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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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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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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쪽

279

DUMMY

279


"서둘러라! 또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

에스턴 병대장이 바쁘게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진지 내부는 엉망이었다. 병사들의 분위기도 어두웠고 여기저기 손상도 있었다.

부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기사 중에는 리차드슨과 안드레아, 드비어스가 다쳤다. 다행이 리차드슨 경은 부상 정도가 경미했지만 안드레아와 드비어스는 상처가 컸다. 출혈은 멈췄지만 피를 많이 흘린 탓에 둘 다 창백했다.

일반 병사들도 다수 부상병이 있었다. 치료 마법이 서툰 맴피스 혼자서는 이들 모두를 돌보기에 역부족이었다. 길버트는 결국 부상병과 노획한 미니트 고램의 후송을 위해 일찍 순찰대를 불렀다.


"부상은 이제 괜찮습니다만 오러에 의한 흉터는 남을 겁니다. 그리고 기사 두 분은 후송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동안 작전은 무리일겁니다."

"그런가? 고맙네. 수고했네."

길버트 경은 부상자들을 치료한 순찰대 소속의 마법사와 얘기를 나누고 순찰대를 쳐다봤다.


순찰대 소속의 병사들은 노획한 미니트를 야크 수례에 싣고 있었다. 숲을 뚫고 돌아가려면 상당히 고생해야 할 것이었다. 나머지 순찰대 병사들은 자신의 소대 다른 병사을 도와 함께 진지의 방책에 구멍 난 곳을 보수하고 흐트러진 진지 내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휴~ 정말 운이 좋았군."

세삼 엑스퍼트 상급기사의 위력을 확인한 길버트 경은 여기저기를 참담한 심정으로 돌아봤다.



전투가 시작되자 적과 아군 양측이 모두 싸우기를 망설였다.

싸움의 원인은 진지 때문이었다. 길버트 경이 예측한대로 두 진영은 어제 밤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지근거리에 진지를 구축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을 때는 피차 서로 발을 빼기가 곤란했던 것이다.

빽빽한 나무숲 때문에 근거리에 진지를 짓고도 서로 알지 못했다는 얘기는 이곳 동부 중계진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이쪽이 물러설 의사가 없어보이자 크로비스 군의 고램이 먼저 움직였다. 적은 애초에 제대로 맞서 싸울 생각이 없었다. 적당히 상대하다 응원군이 오면 상황을 봐서 대처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마법사가 쏘아올린 신호가 백동나무에 걸리면서 부터였다. 신호마법이 실패하며 크게 번쩍였다. 어두운 숲에 그렇게 대 놓고 터지는 불빛을 놓칠 엔필드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화살이 날아갔다. 이어서 맴피스의 공격 마법도 날아들었다.


적은 본래 레인저 위주의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던 부대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제대로 전투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먼저 크게 손해를 봤다.

특히 응원을 부르고 후방에서 공격 지원을 해야 할 마법사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당한 게 타격이 컸다. 그 와중에 시간을 끌고 미끼 역할을 해야 할 고램들도 빠르게 무너졌다.


적당히 상대하려던 계획이 초반부터 크게 틀어졌던 것이다.


상황을 지켜보다 다급해진 엑스퍼트 상급기사가 홀로 공격해 들어왔다. 이쪽 진지의 백동나무 방책에 난 구멍은 적의 기사가 뚫고 난입한 흔적이었다.

그 한 번에 막고 있던 병사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했다. 이어서 응전에 나선 기사들도 당했다.

맴피스 마법사를 보호하던 레넌과 피셔가 먼저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리차드슨이 나섰다. 리차드슨이 부상을 당하자 진 밖으로 공격에 나서려던 안드레아와 드비어스가 달려왔다.


두 사람의 협공에 적의 상급기사는 일단 진지 밖으로 물러나는 듯했다. 진지 내부의 리차드슨 들은 내심 안심했다. 소대의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두 사람이었다. 충분히 상급기사를 상대하리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의 유인책이었다.

숲으로 나오자 적의 상급기사는 안드레아와 드비어스를 압도했다. 순식간에 두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후 포로로 잡았다.


길버트 경이 운이 좋았다고 한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펠릭스 경이 적의 엑스퍼트 상급기사를 빨리 발견하지 못했다면, 상대가 처음부터 이쪽을 박살 내버릴 마음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실력이 별로라고 안일하게 적의 고램을 상대하느라 시간을 끌었었다면 고램에 타고 있던 세 사람은 몰라도 지상의 병사들은 전멸했을 것이었다.


그나마 소대에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길버트의 고램 소대가 적의 고램을 빠르게 격파한 덕분이었다. 상황이 압도적으로 불리다하다는 것을 확인한 적의 상급기사가 포로교환을 하려고 일부러 사정을 봐준 것이었다.

한쪽이라도 사망자가 나왔더라면 그후 포로교환은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 각자의 인질에게 검을 겨눈 채 포로교환이 시작되었다.

길버트 경과 상대 상급기사는 말없이 서로 노려보고만 있었다. 양국의 국교가 단절된 지금 공식적인 포로교환은 없었다. 지금처럼 최전선 단위에서 드물게 그리고 비밀리에 이런 일이 있을 뿐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길버트 경이 먼저 검을 내렸다.

"스승님!"

칼의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통신으로 울렸다. 그러나 눈빛으로 이미 서로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길버트의 검이 내려가자 흑기사의 라이더가 재빨리 움직였다. 칼과 펠릭스에게 당한 미니트 고램에 다가가 조종석을 열고 라이더들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칼의 상대였던 미니트의 라이더는 멀쩡하게 걸어 나왔다. 그러나 펠릭스에게 당한 미니트의 라이더는 그때까지도 의식이 없었다. 펠릭스의 사소한 복수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라이더를 부축해 밖으로 데려나오던 크로비스의 라이더는 잠시 펠릭스의 마이티를 무섭게 노려봤다.

적은 행동불능이 된 미니트 고램 두기만 남겨두고 부상병들을 정리한 후 빠르게 사라졌다.



"죄송합니다. 저희 둘 때문에 대장님 공적이···."

포로교환이 끝난 직후 안드레아 경이 길버트 경에게 사과를 했다. 자신들 때문에 길버트 경의 오랜만의 격퇴 기록이 무산되어 버린 것이다.

"아닐세. 그보다 부상부터 어서 치료하게나."

사람들의 말에 길버트 본인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오히려 주변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근 20년 동안 8기의 격퇴 기록밖에 없는 길버트 경이었다. 거기다 에덜라드 군은 부족한 나이트급 고램 전력을 적에게서 노획한 흑기사로 보충하고 있었다.

길버트 경의 오랜만의 격퇴 기록과 완벽한 상태의 적의 흑기사를 노획할 절호의 찬스를 놓친 것이었다.




"폐허정리를 마쳤습니다. 스승님."

"아, 둘 다 수고했네. 잠시 쉬도록 하게나."

모두가 진지 내부를 정리하는 동안 칼과 펠릭스는 조금 전 고램으로 싸우면서 자신들이 만든 숲의 폐허를 정리하고 온 참이었다.

"저, 스승님. 그걸 꼭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까?"

"음? 그렇군. 두 사람은 처음이니 모르겠군."

길버트 경은 여전히 시선은 순찰대 소속 병사들에게 둔 채로 대답했다.

"거길 그대로 놔두면 나중에 아군이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네. 백동나무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자라거든. 하루만 지나도 금세 다시 무성해지지. 나무가 완전히 자라는데 한 달도 걸리지 않아. 심지어 부러진 가지도 심으면 나무로 자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거든."

"세상에!"

"그 정도입니까?"

두 사람이 만약 어제 이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설마 했겠지만 지금은 길버트 경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당장 오늘만 해도 어제 도착했을 때와 주변의 정경이 달랐다. 심지어 바로 코앞에 적의 진지가 있었음에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

길버트 경의 말대로면 쓰러진 나무며 흩어진 넝쿨을 그대로 뒀다간 나중에 숲이 우거진 후에 고램이 지나가다 밟고 쓰러질지도 몰랐다.

"두 사람은 가서 잠시 쉬어두도록 해. 어쩌면 바빠질지 모르니까."

"예."

막 돌아서 가려는 찰나였다.

"아, 그리고 펠릭스 경."

"예?"

"오늘은 잘했네. 덕분에 전멸을 피할 수 있었어."

펠릭스가 상대 상급기사를 일찍 발견한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길버트는 대견하다는 듯 펠릭스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뜻밖의 칭찬에 펠릭스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 슬쩍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과 헤어진 길버트 경은 순찰대로 온 소대의 선임기사에게 다가가 무언가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부상을 입은 리차드슨 경도 함께였다.

칼과 펠릭스는 부상자를 문안할 겸 병동으로 쓰이는 임시 막사로 들어갔다.

"어떻습니까?"

"몸은 괜찮으세요?"

"여~ 두 사람, 어서와!"

안드레아가 창백한 얼굴로 침상에서 웃으며 두 사람을 반겼다.

"얘기는 들었다. 두 사람 다 또 한기씩 추가했다며? 축하해!"

"별말씀을, 운이 좋았습니다."

"이번에 상대한 녀석들은 실력이 정말 별로였으니까요."

"운이라니. 너희들 실력이야. 좀 더 자랑스러워해도 괜찮아! 덕분에 우리도 살았으니.

안드레아는 특히 펠릭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안드레아도 전투 후 펠릭스가 적의 상급기사를 빨리 발견한 덕에 대처를 서두를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러면 펠릭스가 3기에 칼, 자네는 4기 반인가? 칼은 반파만 하나 더 잡으면 드디어 나이트급 고램으로 갈아타겠네? 이거 기록 아닌가?"

"하하, 글쎄요? 하지만 아직 반이나 남았잖습니까?"

"흐음, 과연? 내 생각엔 금방이라고 보네만."

"설마요? 하지만 그래봐야 고램이 금방 배정 돼야 말이지요."

"그거야 모를 일이지. 만약 칼 경, 자네 기록이 에덜라드 사상 최연소 최단기간 미니트 5대 격파라면 선전이나 상징성 때문이라도 우선해서 주어질 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칼은 별 기대하지 않는다는 듯 빙긋 웃고 말았다.


칼의 반응은 에덜라드의 만성적인 고램 부족 때문이었다.

마이티로 5기의 적 소형 고램을 쓰러트리면 나이트급 고램이 주어졌다. 그렇게 나이트급으로 적 나이트급 고램 5기를 쓰러트리면 에이스의 칭호를, 다시 5기를 쓰러트리면 전용기가 주어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나이트급 고램의 공급부족으로 5기의 적 미니트 고램을 쓰러트리고도 고램을 받지 못해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저기 그러고 보니 만약에 칼이 5기를 쓰러트리고 나이트급 고램을 받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되다니?"

"한 소대에 나이트급 고램이 1기 이상 배정되는 경우도 있습니까?"

"흠, 가끔 2대 이상의 나이트급 고램이 배정되는 수도 있지. 하지만 오래가진 않아."

"그럼 어떻게 됩니까?"

"음, 지역이나 부대마다 다르지만 일단 보통은 승진전출을 하게 되지. 중계진이나 요새의 경비기사 자리, 혹은 중부 전선이나 서부전선 같은 경우는 우리와 편재가 다르니 그쪽으로 갈 수도 있고. 경력이 된다면 소대 선임기사나 요새 경비주임, 혹은 각 요새 사령관 직속부대로 가는 수도 있지만 보통 경력 3년 미만의 기사에게 선임기사나 소대장 자리는 주지 않아."

"그렇군요. 그럼 이대로 계속 실적이 좋으면 우리 조만간 헤어지게 되는 겁니까?"

펠릭스가 칼을 보며 묻자 안드레아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왜? 언제까지 같이 있으려고? 한 소대에 신입 동기 두 사람이 같이 고램 라이더로 배정된 것도 이미 충분히 드문 일이야."

"하긴."

"그렇긴 하죠."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웃었다. 안드레아는 부상에도 상당히 쾌할 해 보였다. 위기를 넘어 살아남은 여유 때문인지 서부지역 특유의 성격인지 긴장감이 한풀 꺾여 있었다.

그러나 안드레아와는 달리 옆에 누워있는 드비어스 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 포로교환 이후로 줄곧 멍하니 얼이 빠져있는 듯 한 상태였다.

짐짓 걱정이 된 펠릭스는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춰 안드레아에게 물었다.

"드비어스 경은 괜찮은 겁니까? 설마 말도 못 할 만큼 부상이 심한 건 아니죠?"

그러자 안드레아 경은 힐끗 드비어스를 돌아보고는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저 녀석은 내버려 둬, 괜찮으니까. 사실 부상도 나보다 별로 깊지도 않아. 엄살이라고!"

명백한 안드레아의 도발이었다. 듣고 있는 칼과 펠릭스도 흠칫 놀랬으나 정작 드비어스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하긴, 그 정도로 실력차이가 났으니 얼이 빠져 있을 만도 하지. 쳇!"

여전히 드비어스가 멍하니 반응이 없자 안드레아는 재미없다는 투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정도로 대단했습니까? 그 엑스퍼트 상급기사의 실력이?"

칼이 안드레아를 보며 묻자 뜻밖에도 드비어스가 대답했다.

"가끔 그런 진짜가 나타나지."

"예?"

"진짜요?"

"그래. 흔히 사람들은 중급이니 상급으로 급을 나누지만 사실 요즘 정말로 실력차이가 나는 상대는 많지 않아. 고램이 등장한 이후로 더 그래. 그저 오러력만 좀 된다 싶으면 다들 고램에나 타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지금 기사들의 실력은 말하자면 진짜와 가짜로 나뉜 셈이야."

"흥! 또 그 삼위일체 얘기인가? 고램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엑스퍼트가 사라졌다는."

드비어스의 말에 안드레아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의외군 안드레아, 그 검술을 보고도 자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나야말로 뜻밖이야! 고램 조종도 할 수 있는 드비어스 자네가 아직도 그런 말을 하다니."

"그럼 뭐란 말인가? 자네도 상대가 되지 않았던 그 실력은?"

"아! 그래 우리 둘이 한꺼번에 덤벼도 소용없었지! 대단한 실력이었던 건 인정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삼위일체를 이룬 검사의 위력이라고?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자에게 물어 보기라도 했나? 애초에 요즘 누가 그런 걸 따진단 말이야! 봐! 기사학교 생도들도 이제 그런 옛날 개념 따위 모른다고!"

"헛소리! 펠릭스 경은 알고 있었어!"

"네 녀석이 맡아서 가르쳤잖아? 분명히 언제고 얘기했겠지!"

"말도 안 되는 억측이야!"

두 사람은 창백한 얼굴에도 곧 서로 몸을 일으켜 격하게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펠릭스는 자기 이름이 나오자 슬그머니 칼과 자리를 뜨려고 했다.

"여~ 지금 돌아왔다! 몸조리 잘하고 있었ㅈ···."

"쉿!"

막 막사를 뜨려는 두 사람 앞에 피셔가 나타났다. 칼과 펠릭스는 재빨리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피셔의 입을 막은 후 조용히 막사를 나섰다. 피셔도 막사안의 분위기를 파악하자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섰다.




"아~ 삼위일체 말이지? 또 그거군."

피셔가 처음 보는 짐승의 가죽을 벗기며 말했다.

막사 밖에서 피셔와 레논이 무언가 요리를 준비 중이었다. 두 사람은 식사 당번도 아니었고 당연히 지금은 식사시간도 아니었다. 거기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그 와중에 칼과 펠릭스가 방금 막사 안의 살벌한 분위기를 설명해준 것이다.

"녀석들은 매번 그런 걸로 싸운다니까. 그게 뭐라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군요."

"아니지. 드비어스는 그 삼위일체를 이룬 기사만 진정한 엑스퍼트라고 인정하는 쪽이거든. 반면 안드레아 녀석이나 우리는 그딴 거 신경 안 쓰는 쪽이고. 그런데···."

"대련을 하면 매번 안드레아 경에게 진다는 거죠?"

"그렇지. 거기다 정작 본인도 삼위일체로 엑스퍼트 중급에 오른 게 아니거든."

"흐음."

칼과 펠릭스는 알만 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사들이 엑스퍼트 중급이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오러, 검술이 균형을 이루거나 둘 중 한 가지에 치중되며 균형을 깨어야 했다. 펠릭스도 작년 겨울에 헨리 경에게서 들었던 얘기였다.


한편 오러와 검술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깨달음을 얻은 경우를 이른바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루었다하여 드비어스는 삼위일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런 균형을 이루어야만 진정한 기사의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남부기사학교에서는 그런 걸 가르쳐주는 겁니까?"

"아니. 나야 뭐, 출신이 워낙 비천하다보니 여기 와서 어디의 기사가문 녀석들이 그걸로 다투는 얘기를 몇 번 듣고서야 그런 게 있나보다 했지. 지금도 별 관심은 없지만."

펠릭스의 물음에 피셔가 가죽을 벗긴 고기를 큼직하게 자르며 답했다. 피셔는 요즘 유행에 맞게 타고난 오러력에 치중해 엑스퍼트 중급에 오른 경우였다.

"서부기사학교에서도 엑스퍼트 초급이상의 것은 가르쳐주지 않아. 너희 중앙기사학교도 마찬가지이지 않아? 엑스퍼트의 수련방법이나 체계는 비슷한듯하지만 가문마다 제각각이고 단계가 올라가면 차이도 심하니, 거기다 스승과 제자나 친족이 아니면 그나마도 알려주지 않으니까."

옆에서 항아리에 물을 끓이며 듣고 있던 레논이 덧붙였다.

"그거야 그렇긴 합니다만···. 칼, 너는?"

"음, 그러고 보니, 비슷한 이야기를 우리가문 기사단장에게 들어본 적 있군. 맥퍼슨 가나 남부의 수련체계와는 좀 다르지만. 하지만 요즘은 보통 오러력이 우선이잖아? 그런 면에서 우리 기사단장인 테이먼 경은 나이가 좀 많은 편이라 요즘 남부기사들과 달리 그런 쪽으론 은근히 보수적인 방향을 따르거든. 그래도 그렇게까지 삼위일체로 되라는 식으로는 말하지 않았는데···."

"그래?"

칼이 말을 마치자 더 이상 구체적인 말이 이어지지 못했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

레논의 말대로 가문의 검술수련 방법과 체계는 그리 쉽게 논하는 의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어색한 분위기를 깬 것은 피셔였다.

"흠, 그러고 보면 그 기사가 대단하긴 했지. 설마 그런 자세에서 검을 휘두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드비어스의 말대로 삼위일체를 이룬 기사라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보기 전에는 믿지 못할 정도였다고."

그러자 레논도 맞장구를 쳤다.

"그렇지요? 두 다리를 지면에 붙이지 않은 채 그런 위력의 검이라니."

"그렇게나 대단했습니까?"

"뭐, 나야 너희들도 알다시피 검술이라곤 별 인연이 없으니 다급한 김에 오러만 있는 대로 끌어올려 휘둘렀지만. 그래도 설마 선임기사인 리차드슨 경과 소대 최고 실력자라는 저 두 사람마저 그리 쉽게 당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진짜 그런 건 처음 봤다고."

"그래, 마치 공처럼 튀어 올라 공중에서 회전하면서 검을 뿌리더라고. 오러가 약한 나는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어. 나도 그랬지만 안드레아 경이나 드비어스 경도 그 검술형태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더라니까."

칼의 질문에 피셔와 레논은 기억을 되살려 감탄을 늘어놓았다. 특히 레논은 요리의 재료에 쓰려고 둥글게 다듬고 있던 과일을 들어 보이며 상대 기사의 검술 형태를 잠깐 설명해줬다.

"흠, 확실히···. 드비어스 경은 아직도 멍해보였으니까요."

"그런데 대체 누구였을까요? 그 정도 실력이면 보통 기사는 아니었을 텐데."

"설마 크로비스의 동부전선 사령관 이라거나···."

칼과 펠릭스의 질문에 피셔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에이, 그런 사람이 뭐 하러 최전선에 나왔겠어? 아마도 그 소대 대장정도였겠지."

"하지만 고램에 타고 있지 않았잖습니까?"

"꼭 고램에 타야만 대장인건 아니지. 우리부대도 대장 중에 고램 라이더가 아닌 사람이 있어. 그 기사는 검술 스타일로 봐서는 아마 고램 조종은 무리였을 거야. 그리고 그 실력이면 소대에서 남 밑에 있을 사람은 아니었을 테고."

피셔는 손질을 마친 고기를 항아리에 넣으며 말했다. 그러자 역시 손질하던 야채들을 항아리에 넣으며 레논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나저나 큰일이군요. 드비어스 경과 안드레아 경은 같은 서부지역 출신이지만 각각 반대쪽으로 치우친 대표적인 경우이니. 저렇게 싸우기 시작하면 또 한동안 소대분위기가 안 좋을 텐데."

"으으!"

레논의 말에 항아리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표정을 찡그렸다.


드비어스는 오러에 치중한 스타일이었고 안드레아는 검술에 치중한 스타일이었다. 그러니 좀 전 막사에서 삼위일체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두 사람은 가문의 적대관계에서부터 시작해서 검술의 스타일, 엑스퍼트 중급에 오른 과정, 심지어 성격까지 하나하나 대립하는 양상이었다.

아마 이런 말싸움에서 시작한 문제가 그동안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흐흐흐! 걱정하지 마! 이번엔 나에게 비장의 수가 있으니."

피셔가 허리춤에 매달고 온 짐승을 또 하나 풀어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거 싫어하는 사람 봤어? 녀석들도 이 비장의 스튜를 맛보면 다 풀어지게 될 거야! 안 그래?"

"하긴 그렇지."

"저 무뚝뚝한 드비어스 경도 저건 거부하지 않았으니까. 흐흐."

피셔의 말에 주변의 병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피셔에게 지지를 보냈다. 평소 피셔의 행실을 보자면 상당히 드문 현상이었다.


주변의 반응에 칼과 펠릭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피셔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좀 전부터 두 분 요리하는 그건 뭡니까?"

"두 분은 맴피스 마법사와 상대 진영에 정찰을 다녀온 거 아니었습니까? 그건 대체 언제 잡아오신 겁니까?"

"아~ 뭐, 가보니 녀석들이야 이미 예상대로 짐 싸서 튀었고 나간 김에 부상병들 몸보신 좀 시켜주려고 말이야. 흐흐흐. 이게 피 흘린 데에는 최고거든!"

"아, 네. 부상병들 몸보신 말이죠."

피셔의 말에 펠릭스는 쓰게 웃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보나마나 피셔의 그 입 짧은 고기욕심이 동한 게 뻔해보였다.


펠릭스들이 폐허를 정리하는 동안 피셔와 레논 그리고 맴피스 마법사와 엔필드 등 병사들은 후퇴한 적의 임시 주둔지의 정찰임무를 맡았다가 돌아온 길이었다. 지금 요리하는 짐승은 그 돌아오는 길에 잡아온 것으로 보였다.


처음 보는 짐승이었다. 토끼와 페릿에 쥐를 섞은 듯 한 모습으로 상당히 통통했다.

"아니 피셔경의 말대로야. 이건 피퀴라는 동물이야. 이 녀석들이 이곳 동부중계지 숲을 만든 장본인들이지."

펠릭스의 반응을 본 레논이 아니라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숲을 만든 장본인이라뇨?"

"이곳의 숲이 유난히 빨리 자란다는 얘기는 들었지?"

"예. 가지를 잘라 심어도 며칠만 지나면 다시 무성하게 자란다고 들었습니다."

마침 고램들이 싸운 폐허를 정리 한 후 길버트 경에게서도 들었던 얘기였다.

"여기 동부 중계진은 동부전선의 세 중계진 중에 가장 최근에 생긴 곳이지. 사령부에선 이곳에 부대가 통과할 수 있는 지형을 발견하자 먼저 백동나무 숲을 싹 없앨 생각을 했어. 전선의 확장을 우려해서 말이야. 생각해봐. 가뜩이나 고램도 부족한데 중계진이 또 하나 생기다니."

"하지만 어떻게 말입니까?"

"먼저 고램을 투입해 나무를 잘라버리고 불을 질러버렸지. 심지어 적인 크로비스군 조차도 같은 생각을 했었나봐. 그들도 숲을 없애려고 같이 맞불을 지를 정도였거든. 이른바 양국의 공통된 골칫거리였지."

"그런데도 결국 이렇게 동부중계진이 생겨버렸군요."

"그렇지."

"그런데 그 양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대체 어떻게 이 숲이 살아남았답니까?"

"그 비밀이 바로 이 녀석들 피퀴들이야. 이곳 백동나무숲과 이 피퀴들은 공생관계에 있어. 평소에 피퀴들은 백동나무 묘목이나 씨를 뿌려 숲을 확장, 유지하고 대신 은신처와 먹을 것을 얻지. 놈들은 당시 굴을 파거나 인근 동부산맥으로 도망친 후 다시 돌아와서 숲을 재건했지. 순식간에 말이야. 놈들도 백동나무 만큼이나 생명력이 끈질겼거든."

레논은 대답하면서 자신이 손질하던 과일 하나를 꺼내 보였다. 좀 전에 적의 기사의 검술형태를 설명할 때 보여주던 열매였다.

"그리고 이게 백동나무 열매인데 피퀴들의 주식이지. 굉장히 단단해. 녀석들은 쥐처럼 이빨로 이 나무열매를 갉아먹고 살아."

설명을 하며 레논은 열매 하나를 펠릭스에게 던졌다. 과연 만져보니 돌처럼 딱딱했다.

"백동나무 열매는 단단한 대신 속의 과육은 단맛이 나고 향이 좋지. 그래서 이렇게 피퀴로 요리를 할 때는 같이 넣어서 먹어."

레논의 설명이 끝나자 피셔가 다시 손질한 피퀴 한 마리를 항아리에 넣으며 끼어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이 끝내주지. 흐흐흐! 같이 정찰을 갔던 저 레논 녀석이나 엔필드의 궁수들도 말없이 옆길로 새서 잡으러 가자는데 동의할 정도로 말이야."

피셔의 말에 펠릭스가 정말인지 확인하려 레논을 쳐다보자 레논은 부정하는 대신 쓴 웃음을 지으며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오기 전에 레논도 좋아할 거라던 피셔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레논이 부정했지만 아무래도 피셔의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아니 기대하는 사람은 레넌 만이 아닌 듯했다. 요리하는 주변에 모인 병사들 모두 입맛을 다시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는 좀 더 많이 잡아오려고 했는데 쳇, 웬일인지 오늘따라 잘 안보이더라고."

마지막으로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양념을 항아리에 넣으며 피셔가 투덜거렸다. 항아리에서는 요리가 끓으면서 처음 맡아보는 향긋한 향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구경하던 병사들이 스푼을 꺼내며 말했다.

"양이야 적어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맛은 보여주실 거죠?"

"아! 물론이지! 흐흐흐! 하지만 환자들이 우선이야! 나머지는 줄을 서!"

요리가 완성되자 피셔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그러자 주변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 역시 피셔 경이 최고야!"

"흐흐흐!"

"내가먼저야! 밀지 말라고!"

사람들이 하나 둘 줄을 서기 시작하자 레논은 먼저 환자들 몫을 담아 막사로 보냈다. 그리곤 칼과 펠릭스에게도 오라며 손짓했다.


막 줄을 선 첫 병사에게 피퀴 스튜를 담은 접시를 건네려는 순간이었다.

"아! 마침 여기들 있었군!"

갑자기 나타난 길버트 경이 자연스럽게 스튜를 담은 접시를 가로챘다.

"미안하지만 내일은 다들 무리를 해야 될 거 같아. 특히 기사들 모두 말일세."

"예?"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순찰대와 임무교대를 할 생각이네. 뜻하지 않게 부상병도 생겨 전력차질이 걱정되니. 대신 가기 전에 우리 고램 소대가 전방정찰을 좀 멀리 나갔다 오려고 하네. 오늘 그 기사건도 좀 걱정되고 해서 말일세."

"보아하니 순찰대쪽 소대장과는 이미 얘기를 마친 모양이군요."

"그래."

사람들이 쳐다보니 노획한 적의 고램을 운송하려던 순찰대는 이동준비 대신 임시 천막을 치고 주둔준비를 하고 있었다. 순찰대의 선임기사들 옆에서는 리차드슨 경과 에스톤 병대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 그러니 특히 칼 경, 펠릭스 경, 그리고 피셔 경과 레논 경도 내일은 일찍 준비를 해 두게."

"예.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길버트 경은 빈 접시를 빼앗은 병사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갑자기 자신의 몫을 빼앗긴 병사는 '어, 어'거리면서도 결국 아무 말 못하고 빈 그릇만 받아들었다. 주변의 동료들을 바라봤지만 다들 자신의 그릇을 감싸며 몸을 돌렸다.

"그나저나 피셔 경. 갈수록 요리 실력이 늘어나는군. 잘 먹었네."

"하하하! 대장님도 별말씀을."

"그래. 다들 먹어두고 일찍 쉬도록 하게나."

"옛."

길버트 경이 떠나기도 전에 사람들은 스튜를 다 먹어치웠다. 어차피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항아리의 스튜도 금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펠릭스는 처음 먹어본 피퀴 스튜에 크게 놀랐다. 병사들이 길버트 경에게 몫을 빼앗긴 전우의 애절한 시선을 냉정하게 거절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맛과 향이었다.




다음날 길버트 경을 포함한 세대의 고램은 숲에서 길을 잃었다.

"칼, 펠릭스, 어때? 보이나?"

"아뇨. 이쪽에선 도저히 시야를 확보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세 방향으로 시야를 나눈 길버트의 고램 소대는 숲 아래를 조심조심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쯧,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길버트는 답답한 마음에 애꿎은 땅바닥만 고램 발끝으로 찼다.

"스승님, 설마 적에게 당한 건 아니겠죠?"

"그건 아닐 거라 보네만."

"그랬다면 맴피스의 마법신호나 엔필드의 신호용 화살이 먼저 올라왔겠지."

"그러면 그 마지막 통신은 뭐였던 거지?"

"글쎄 말이야."

선행하던 지상의 선도정찰대를 잃어버린 세 사람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전날 교대할 순찰소대와 진지의 공동 경비를 선후 아침 일찍 길을 나선 길버트 경이었다.

지상의 고램 선도는 피셔를 선두로 맴피스 마법사, 레논과 엔필드 그리고 궁수들과 몇몇 병사들이 맡았다.

한참을 아무이상 없이 북쪽으로 전진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통신에서 "앗! 피셔 이 멍청아!" 라는 맴피스의 마지막 말과 함께 지상의 선도 부대와 연락이 끊겼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이동하던 고램 소대는 그길로 방향을 잃고 숲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는 중이었다.

"안되겠네. 이대로 계속 몸을 노출시키고 있을 수는 없지. 거기다 두 사람은 곧 가동시간 한계이기도 하니."

"그럼 어디로 가실 겁니까? 스승님?"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 저기 보이는 바위산에 붙도록 하지."

길버트의 말에 칼과 펠릭스는 북쪽을 바라봤다.


북서쪽에 중부 중계진의 산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산이 보였다. 제법 가파르게 절벽처럼 솟아올라 계곡을 이루고 있었다. 잘만하면 고램을 숨길만한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백동나무 숲의 가장자리라 시야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세 사람은 고램을 몰아 숲을 헤치고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계곡은 밖에서 보기보단 굴곡이 복잡한 지형이었다. 세 사람은 좁은 입구에서 넓은 공터가 나오는 내부로 들어와 있었다.

"두 사람은 여기서 대기하며 쉬고 있게. 나는 돌아가서 피셔들을 찾아볼 테니."

"스승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걱정 말게. 난 엑스퍼트 중급이잖나. 두 사람 보다는 아직 가동시간에 여유가 있어. 하지만 혹시 모르니. 행여 다음 가동시간을 넘겨서도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두 사람은 자력으로 남쪽 진지로 돌아가도록 하게."

"예, 알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십시오. 스승님."

두 사람과 헤어진 길버트의 화이트 고램은 다시 남쪽 숲으로 향했다.

칼과 펠릭스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야 있었지만 너무 지쳐있었다.

"자 그럼. 우리도 어서 고램을 숨길 장소를 찾아볼까?"

"그래. 저쪽! 절벽 아래쪽이 좋겠다."

은폐 장소는 바로 정해졌다. 바위계곡 공터서쪽, 절벽아래 흠이었다. 이곳은 남북으로 향하는 길 양쪽을 다 감시할 수 있는 위치였다.

거기다 흠은 마치 계산이라도 한 듯 두 대의 마이티 고램이 들어서기에 딱 맞는 크기였다.

칼과 펠릭스는 백동나무 몇 그루를 뿌리째 뽑아 그곳으로 들고 갔다.

흠에 고램을 멈춰 세우고 백동나무로 앞을 가렸다. 마지막으로 살짝 튀어나온 머리 부분은 고램에 실려 있던 그물모양 위장막으로 덮고는 나뭇잎으로 일부러 빽빽하게 가렸다.


외부에서 빛이 새어들어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두 사람은 고램 조종석에서 나왔다.

"아! 젠장, 졸려 죽는 줄 알았네."

"뭐야, 펠릭스, 혹시 너도 어제 중번이었나?"

"응. 설마 재수 없게 오늘 같은 날 전날에 야간 중번 대기조라니."

"그러게. 거기다 하필이면 휴식시간 전에 사고가 터질건 뭐람."

두 사람은 고램 조종석의 해치를 밟고서 위장 여기저기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그러면 보초를 어쩌지?"

점검을 하며 둘은 걱정스럽게 서로 마주봤다. 그냥 쉴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보초를 서야했다.


둘 다 지쳐있었다. 거기다 둘 다 어제 중간순번 초병이라 잠을 설쳤다. 서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다행이 위장은 완벽했다. 외부에 나가서 확인도 했다. 일부러 머리 위의 위장막에 빛이 들지 않도록 촘촘하게 가렸다. 더운 햇볕을 가려 시원한 그늘은 쉬기에도 완벽했다.

잠시 노려보던 둘은 동시에 소리 내며 손을 내밀었다.

"가위! 바위! 보!"




얼마나 잠이 들어있었는지 몰랐다. 비록 그늘이었지만 여전히 더웠다. 뭔가 살짝 악몽을 꾼 것 같았다. 그런 펠릭스를 칼이 흔들어 깨웠다.

"팰릭스! 일어나! 어서!"

"으응? 왜? 벌써 교ㄷ 읍···."

낮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펠릭스를 흔들어 깨우던 칼은 막 눈을 뜨려는 펠릭스의 입을 가렸다.

"쉬~"

다른 손가락으로 입을 가린 칼은 펠릭스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자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켰다.

"···!"


공터에 크로비스 군의 고램과 병사들이 가득했다. 방금 도착한 듯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 속에서 미니트 고램들이 이열 횡대로 정렬하고 있었다. 그 앞과 뒤로 각각 두 대, 세 대의 흑기사가 서서 지휘를 하고 있었다.

펠릭스는 고개를 획 돌려 놀란 눈으로 칼을 쳐다봤다. 칼은 계면쩍은 듯 손가락으로 볼을 긁으며 대답했다.

"미안···. 깜빡 졸았나봐."

펠릭스는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칼의 옆얼굴을 쳐다봤다.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갑작스런 일로 수정이나 퇴고도 없이 그냥 생으로 올립니다.



갑작스런 사정이란게....


주말 갑자기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이..

한 사흘 꼼짝 못하고 누워 있었습니다.


지금은 손으로 누르면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군요.


인터넷에 짧은 검색 소견으로는 맹장염이 의심되는데 

혼자 병원가기가 너무 무섭고 걱정됩니다.


지금까지 감기로도 병원에 별로 가 본적이 없어서.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맹장일까요?

수술해야 할까요?

수술하면 입원해야 할까요?

입원하면 퇴원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돈 많이 듦니까?


누구 아시는 분 없으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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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286 +28 16.10.21 3,129 111 14쪽
286 285 +32 16.10.18 3,497 112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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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283 +22 16.08.28 4,226 110 33쪽
283 282 +50 16.08.22 4,074 136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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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280 +32 16.07.07 4,439 126 25쪽
» 279 +32 16.06.30 4,382 129 32쪽
279 278 +10 16.06.22 4,464 139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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