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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가 살아있다면 희망은 있어

아넨티어 2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햄스터살려
작품등록일 :
2016.12.28 23:10
최근연재일 :
2021.01.19 02:0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909
추천수 :
0
글자수 :
136,743

작성
17.01.09 02:04
조회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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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아티하 4

2부의 주인공은 1부의 주인공들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DUMMY

살수의 길



눈 감고


“싫어! 아파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장정 넷의 힘을 이길 순 없었다. 노인은 인두를 떼어내고 다시 화로에 집어넣고선 다른 인두를 집어들었다. 반쯤 기절한 소녀는 침을 흘리며 그대로 엎어져있었고 넷은 자연스럽게 아티하를 붙들었다.

고통이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고문에 견디는 훈련·고통을 무시하는 훈련은 이미 아버지와 지독할 정도로 했었다. 노예의 각인이 새겨지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틀림없이 지워낼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런 낙인 때문에 심리적으로 굴복할 심성도 아니었다. 다만...

기분이 나빴다. 내가 내 물건 좀 찾겠다는 데 방해를 해? 내가 자유롭게 살겠다는데 나를 속박해? 내가 그 두 사람을 떠나 잘 살아보겠다는데 감히 너희가 나를 훼방한다구?!


‘이 아티하를 종으로 부리려고 한단 말이지?’


마력이란 본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강하게 염원하고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이미지하는 수고와 집중력이 자동화 그리고 최적화되어있는 아티하에게는 그저 감정과 의지, 동기부여가 마력 통제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과부하로 끊겼던 회로들이 강제로 연결되었다. 뽑혀있던 회로들이 단자에 접속한다. 잠들었던 기맥도 억지로 깨어났다. 당연히 갇혀있던 마력이 준비되지 않은 회로로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마력압이 미친 듯 올라간다. 압력 때문에 몸 여기저기가 터져나가고 새면서도, 동시에 막혔던 회로가 억지로 뚫려나갔다. 격한 감정은 의지에 선행하여 모든 흐름을 통제하고 힘으로 변환한다.


“어? 어 이 녀석 이상한데요?”

“코피가 납니다. 힘도 무지하게 세요!”

“잘 잡기나 해! 계집애랑 똑같이 생각하면 안 돼!”


노인은 화인을 찍으러 다가왔지만 아티하가 몸부림쳐서 금세 끝낼수가 없었다. 그가 각을 재다가 인두를 이마에 들이대는 순간, 아티하는 마력을 폭발시키듯 전신으로 방출하며 붙잡던 자들을 떼어버리고 인두를 빼앗아 노인의 눈에 꽂아버렸다.

살이 타는 소리도 잠시, 그는 단번에 뇌가 관통당하여 즉사했다. 마력을 느끼고서야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살수가 뒤늦게 출수한다.


“노예놈이 사람을 죽여?!”

“나는, 노예가, 아니다!”


아티하는 이제 막 다시 마력을 운용하게 되었다. 자다가 막 일어난 것처럼 어질거리며 사방 분간이 안 되고, 내장은 불로 지지는 것처럼 아팠지만, 몸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정확히 시인되지 않은 단검은 그의 목을 노리고 움직였지만 어깨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피한다고 피한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니 그 궤적을 예측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솔직히 요행. 간격이 좁혀진 틈을 놓치지 않고 마력이 주먹에 가득 응축되어 놈의 배에 틀어박혔고 즉시 내장을 전부 조각내며 몸을 날려버렸다 이미 시체나 다름없는 살수의 몸이 천막 기둥에 부딪혀 힘없이 떨어졌다. 놈의 실수는 두 가지였다. 아티하가 발버둥 칠 때 단검을 목에 찌르지 않은 것, 단검에 독을 발라두지 않았던 것. 살수와 같이 왔던 하인은 겁에 질려 주저 앉았지만, 소녀를 끌고 온 거한은 화로를 그에게 걷어찼다. 불똥 몇 개가 튀었지만 개의치 않고 살수가 떨어뜨린 단검을 쥐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바깥까지 소란스러웠는지 하필 아티하를 호송하던 그 양아치가 들어왔다. 놈이 이 일을 바깥에 알리면 일이 어려워진다. 단검을 놈에게 던지자마자 거한이 쇠지렛대를 들고 쳐왔다. 아티하 역시 놈이 순순히 맞아줄거란 생각은 안했다. 곡도가 튀어나와서 단검을 튕겨냈고 그 틈에 아티하는 달려들어 목을 손 끝으로 찔렀다. 관통하진 못 했어도 후두부가 짓이겨지며 놈이 쓰러졌다. 다시 빼앗은 곡도로 뒤에서 내리치는 쇠지렛대를 막았지만 손아귀가 찢어질 듯한 통증과 함께 도신이 부러져버렸다.


“제길.”

“뭐해! 어서 날 도오!”


거한과 동행하던 자는 그 외침에 호응하여 화로와 함께 내팽개쳐진 인두 하나를 집어들었다. 아티하는 몸을 일으켜 물러나는 와중에도 발을 돌려서 쓰러져있던 놈의 목을 돌려버리고 자세를 잡았다. 적 둘이 다시 함성을 지르며 달려드는데 그때까지 눈치만 ㅂ던 하인이 그의 뒤를 뚫고 도망갔다. 잠시 공격을 막을까 놈을 먼저 막을까 고민하던 틈에, 도망은 도망대로 가고 왼팔에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직 미세한 회피 기동이 어려운 수준. 어설프게 인두를 들이대었던 놈은 간격을 점하고도 오히려 물러났고 거한이 다시 쇠지렛대를 휘둘렀다. 붕붕 소리가 날 정도로 위력적이다.

마력만 제대로 올라오면 얼마든지 막아내겠는데 지금 당장은 수도에 찌꺼기라도 낀 것처럼 흐름이 일정치 않았다. 마력압은 여전히 높아서 정신적인 고혈압이 뒷목을 움켜쥐듯 달라붙었다. 순수 피지컬로는 거한의 힘을 이길 수 없다. 반 토막 남은 검이 위태롭게 일격 한 번을 더 막아냈다. 무기가 열화, 미칠 노릇이다. 전에는 자신의 발전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강제로 닫아 놓은 ‘아티하기억’이 절실했다. 하지만 그걸 지금 여는 것은 또 다른 자해행위가 될 수 있었다. 봉인하지 않아야 하는 기능을 봉인한만큼 다시 푸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든다.


‘아니 언제까지 그런 거 따지고 있을거야. 아까부터 부자연스럽잖아?’


그게 뭔지 알면서 동시에 모른다니. 생각은 너무 많고. 싸움은 생각하면서 하는 게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머리를 굴려야 하는 싸움은 따로 있다. 지금은 그저 눈 앞의 적을 쓰러뜨릴 뿐이다. 언제부터 뒷 일을 걱정하고 일을 저질렀었나? 문제는 뭘까? 그런 점에서는 생각해야만 했다.

공방이 다시 이루어진다. 아티하는 막아서 될 게 아니라고 판단해서 모든 공격을 회피했다. 여전히 몸을 가누기 애매하지만 그러려고 노력은 했다. 인두는 식었고 또 휘두르는 자의 무기술이 엉성해서 별로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거한의 지렛대는 여전히 날카롭고 오히려 처음보다 강한 기세로 휘둘러 쳐왔다.

어제인지 그저께가 되는지 모를 밤만 하더라도, 무리하게 ‘영안전개’라는 걸 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자들에게 쩔쩔매진 않았을 것이다. 무기는 베어버리고 다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정말로 격이 다르다면 도망치면 그만이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자신을 버린 흑화가 가장 신경써서 가르쳐 준 것 역시도 경신과 은신이었다. 그녀 본인은 은신과 별 접점도 없으면서 애써 선생님을 구해 같이 배웠었다... 감사한 일이다.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 그럼이도 이슈타리엔은 아티하를 버렸다. 그런 위선이지만 가르쳐 준 것이 거짓은 아니었다. 그럼 무서울 것은 없을 터. 근데 왜?


“이 자식 눈에 뵈는 게 없구나!”


구석으로 몰리면서도 이미 박살나버린 도를 휘두르고, 자신의 공격을 전부 피해내는 아티하에게 약이 올랐는지 거한은 고함을 지르며 몸으로 덮쳐왔다.


“뭐야 간단하잖아.”


거한의 단순한 도발이 그를 깨웠다. 그는 보이는 것에 집착했고 보이지 않자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하긴 그동안 숨겨왔던 ‘눈’의 유용함을 얻자마자 잃어버렸으니 당황할 법도 하다. 애초에 본질은 보이지 않는 것에 거한다는 것을 너무 쉽게 잊어버렸었다. 마안을 애써 전개할 필요도 없었다. 마안이란 애초에, 이런 인간 백정들을 잡으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저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다시 일깨워 마력을 도에 때려넣는다. 이미 금이 가고 깨져 있던 도신은 압력에 못이겨 폭사해 거한의 흉부를 날려버렸다.


“히이익!”


남은 한 몸이 지레 겁을 먹고 인두를 떨어뜨렸다. 아티하는 무리하게 요동치는 마력압을 낮추면서 전신에 골고루 마력을 돌렸다. 몸이 다시 숨을 쉬면서 기력을 섞는다. 놈이 시작이었다. 가다듬은 호흡 다음에는 주먹에 권기가 실렸다.


작가의말

지금은 오버파워가 아닙니다. 1부의 흑화만큼의 실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악하게 되었습니다.

이슈타리엔의 검으로 살겠다고 했던 그 신념이 꼬이면서

이미 악으로 물들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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