 고수가 주군의 아버지로서 주변에 있었다. 검이 본질 자체인 아티하에게 검에 대해서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이미 생활의 필수 요소였고, 자기 긍정의 요체나 마찬가지였다. 학교 다니는 것도 그만두고, 언제가 되어야 두 사람이 자신을 부를까 싶어서 검술 수련에만 매진하는 그였다. 자신의 기억으로 두 사람을 도와준 것처럼 지금 당장 그들의 곁에 있고 싶지만, 주공이 그렇다면 그런거였다. 자신은 아직 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좀 더 열심히 준비했다.


두 사람이 아넨 공주와 가버린지 한달 째 되는 날이었다. 그는 외롭기는 했지만 검도 도장에서 배우고 가르치고 하는 와중에 만나는 사람이 꽤 있기에 아주 몰려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음은 무겁다. 자신이 지금 제일 어려운 시기에 있는 두 사람과 같이 있지 못하다는 것은 한달이 지난 지금도 마음이 쓰이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제 겨우 그러한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것을 막게 되었고, 자신은 사실 얼마나 약한 인간인가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아름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소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찾아가지 않던 사물함의 물건들을 대신 받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유하가 가지 않았다는 소식에 별로 보고싶은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물건들을 버리기도 그래서 그를 보러 온 것이다. 카페에서 30분 이상 빨리 나와서 물만 앞에 두고 기다리던 유하를 향해 그다지 무겁지 않은 짐을 내려놓은 아름은 역시 아무런 음료도 시키지 않고 그의 반대편에 앉았다. 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눈치를 주었지만 그녀 역시 그런데 아무런 부담도 가지지 않는 강철 멘탈을 지녔다. 사실 이런데서 보자고 한 것도 유하가 자신의 집 근처에 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정말 무거웠어. 고마우면 음료라도 사지 그래?”

“소윤 형님이 당신을 도와준 것을 셀 수는 있으십니까? 오히려 집안 공간을 차지하던 물건을 처분하게 되었으니 저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네가 진즉에 학교에 와서 가져갔으면 되었잖아. 소윤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는 완전 별개라고. 나는 지금 내가 이것을 우리집에서 여기까지 가지고 온 수고에 대한 감사의 비용을 이야기하는거야.”

“이걸 어쩌나 지갑을 두고와서 말이죠.”

“...하아 진짜 최악이다 너. 그래서 뭐 마시고 싶은데?”


아름은 웬일로 호의를 보였다. 유하는 별로 마시고 싶은 생각도 없으면서 가장 비싼 걸 골랐다. 아름은 별 불평 없이 곧 음료 두잔을 가지고 왔다. 참고로 유하의 것은 크림을 잔뜩 올린 캐러멜 마끼아또고, 아름은 홍차 라떼다.


“하하 잘 마실게요.”


유하는 아름을 여전히 혐오하지만, 생리적으로 거부하고 있지만 그래도 외모만을 보면 귀여운 소녀라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눈 감으면(?) 괜찮은 비쥬얼이라고 생각해서 이번만큼은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해주기로 했다. 아 이 무슨 벌써부터 글러먹은.


“그래. 내가 정말 고마워서 사주는 거라고 착각하면 안돼. 네게 할 이야기가 있어.”

“뭐죠? 들어는 드릴게.”

“...”


아름은 자신이 무겁게 들고 온 짐꾸러미에서 (고전적으로 보자기에 싸여있었는데, 그 보자기조차 어딘가의 명절 선물등을 포장하는 나일론 싸구려가 아니라 색감이 이쁘게(?) 자수되어 있는 면보자기이다) 편지 하나를 꺼냈다. 에넬라넨이 과거 소윤에게 주었던 바로 그것이다. 물론 내용은 아름이 읽을 것 조차 없었다. 유하는 그녀가 잘 보이도록 펴준 면을 읽고 또 읽었으나 믿기 어려웠다. 아름은 재미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다가 이야기해주었다.


“알았어? 너 따위는 필요가 없다는 거야. 화에게는 소윤이만 있으면 되는거야. 그도 그럴게 ‘검성’의 인자야? 그 아넨공주가 소윤이에게 끌렸던 것도 다 이유가 있는거라고. 그 낫들고 설치는 무서운 아줌마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걸 썼던간에 틀림없는 사실이지.”


그 뒤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유하는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고, 정신을 차려보니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멍청하게 졸고 있었다. 소윤의 물건은 가지고 왔다. 그 편지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왔다. 그는 다른 내용물은 전부 소윤이 쓰던 방에 두고 편지만 꺼내서 다시 읽어보았다. 이제 내용이 이해가 되었다. 아찔했다.


--

아마 네 곁에 있는 조그만 아가씨는 잘 모를거야. 왜 자신의 운명에 네가 깊숙이 관여했는지, 왜 네가 지금 그 아가씨 곁에 있는지조차 말이야.

‘검성’이라고 알아? 검의 길을 따라가는 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재능’이지. 내가 널 보았을 때 너는 그것을 가질 자격이 있었어. 그래서 일깨워준 거야. 나는 네가 맘에 들었거든. 아 물론 남자로써의 매력을 말하는 건 아니야. 이 누나는 어디까지나 유부녀란다.

그나저나 그거 알아? 네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그 아티하 꼬마놈의 아버지는 누구인지, 그리고 네 할아버지와는 무슨 인연이었는지 모르지? 오늘 약속했던 장소로 날 만나러 오면 전부 가르쳐줄게. 그 꼬마놈이 필요없다는 것도, 내가 마음엔 들지 않지만 그 조그만 아가씨 편이라는 것도 전부.

어때 관심있어?

--


나머지 편지의 내용은 훼손되어 잘 알 수 없었다. 아티하로서는 이 편지로 모든 것을 알 순 없었다. 그러나 아티하의 기억이 웽웽대며 자신의 아버지의 기억의 일부를, 편린을 일깨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맥락을 벗어난 장면들이 여럿 지나가고, 그것도 잠시뿐이다. 기억을 열어도 단서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은, 그 기억 열기를 능동적으로 할 수 없는 지금에서는 가장 절망적인 일이다. 어쨌든 알 수 있는 것은 소윤의 할아버지가 무언가 직간접적으로 이슈타리엔의 역사와 잇닿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에넬라넨이 그것을 안다는 것은, 그 사건이 무엇이건 프란텔과 아넨트리아 양쪽에 모두 중요할 만큼의 파급력과 인지도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대체 그것이 무엇일까? 그는 아버지에 대해 떠올려보았지만, 살아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이지 않은 지 수년이나 되었다.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 후로는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채워가기 시작했다. 아티하의 숨은 그리고 정통의 유일한 아들로써 갖는 자부심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마찬가지로 키워온 불신, 증오로 인하여 점점 왜곡되어졌다. 자신의 검술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애초에 이슈타리엔은 왜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것이며, 자신은 왜 어머니도 없이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 혼자 남겨진 것일까? 나는 정말로 소윤이란 사람 때문에 필요없어진 것인가. 두 사람은 잘 지내고 있을까. 나는 대체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러는 와중에 검도는 진보를 멈추었고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대상없는 증오와 원망은 커져만 갔다. 그런 불안한 심리상태에 결국 불을 붙인 건 두가지였다.


첫 번째는 바로 자기 가문의 일이다. 그는 소윤이 나중에 전해주려고 아티하 가문의 검을 도장에 잘 보관해두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검도도장의 창고를 정리하던 날 역시 그 자리에 있었던 유하는 홍관장 뒤를 따라다니다가 그 검을 발견한 것이다. 홍수서는 그의 묘한 표정을 보더니 물었다.


“네게 살기가 걷히지 않는 것을 보니, 너는 어쩌면 사도가 정도일지도 모르겠구나. 이 것도 소윤이가 맡긴 것인데 역시 너와 관련이 있는 모양이구나.”

“...”


그는 당장 대답하지 못했다. 최근에 대련마다 자신의 검에 살기가 잔뜩 들어간 것은 알고 있다. 스스로도 어쩔수가 없다. 살기가 들어간 검은 검도라기보다는 살상 검술로 변화해서 적을 베어가지만, 그와 대련을 할 정도의 제자들이라면 (심건우 등의 1대 제자들) 오히려 그런 살기의 틈을 타고 반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라서 큰 사고가 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홍관장과 대련을 할 때도 그가 마찬가지로 살기를 읽고 아무 말 없이 유하를 몰아붙여서 스스로 깨닫게 한 후로는 조심했지만, 여전히 그의 검은 패도이고 살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 수준으로 검도를 배우는 관원들이나 수준이 낮은 제자들에겐 그의 대련을 보여주지 않았다. 홍문검법이 지향하는 건 어디까지나 정대정명하고 유려한 검이다. 배분이 높은 제자들은 유하라는 ‘타문파’ 제자를 상대로 배우는 것이 많았지만 지향하는 바가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데도 그것을 따라가는 이는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괜찮다면 가져가렴. 네 녀석과 만난 것도 무슨 고약한 인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널 믿는다.”


(사실 그 말이 유하를 구했다. 그리고 유하가 죽일 뻔한 여러 무고한 사람을 구했다. 그는 비록 버림받았다 느껴졌고 세상에는 적밖에는 없다 여겨졌지만, 그래도 이 홍수서 관장과 이 도장은 집 다음으로 안정되고 애착이 가는 존재였다.)


유하는 아티하로서 그 검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었다. 집에 온 그는 곧 검신을 드러내보였고, 스스로도 이 검을 쥐기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검은 자아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단지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는 언제든 꺼낼 수 있도록 자기 방에 걸어둔 뒤 일상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작가의말

1부 주인공들이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티하는 인간이 아니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또 인간이 아닌 것으로써 기능하는데 특화된 인물입니다.


잔인하고, 불편한 일들이 벌어질 거라고 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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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티하 10 20.11.16 29 0 28쪽
9 아티하 9 20.11.02 24 0 38쪽
8 아티하 8 20.10.23 35 0 51쪽
7 아티하 7 20.10.14 26 0 27쪽
6 아티하 6 20.09.21 64 0 23쪽
5 아티하 5 20.08.16 30 0 19쪽
4 아티하 4 17.01.09 193 0 8쪽
3 아티하 3 16.12.31 120 0 30쪽
2 아티하 2 16.12.31 162 0 14쪽
» 아티하 1 16.12.28 19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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