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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가 살아있다면 희망은 있어

아넨티어 2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햄스터살려
작품등록일 :
2016.12.28 23:10
최근연재일 :
2021.01.1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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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3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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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쪽

아티하 3

2부의 주인공은 1부의 주인공들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DUMMY

이세계 도약(2)


도약은 짧고 안정적이었다. 이미 수십 번 경험한 것처럼 익숙하게 해치워버렸다. 유하 – 이제 프리하는 들숨으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조한 모래알갱이와 함께 뜨거운 볕을 둘러보았다. 모래와 바위 뿐이다. 그는 눈에 마력을 집중시켜 시력을 강화했다. 거기 있을 때는 눈치보여서 잘 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자유로움을 느낀다. 도약한 순간부터 이곳이 이렌시아 지방 북부의 작은 사막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남쪽에 있는 마을을 확인하자 가슴이 뛰었다. 이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그는 알았고 느꼈다. 이 대지가 고향이며 자신을 환영하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외롭고 우울하고 낙심하고 화났던 기억들은 물에 떨어뜨린 소금처럼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는 곧장 걸어갔다. 사막 기후라 덥지만 끈적이지 않는다. 물론 이렌시아의 토지는 비옥하고 강줄기 또한 여기저기 펼쳐져있다. 기공균열이 자주 발생하는 이 사막만 벗어나면 더 살기좋은 곳에서 지낼 수 있다. 사람을 만난 건 마을에 도착하기도 전이었다. 그와는 다른 길로 마을로 향하던 나귀 탄 상인 한명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알고있는 이렌시아어로 크게 인사했다. 지르고 보자는 심리다.


“하르 툼!” (안녕하시오!)

“하람 하쿰!” (안녕하신가.“


본인은 잘 몰랐지만 발음이 약간 고어에 가까웠기에 상인도 격식을 갖추어 받았다. 아버지에게 기본적인 교육은 받았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처음인 언어가 자연스럽게 입으로 나오고 또 귀로 들어왔다. 프리하는 기뻤다.


“어디서 오는 길입니까?”

“동쪽에서 오는 길이외다. 옛 아넨트리아 지방에서 이윤을 좀 남겼소.”


아마 옷도 이상하고 무기도 없어보이는 꼬맹이라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 같다. 그보다 아넨트리아란 단어에 잠시 마음 한쪽이 욱신거렸다. 제대로 영토도 되찾지 못한 나라에서 둘은 어떤 고생을 하고 있을까. 이제는... 상관 없었다.


“그대는 어디서 오는 길이오?”

“나는 아논에서 온 여행자입니다. 수도에 심부름이 있어 가는 길입니다.”


아논이라 하면 ‘유배당한 자들의 도시’ 또는 ‘국가’라 하여 제국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대륙 국가에겐 배척받는 세력이다. 그러나 사이런 황제 이전부터 이렌시아와는 사이가 좋았다. 그 쪽 사람들은 대륙인들과 문화도 다르고 여기서 여행하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기 때문에 아티하가 전부터 생각한 거짓말이어싿.


“먼 길을 오셨군. 복색이 특이하다 싶더니 그런 사정이 있었구려.”

“하하 우리나라 사람을 볼 기회는 흔치 않지요.”

“그렇긴 합니다. 그 복식으로 계속 여행을 하려면 불편하겠소.”

“알아주시는군요. 안 그래도 마을에 들르면 옷을 새로 장만하려고 합니다.”


상인(?)은 눈을 빛내며 그에게 바짝 다가왔다.


“그럼 마을에서 구할 게 아니라 내게서 사는 것은 어떻소? 작은 마을이라 상품을 찾기 어려울거요.”


안그래도 옷이 마음에 걸리던 터였다. 아무리 이들과 같은 말을 써도 복장이 이상하면 관심을 끌게 되고, 적대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상인의 콧수염이 부담스러웠지만 마음이 먼저 갔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상인은 짐꾸러미에서 이렌시아의 통짜옷을 몇 벌 꺼내더니 고를 틈도 없이 추천했다.


“이 붉은 옷은 어떻습니까? 소가죽 신과 아주 잘 어울릴 겁니다. 프란텔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구요.”


프리하가 보기에도 천도 튼튼하고 괜찮을 것 같았다. 그는 옆의 남색 경장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얼마입니까?”

“아 그건 살수들이 입는 전투복인데, 세이나리 직조물로 만들어서 튼튼하고 오래 갑니다. 그건 200바트고 먼저 말씀드린 옷과 신발은 합하여 150바트입니다요.”

“어... 그럼 둘 다 주시지요. 350바트인데, 계산은 이걸로 되겠습니까?”


그는 아버지가 물려준 몇 안되는 유산 중 일부인 검은색 금속으로 만들어진 화폐를 보여주었다. 막상 계산을 하려니 이게 통용되는 화폐인지 모르겠는 상황이다. 그러나 상인은 애써 즐겁고 놀라운 티를 금세 감추며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어이구. 이건 이 지역에선 통용되진 않습니다만 제가 특별히 취급해드리겠습니다. 이걸 계속 사용하시려면 제국의 큰 성에 가셔야 할 것입니다.”

“아 고맙습니다! 아논에서 와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당신이라 정말 다행이군요!”


그의 말이 책 읽기처럼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을 파는 것이 상인의 기쁨이지요. 저는 마을에 들러 곧장 제국으로 갈 예정이니 너무 마음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결국 그는 검은색 동전 하나 당 10바트란 이야길 듣고 25개를 꺼내어 건네주었다. 금세 자루의 반이 비워졌다. 아버지의 유산이 이렇게 적은 돈이라는게 아쉽지만, 어차피 쓰라고 남겨주신 돈이다. 물론 자신도 아버지도 정말로 이걸 꺼내어 쓰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곧바로 붉은색 옷으로 갈아입은 그는 지구의 옷을 버리려다가 일단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최근에는 다시 제국의 동부군단이 일네시아 국경에 바짝 붙었답니다.”

“하렌에 가면 꼭 ‘라 이벤 롤리아’에 가보십쇼. 여자를 사려는 게 아닐지라도 무척 마음에 들 겁니다.”


그때까지 프리하는 자신이 소위 ‘호갱’이 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반은 이해하고 반은 흘리면서 지금 가장 필요한 이세계 상황도 알려주니 고맙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

사기꾼의 최후


마을에 도착했다. 사막에 있는 것 치고는 꽤나 번성한 모습이다. 프리하는 길을 걷다가 사람들이, 특히 젊은 여자들이 자신을 보고 웃는 것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저들이 왜 저를 보고 웃는 것입니까?”

“프란텔 사람들은 원래 싱거운 사람들입니다. 당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었거나 유혹하는 것일겝니다. 아 그러고보니 손님의 성함이?”

“아티하, 프리하 아티하라고 합니다.”

“아티하...였군요.”


상인이 씩 웃어보였다. 아티하도 생각 없이 같이 웃어주었다. 아버지가 지어주신 풀 네임은 ‘프리하 아일리흐 아티하’지만 너무 귀족이름같지 않은가. 상인은 시장 초입에서 그와 작별인사를 나눈다.


“보인은 곧장 들릴 데가 있어 이쯤에서 헤어져야겠군요. 부디 그대의 심부름을 마치고 고향에 잘 돌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여러가지로 고마웠소. 금전이 그대와 함께 하길.”


상인이 사라지고 나서 둘러보니 생각보다 옷이 많았다. 제국 복식은 물론 여러 왕국의 옷들을 팔고 있고, 드문드문 아넨트리아 옷도 보인다.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라서 대부분은 이렌시아 사막지역의 전통 의복을 착용하고 있지만 제국의 검사나 아넨트리아에서 온 노예도 있었다. 아티하는 이곳에서 지내면서 이세계에 적응을 할 생각이었기에 여기저기 둘러보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


“아줌마 이 노란 옷 얼마에요?”

“12바트야! 옆의 잘 어울리는 허리띠까지 사면 합해서 15바트에 해줄게!”

“비싸네요. 또 올게요.”


자마자 심각해졌다. 처음에는, 처음에는 자신이 비싼 옷을 사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상인이 행상에 가지고 다닐 정도니 상당한 고급의복인 것이다. 그러나 곧 여러 가지 생각이 파리처럼 돌아다녀서 주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고민하다가 의복 상인에게 물어보았다. 투실투실하고 까무잡잡한 그녀는 아티하를 보자마자 묘한 웃음을 흘렸다. 기분이 나빴지만.


“이보시오. 미안하지만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얼마정도 되겠소?”

“내게 팔면 30바트는 쳐드리지.”

“뭐...뭐요? 얼마라고 했소?”

“거 총각딱지 막 뗐다고 확인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30바트라고 했어.”

“30바...트 밖에 안 된단 말이오?”

“어차피 돌려 입는 옷이니까 그 정도 쳐주는 거야. 비단도 사용했고 깨끗하니까 그 정도지. 다른 데 가도 이 정도 쳐주는 데 없어요~.”

“돌려 입는 옷이라니?”


아줌마는 상황파악이 되는지 그를 더 재수없게 비웃으며 말했다.


“총각이 입고 있는 그 옷, 동정을 뗀 소년이 입는 옷이잖아. 설마 그런 것도 모르다니 외지인인가?”

“모...몰랐소. 나는 동정과는 아무 상관이!”

“안 궁금하고, 아니라면 당장 벗는 게 좋아. 딸 가진 아저씨들에게 몰매 맞기 딱 좋은 짓이니까.”


프리하는 매우 당황하여 아주 황급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여기도 간단하게 탈의실 정도는 있었다. 아까웠지만 최소한 거짓말은 안 하는 것 같은 여인에게 당장 팔아버리고 나니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딱하다는 듯 보던 옆 신발가게 노인이 충고해주었다.


“보아하니 속은 것 같은데 빨리 판 놈을 찾아서 환불받게. 현물로 계산했나 아니면 화폐로 계산했나?”

“화...화폐입니다. 이걸로요. 하나 당 10바트라고 해서 25개를 건넸습니다.”

“...영수증은 당연히 없겠지. 가만 보자. - 읭?”


노인은 눈에 띄게 놀라하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아티하가 남색 경장을 입고서 혼란해하는 것을 재밌다는 듯 지켜보던 어인이 물었다.


“아론, 무슨 일인데 그래요? 난 처음 보는 동전인데.”

“이건 동전같은 게 아냐.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하나... 그래, 내가 지금은 이렇게 시골에서 신발이나 팔고 있지만 전에는 하렌과 카논을 잇는 대상이었거든!”

“서론이 길어요. 그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들었다구요.”

“아유 이 여자가 눈치없게. 흠흠.”


아티하의 번들거리는 눈빛이 신경쓰였는지 그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 하루는 제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건을 전해달라는 심부름을 부탁받았지. 지금의 동부제국군이 점거하고 있는 5성 중 하나인 리스튜겐의 성주를 만나 물건을 전달하는 일이었어. 이야기가 돌아가지만 검방에서 보낸 젊은 친구 하나와 사막에서부터 동행했단 말이지? 겁도 많고 돈도 없어서 내 도움으로 겨우 사막을 건넜는데.”

“네 본론좀요.”

“그래. 그 애송이가 꼴에는 검방 검사라고 성주에게 인사하며 뭘 건네는거야. 바로 이 동전 하나였지. 그리고 나서 성주가 보좌관에게 뭐라 하니까 금세 100금을 가져와서 청년에게 주는 거 아닌가? 그 자리에서 바로 빛도 갚고 그동안의 사례도 하더군.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덕분에 상행에서 얻은 것보다 훨씬 더 고수익을 올렸어...”


노인의 눈이 과거를 헤매는 듯 다소 멍해졌다. 옷 파는 여인은 그런 노인을 부러운 듯도, 우습다는 듯도 쳐다보다가 아티하에게 소리쳤다.


“부자양반이라 아주 돈을 뿌리고 다니는구먼.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사실이라면 정신줄좀 챙기고 사는 게 좋겠소. 부정타니까 어서 가소!”


아티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사실이라면 자신은 수백 또는 수천골드를 가지고 있고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사기꾼에게 잔뜩 줘버린 것이 분명했다. 그는 지독한 살의를 느꼈다.


“고맙습니다 노인장.”

“이 이보게!”


그는 ‘동전’ 하나를 노인의 좌판 위에 올려두고 달려나갔다. 시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상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미 녹아버린 사탕처럼 끈적한 마음만이 남아서 화를 부추겼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자각했다.


나는 아티하의 장자다.

제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아버지가 막대한 재산을 물려준 자랑스러운 아티하의 장자다.


근자감(?)과 냉철함이 그의 이성을 뒤늦게 붙잡았다. 그는 생각한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옛 의복과 30바트, 아버지의 ‘동전’들 그리고 무겁게 느껴지는 아티하제검, 입고 있는 경장과 무엇보다 강건한 마검사의 육체.

지금 자신이 해야 하는 것? 이 세계에 적응하는 것, 앞으로의 계획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 더욱 강해지는 것. 마지막으로 그 두 사람에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

그래서, 지금 당장 할 일은? 놈을 찾아내어 돈을 되돌려 받는 것.


결정되었다. 그는 지체없이 자신의 잠금장치를 하나 제거했다. 붉은 ‘마안’이 드러나 사방의 흔적과 먼 거리의 ‘마력’ 그리고 ‘생명력’을 뒤쫓았다. 몇 시간동안 같이 지냈던 이의 냄새와 미약하지만 고유한 마력 그리고 피의 냄새라고도 할 수 있는 생명력의 형태 그 자체를 보고 추적하고 느낄 수 있었다.


첫 살인


뭐라 할까. 알고 있었다. 기억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것처럼 이미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상인의 기운이라고 할 만한 것과 그로부터 방출되는 미약한 마력흐름을 기억하고 해석할 수 있었다.

‘찾는다’라는 행위에 목적의식을 부여하자 본능이 알아서 그를 이끌었다. 솔직히 가지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능력은 무섭다. 오히려 이 경우에는 ‘일부러 알려 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것이지만 지구에서는 결코 드러낼 수 없었던 그것들을 이제야 세상에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익숙하지만 동시에 생소하다. 그러나 그런 것 쯤 곧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다. 그는 아티하 장자니까. 이 모든 것을 계승한 500년 업의 살인 병기니까.

상인이 남기고 간 체취, 남들과의 간섭 그리고 발자국이나 털과 같은 물리적 요소까지도 점점 더 세밀해지는 마안의 탐지 영역에 접수되고 해석되고 정리되었다. 머리가 아주 조금 아팠지만 그동안 이런 편리한 걸 쓰지 못했다니 억울할 정도다.

흑화누나가 나의 검술을 인정해 주었다면

누나가 날 싸움에 데려가 주었다면

아티하의 존재 의의를 긍정해주었다면

소윤형이 날 믿고 뒤를 맡겨주었더라면

나를 믿고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말해주었더라면

나를...이세계에 데려와 주었더라면!


이제 와서 이런 걸로 기뻐하고 슬퍼할 일도 없었을텐데. 이미 지나간 일이다. 딴 생각을 하면서도 오락가락하는 감정 속에 그는 너무나 객관적으로 또 쉽게 놈의 뒤를 쫓을 수 있었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튀었는지 몰라도, 지쳐 보이는 나귀와 흙먼지 투성이의 상인이 보였다. 물론 그들은 아티하가 ‘보고’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어둠이 내려앉는다. 별빛도 비추지 않는 것은 모래바람이 공중에 항상 떠 있기 때문이다. 사위를 간신히 분간할 만한 달빛 아래 명확하게 빛나는 건 오로지 붉은 두 개의 눈동자였다. 상인은 적막한 사막에서 발자국 소리를 듣고서야 그를 알아차리고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거리는 아주 서서히 좁혀졌다. 결국 따라잡혔다. 아티하는 그저 걸었고, 피말리는 시간은 사실 길지 않았다.


“이 이보게 아티하! 지금 나에겐 없네! 내 꼭 돌려줄테니 여기서 이러지 말게!”


보자마자 눈치를 깠는지 묻지도 않은 걸 먼저 돌려준다고 소리질렀다. 아마 처음에는 저항해 볼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상인이라면 제 몸 하나정도는 지킬 수 있어야 하는 험한 세상이니까. 더하여 나귀가 말을 잘 들어준다면 짐승의 힘을 빌어 쫒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러나 밤이 깊어지며 따라오는 붉은 빛을 모를 상인이 아니었다. 수많은 상행 가운데 아군이나 적군이나 저런 섬뜩한 빛을 눈에서 내뿜으며 싸우는 살수와 검사 그리고 능력자들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었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이미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무서웠다. 산전수전 다 겪은 상인도 이 공포는 어디서 기인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면 좀 더 도망가고도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붉은 빛이...너무 끔찍해서 그는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목숨을 구걸하는 데에 걸어본 것이다.


“내 돈 어디있는데?”


고래부터 적색, 혈광을 눈에 머금은 자는


“아까 마을에 맡기고 또 오는 길에 나만 아는 곳에 감추어두었네! 내가 다 찾아서 돌려줄테니 이러지만 말게!”


사람을 수 없이 많이 죽인 살인귀거나


“말이 짧네. 그래서?”


프리하는 아주 싱그럽게 웃었다. 물론 안구에까지 닿은 붉은 빛은 악마같은 형상으로 치켜올라갔다.


“히이이익! 살려줘!”


마법이나 마공에 의한 광전사거나


“돈은 됐고, 내가 너에게 받고 싶은 게 있거든?”


다만 그 영혼의 색이 ‘진홍’으로서 사랑에 깊이 빠진 여인이거나


“뭐...뭐든지 드릴테니 목숨만 살려줘! 제발! 내가 잘못했으니까! 어흐흑.”


그가 통곡하며 엎드렸다. 모래가 오관으로 파고드는데도 엎드려 그의 바짓가락을 잡고 매달렸다.


“아티하님! 제발 살려줘! 나는 고향에 아내와 자식들이 있네!”


흡혈귀거나


“응, 네 가족들은 어디 사는데?”


눈이 많이 아프거나...


“제...발! 응? 뭐 뭐라고 하셨나?”


그것도 아니면 원래 눈동자가 붉은색인 서대륙의 소수 민족인데


“아니야. 그만 뒈져 ㅎㅎ.”


그 심성이 이미 사람을 벗어나 검으로서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타고난 살육자에게 나타나는 드문 경우도 있었다. 검으로서 기능하는 가문 아티하의 후손들 특히 장자 중에는 평온한 심성을 가지고도 이런 붉은 마안을 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적이라고 판단한 상대는 같은 인간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팔 다리 순으로 아티하 제검이 조금씩 썰어갔다. 아티하는 항상 이 유산으로 받은 검이 무겁다 느꼈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고요한 사막을 상상도 못할 괴성이 가득 채우다가 마을엔 닿지 못하고 점차 스러져갔습니다.


살귀


살인은,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 전에 느낀 것을 이야기하자면 이미 정신이 변혁되어있었다. 다시 일상의 정신으로 돌아가도 ‘살인’을 했다는 실감 자체가 사라져 있을 것이며 그 참상을 떠올려도 죄책감은 들지 않을 것이다.

아니었다면 아무리 아티하라도 잠시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쉽게 칼질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지극히 능숙하게 검날의 피를 시체의 옷에 문질러 닦고 놈의 수통을 열어 한 번 더 씻었다. 애초에 피가 달라붙지도 않는 매끄러운 검이다. 워낙 좋은 검이었기에 본인에게 튄 피도 없고 검에도 별로 묻지 않았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사실 사막에서 사는 멀리까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들짐승들을 피하기 위해선 잘 한 행동이었다. 엄청난 괴수가 아닌 이상 그를 잡아먹진 못할테니 이 또한 부질없다 하여도, 그저 평소의 손질하는 습관이 작용한 듯 보인다.

아티하는 놈의 옷을 벗기고 짐을 뒤졌다. 건넨 것의 반 정도 되는 검은색 동전들이 있었다. 그 밖에도 어음이나 제국 동부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은과 동화과 있다. 종이로 된 것은 전부 태워버리고 (마나를 응축해서 ‘불’의 배열로 대강 움직이고 강하게 염원하면 된다. 최소한 아티하에겐 하나 어려울 것 없는 일이다) 동전은 챙겼다. 쓸만한 것은 별로 없었다. 육포나 건량 등도 전부 땅에 내버린 다음 식어서 딱딱하게 굳어가는 품을 뒤져보니 이렌시아에서 지급한 신분패가 있었다.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주소지가 적혀있다. 아티하는 비릿하게 웃으며 이 또한 챙겼다.

몸을 일으키니 아직도 나귀가 그대로 서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전 주인에 대한 애정같은 건 눈곱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잠시 멍 때리다가 녀석의 안장과 고삐를 제거해준다.


“너 살고 싶은 곳에서 살아라.”


그 때의 표정만큼은 온화하게 돌아와 있었다. 나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맙다는 듯 작게 힝 하며 고개를 숙여보이고 달려갔다. 보아하니 아까 느려졌던 것도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귀찮았던 것 같다. 아티하를 기다려 줄 정도로 잔인한(?) 녀석일리는 없으니까.

조상들은 말, 정확히 당나귀와는 친하게 지냈다. 왜 그런 것인지는 이슈타리엔도 알지 못했다. 단지 초대 아티ㅏ님께서 데리고 다녔던 당나귀가 사실은 말과 모든 육상의 탈 것의 조종(?)이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는 남아있다. 그런 것 보다는 자연을 사랑하는 그의(초대 아티하의) 순수한 심성이 인간에게 충실한 짐승들과 어울리기 쉽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편했다. 어쨌든 방금 일로 그 역시 알았다. 자신도 이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다시 ‘마안’을 열고 남은 동전을 찾아 나선다. 놈의 발자국과 냄새를 따라 사막에 숨겨둔 곳은 금세 찾아냈다. 그 이후부터는 바람 때문에 흔적도 사라지고 추적하기 어렵게 되었다. 정말로 마을에 다시 가 봐야 하나 걱정하슨 사이 다시 동이 터 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육체적인 피로와는 다른 정신적인 부하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활성화하고 있던 모든 마력적 탐지 기제를 끄고 앉으니 자연스럽게 운공(?)부터 하게 되었다. 속성(??)으로 한 바퀴 돌리고 나니 이곳 마나 농도가 지구와는 다르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찾아낸 동전은 잃어버린 것의 반에 불과했다. 여전히 6개 – 노인이 젊었을 때의 600금 – 는 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놈을 죽여 버렸지만 빼앗겼던 것을 되찾고자 하는 열망과 잔잔한 분노가 남아서 그를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 자신의 능력을 체험해보았고 모처럼 자신감을 되찾았기 때문에 하는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배고픔과 피로도 분명 느껴진다. 무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알고 있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기에 더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었고 심지어 전투까지 벌일 수 있었다. 지구에서 겪었던 싱거운 싸움으로는 결코 채울 수 없는 호승심과, 전투에 대한 욕망이 살인을 계기로 깨어나기 시작했다. 홍수서와의 대련을 통한 가르침은 한 때는 검의와 평정을 찾는 수련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전투에 대한 욕망의 발원지로 작용할 뿐이다.

내키는 대로 하는 마음이다. 마을에 굳이 돌아가기 귀찮았던, 사실 그 치욕의 동네에 돌아가기 싫었던 그는 무모한 줄도 모르고 무모한 짓을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이른바 ‘탐색영안’이란 것인데 고수준의 마검사·영혼술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개안이다. 방법은 알고 있었다. 영혼력을 끌어올려 자신을 변혁시키고 세계에 간섭하여 깊이 통찰한다. 영혼력을 운용하는 훈련은 이미 했었다. 그리고 그의 ‘몸’은 튼튼했으므로 다소간의 무리는 견딜 수 있을 거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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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떴을 때 주변은 완전히 밝아져있었다. 극심한 두통 때문에 웅크린 자세로 꼼짝도 안하던 그는 곧 자신이 일어나려 해도 묶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통이 조금 가라앉자 주변을 둘러볼 틈이 생겼다. 그는 목조 감옥에 거지꼴의 남성 몇 명과 갇혀있었고, 간이 의자에 앉아 그를 쳐다보던 남자가 배를 걷어찼다.


“이제 일어났냐 잠꾸러기. 어찌나 안 일어나는지 뒈진 줄 알았네.”


몸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마력을 끌어올리려는 순간 오히려 단전에서 다시 격통이 올라왔을 뿐이다. 게다가 차인 곳이 좋지 않아서 내상이 다시 한 번 진탕했다. 그는 곧 영안전개를 하다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기억이고 뭐고 고통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애초에 그 시간 그 공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흐릿할 정도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었다. 영안이란 영혼의 힘을 세계에 접속시켜 인간을 초월하는 것, 인지하지도 못하는 순간에 기절했던 것이 분명했다. 캑캑거리던 아티하가 멍청한 표정이 되자 남자는 재미없다는 듯 먼지 가득한 바닥에 가래침을 뱉었다.

목조 감옥을 실은 수레는 소에 묶여 끌려가고 있었다. 자신 말고도 이런 수레가 앞 뒤에 서너 대 더 있다. 어떤 수레는 이보다 좀 더 크고 건장한 말이 끌고 있었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하나같이 절망적인 표정이었는데 전부 크고 작은 상처가 잇었다. 그가 여기저기 둘러보는 사이 다시 발길질이 날아왔지만 최대한 안 아프게 맞으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더니 그런대로 넘어가 주었다. 몸에 마력은 있으나 도무지 움직이질 않는다. 그는 맞을 각오를 하고 옆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형씨, 여기는 어디고 또 며칠입니까? 흐억!”


거의 발가벗은 깡마른 중늙은이는 그를 흘깃 쳐다보았을 뿐이다. 기다린 것처럼 발길질이 날아왔다. 이번엔 머리에 얻어맞은 그는 신음을 흘리며 뒹굴었다. 크게 아프진 않았지만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으려니


“니들은 지금 노예로 팔려가는거야. 아무것도 알 필요가 없어! 또 다시 소란을 피웠다가는 배때기에 구멍날 줄 알어!”


아티하는 어쩔 수 없이 굽신굽신해보였다. 입에 온갖 더러운 것이 들어와 숨쉬기 힘들었지만 참았다. 다시 한 번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본다. 짐을 모두 빼앗겼는지 검도 아무것도 없다. 애써 되찾은 동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바가지로 쌌던 옷과 신발 뿐이다. 한동안 그러고 잇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건 정말 끔찍한 기분이었다. 그는 집을 떠올렸고 ‘흑화’와 ‘소윤’을 생각했다. 약해지려는 마음을 금세 걷어치우고 독을 품는다.

수레는 장원처럼 보이는 곳의 건물 앞에 멈춰섰다. 대문이 열려있고 이미 그와 같은(?) 노예들과 다양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계속 드나들었다. 그 역시 감옥 안에서부터 함께 한 깡패같은 녀석과 동행하여 안으로 끌려갔다. 언뜻 지나가며 본 바로는 정원에 자리가 마련되어 노예 품평과 판매·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기실로 쓰는 장소는 평소에는 이 장원의 하인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추정됐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같이 몰려있던 노예들 위로 물이 쏟아진다. 연이어 퍼붓는 물에 숨쉬기도 힘들 정도다. 몇몇이 사례가 걸려 바닥에 뒹굴자 책임자인 듯한 사내가 나서서 말한다.


“너희들은 오늘 팔려가기 위해 나왔다. 조금이라도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라. 씻는 건 이게 마지막일거다. 마실 물은 없으니 목 마른 자는 알아서 하도록.”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니 아티하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이미 몇은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물을 핥고 있었다. 그는 정신을 잃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오랜 굶주림과 목마름을 견뎌야만 했다. 물과 식량이 충분히 있음에도 이러는 이유는 간단하다. 들어가는 게 없으면 나오는 것도 없기에 위생상의 관리가 편하고, 탈출 위험도 적어지며 결과적으로 노예 사냥꾼이나 호위병들의 인건비도 줄어든다는 이유였다.

그들의 그런 꼴을 보고 병사들은 마음껏 비웃었다. 대부분이 허리춤에 싸구려 곡도를 메달고 있는데 이 장원 소속도 있고 노예 상인이 데려온 놈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티하를 걷어찼던 녀석은 여전히 입구 쪽에서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개중엔 이마나 팔, 어깨 등에 화인을 찍거나 문신을 한 노예들도 있다. 그가 그렇게 관찰하고 있는데 책임자가 마지막으로 둘러보더니 한 사내에게 묻는다.


“듣기로는 이번 상행 도중에 거둔 자들이 있다는데 누구지?”


사내는 흑색 경장으로 전신을 감싸고 있고, 모래빛 두건으로 얼굴도 감싸고 있는 걸 보니 틀림없는 살수였다. 허리춤에도 단검을 몇자루나 숨기고 있었다. 그가 아티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놈이랑, 길에서 잡은 계집애 하나입니다.”

“데려가서 상품 만들어. 특히 저놈은 아넨트리아 놈 같은데 건강해보이니 비싸게 받으라구.”

“명을 받듭니다.”


그는 곧 저항도 뭣도 없이 묶여서 끌려갔다. 바로 옆 건물에서 17세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 한 명 역시 글려나왔는데 계속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결국 끌고 가던 거한이 솥뚜겅만한 손으로 목을 내리치자 조용해졌다.


“야 적당히 하라고. 이빨이라도 나가면 제 값 못받는다.”

“알고 있어. 고 계집애 참 맛있어 보이네.”

“꿈 깨셔.”


그때까지도 프리하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저 영양상태가 좋으니까 신체검사라도 해서 용병으로 팔아넘길 요량인가 싶었다. 그러나 천막에 들어서자 눈이 커졌다. 노인 한명이 기다리고 있다가 인두를 화로에서 꺼내들었던 것이다. 그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로 자신에게 닥쳐오는 걸 보고 잠시 굳어버렸다.


“오 신입이 왔는가.”

“미로님 노예는 아닐세. 일단 노예라는 표시만 해주게나.”

“그러지. 어디보자. 계집애부터 하자구. 혹시 ‘품평서’ 받아왔나?”

“아니 그것도 영감이 해 달라구.”

“그럼 잠깐 보겠네. 으음, 피가 나지만 치열도 고르고 눈도 맑군.”


노인은 소녀의 입을 열어보고 머리통을 이리저리 돌리며 확인했다. 여자아이는 정신이 들었는지 눈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갑자기 침을 뱉었다. 노인은 눈 깜짝도 안하고 그녀의 팔과 다리 관절까지 만져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 새 소녀는 거한에게 배를 얻어맞고 웅크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진짜 상품이지. 등에 하겠네. 날갯죽지 옆에 잘 안보이는 곳에 찍자구.”


노인의 눈에 소녀는 그저 ‘상품’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것이다. 그녀가 어디에 팔려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부잣집에 판매되어 여종이 될 수도 있겠고, 사창가에 판매되어 창녀가 될 수도 있겠고, 마법사들에게 판매되어 인체실험을 당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렇게 건강하고 사지 멀쩡한 노예는 ‘비싼 수수료’를 받고 노예화하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영감 눈이 정확하겠지요. 그리 합시다.”

“싫어! 싫어어어어어어어!”


여자애는 억지로 목소리를 내며 반항했다. 그러나 곧 아티하를 끌고 온 살수와 하인까지 달려들어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들었다.


“움직이면 더 아플거야. 조금만 참거라.”


비명소리가 천막을 가득 채우고 솔기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갔다.


작가의말

이세계 도약 (2)라는 건


(1)이 있다는 거겠죠......................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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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티하 3 16.12.31 120 0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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