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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연재수 :
2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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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7,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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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13,839

작성
16.06.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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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6
추천
131
글자
21쪽

275

DUMMY

275


아침 훈련이 끝난 후였다.

"자! 다들 바빠질 테니 서둘러 끝내자고!"

맴피스 마법사가 큰소리로 사람들을 모았다. 이어서 리차드슨 경의 지휘에 사람들은 서둘러 장소를 만들었다.


"하아~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지?"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며 펠릭스가 한숨을 쉬었다. 펠릭스의 손에는 기사용이 아닌 일반병사들이 사용하는 연습용 목검이 들려있었다.


사람들은 여러 무리로 갈려있었다.

"자! 어서 걸어! 걸라고! 흐흐흐!"

대부분이 다른 소대에서 온 구경꾼들이었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 무리 속에 맴피스 마법사가 있었다. 맴피스는 신이나 있었다. 양손으로 모자를 벌리고는 사람들로부터 판돈을 모으고 있었다.

"난 우리 애송이 기사님에게!"

"나도!"

"나도!"

"잠깐! 잠깐만! 이봐, 이러면 내기 자체가 성립이 안 되잖아! 다들 설명은 들었지? 기사에게는 핸디가 걸렸다고. 그러니 반대편에도 좀 걸어!"

그러나 병사들은 하나같이 펠릭스에게 돈을 걸고 있었다. 레인저 소속의 병사들은 다들 적의 기사들을 상대해본 이들이었다. 누구보다 기사의 무서움을 더 잘 아는 때문이었다.

그나마 내기가 성립한 것은 펠릭스에게 몇 가지 제약이 걸린 때문이었다.


내기 대상이 된 펠릭스는 자신의 뒤에 있는 칼을 바라봤다. 대련의 원인은 어제 칼의 제안 때문이었다. 칼은 펠릭스의 대련을 도울 겸 조언을 위해 코치로 붙어 있었다. 그러나 칼은 펠릭스를 보고 있지 않았다.

"칼, 설마 친구를 도박에 이용할 생각이었던 건 아니지?"

"하 하하, 서 설마! 날 의심하는거야?"

칼은 극구 부인했지만 의심을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자꾸만 저 너머 내기 돈을 모으는 맴피스를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펠릭스는 또다시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펠릭스, 처음은 아니지?"

"글쎄? 오러를 사용하게 된 이후로는 아마 처음인거 같은데."

펠릭스는 맞은편 무리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맞은편에는 드비어스가 세 명의 병사들에게 무언가 지시를 하고 있었다. 펠릭스가 상대할 소대 고참 병사들이었다. 펠릭스에게 칼이 있는 것처럼 세 병사들에게는 드비어스가 코치로 붙어있었다.


다수와의 고램 대전을 상정한 훈련을 한번 경험시켜 보면 어떠냐는 말에 갑작스럽게 이런 훈련 일정이 잡혔다. 그러나 단순히 펠릭스의 훈련만이 목적이 아니었다.

에스턴 병대장 휘하의 일반 병사들의 대 기사 전술의 훈련일환이기도 했다. 애초에 고램 라이더인 펠릭스가 맡을 훈련이 아니었다.


소대의 고참 병사들로 구성된 이들은 펠릭스와 마찬가지로 목검을 들고 있었다. 다만 병사들에게는 늘 휴대하는 작은 버클러 방패의 사용이 허락되었다. 기사와 일반병사들의 실력차 때문이었다.

이것이 펠릭스의 첫 번째 제약조건이었다.


두 번째 제약조건은 펠릭스가 오러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조건은 펠릭스가 제식검술, 그것도 고램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검술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펠릭스도 오러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병사들을 상대하는 훈련을 한 적이 있었다. 문제는 그게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학교에 입학하기 훨씬 전이었다.


학교에 입학한 후 스펜서 일당이나 고블린 무리들과 맞닥뜨린 적이 있지만 지금 상황과는 많이 달랐다.

고블린 무리야 일단 논외였다. 그리고 스펜서 일당들은 미약하나마 다들 오러 유저였고 전투라고 해도 단검을 날릴 틈을 만들기 위해 치고 빠지는 수준이었다.


제약들이 불만스러웠다. 전제 조건도, 상대인 병사들의 무장수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수의 고램을 상대하는 훈련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펠릭스가 지금 정말로 걱정 하는 것은 이런 제약들이 아니었다.

"휴~ 나는 그냥 빠르게 많은 적을 한꺼번에 쓰러트릴 방법이 없을까 궁리해 봤을 뿐인데."

펠릭스는 한숨을 쉬며 드비어스 경을 바라봤다.


원래 오늘 일반 병사들의 대 기사훈련의 담당 기사는 드비어스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드비어스는 자원해서 자신이 맡겠다고 나섰다.

드비어스는 세 병사들에게 무언가 지시하며 간간히 펠릭스에게 적의가 담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어제 대화중에 펠릭스에게 무언가 단단히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매복 중에도 드비어스 경은 시간이 날 때마다 펠릭스와 같이 수련을 했다. 퉁명스럽고 엄격한 태도였지만 틀림없이 펠릭스에 대한 호감이었다.


문제는 드비어스의 성향이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서부지역 기사임에도 드비어스는 상당히 딱딱했다. 보수적인 동부나 중앙의 기사들 보다 더했다.

기사의 길은 오로지 엄격한 자기 수양과 끊임없는 수련으로 얻어진다고 철저하게 믿고 있는 전형적인 성격이었다. 심지어 동부 출신인 펠릭스 조차도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설마 내가 하벤 경의 말을 믿고 뭔가 쉬운 길이 있다고 생각할 줄이야."

펠릭스는 억울한 마음이었다.

"펠릭스, 너무 걱정하지 마. 일단 이기라고. 그러고 오해를 풀면 되잖아?"

"그래? 아하! 그러니까 내가 이기는데 걸었다는 말이군."

"하, 하하! 아니라니까!"

칼의 대답에 펠릭스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칼을 바라봤다.

"그래서 얼마나 건 거야?"

"아니, 그게··· 그러니까···."

칼이 우물쭈물 답을 미루는 사이 리차드슨 경이 가운데로 나왔다.

"양측 중앙으로!"

대련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봐 칼!"

"응?"

"내기, 지금이라도 취소하는 게 좋을 거야."

펠릭스의 말에 칼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어졌다.




"알고 있겠지? 펠릭스 경, 오러 사용은 금지야. 자네는 최대한 고램을 타고하는 대련이라고 생각하게."

"예."

리차드슨 경의 말에 펠릭스는 대답하면서도 내심 불만스러웠다.

자신에게 걸린 제약이야 넘어갈 수 있었다. 인간 대 인간이 아닌 고램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상대인 세 사람은 기사도 아닌 일반 병사였다.

거기다 이들 고참병은 버클러를 들고 있었던 것이다.

'고램 대련이란 말이지.'

펠릭스는 병사들의 버클러를 바라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무리 기사인 자신의 실력을 생각한 핸디캡이라지만 고램에는 방패가 없었다.

'이게 과연 다수의 고램전을 대비한 훈련이 되기는 할까?'

펠릭스는 의심스러웠지만 병사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고램처럼 움직여야 한단 말이지? 흐흐흐."

"펠릭스 경, 그러고 보니 신입 신고식이 별로였었지?"

"좀 거칠지 모르지만 그 대신이라고 생각하라고. 흐흐흐."

세 사람은 펠릭스를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들 고참 병사들도 고램의 약점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리차드슨 경은 마지막으로 길버트 경의 허락을 구하려는 듯 한번 돌아본 후 펠릭스와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준비!"

펠릭스와 병사들은 근거리에서 마주섰다. 펠릭스는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쓰게 웃고 있었고 병사들은 연신 싱글거리며 장난스러운 미소가 얼굴 가득했다.

"시작!"

리차드슨 경의 구령과 함께 대련이 시작되었다.




"아악~!!"

대련은 시작하자마자 끝이 났다. 그와 함께 피셔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크헤헤헤! 이겼다!"

"우리가 이겼어!"

"기사도 별거 아니구먼!"

세명의 병사들이 신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마치 장난 같았다. 세 명의 병사들은 뭉쳐서 펠릭스를 향해 동시에 검을 찔렀다. 다만 미리 서로 계획을 한 듯 각각 머리, 몸통, 다리를 노렸다.

그래도 펠릭스는 나름 선방했다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공격을 막아내며 동시에 반격을 해 한명을 찌르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오러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세 개의 검을 다 막을 수는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 때문인지 패배에도 불구하고 펠릭스의 표정은 덤덤했다. 반면 판돈을 걸었던 맴피스 마법사 주변의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이럴 수가!!"

"기사가 지다니!"

"이건 무효야!"

"내 돈! 내 돈 돌려줘!"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험악한 분위기에 맴피스 마법사는 한손으로는 판돈이 든 모자를 뒤로 감추며 서둘러 다른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핸디가 있다고! 물러서! 물러서라고! 그렇지 않으면 날려버리겠어!"

맴피스의 손에서 불덩이가 이글거렸다. 사람들은 욕을 하면서도 일단은 물러 설 수밖에 없었다.


"너 인마! 펠릭스! 일부러 그런 거지?!"

판돈을 날린 게 뻔 한 피셔가 펠릭스에게 달려왔다. 금방이라도 펠릭스의 멱살을 잡아 챌 듯 씩씩거렸다. 그러나 먼저 달려온 칼이 재빨리 피셔를 가로막으며 펠릭스를 보호했다.

"칼! 비켜봐! 잠시만 비켜보라고!"

"하하! 피셔 경, 진정하세요. 일단 저도 피해잡니다. 그리고 다음 대련도 있잖습니까?"

"크윽~! 제기랄!"

칼의 말에 결국 피셔는 한발 물러섰다.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은 온통 결과, 아니 판돈 때문에 난리였다. 그나마 침착한 사람들은 판돈을 걸지 않은 심판진의 길버트 경과 에스턴 병대장 그리고 안드레아 경과 레논 경, 코치를 하던 드비어스 경 정도였다.


"그래, 결국 돈을 걸긴 했단 말이지?"

펠릭스는 못마땅한 듯 목검을 손바닥에 두드리며 칼에게 물었다.

"어, 그게···."

"내 그러니까 취소하는 게 좋을 거라고 했잖아."

"사실 두 달 전에 우리 서부 중계진에서 퇴진할 때 전원 갹출이 있었거든."

"응? 갹출? 난 들은 적 없는데?"

"꽤 큰돈이었어. 엔필드 씨를 중심으로 소대 궁수들이 주도한 거라 빠지기도 뭣하더라고."

"엔필드 씨가?"

의외의 칼의 얘기에 펠릭스는 머리를 기울였다.

두 달 전이면 펠릭스가 엔필드와 함께 사냥을 갔다 온 직후였다. 그러자 펠릭스는 문득 출발 하던 날 식당에서 자신이 싸인했던 그 전표가 떠올랐다.

"혹시 그거였나?"

펠릭스가 잠시 생각을 떠올리는 동안 칼이 다가와 물었다.

"그보다 펠릭스, 너 설마 일부러 진건 아니지?"

"뭐? 아냐!"

"하지만 어떻게, 아무리 저들이 경험 많은 고참병사들 이라지만."

칼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펠릭스를 보며 말했다.


아무리 오러를 사용하지 못한다지만 기사가 일반 병사 셋을 상대하지 못했다는 소리는 오거가 고블린 몇 마리에게 맞아죽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이봐 칼, 그세 잊었어? 이건 네가 제안한 훈련이잖아. 난 지금 고램처럼 움직이는 거라고."

"그건 아는데. 그래도 방금 대련은 너무했어. 적당히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잖아. 좀 더 발 빠르게 움직였어야지."

"발 빠르게라. 설마 서부 검술이라도 사용했어야 했다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건 아니지만. 아니, 할 수만 있다면 눈치껏···."

그러자 펠릭스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칼에게 눈짓으로 반대편을 가리켰다.

드비어스 경이 결과에 만족스러운 듯 병사들과 다음 대련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면서 연신 고소하다는 듯 펠릭스에게 눈치를 주고 있었다.

"졌기에 망정이지 사실 방금 움직임도 고램으로는 무리였을지도 모른다고. 이겼더라면 드비어스 경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걸?"

"휴~ 그렇긴 한데···."

"답답하긴 나도 마찬가지야. 칼, 멀쩡한 사람더러 고램처럼 움직이라니. 거기다 아무리 핸디캡이라지만 고램전을 상정했다면서 상대가 방패를 들고 있는 건 반칙이잖아."

"흐음, 역시 작지만 저 버클러 성가신 거야?"

"당연하지. 거기다 제 실력도 내지 못하도록 봉인 당했지. 하다못해 움직일 때 어느 정도라도 오러를 사용할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뭔가 좋은 수가 없을까? 칼, 넌 최근에 오러를 사용하지 않고 싸우거나 다수를 상대한 경험 없어?"

"음, 있기는 한데."

"얘기 해줘봐. 어쩌면 참고가 될지도 모르잖아?"

"글쎄? 아마 별 참고가 안 될걸? 그러니까 주로 가을 수확제 때 실력을 감추고 다른 영지의 무술대회에 몰래 참가했을 때라거나, 그 후에 그 결과로 다른 참가자들과 시비가 붙어 술집에서 패싸움을 했을 때 정도거든."

"···."

펠릭스는 잠시 한심한 듯 칼을 쳐다봤다.

"하하! 그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나만 그런 거 아냐. 맥스 녀석이나 세드릭, 케드릭 녀석들도 있었다고. 오히려 그 녀석들이 더 좋아 했다니까!"

"하아~ 하긴, 학교에선 평소에 말없이 무게를 잡고 있어서 몰랐지만···."

펠릭스는 절래절래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면 칼, 너 여기와선 성격이나 행동이 좀 바뀐 거 아냐? 마치 조금 점잖은 맥스나 쌍둥이들 같다고."

"하하하! 그건 아냐. 네가 날 어떻게 봤는지 모르지만 남부인들은 대부분 원래 이런 성격이야. 맥스 녀석들과 같이 있을 때면 내가 나서서 장난을 칠 필요가 없으니 조용했을 뿐이고. 오히려 우리 중에 유달리 조용한 맥티어넨 녀석이 이상한 거라고."

"그러고 보니."

펠릭스는 넌지시 저 멀리 맴피스 마법사를 돌아봤다. 언젠가 맴피스가 펠릭스에게 에덜라드 각 지역의 사람들의 성격에 대해서 해 주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장난스럽고 유쾌한 성격이란 말이지?"

"응?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펠릭스, 너는 뭐 생각해둔 수라도 있어? 방금 겪어보니 뭔가 새로 알게 된 거라든지."

"이런, 이럴 땐 코치인 네가 조언을 해 줘야 하는 거 아냐?"

"하하, 그렇긴 한데. 저기 신경 쓰느라···. 거기다 설마 펠릭스 네가 그렇게 쉽게 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칼은 저 너머 맴피스 마법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 2차전! 이번에도 병사들이 이길 것인가? 아니면 역시 기사가 이길 것인가? 어서 걸어!"

맴피스 주변에는 2차전을 대비한 내기가 한창이었다. 소리쳐 떠들면서도 맴피스는 이쪽을 봤는지 손을 흔들어 답했다.

조금 전 1차전의 황당함은 벌써 다들 잊은 모양이었다. 어느새 사람들은 다시 모여서 돈을 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펠릭스가 말했다.

"뭐, 아주 없는 것도 아니지만."


다수를 상대하는데 별달리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최대한 고립 되지 않도록 적의 사각으로 움직여 상대의 공격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것. 그래서 가능하면 적을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면서 1대1 상황으로 만드는 게 중요했다.

다행이 그 전제조건인 실력 차야 확연했다. 문제는 지금 펠릭스에게 걸린 제약 하에서는 알면서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양측! 앞으로!"

미처 두 사람이 의견을 교환하기도 전에 리차드슨 경의 호령이 울렸다.

"자! 주의 사항은 다들 알지? 그럼, 준비!"

펠릭스는 리차드슨 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편을 바라봤다. 병사들은 이번에도 여전히 같은 전술인 듯했다. 벌써부터 가운데 사람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시작!"

리차드슨의 호령이 울리자 세 사람은 이번에도 동시에 펠릭스를 찔러왔다. 그러나 이미 예측하고 있던 펠릭스는 정면으로 맞붙지 않았다.

펠릭스는 우선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곤 찔러오는 검을 오른쪽으로 내려쳐서 밀어내며 재빨리 오른발을 자신의 대각선 왼쪽으로 이동시켰다.

"어엇?!"

병사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펠릭스는 세 명의 병사들의 오른쪽 사각으로 돌아들어가 있었다.


서부 검술의 밀고 당기는 흐름을 이용한 방법에 역시나 안드레아 경에게 배웠던 서부검술의 기술을 살짝 응용한 것이었다. 아슬아슬하게 고램이 보일 수 있는 움직임의 경계였다.

"흩어져! 흩어져서 포위해!"

보다 못한 드비어스가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펠릭스와 검을 마주한 가장 오른쪽의 병사를 제외하고 두 명의 병사가 각각 양쪽으로 벌어져 포위하며 다가왔다.

그러나 반응이 늦었다.


기사와 일반 병사들은 실력 뿐만 아니라 상황에 대처하는 속도 자체가 달랐다. 사실 본 실력대로라면 기사가 오러를 쓸 필요도 없었다. 십년 넘게 오로지 검만을 휘둘러온 펠릭스와 징집되기 전까지 농기구만 만지던 병사들의 숙련도는 비교 자체가 되지 못했다.

상대와 검이 닿든 순간 펠릭스는 바로 몸에 익은 기술을 펼쳤다.


펠릭스는 자신과 바인딩 된 병사의 검을 안쪽 위로 올리며 상대의 검과 버클러 사이로 검 끝을 비집어 넣었다.

펠릭스의 목검이 재빨리 상대의 목덜미 급소를 베고 지나갔다.

"허억!"

병사가 헛바람을 삼키며 비명을 내질렀다. 비록 목검이었지만 서늘한 감촉이 자신의 목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었다.


한명을 처리하자 그제야 병사들은 드비어스의 명령에 반응해 펠릭스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펠릭스는 오히려 상대들이 자신을 포위하기 전에 각개격파 해 버렸다.


또 다른 한 명이 자신의 목검과 버클러를 함께 앞으로 내지르자 펠릭스는 가볍게 바인딩 하며 위로 쳐 올린 후 허리를 베고 지나갔다. 조금 전과 같은 수였다.


"하 항복! 항복이오!"

나머지 한명은 싸우기도 전에 손을 들었다. 결과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허망했지만 승패는 정 반대였다.

그러자 이번에도 맴피스 주변에는 난리가 났다.

아마도 1차전의 결과를 보고 이번에는 병사들에게 배팅한 숫자가 많았던 모양이었다. 다시 한 번 가차 없는 맴피스의 마법실력이 발휘되고서야 사람들은 진정이 되었다.


한편 이번에는 심판진이 있던 쪽도 시끄러웠다. 드비어스 경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었다.

"방금 동작은 고램으로 구현하기에는 무리합니다! 제식검술 바탕의 움직임이 아니었습니다!"

"글쎄? 그렇게까지 무리한 동작은 아닌 거 같은데?"

"안드레아!! 고램 기본 조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네가 어떻게 알아?"

"그야 방금 펠릭스가 쓴 기술은 내 기술인 걸? 자네도 당해봐서 아니, 겪어봐서 잘 알 텐데?"

"크윽! 너!"

"제식검술은 아니지만 저 동작만으론 무리하다고 하기 힘들걸? 흐흐흐."


심판진과 내기를 한 사람들이 시끄러운 가운데 칼이 다시 펠릭스를 찾아왔다.

"하하! 뭐야? 녀석, 서부 검술은 안 쓸 것처럼 얘기하더니."

"별수 없잖아? 그래도 최대한 자제하면서 쓴 거야. 그보다 심판진은? 어때?"

"당연히 드비어스 경은 난리지. 뭐 일단은 안드레아 경이 잘 막고 있는 듯하고 문제는 다른 분들의 결정인데···."

대답을 하면서 칼은 슬쩍 돌아봤다.

리차드슨 경과 길버트 경, 에스턴 병대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방금 움직임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있었다.

"음, 저 정도면 괜찮을 거야. 다행이 예상대로 되어가는 거 같군."

"예상?"

펠릭스는 목검을 어깨에 짊어지고 양손을 걸친 채로 대답했다.

"그래, 보다시피 지금 훈련은 순수하게 고램 전을 상정한 대전 훈련이라고 하기엔 좀 뭣하잖아? 그래서 나름 생각을 해 봤지. 그렇다면 과연 훈련의 목적은 무얼까? 심판진과 지휘부에서 바라는 건 과연 뭘까 라고 말이야."

"그래서?"

"일단 이건 나만의 훈련이 아니라는 것에 주목했지. 그러자 저기 심판진에 있는 에스턴 병대장이 눈에 띠더군. 그리고 이 검!"

"검이 왜?"

"고램이 이런 평범한 검을 쓰진 않잖아? 보통 더 크고 무겁고 넓어서 여차하면 방패처럼 사용될 수 있는 녀석을 쓰지."

"흐음, 하긴. 그러니까 이건 병사들의 대 기사 대응훈련의 일환이기도 하다는 점을 적극 이용한 거다 이거군?"

"그래, 나는 고램 대련이라기보다는 다수를 상대하는 훈련. 그리고 병사들은 기사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훈련. 그렇게 생각하니 어느 정도는 움직임에 융통성을 주어도 통할 거라 생각했지. 그리고 결과는 보는 대로지."

펠릭스는 혼란스러운 심판진을 슬쩍 가리키며 말했다. 과연 심판진에서는 펠릭스의 움직임을 인정 할 모양이었다. 드비어스 경이 잔뜩 화가나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하하! 녀석 제법인데?"

"으~ 그나저나 이 훈련이 끝나면 난 죽었다."

병사들에게로 돌아가는 드비어스의 모습을 보며 펠릭스가 말했다.

"하핫! 괜찮을 거야. 다른 심판진도 인정한 거니까. 자! 다음도 힘내라고!"

칼은 펠릭스의 어깨를 힘차게 두드려줬다. 곧이어 리차드슨 경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양쪽 준비!"


칼은 서둘러 다시 자리로 가기위해 펠릭스에게서 멀어졌다.


그러다 멀리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맴피스의 모습이 보였다. 칼은 이번에도 무심코 손을 들어 답하려다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응?"

맴피스는 칼을 보고 있지 않았다. 한마디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게 아니었다.

"어? 설마?"

칼은 뒤를 돌아 펠릭스를 바라봤다.


펠릭스는 이미 새 대련을 준비하기 위해 나서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멈춰 서서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칼의 눈에 들어왔다.

"···."

칼은 멈춰 서서 잠시 고민했다.

"내기···. 지금이라도 취소해야 되려나?"

그러나 다시 쳐다본 맴피스 마법사는 험악한 표정이었다. 조금 전에 파이어볼을 시전 하려던 무시무시한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무래도 이제 와서 내기 취소는 무리일 듯했다.


작가의말

새벽에 올리려다가...


원래는 아래 274편과 같이 올리려고 했는데 그러면 양이 너무 많더군요.

수정을 몇번 하다가 조금 늦어졌네요.


내일은 올릴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얼마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몇권 빌렸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더군요.

집에있는 책들도 아직 다 읽지 못한 게 많은데...


반납 하기 전에 다 읽어야 하겠기에 

내일은 아마 올리기가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음편은 빨라도 화요일 이후에나 올라가겠네요.


슬슬 준비하는 다른 글도 올려야 하는데

시간 내기가 쉽지 않네요.


부족한 글 계속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 작성자
    Lv.95 혼연무객
    작성일
    16.06.12 12:13
    No. 1

    전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이 내부공사로 임시 몇달간 휴관이라서..

    요즘은 좀 먼데서 빌려와요.
    제 책은 거의 안 빌리고 어머님 책이나 빌리죠.

    사주팔자나 역술쪽에 흥미를 보이셔서......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6.06.12 12:27
    No. 2

    저는 인터넷으로 찾는 책이 있는지
    각 도서관 도서목록 검색해서
    여기저기서 빌리느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Kjharuiv
    작성일
    16.06.12 12:29
    No. 3

    사실상 토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6.06.12 13:17
    No. 4

    ^^;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푸딩맛나
    작성일
    16.06.12 18:44
    No. 5

    연참이라니 ㄷㄷㄷ

    저야 죠습니다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6.06.12 22:10
    No. 6

    죄송합니다.
    마음이야 늘 연참하고 싶습니다만...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테사
    작성일
    16.06.13 00:42
    No. 7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6.06.13 10:07
    No. 8

    테사님 늘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JackieYo..
    작성일
    16.06.13 10:01
    No. 9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6.06.13 10:08
    No. 10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니푸르
    작성일
    16.06.13 11:18
    No. 11

    맴피스와 펠릭스가 뭔가 설계했나보네요ㄷㄷ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6.06.13 20:19
    No. 12

    과연... ^^;
    라루사님 늘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도수부
    작성일
    16.06.13 17:06
    No. 13

    늘 건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6.06.13 20:20
    No. 14

    도수부님 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경갑전사
    작성일
    16.06.14 12:54
    No. 15

    무심코 든생각인데 6가문의 군역의 의무를진 페릭스는 결국 각 가문의 혈통을 인정받은거고 각 가문의 후계자가 죽으면 승계권이 올수도있다는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夢ster
    작성일
    16.06.15 04:49
    No. 16

    예전에도 댓글로 몇번 나왔던 얘기인데...
    직계, 방계, 다 없으면 가능은 합니다.

    귀족가 승계에 관해서는 중간 중간에 설명이 몇번 되긴 했습니다만
    나중에 자연스럽게 나올겁니다.

    가능하면 복잡하고 어려울 거 같은 부분은
    중간중간에 설명도 하고
    나중에 자연스럽게 독자분들이 따라오실 수 있도록
    또 그 때 상황에 맞춰 설명이 될겁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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