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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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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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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280

DUMMY

280


칼과 펠릭스 두 사람은 아연실색하고 있었다.

선두에는 두 대의 블랙나이트가 지휘를 하고 있었다. 지휘를 받는 10대의 미니트 고램들은 정확히 칼과 펠릭스가 숨어있는 서쪽 벽의 홈을 중앙으로 멈춰 섰다. 그리고는 남쪽을 향해 2열 횡대로 줄을 서더니 서서히 허리를 낮추며 무릎을 꿇었다. 행렬의 뒤에는 세대의 블랙나이트가 북쪽을 보고 있었다.

총 15대, 블랙나이트 한 대당 2대의 미니트로 구성된 5개 고램 소대였다.


"이제 수색대가 올 거라고! 칼, 어쩔 거야! 어쩔 거냐고!"

"으음.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펠릭스가 소리죽여 칼에게 물었다. 보초를 맡겼더니 졸다가 이런 사태를 맞이한 것에 대한 질책이었다. 그러나 칼도 별달리 방법이 없는 얼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블랙나이트들이 여전히 경계를 서고 있는 가운데 곧 사방으로 기사들과 병사들이 흩어져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단의 병사들이 칼과 펠릭스가 숨어있는 서쪽절벽의 홈을 향해 다가왔다.

"제길, 이대로 당할 순 없어! 난 포로는 절대 되지 않읖···!"

펠릭스가 자신의 마이티로 가려는 순간 칼이 재빨리 다시 펠릭스의 입을 가렸다. 그리고는 턱으로 왼쪽 위를 가리켰다.


두 사람이 숨어있는 절벽 홈의 북쪽 가장자리 위로 사람의 인영이 다가왔다. 설마 땅에서 그쪽으로 통하는 길이 나 있을 줄은 몰랐던 두 사람이었다. 칼과 펠릭스는 자신들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숨을 죽였다.


마이티 고램의 윗부분은 위장그물로 가려놓은 상태였다. 따가운 햇볕을 막기 위해 일부러 아래쪽이 보이지 않도록 빽빽하게 나뭇잎과 가지를 덮어놓았지만 장담할 수 없었다.

남자는 두 사람의 왼편 위에서 아래쪽을 보는 둥 마는 둥하더니 갑자기 바지 앞섶을 풀기 시작했다.

"읖!"

펠릭스의 눈이 커졌다. 그리곤 칼이 잡고 있던 팔을 흔들어 풀고는 검 손잡이로 손을 가져갔다.


어제 포로교환을 하면서 본 적의 상급기사는 펠릭스가 처음 본 크로비스인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눈앞의 인물은 펠릭스가 태어나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 크로비스인이었다.

더불어 곧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크로비스인의, 아니 남자 거기를 보게 될 참이었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거기서 쏟아지는 소변을 뒤집어쓰려는 순간이었다.


'스릉!'

낮게 차가운 소리가 났다. 펠릭스가 검집에서 검을 슬며시 뽑는 소리였다. 그러자 칼이 깜짝 놀라 서둘러 펠릭스의 팔을 잡아 만류하며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펠릭스는 오히려 역으로 턱으로 위를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칼의 고갯짓은 참으라는 뜻이었고 펠릭스의 고갯짓은 귀족 체면에 그래도 죽어도 오줌은 뒤집어쓰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적 병사가 자신의 머리위에 그 더러운 물건을 꺼내면 잘라버리고 끝장을 볼 요량이었다.


다행이 두 사람의 뜨거운 눈싸움과 실랑이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슈르츠! 거기 이상 없나?"

칼과 펠릭스의 아래쪽에 다가온 수색대가 절벽위 바지춤을 풀던 남자에게 소리쳤다. 펠릭스가 처음 듣는 크로비스의 말이었다. 언어는 에덜라드와 같았지만 억양이 상당히 투박했다.

"쳇! 예! 이상 없습니다!"

슈르츠라 불린 남자는 여러 사람이 쳐다보는 상황에서 오줌을 누기가 거북했는지 그대로 다시 바지를 붙잡고는 몸을 돌렸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이상 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휴~"

"일단은 무사히 넘어간 건가?"

두 사람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펠릭스도 검을 다시 집어넣고는 칼과 함께 정면을 바라봤다.

주변탐색이 끝난 모양인지 크로비스 군의 긴장도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녀석들 아무래도 주둔할 모양이야."

"그러기엔 물자나 인원이 없어 보이는데?"

상태를 살피던 두 사람의 의견이 다시 나뉘었다. 크로비스군은 북쪽에 막사를 만들려는 듯 넓게 자리를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넓이와 가져온 고램의 숫자에 비해면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저길 봐!"

칼이 북쪽을 가리켰다. 북쪽 언덕에 얼핏 야크수레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주둔하려는 모양이야."

"그렇다면 큰일인데."

야크수레 선두에 있던 기사가 지켜보던 북쪽면의 블랙나이트 세기에게 뭐라고 손짓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블랙나이트 세기가 그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선임기사인가?"

"아마도, 녀석들 여기에 장기 주둔 할 모양이야. 야크로 물자를 나를 정도니. 지금 이동한 저 고램들은 아마 나머지 야크의 운송과 후속부대의 이동을 도우려는 건가봐."

"그럼 저쪽은 뭐지? 정찰 때문인가?"

이번엔 남쪽면의 블랙나이트 두기가 움직이고 있었다. 남쪽의 계곡 입구로 향하는 것이 아마도 백동나무 숲 가장자리 인근을 순찰해 두려는 모양이었다.

"큰일이네. 저러다 녀석들 자칫 돌아오는 스승님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어쩌지?"

"우리가 지금 스승님 걱정을 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

칼이 두 사람이 숨어있는 반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크로비스 군은 주변에 야영장과 울타리를 만들려는 듯 인근의 나무들을 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계곡 내에는 나무가 얼마 없었다. 척 봐도 인근의 나무를 다 잘라도 야영장을 모두 세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칼과 펠릭스의 은신처를 가린 백동나무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모두 계곡 외부에서 뽑아온 것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두 사람은 지금 얼마 되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상당히 참한 백동나무들로 몸을 가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녀석들 저걸 마저 자르면 이리로 오겠는데."

"젠장! 젠장! 어쩌지?"

두 사람은 요란하게 움직이는 크로비스 군을 바라보며 속만 태우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무성한 동쪽편의 나무들이 거의 쓰러져 나갈 무렵이었다.

"이봐 펠릭스, 우리 차라리 나가자!"

"뭐?"

칼의 말에 펠릭스가 놀라서 바라봤다.

"적의 나이트급 고램이 모두 자리를 비운 이때가 기회라고. 그렇잖아? 더 늦으면 그 녀석들도 돌아올 거야!"

"칼!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저쪽은 미니트만 10대라고."

"하지만 방심하고 있잖아! 지금 뛰쳐나가 기습하면 승산이 있다고."

"물론 처음 몇 대야 무방비로 당하겠지. 하지만···.

"좋아! 그럼 어디 계산해보자고."

칼의 말에 펠릭스는 마지못해 정렬되어있는 미니트를 바라봤다.


개인 간 전술 단계의 전력이 비슷하다고 가정할 때 작전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위치, 시간, 거리였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배웠던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전투 결과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칼의 말대로 적은 방심하고 있었다. 아마도 주변 수색을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일 것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더운 날씨 때문이었다. 이 무더운 날씨에 그곳에 들어박히고 싶지 않은 것은 적이나 아군이나 마찬가지였다.

라이더들은 조종석에 들어가지 않고 열려있는 조종석 해치에 앉아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칼과 펠릭스도 마찬가지로 열려있는 조정석 해치위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상대는 10대의 미니트 고램이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 기체에는 해치 위라지만 확실히 라이더가 대기하고 있었다.


"앞줄은 조종석 부분이 보이지 않으니 몇 명이나 대기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뒷줄은 제일 오른쪽과 가운데 그리고 왼쪽에 라이더가 대기하고 있어."

"그럼 앞줄도 같은 수준이라고 가정하고. 자! 나가서 하나씩 처리한다고 생각해보자고."

칼과 펠릭스는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가상전투를 떠올렸다.


두 사람 앞으로는 2열종대로 다섯 기씩 적의 미니트가 옆을 보이고 앉아있었다. 기습을 한다면 두 사람이 한 줄씩 맡아서 한기씩 처치하는 양상이 될 것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공격기술과 고램의 공격 범위와 속도를 떠올렸다.

"한 기당 두 번의 공격은 안 돼. 한 번에 적을 가동 불능으로 만들어야 돼. 그리고 반대편 적이 정신을 차리고 고램을 가동하기 까지···."

"우리가 해치울 수 있는 숫자는 대략 한명 당 3기나 4기 정도인가?"

칼의 말에 펠릭스도 같은 결론을 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습과 동시에 정신을 차린 적의 대기 라이더가 고램을 가동하기 시작할 것이었다.

적이 이쪽을 확인, 조종석에 착석, 조종구 착용, 가동을 하기까지 약 5~6초. 숙달된 라이더라면 더 빠를 수도 있었다.


미니트 고램들은 각각 약 5m의 간격을 차지하고 놓여있었다. 마이티 고램이 한걸음 이동하는 거리는 초당 약 3.5m~4m. 두 사람이 1기를 일격에 해치우는 데 약 1초.

처음 적기에 근접하기 까지 약 2초. 이후 한 대를 파괴할 때마다 이동 거리와 시간은 늘어날 것이었다. 그냥 달린다고만 해도 가장 가까운 적의 서편 끝 미니트에서 마지막 동편 끝 미니트에 닿기까지 6초 이상이 소모되었다.


그러니 아무리 빠르게 처리한다고 가정해도 하나씩 잡으며 간다면 마지막에 남는 적의 숫자는 적게 잡아서 3대, 많으면 4대였다. 그 말은 결국 마지막에는 4:2 혹은 3:2의 상황으로 적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었다.


"거기다 적의 마법사나 지상병력은 생각하지 않았어."

펠릭스는 한쪽에 모여 있는 마법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전투가 시작되면 보나마나 신호를 쏘아 올릴게 분명했다. 운 좋게 두 사람이 10기의 미니트를 처리한다고 해도 마법사가 쏘아올린 긴급 신호를 보면 틀림없이 북쪽이나 남쪽으로 향했던 적의 나이트급 고램이 달려올 것이었다.

"쳇! 역시 무리인가?"

칼은 실망한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그러자 그때까지 생각에 잠겨있던 펠릭스가 고개를 들더니 칼을 보며 말했다.

"아니! 칼! 네 말이 맞아! 어쩌면 승산이 있겠어! 나가자!"

"뭐?!"

"어떻게 하냐면 말이야."

펠릭스는 곧 의아해하는 칼에게 자신이 생각한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도착한 크로비스군의 일반 병사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북쪽에는 새로 도착하는 야크들과 거기서 내려놓은 짐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임시로 만든 야크 축사의 앞에는 역시 임시로 만든 야적장이 있었다. 그곳에는 빠르게 목재들과 보급품이 쌓이고 있었다. 마법사들은 지휘관으로 보이는 선임기사의 지휘아래 보급품을 확인하느라 야적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편 계곡 동쪽편의 나무를 거의 다 잘라낸 크로비스 군은 드디어 서쪽 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일단의 사람들이 2열 횡대의 미니트 행렬 가운데를 통과하려는 순간이었다.

'쓰윽, 텅, 터텅!'

서쪽 홈의 나무들이 갑자기 힘없이 쓰러졌다. 쓰러지며 몇몇은 가볍게 튀어 올랐다.

"어? 뭐야?"

다가오던 병사들의 시선은 튀어 오르던 나무에 고정되었다. 그러자 쓰러진 나무 뒤에서 고램 한기가 서서히 걸어 나왔다. 몸의 상부는 나뭇가지와 잎들로 잔뜩 덮여있었다.

"응?"

"뭐야? 왜 거기서 고램이?"

"저거 누구 고램이야?"

병사들이 어리둥절 해 하는 동안 고램은 나무를 베러온 병사들을 '쓱'하니 자연스럽게 지나쳤다.


마치 자신의 기지 안마당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고램의 모습에 병사들은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위장용으로 붙어있던 나무 가지와 잎들도 외형을 바로 구분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응? 어? 어!"

"저 적이다!"

뒤늦게야 적 병사들은 그 고램이 마이티 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병사들이 큰소리로 외치기도 전에 칼의 마이트 고램은 적의 미니트 행렬 가운데로 들어섰다. 그리곤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적이다!! 적이다!!"

칼의 마이티가 거의 행렬의 절반을 넘어설 무렵에야 병사들은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그제야 적의 미니트 라이더와 인근 병사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모두 칼에게 쏠렸다. 적군이 허둥대기 시작했다.


칼은 요란한 발걸음으로 달리며 양옆의 적 미니트 고램에는 일체 눈길을 주지 않았다. 오로지 동쪽 제일 끝에 있는 적의 고램만을 노리고 달렸다.


행렬의 제일 서쪽 뒤 열에 있던 미니트의 라이더는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그제야 서둘러 자신의 조종석으로 들어가려했다.

속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 오늘은 행운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했다.

적이 어떻게 거기에 숨어있었는지 모르지만 녀석은 제일 가까이에 있던 자신과 자신의 앞에 있는 미니트 고램을 그냥 지나쳐간 것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맙ㄷ···?"

반격을 위해 조종석에 들어가려던 라이더의 등 뒤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응? 어엇?!"

적의 라이더가 돌아보니 어느새 또 한 대의 마이티 고램이 자신의 미니트 앞에 서 있었다.

"우와아악!"

마이티 고램이 움직이려하자 적 라이더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재빨리 조종석에서 밖으로 뛰어내렸다.

'쾅! 콰쾅!'

잠시 후 2열 횡대로 사열되어있던 고램의 양 끝에서 동시에 요란한 파괴 음이 터져 나왔다.




펠릭스는 적의 시선이 칼에게 집중되자 재빨리 나와서 행렬의 첫 번째 미니트 고램들 사이에 섰다. 그리곤 뾰족한 발끝으로는 뒷줄의 적의 조종석을 찍어 차며 동시에 등 뒤 앞줄의 미니트의 허리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조종석을 발끝으로 찍힌 미니트는 벌러덩 뒤로 넘어갔다. 재 기동을 하려면 아마도 조종석을 통째로 갈아야 할 것이었다. 앞줄의 미니트는 펠릭스의 검에 오러력 전달 장치가 끊어졌다. 곧 연녹색의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한편 칼은 동편 끝에 적에게 채 도달하기 전에 고램의 거검을 있는 힘껏 크게 휘둘렀다.

'콰쾅!'

칼의 검에 잘려나간 적의 미니트의 두부는 맹렬한 속도로 날아가더니 적의 마법사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던 야적장의 짐을 맞추었다.

"으아앗! 피해라! 무너진다!"

밀포대가 터지며 연기가 자욱하게 번졌다. 동시에 야영지의 벽을 만들려고 쌓아둔 목재들이 무너지며 아래에 있던 마법사들과 다수의 병사들을 덮쳤다. 그 속에는 부대의 지휘관의 모습도 있었다.

그 소란에 놀란 야크들이 육중한 덩치로 주변을 들쑤셨다.


야크는 비록 동작이 민첩하거나 흉포한 야수는 아니었지만 그 덩치만으로도 위협이었다. 더구나 터져나간 밀포대와 무너진 짐이 만들어낸 자욱한 먼지로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그 속에서 야크들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그 속으로 사람들을 구출하러 들어갈 간 큰 사람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칼의 검에 목이 달아난 동쪽 끝의 미니트의 라이더는 겨우 눈을 가린 팔을 내렸다.

처음에 칼이 자신이 있던 조종석을 직접 공격하는가 싶어 위세에 놀라 눈을 가렸다가 고램의 머리만 날아가자 그 틈에 황급히 조종석에서 뛰어내렸다.

사실 대비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튀어나온 적의 고램은 중간의 다른 미니트를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목표로 달려왔다. 그 박력과 압박의 공포에 그만 판단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뒷줄의 라이더가 도망가자 칼은 앞줄의 적 미니트의 등을 밟아 쓰러트린 후 아예 땅 바닥에 박아버리려는 듯 발로 조종석이 있는 등 부분을 지근지근 밟아버렸다.




양 끝에서 이루어진 단 두 번의 공격에 적의 부대는 단번에 대 혼란에 빠졌다.

일반 병사들로는 고램을 어찌할 수 없었다. 지휘를 해야 할 지휘관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맞서야할 고램 부대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대기 하고 있던 고램 라이더들이 제일먼저 혼란에 빠졌다.


양끝의 고램은 각각 칼과 펠릭스에게 당해버렸지만 그나마 뒷줄의 가운데에는 라이더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라이더는 지금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처음 칼의 고램이 지나갈 때 설마 자신을 그냥 지나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 바람에 멍하니 쳐다만 보다가 그만 조종석에 들어갈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이제 적은 양쪽의 고램을 가볍게 쓰러트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자신의 양 옆에는 라이더가 대기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순간 앞줄의 두 번째와 네 번째 고램이 용감하게 가동에 나섰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칼과 펠릭스의 고램은 바로 그때 그들의 등 뒤에 서 있었다.

등 뒤에 상황을 알지 못하는 적의 미니트들이 허둥대는 동안 칼과 펠릭스는 가볍게 적 고램의 허리를 잘라 상대 고램의 오러 전달을 끊어버렸다.


"어어! 으어어!"

드디어 자신의 양 옆에 도달한 두 마이티 고램을 쳐다보던 적의 라이더는 두려움에 질려 조종석에서 앞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절망감에 머리를 감싸 쥐고 몸을 웅크렸다.

순간 거의 동시에 자신의 몸 양 옆에서 폭풍이 휘몰아 쳤다.


칼은 몸을 틀어 앞줄 중앙의 고램의 머리로 거검을 내리쳤다. 펠릭스는 뒷줄 중앙의 고램 조종석으로 발을 날렸다.

'콰쾅! 쾅!'

벌벌 떠는 적의 라이더 앞뒤의 미니트가 동시에 앞뒤로 벌러덩 쓰러지며 지면을 흔들었다.


두 대의 마이티 고램의 사이에서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라이더는 벌벌 떨면서 슬그머니 머리를 들었다.

"이 이럴 수가!"

라이더는 공포와 두려움에 눈물을 글썽이며 주변을 살폈다.


10대의 미니트 중 원래 대기자세로 있는 녀석은 한 대도 없었다. 주변은 어느새 먼지와 적막감만이 흐르고 있었다. 칼의 고램이 튀어나온 뒤 이 사단이 나기까지 불과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칼과 펠릭스는 정신없이 달렸다. 아직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으핫, 으하하하!"

"하하하하!"

어느 순간 두 사람은 마이티의 조종석에서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아~ 가슴 떨려 죽는 줄 알았네!"

"쫓아오진 않겠지?"

"설마, 부상병들 처리가 우선이겠지. 못 쫓아 올 거야!"

두 사람은 힐끗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거 말하면 누가 믿어 줄까?"

"어렵지 않겠어?"

"역시 그렇겠지? 아! 제길! 역시 잘린 조각이라도 챙겨오는 건데. 아까워라!"

"하하! 아서라. 그랬다간 우리 둘 다 죽었을 거야."

둘은 잠시 고램을 멈추고 숨을 가다듬었다.



두 사람은 10기의 고램을 정리한 후 혹시나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고램들을 마지막으로 손봐주려는 참이었다. 그때 북쪽에서 적의 블랙나이트가 접근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결국 두 사람은 별다른 전과 물을 챙기지도 못하고 서둘러 남쪽으로 도망쳐야만 했다.

"이게 인정만 되면 둘 다 단번에 나이트 급으로 갈아탈 기회였는데 쳇!"

"어쩔 수 없지 뭐. 아쉽지만 제3자의 목격이나 전과물 없이는 격퇴기록이 인정되지 않으니. 지금은 거기서 무사히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고."

"하긴,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리네. 하하!"

"그나저나 이러면 비공식 기록이 되는 건가?"

"그러고 보니 하벤 경도 비공식 기록으로는 25기가 넘는다고 했던가?"

"그것도 나이트급으로 갈아탄 다음에 기록이지."

"생각해보니 에이스들의 기록은 정말 대단한 거군. 우리야 거의 무저항의 적을 상대한 건데도 이렇게 심장이 떨리는데 말이야."

잠시 숨을 돌린 두 사람은 다시 고램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펠릭스, 우리 제법 운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글쎄? 그런가?"

"생각해보라고. 둘 다 좋은 곳에 배치 받았지. 펠릭스 넌 마침 무의 수련이 필요한 상황에 그걸 잘 아는 소대장을 만났지. 거기다 빠른 격퇴기록에 오늘 이 일까지."

"그러고 보면 그런데···. 잠깐! 오늘일은 운 이전에 칼, 네가 보초를 서다가 졸아서 생긴 일이잖아!"

"험! 험! 거 세세한 부분은 넘어가자고! 아무튼 결과는 좋았잖아?"

"아니 이걸 어떻게 그냥 넘어간단 말이야? 하마터면 우리 둘 다 잡히거나 죽을 뻔했다고."

"하하! 그 그러니까···."

"아니야. 이건 역시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반드시···."

펠릭스가 일장 설교를 하려는 순간이었다.

"위험해!!"

칼이 재빨리 펠릭스의 마이티의 팔을 잡아당겼다.

'쾅!'

펠릭스가 서 있던 자리에 블랙나이트의 거검이 떨어졌다.

"웃! 젠장! 깜빡했어!"

"그러고 보니 아직 이 녀석들이 남아있었지!"

두 사람의 마이티는 서둘러 자세를 잡았다. 계곡 입구의 모퉁이에서 두 대의 흑기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처음 적의 미니트 부대를 지휘하다 남쪽으로 정찰을 나갔던 그 녀석들이었다. 칼과 펠릭스 두 사람 다 승리의 분위기에 취해 있다가 그만 깜빡했던 것이다.



"어쩌지?"

"어쩌긴, 이미 도망갈 곳도 없잖아?"

"하지만. 칼, 너도 상대해 봐서 알잖아? 마이티로는 나이트급을 상대하는 건 무리야!"

"쳇! 어쩔 수 없잖아? 싸울 수밖에!"

칼이 공격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펠릭스, 좀 전에 우리 운 좋았다던 말. 그거 취소다."

"아, 동감이야! 제길, 오늘은 정말 재수 없는 날이야!"

펠릭스도 칼의 옆에서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펠릭스는 마이티로 나이트급 고램을 상대로 한 대련경험이 있었다. 칼도 후기 훈련소를 거치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에덜라드의 전략전술상으로는 2대의 마이티가 1대의 적 나이트급 고램을 상대하도록 되어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수적 우위를 이용하는 전술일 뿐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2대2였다. 힘으로나 뭐로나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거기다 적은 남쪽으로의 퇴로를 막고 있었다.

"펠릭스, 네가 방패, 내가 검, 어느 쪽이던 길이 확보되면 달아나기로 하자."

칼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둘이 짧게 대화를 마치자 바로 적의 공격이 들어왔다.

'쾅!'

"크흑!"

가차 없는 나이트급 고램의 공격에 펠릭스의 마이티 고램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펠릭스의 고램이 밀려난 틈으로 칼이 끼어들며 상대에게 검을 날렸다.

'쿵~!'

그러나 칼의 공격은 적의 또 다른 고램에 막혔다. 상대도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공수로 역할을 나뉘어 교대로 막아선 것이다.

"쳇! 이쪽은 고램도 실력도 절대 열세인대 눈곱만큼도 봐주지 않을 셈인가?"

"칼, 이 사람들 우리가 북쪽에서 내려온 걸 이상하다고 생각할거야! 그전에 어떻게든 해야 해! 둘 중 하나는 그 부대 지휘관이라고! 만약 본진에서 우리가 한 짓을 알면 정말로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알고는 있어! 하지만 어떻게? 좀 전처럼 뭔가 좋은 방법 없어?"

"몰라! 생각중이야!"

그렇지 않아도 펠릭스도 뭔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주변을 살피며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적은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다.

"제길, 이 녀석들 우릴 가지고 놀 셈이야!"

칼의 말대로 적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전력으로 검을 휘두르지 않고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을 북쪽으로 도로 몰고 가기라도 하려는 듯 한대씩 번갈아가며 천천히 몰아세우고 있었다.

별 수 없이 두 사람은 적의 공격에 맞춰 천천히 뒷걸음질 쳐야만 했다. 그 순간이었다.

'쉬웅~ 펑!'

멀리서 마법 신호가 터졌다. 결국 엉망이 된 적의 본진 마법사 중 누군가가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이런 제길! 망했다!"

신호를 보자마자 적의 반응이 달라졌다.

"조심해! 온다!"

적의 흑기사의 전력을 담은 공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부웅! 콰앙!'

"크윽! 우와앗!"

또다시 적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낸 펠릭스의 고램은 이번에는 수 미터를 뒤로 미끄러졌다. 적의 다음 공격을 받거나 그 틈을 칼이 채워 반격을 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펠릭스! 젠장! 젠장!"

펠릭스가 밀려난 자리에 재빨리 칼이 들어섰다. 원래 역할인 공격이 아니라 다음 이어지는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래 어디 해보자! 와 보라고! 하앗!"

칼은 있는 대로 소리치며 적의 공격을 막아낼 준비를 했다.

'부웅! 쿠쾅!'

또다시 커다란 굉음이 터졌다. 칼의 고램도 펠릭스와 마찬가지로 뒤로 한참을 미끄러졌다.

"젠장! 여기까지인가?"

두 대의 마이티는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 그 앞으로 상대 흑기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는 1대1로 상대할 모양 세였다.

두 대의 흑기사가 각각 칼과 펠릭스의 마이티 앞에 섰다.

"흥! 그렇게 호락호락 당하진 않아! 하앗!"

"안 돼! 칼!"

펠릭스의 만류에도 상대가 공격하기 전에 칼이 먼저 튀어나갔다. 그러나 상대는 단순히 고램만 나이트급이 아니었다. 실력도 보통이 넘었다. 칼의 상단 공격을 가볍게 받아 흘리곤 오히려 힘으로 밀어냈다. 그리곤 바로 검을 휘두를 준비에 들어갔다.

"크윽! 젠장!"

칼은 충격을 대비해 잔뜩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필사의 각오로 막아선 칼의 고램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았다. 칼이 의아해하며 쳐다보니 자신을 공격을 하려던 적의 흑기사는 뒤로 돌아서 등을 보이고 있었다.

"어?"

돌아선 상태로 힘을 주고 있는지 고램의 거체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괜찮나?"

적의 공격대신 칼과 펠릭스의 고램 통신으로 반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스승님!!"

두 사람은 반가운 목소리로 동시에 외쳤다.


작가의말


쓰다가 길어져서 여기서 자름.


저녁이나 늦어도 내일까지 어쩌면 한편 더 올라 갈지도 모르겠네요.


갑자기 더워졌습니다.

다들 무더위 조심 하시길.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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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286 +28 16.10.21 3,129 111 14쪽
286 285 +32 16.10.18 3,496 112 37쪽
285 284 붉은 용 사냥. +28 16.09.25 3,992 121 26쪽
284 283 +22 16.08.28 4,226 110 33쪽
283 282 +50 16.08.22 4,074 136 24쪽
282 281 +38 16.07.23 4,178 129 17쪽
» 280 +32 16.07.07 4,439 126 25쪽
280 279 +32 16.06.30 4,381 129 32쪽
279 278 +10 16.06.22 4,464 139 26쪽
278 277 +8 16.06.18 4,269 12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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