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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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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3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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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쪽

287

DUMMY

287



"좋아 천천히!"

"그쪽부터 들어 올려봐!"

전장정리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도착하자마자 바쁘게 움직였다. 먼저 야크 수레에 파손된 고램들이 빠르게 실렸다. 시신을 수습하고 생존자를 수색했다. 그와 동시에 새로 주둔준비를 하고 있었다.

후속 소대가 오기 전까지 길버트 경과 크르투아 소대가 임시로 머물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들 비교적 여유롭게 작업 중이었지만 펠릭스는 안절부절 못해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램에서 홀로 주변을 경계하랴, 칼의 고램을 살펴보랴, 뒤에서 현장정리를 지휘하는 길버트 경의 눈치를 살피랴, 정신이 없었다.

"칼! 서둘러! 아직 멀었어?"

"거의 다 됐어. 조금만 더 하면 돼."

"좀 전에도 그렇게 대답했잖아!"

"이제 금방 끝나."

칼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하아~ 제발!"

펠릭스는 안달이 나서 말했다. 칼은 위험하게도 자신의 고램 조종석을 활짝 열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어딘가 적의 저격수가 숨어있을 지도 몰랐다. 혹시나 레드숄더가 다른 적군을 이끌고 또 공격해 올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칼은 조종석을 열어둔 것도 모자라 한손만을 조종용 건틀릿에 끼워놓은 채였다.

다른 손에는 흑판을 들고서 고램의 상체를 숙인 채 바닥을 보고서는 무언가를 한창 기록하는 있는 중이었다.

고램 조종석을 열어 둔 것도, 조종용 건틀릿에 한 손을 빼 놓고 있는 것도 당연히 규율위반이었다. 뿐만 아니라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펠릭스가 걱정하는 것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이 현장을 수습하는 동안 칼과 펠릭스, 두 사람에게 주어진 임무는 주변 경계였다.

펠릭스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엉망이 된 매복지 곳곳에는 시신들이 흩어져 있었던 것이다.

펠릭스는 순순히 고램을 끌고 경계에 나가려고 했으나 칼이 갑자기 자신의 고램에서 내리더니 소대의 병사장에게 다가갔다.


에스턴 병대장도 다른 순찰대로 차출 되 피셔가 병사들을 지휘해야 했으나 실상은 일반 병사 중 제일 복무연수가 오래된 병사가 대신 맡고 있었다.


칼은 별일 아니라는 듯 병사장에게서 흑판을 받아들고서는 금세 고램에 올랐다. 흑판은 전선에서 종이대신 보통 근무순번 등 업무에 관련되는 것들을 기록하는 대 쓰였다. 병사장이 곤란해 하면서 건넨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칼이 조금은 무리하게 부탁해서 얻어온 모양이었다.


그리곤 두 사람이 현장의 가장 북쪽, 마지막으로 레드숄더에게 아군의 화이트 고램이 당한 곳에 도착하자 칼이 펠릭스에게 일방적으로 말했다.

"펠릭스, 잠시만 망을 봐줘."

"응? 왜? 칼?"

칼의 응답이 없자 펠릭스는 칼의 고램을 쳐다봤다. 그러자 대답대신 갑자기 조종석이 휙 열렸다.

"어? 어! 칼! 뭐하는 거야? 위험하다고!"

그러나 칼은 당황하는 펠릭스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곧 조종석에서 접이식 흑판을 펼치더니 바닥을 보며 지금처럼 무언가 기록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아~ 정말!"

펠릭스는 칼의 고램과 뒤쪽을 다시 한 번 번갈아 살펴보고는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현장에서 수습한 고램들이 실려 있는 야크수레 앞에는 길버트 경과 크르투아 경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펠릭스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이유는 행여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적의 저격수나 다른 적이 다시 올지 모른다는 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길버트 경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자리 바닥에는 핏자국이 아직도 선명했다. 쓰러진 화이트 고램에서 흐른 피였다. 핏자국을 보자 펠릭스는 좀 전의 광경이 다시 떠올랐다.



크르투아 소대가 도착하고 레드숄더가 사라지자 길버트 경은 서둘러 화이트 고램에게 다가갔다. 방금 막 쓰러진 탓에 라이더가 아직 생존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매트!"

길버트 경이 매복소대의 소대장이름을 불렀다. 다행이 반응이 있었다.

"···길버트 경?"

"그래! 날세! 잠시만 버티게 곧 마법사들이 올 거야!"

"쿨럭! 커헉! 길버트 경, 저는 이미 틀린 거 같습니다."

"무슨 소리야! 포기하면 안 돼!"

"허억, 허억, 죄송하지만 저 대신 사라에게 전해주십시오. 모든 것을 용서한다ㄱ···."

"이봐 매트! 정신 차리게! 매트!"

그러나 더 이상 화이트 고램은 반응이 없었다. 조종석 발판 아래로 연결된 통풍구에서는 이미 상당량의 피가 흘러 바닥에 괴이고 있었다.


길버트 경과 사망한 매트 경이 어느 정도 친밀한 사이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때 이후로 길버트 경의 기분이 유난히 날카롭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그 뻔뻔한 피셔조차도 입을 다물고는 가능하면 길버트 경의 주위로 다가가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펠릭스가 다시 길버트 경을 살펴본 순간이었다.

"헛! 칼! 스승님 오신다! 서둘러!"

크르투아 경과 대화를 마친 길버트 경이 시선을 북쪽 자신들에게 돌린 것이었다.

"칼?!"

"끄응~!"

그러나 칼은 대답대신 이상한 신음만 냈다. 당장 손을 놓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런 제길!"

펠릭스는 별수 없이 칼의 고램을 가리기 위해 서둘러 자신의 고램을 움직였다.

아무리 등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경계중일 고램이 조종석을 열어젖히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것도 허리를 약간 구부정하게 서 있는 칼의 고램은 뒤에서 봐도 어딘가 어색하게 보일 것이었다.


걸리면 규율위반에 경계근무 태만까지 보통일이 아니었다.

'제발! 제발!'

펠릭스는 속으로 빌며 서둘러 칼의 고램 뒤로 돌아들어가려했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길버트 경이 알아차리는 쪽이 빠를 거 같았다. 실제로 몸을 돌려 북쪽을 향하려던 길버트의 움직임이 멈추고 있었다. 그리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길버트 경, 생존자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누군가 임시 막사에서 나오며 소리쳤다. 그러자 길버트 경의 시선이 바로 그쪽으로 향했다.

"하아~"

동시에 펠릭스의 긴장도 풀렸다.




생존자는 매복소대의 마법사였다.

본진에 뻗어있던 흑기사를 수습하던 중 발견되었다. 운 좋게도 마법사는 쓰러진 흑기사와 매복조의 숙영구조물사이의 좁은 공간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살아있는 게 기적이었다.


상황정리가 끝난 저녁 무렵이었다. 기사들과 선임병들이 생존자를 둘러싸고 모닥불 주위로 모여들었다. 분위기는 우울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마법사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대답했다.

"식사를 마치고 근무교대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의 시선은 특히 자신이 발견된 본진이 있던 곳과 전우들의 시신이 실린 마차에 오래 머물렀다.

"습격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갑자기 적이 몰려왔습니다."

"몰려왔다?"

"예, 녀석들도 우리 소대의 매복지 한가운데로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뒤늦게 알아차리고 화들짝 놀란 눈치였습니다."

"설마 경계를 하고 있지 않았단 말인가?"

"아뇨, 우리 측 경계 자체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단지 적들의 행동이···. 녀석들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대형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왔습니다. 마치 무슨 맹수에게 쫓기는 초식동물들 무리처럼 허겁지겁 말이죠. 우리 레인저대의 선임기사였던 돌턴 경은 이게 웬 횡재냐 싶었을 겁니다."

마법사는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었다는 듯 잠시 눈을 감고는 실소를 지었다.


"문제는 적의 고램들이 나타난 후였습니다."

"···녀석을 확인 했는가?"

고램 이야기가 나오자 사람들은 마법사의 주변으로 바짝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곤 전황보다는 우선 레드숄더에 대한 것부터 물었다.

"아뇨. 레드숄더였다는 얘기는 저도 조금 전에야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본진에서 고램 전투보다는 레인저들 전투에 집중해 있던 터라."

그러나 마법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망실된 고램들을 실어놓은 야크수레 쪽으로 시선을 돌린 후 이야기를 이었다.


"적 병사들은 우리 포위망에 갇혀 별 저항을 하지 못하고 있었죠. 녀석들을 포로로 잡거나 죽이거나 모두 우리 손에 달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의 고램이 공격해 온 직후 상황이 빠르게 변했습니다."

"어떻게 됐나?"

마법사는 매복지의 숙영지 앞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군의 마이티 한 대가 앞으로 쓰러질듯 무릎을 꿇고 있던 곳이었다.

"처음 당한 것은 아군의 마이티였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였습니다. 잠시 레인저들의 전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보니 당해있었고 아군의 고램 방어선이 뚫려 있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당했는지는 보지 못했나?"

"예, 말씀드렸다시피 그쪽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터라···."

"으음!"

마법사의 설명에 기사들은 신음을 흘렸다. 실망감, 안타까움의 신음이었다. 처음 쓰러진 그 마이티 고램의 어깨에는 레드숄더에게 당한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드숄더에게 당한 소대는 거의 생존자가 없었다. 때문에 레드숄더에 대해서 알려진 것 역시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이번에야말로 무언가 밝혀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기대가 허사로 끝나자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마법사의 얘기에서 반쯤은 멀어진 느낌이었다.

"중요한건 그다음 녀석의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법사는 사람들의 반응에는 아랑곳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군의 마이티를 쓰러트린 녀석은 자군의 고램들을 돕는 게 아니라 레인저들의 전투를 벌이는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마법사는 손을 들어 매복조가 전투를 벌였던 산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손을 휙휙 휘둘렀다.

"···?"

"뭐?!"

"설마?!"

무심코 마법사의 손끝을 따라가던 사람들의 표정들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정말이냐고 묻는 표정으로 마법사를 돌아봤다. 마법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흑기사가 쓰러져있던 아군의 매복지 옆 산은 온통 엉망으로 파헤쳐져 있었다. 마법사가 손으로 가리킨 곳이었다.

지금 사람들이 마법사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다면 그 흔적은 레드숄더가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그 장소는 아군의 레인저들과 적군의 레인저들이 싸우던 장소였던 것이다.

"미친!"

누군가 작게 내뱉었다. 마치 모여 있는 사람들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그 후 상황은 묘하게 돌아갔다.

엉뚱하게도 레드숄더의 무차별 공격을 먼저 막아선 것은 적군의 흑기사였다. 동시에 흑기사를 상대하던 아군의 매튜 경도 달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세 고램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마법사도 알지 못했다.

곧 흑기사가 쓰러지며 본대의 숙영지를 덮쳤고 그곳에 있던 마법사도 말려들며 정신을 잃었다. 그나마 그 순간에 마법사는 가까스로 마법신호를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펠릭스들이 봤던 마법신호가 그렇게 힘이 없고 이상했던 것이었다.




사람들은 쉬이 잠들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쪽에는 시체들을 정리한 마차가 있었다. 거기다 레드숄더가 다녀갔다는 점 또한 묘한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스승님, 도대체 녀석은 정체가 뭘까요?"

밤늦게 잠들지 못한 펠릭스가 길버트 경에게 물었다.

"글쎄? 나도 전선에 나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

"혹시 어둠의 오러에 먹힌 녀석이 아닐까요?"

듣고 있던 칼이 끼어들었다. 그러자 펠릭스와 길버트 경이 화들짝 놀라 칼을 바라봤다.

"서 설마?!"

"으음!"

그러나 펠릭스나 길버트 경도 칼의 말에 바로 반박하지는 못했다.

"정말일까요?"

펠릭스가 불안한 표정으로 길버트 경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길버트 경이 고개를 저었다.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예? 하지만 스승님, 녀석이 지금까지 한 짓을 보면···."

길버트의 대답에 칼이 반론하려했다. 그러나 길버트 경은 천천히 손을 들어 칼을 제지했다.

"아니라는 게 아니야.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거지."

"무슨 차이가 있는 겁니까?"

펠릭스가 불안한 듯 물었다.

"각성자들은 보통 각성 전에 이미 무언가 심적으로 크게 충격을 받은 상태지. 그 직후에 주변에서 강하게 압력을 받으면, 그러니까 보통 생사의 갈림길 같은 상태에서 힘에 대한 유혹을 접하게 되면 각성하는 경우가 많지."

"흐음~"

펠릭스는 자신의 경우를 돌이켜보며 수긍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경우 졸업식의 충격에 빠진 상태에서 후기훈련소에서 닐스 조교의 압박으로 처음 각성할 뻔했었다. 그 후 길버트 경은 일부러 칼과의 훈련으로 그런 압력을 연출했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어둠의 오러에 접촉한 이들은 거의 레인저출신이었어. 실제 적과 검을 맞댄 생사의 갈림길에서 각성한 이들이었다. 생각해보면 그쪽이 피를 보기 쉽고 잔혹해지기도 쉽고 그러니 힘의 유혹에 빠지기가 훨씬 쉬웠을 테니 말이야."

"마치 '힘을 줄 테니 피와 타인의 생명을 대가로 바쳐라'라는 거 같군요."

길버트 경의 말에 칼이 대답했다. 그러자 길버트 경과 펠릭스가 어두운 얼굴로 칼을 쳐다봤다. 심지어 말을 꺼낸 칼도 스스로 생각해도 과했는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어쩐지 이곳 장소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으스스함을 자아내는 얘기들이었다. 우기가 다가오고 있다지만 아직 무더운 날씨였다. 그럼에도 살짝 한기가 돌았다.


"그렇다면 고램 라이더 출신은 어둠의 오러에 각성한 사람이 없다는 겁니까? 레드숄더는 어둠의 오러에 먹힌 녀석은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분위기를 바꾸려 펠릭스가 다시 물었다.

"말했듯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야. 어쩌면 펠릭스 경, 자네처럼 각성 후에 라이더가 된 경우일 수도 있어. 실제로 우리 부대의 각성자들 중에 상당수도 무의 수련으로 나아진 후에 라이더로 고램에 타고 있기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그런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거든."

"그런 경우라뇨?"

그러자 길버트 경은 자신을 손으로 가리켰다.

"내가 바로 고램을 탄 상태에서 어둠의 오러에 각성할 뻔 한 경우니까 말이야."

"아!"

길버트 경의 말에 두 사람은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길버트 경이 처음 어둠의 오러에 각성할 당시의 경험담이 생각났던 것이다.



"힘의 대가로 피와 잔혹함에 눈뜬다면···. 사람과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을 가진 고램에 탄 채로 어둠의 오러에 각성하면 잔인함 같은 성향에 다른 각성자들과 다른 어떤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글쎄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나는 그때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답변하기 곤란하구나."

칼의 질문에 길버트 경은 곤란한 듯 대답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펠릭스가 무신경한 듯 한 칼의 발언에 주의를 줬다.

"이봐 칼!"

"왜? 아!"

펠릭스의 핀잔에야 길버트 경의 심경을 눈치 챈 칼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야. 괜찮네."

길버트 경은 애써 웃으며 대답했지만 씁쓸한 표정이었다.


순찰대가 출발하기 얼마 전 각성자들 모두 어둠의 안내자가 아직 가슴 어딘가에 남아있다고 한 얘기를 칼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램을 탄 채로 각성할 뻔 한 그 장본인을 앞에 두고 너무 무신경한 발언이었다. 거기다 오늘 사망한 매트 경 때문에 지금까지 상당히 날카로워있던 길버트 경이었다.


길버트 경의 표정을 살피며 칼은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었다.


길버트 경은 우울한 표정으로 매트 경의 화이트 고램이 실려 있는 야크 수레를 돌아봤다.

"매트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제대신청을 할 예정이었는데."

길버트 경은 잠시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하는 듯 칼이 소리 높여 말했다.

"역시 아침에 그 녀석을 잡았어야 했어! 그렇지 않습니까? 그때 길버트 경이 말리지만 않았어도···."

그러나 그게 오히려 역효과였다. 칼의 말에 길버트 경이 갑자기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말리지 않았다면? 정말로 뛰쳐나가 녀석과 한판 붙어볼 생각이었나?"

"예? 하지만 스승님, 지금 작전은 녀석을 잡기 위한 거잖습니까!"

"그래, 분명 작전 목표는 레드숄더를 사냥하기 위한 것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일대일 대결을 하라는 건 아니야. 잊었나? 왜 우리가 지금 순찰조를 늘리는 함정을 팠는지?"

길버트의 말에 칼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은근히 불만스러운 표정은 남아있었다.

"왜? 다수로 녀석을 잡겠다는 작전이 불만인가? 설마 저 모습을 보고서도 알량한 기사도 정신 같은걸 떠올리고 있는 건가?"

길버트는 수습한 시신들이 실려 있는 수레가 있는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고램이 등장하고 기사도가 많이 퇴색된 게 사실이야. 나도 아무리 전쟁터라지만 가능하면 지킬 건 지켜가고 싶다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그것도 상대를 봐 가면서 지켜야 될 시대가 된 거야.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있는 곳은 누군가 죽어나가는 전쟁터야! 호기심, 자신의 실력에 대한 과신, 호승심, 욕심, 대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그런 어이없는 일들로 덧없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소대의 장으로 내 소대원 누구한 사람이라도 죽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특히 자네들 같은 앞으로 장래 이 에덜라드를 짊어지고 가야할 젊은이들이라면 더더욱 말일세!"

말을 마친 길버트 경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리곤 다음 경계 순번인 듯 옷을 갖춰 입었다. 펠릭스와 칼은 길버트 경을 배웅하기 위해 일어섰다.

"앞으로도 녀석과 일대일 대결은 절대 금지하네! 특히 칼 경, 자네는 더더욱 안 돼!"

떠나기 전에 길버트는 못을 박듯 칼에게 말했다.

칼은 형식적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얼굴이나 행동에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엿보였다.

길버트 경도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

갑작스런 두 사람의 의견차와 대립에 지켜보는 펠릭스만 불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칼은 양팔을 베개 삼아 누워있었다. 그 상태에서 한쪽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다른 발을 올려놓고는 까딱거리고 있었다.

"저기 칼···."

"난 괜찮아. 펠릭스, 걱정 마."

칼은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펠릭스도 알고 있었다.


칼은 레드숄더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묘하게 녀석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런 칼의 마음이 말이나 행동에서 은연중에 표면에 나타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방금 길버트 경도 자신은 모르고 그저 미리 경고를 주려고 한 것이었지만 사실 칼은 같은 경고를 두 번째로 받았던 것이었다.



순찰대가 떠나던 날이었다.

"왜? 녀석과 일대일로 제대로 한판 붙어보고 싶은가?"

"···. 안됩니까?"

"다른 녀석이라면 멍청이라고 소리쳐야겠지만 네 녀석이라면 또 모르겠군."

펠릭스들이 문병 겸 순찰대의 출발 인사차 들른 의무실 병동에서였다. 안드레아나 드비어스는 이미 거의 완치된 상태였다. 두 사람은 자신들도 적극 작전에 참가하려고 했으나 의무 담당 마법사가 아직 좀 더 살펴봐야 안심할 수 있다는 얘기에 길버트 경이 만류한 것이었다.

그때 칼이 넌지시 두 사람에게 레드숄더에 대해서 물었던 것이다.

"전에도 말했듯 펠릭스 녀석은 타고난 오러의 재능은 별로야. 하지만···."

"하지만 고램 조종 실력은 꽤 괜찮죠."

드비어스의 말에 칼이 끼어들었다. 드비어스는 별 부정하지 않는 듯 그저 작게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나름 펠릭스의 재능에 짠 평가를 하던 드비어스 치고는 상당한 반응이었다.


"그래, 하지만 문제는 펠릭스가 아니라 네 녀석이지."

"제가 어때서요?"

"분명 네 녀석은 타고난 재능이 있다. 안드레아 녀석이 수십 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재능이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예, 우리 고매하신 드비어스 경이 보시기엔 제가 어떠한가요?"

칼은 귀에 손을 펼쳐대고선 장난스럽게 드비어스 경에게 상체를 내밀고 있었다.

그러나 화를 낼 법도 하건만 드비어스는 그런 칼을 말없이 바라만 봤다. 오히려 장난을 걸었던 칼이 어색해할 정도였다.

"알고 있나? 요즘 네 녀석들 기록이 이곳 중부중계진, 아니 동부전선에서 화제라는 걸?"

"예, 저번 전체회의에서 크게 실감했었죠. 덕분에 구경거리가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확실히 느꼈습니다."

"그래, 일 년도 되기 전에 벌써 4기반, 3기, 확실히 대단한 기록이지. 분명 지금까지는 하벤 경도 넘을 정도의 기록이야."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칼은 일부러 부끄럽다는 듯 대답했다. 여전히 장난스러운 대꾸였지만 역시 드비어스 경은 상관없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그건 알고 있나? 사실 생각보다 하벤 경의 기록은 제법 흔하다는 점 말이야."

"예?"

그제야 칼의 장난스런 답변이 끝이 났다. 옆에서 언제 드비어스 경의 성격이 터질까 조마조마하게 쳐다보던 펠릭스의 걱정도 끝이 나는 순간이었다.

"하벤 경의 기록이 흔하다니 무슨 말씀입니까?"

걱정대신 호기심이 생긴 펠릭스가 물었다. 그러자 대답은 지금까지 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안드레아 경이 했다.

"전투 기록은 살아남은 자의 것만을 인정한다네."

"예? 그 말씀은?"

"그래, 3년에 19기 이상을 격파한 라이더는 많지만 다들 하벤 경처럼 살아남지는 못했다는 거지."

안드레아의 말에 칼과 펠릭스는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로 마주봤다. 그리곤 칼이 물었다.

"상부에선 왜 그런 걸 밝히지 않는 겁니까?"

"밝힌다고? 그러니까 이렇게? '우리 에이스 뭐라는 경은 이번에 30기를 넘는 격파기록을 달성했지만 더 강한 적의 에이스에게 쓰러졌다.' 라는 식으로 말인가?"

칼과 펠릭스의 진지한 표정에 이번에는 안드레아 경이 마치 좀 전의 드비어스가 당한 복수라도 하듯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나 듣고 있던 드비어스 경은 오히려 그걸 못 참겠다는 듯 끼어들었다.

"내가 왜 라이더 자리를 거절한 줄 아나?"

드비어스 경의 말에 세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칼과 펠릭스 만이었다. 안드레아는 또 그 얘기냐는 듯 지겨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 동부중계진에서 적의 상급엑스퍼트 기사의 위력을 보았지?"

"예."

대답을 하면서 칼과 펠릭스는 은근히 속으로 불안했다. 또 삼위일체 같은 논쟁거리가 나와서 안드레아와 두 사람이 격론에 빠질까봐 걱정됐던 것이다.

다행이 드비어스는 삼위일체 얘기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나는 뛰어나다고 자부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 검에 대해서는 조금은 안다고 자신하는 편이지."

"푸훗!"

드비어스의 말에 옆에서 안드레아가 장난스럽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 바람에 드비어스의 얼굴이 잠시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곧 헛기침을 하고는 평정을 되찾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서는 고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저 물건에 대해서도 좀 안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아니었다. 저건 검술과는 전혀 다른 어떤 것이었어."

"전혀 다른 어떤 것이요?"

드비어스의 말에 칼과 펠릭스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너희는 진짜 고램 조종에 대해 능숙한 에이스 라이더를 본 적이 있나? 이번에 만났던 적의 상급 엑스퍼트와 같은 고램 라이더를 말이다."

"으음~"

드비어스의 말에 칼과 펠릭스는 진지하게 자신들이 만났던 상대를 떠올려봤다.


펠릭스가 고램으로 싸워본 상대 중에 에이스 라이더는 세 명이 있었다. 첫 상대는 가문의 기사인 헨리였다. 하지만 헨리는 어디까지나 자신을 훈련시키고 교육시키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진짜 실력을 알지는 못했다.

두 번째 떠오르는 인물은 후기 훈련소의 그린 경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테스트를 위한 대련이었기에 마찬가지로 진짜 실력을 보였다고 보기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그리고 가장 강한 상대는 학교의 제시 교관이었다. 그러나 이 경우가 제일 평가하기 어려웠다. 칼도 학교에서 상대해봤지만 그때 두 사람은 그야말로 피라미였다. 평가라는 단어 자체가 무색한 경험이었던 것이다.

"마치 거대한 벽을 마주한듯한 그 막막함은 상대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지. 그건 검술과는 전혀 다른 벽이었어. 나는 입대하기 전에 서부에서 그런 벽과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지. 그리고 그 후 결심하게 됐어. 가능하면 저 알 수 없는 물건에 타지 않겠다고 말이야."

칼과 펠릭스는 혹시 무슨 얘긴지 아는가 싶어서 안드레아 경을 바라봤다. 그러나 안드레아 경도 전혀 들은바 없다는 듯 양팔을 벌리고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칼, 네 녀석은 확실히 굉장한 재능이 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피어나진 못했어. 내가 보기엔 아마도 엑스퍼트 중급이 되어서야 그 재능이 피어나기 시작할거라고 본다."

드비어스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옆에서 듣고 있던 안드레아 경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좀 고지식한지 모르지만 난 이번 뿔 뽑기 방식에는 반대다. 아무리 기사도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지만 또 아무리 적이라고 하지만 경지 높은 기사에겐 그만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최소한 뿔 뽑기를 한다고 해도 일대일의 대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야."

"그 말씀은?"

칼은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제가 녀석과 일대일로 붙는 걸 동의한다는 말씀이십니까?"

"푸훗~!"

그러자 안드레아가 다시 옆에서 입을 막고 웃음을 터트렸고 드비어스는 짐짓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인정한 것은 칼, 네 녀석의 검술과 오러에 대한 성장 잠재력뿐이야."

"하지만 좀 전에 말씀하셨잖습니까? 고램은 검술과는 전혀 다른 무엇이라고."

"하아~ 이래서 애송이들은!"

칼의 대답에 안드레아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고 드비어스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칼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내가 그 얘기를 한 것은 너희들은 진짜 에이스의 실력을 모른다는 얘기를 하려고 한 것이야!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녀석들이 그런 호승심과 자신의 얼마 안 되는 재능만 믿고 설치다가 죽어갔는지 아는가? 네 녀석의 고램 조종 실력도 나쁘진 않지만 그쪽만이라면 오히려 펠릭스 녀석이 나을지도 몰라. 그러니 정말로 녀석과 한판 붙어보고 싶다면 최소한 하벤 경이 얘기한 그 수수께끼의 비밀 정도는 풀고 난 후에 하라고!"

"영웅이 되려고 하지마라!"

드비어스의 말이 끝나자 안드레아 경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우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엄숙하게 말했다.

"기억나지?"

칼과 펠릭스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첫 전투에서 들었던 얘기였다.

"상황에 따라, 그리고 장소에 따라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지. 예를 들면 전에도 얘기했지만 여기 동부 전선에선 너무 나서지 말라. 주변의 동료들을 믿어라. 상황을 크게 만들지 말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지금 칼 네 경우에는!"

안드레아는 손가락을 들어 칼을 정확하게 가리켰다.

"자신의 실력이나 제대로 알아라! 정도가 되겠군. 자네가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아직은 아니야. 여기 전장에는 정말 괴물 같은 녀석들이 득시글거린다고. 그리고 그 괴물은 검술실력이 뛰어난 녀석만을 뜻하는 게 아니야. 오러나 마법이 아니라도 엔필드 처럼 무서운 녀석은 얼마든지 있어. 그래 좀 전에 드비어스 녀석이 얘기했듯 검술이나 오러의 수준에 상관없이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램을 괴물처럼 다루는 녀석도 포함 돼. 그래 마치 저 레드숄더 녀석처럼 말이야."

안드레아와 드비어스, 두 사람이 드물게 같은 표정을 지으며 같은 말을 전하고 있었다.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칼에게 경고 아닌 경고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드비어스의 침상 옆 의자에 앉아서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마치 표정으로 '그래서요?' 라는 말을 하는 듯이 보였다.

그 표정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드비어스가 다시 칼에게 말했다.

"녀석과 일대일은 안 돼! 특히 칼! 지금의 네 녀석은 절대 안 돼!"




길버트 소대와 크르투아 소대는 다음날 후속 소대와 교대 한 후 다시 순찰임무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여가 흘렀다. 소대는 순찰지를 옮겼고 전선은 조용했다. 더 이상 적과의 접촉이나 레드숄더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길버트 소대는 중계진에서 나온 연락소대와 접촉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급과 함께 새로운 명령이나 소식을 전달받았다. 피셔 경의 지휘 하에 소대가 보급을 받는 동안 길버트 경은 칼, 펠릭스와 함께 연락소대 소대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에도 이대로 우기가 시작될 모양이군요."

"그러게 말일세."

"이러면 또 녀석이 이전처럼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뭐 이번에야말로 녀석이 그대로 제대해 버리는 게 우리 쪽에는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고 말이야."

길버트의 말에 연락소대 소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휴페리온 대륙에는 여름 두 번의 짧은 우기가 있었다. 여름이 시작하기 전에 한 번 있었고 여름이 끝날 무렵에 다시 한 번 짧은 우기가 있었다. 특히 두 번째 우기는 짧지만 집중적으로 비가 내렸다.

그리고 고램 전투는 이 우기동안에는 암묵적으로 중지였다. 금속 부품이 많은 고램이 비를 맞아서 양쪽 다 좋을 리는 없었던 것이다.


"그보다 여전한가?"

"예. 초반에 잠시 전과를 올리긴 했지만 그 후로 지금까지는 조용합니다. 레드숄더도 그때 한번 목격된 이후로는 다시 보이질 않고 있고요."

"음~ 전과라."

길버트 경은 연락소대장의 말 중에 레드숄더 보다는 전과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왜 그러십니까?"

"이거 잘못하면 상황이 좀 엉뚱하게 돌아갈지 모르겠는 걸?"

"예?"

길버트 경의 말에 칼과 펠릭스도 무슨 얘기냐는 쳐다봤다.

"이번 작전 때문에 중부 중계진에만 갑자기 초과 전력을 그것도 이렇게 집중적으로 배치했지. 그 바람에 아마도 몇몇 소대에서는 뜻하지 않게 전과를 올렸을 거야. 그러니 생각해보게 크로비스 녀석들이라고 당하고 가만히만 있지는 않겠지?"

"아!"

길버트 경의 얘기에 세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러면···."

"그래, 녀석들도 지난 일주일 여 상황을 판단하고 준비를 했겠지."

"이런, 잘못하면 상황이 커지겠군요."

"그렇지. 그러니 차라리 우기가 빨리 오길 바라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길버트 경이 걱정스럽게 말을 마치고 마시던 찻잔을 비우려던 순간이었다.

'피이잉~!'

갑자기 북쪽에서 환한 빛이 떠올랐다.

"이런 젠장! 말 꺼내기가 무섭군!"

매복소대의 신호였다. 저번과 달리 희미하지도, 힘없이 비틀거리며 올라오지도 않았다.

길버트 경은 자신의 아끼던 찻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칼과 펠릭스를 돌아보며 고갯짓을 했다.

두 사람은 재빨리 대기 중인 고램을 향해 달렸다.


작가의말


집안 일로 또 멘탈이...


사는게 그냥 힘드네요.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연참이나 연재 주기에 대해서는 

뭐라 말씀 드리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시절이 하 수상 합니다.

다들 몸 조심하시길.


부족한 글 기다려 주시고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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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286 +28 16.10.21 3,130 111 14쪽
286 285 +32 16.10.18 3,499 112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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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282 +50 16.08.22 4,078 136 24쪽
282 281 +38 16.07.23 4,184 12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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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279 +32 16.06.30 4,386 129 32쪽
279 278 +10 16.06.22 4,466 139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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