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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문영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검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진문영
작품등록일 :
2022.05.29 12:25
최근연재일 :
2022.06.12 13:2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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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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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249

작성
22.06.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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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2쪽

무당검선 - 머리를 굴려보자 (2) -

DUMMY

“밑에서 일을 하다니?”

“말 그대로 내 밑에서.”


제갈석은 얼굴을 굳혔다.


“내게 무슨 이득이 있어서?”


지금은 내게 잡혀 있는 몸이지만, 천검문 대사형인 나보다는 포리장주인 그의 신세가 더 나았다.


“천 냥을 빼주지.”

“몸값에서?”

“일을 잘 하면 삼 년 뒤에 나머지 천 냥도 돌려주지.”


삼년에 이천 냥.

제남에서 이름 난 표두도 받기 힘든 거금이었다.

물론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제안이었다.


“으음······.”


제갈석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역시··· 이 자는 칼이 아닌 머리로 살아가는 자였다.


“일이 잘 되면 더 줄 수도 있어.”


제갈석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돈을 더 준다고? 설마 흑도 문파들처럼 육리현 전체를 먹어 치우려는 건가?”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니고.”


천검문은 무림맹에 소속 된 백도 문파였다.

육리현 곳곳에서 기부금을 받을 수는 있을지언정 흑도문파처럼 그들을 아래에 거느릴 수는 없었다.


“그럼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거야?”

“육리현을 넘어서 제남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도 있지.”


제갈석의 미간이 더욱 좁아졌다.


“제남에는 제갈세가가 있어.”

“제갈세가는 철방이나 포목점까지 관여하지 않지.”


제갈세가는 제남의 유력한 실력자나 상단을 비호하며 그들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고 있었다.


“제갈세가가 아니라도 제남쯤 되면 하오문이 곳곳에 있을 거야.”


하오문은 마부, 가기, 기녀, 도박꾼, 소매치기, 점소이 등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이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조직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영춘루의 춘매도 천검문이 아닌 하오문에 보호를 요청해야 했다.

그러나 육리현 같은 시골에는 하오문조차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하오문은 바닥에 깔려 있으니, 우리는 그 위를 목표로 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이쪽 방면에는 아는 것이 적었다.

용진이나 태원선인이나 아는 것은 무공뿐이었으니까.

반면 제갈석은 뭔가 좀 아는 듯 했다.


“포목점이나 철방 말인가?”


포목점과 철방은 하오문에 속할 정도로 신분이 낮지 않았다. 그들은 그러면서도 제법 돈을 만졌다.


“그 외에도 많이 있잖아. 제갈세가와 하오문 사이에 있는 자들 말이야.”


제갈석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대신 말끝을 올렸다.


“그런 자들은 제남의 문파들이 꽉 잡고 있을 걸?”

“제남의 문파?”

“제남에는 근처 태산파에서 무공을 배운 이들이 세운 중소문파가 많아.”


태산파도 아니고 그 아래에서 무공을 배운 이들이 세운 문파들이라.

그들과 내가 이끄는 천검문을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들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면······.


“한 마디로 쉽지 않다는 말이군.”


제갈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짧게 요약하면 그렇지.”


나는 미소를 지었다.


“쉽지 않으니, 해볼 만한 것 아니겠어?”


제갈석은 날 미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해볼 생각인가?”

“못할 것 같나?”

“그 정도 무공이라면 가능할지도. 하지만 조심해야할 거야. 태산파는 만만한 자들이 아니니까.”


나도 알고 있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자들이 항상 필사적이라는 것을.


“좋은 생각 없나?”


내가 녀석을 아래에 두려는 것은 녀석의 잔꾀 때문이었다.


“좋은 생각?”

“천 냥의 값을 해야지.”


내 말에 제갈석이 피식했다.


“벌써 내가 밑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거부하기 힘든 제안일 텐데?”

“이천 냥 내고 편하게 살겠다면?”

“천검문이 세력을 확장하면 포리장도 결국에는 영향을 받게 되어 있어.”


포리장원은 거리상 천검문과 세력권이 겹쳤다.


“결국에는 그대의 밑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는 말인가?”

“왜? 싫은가?”


제갈석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천검문 밑에 들어 간다라.”


썩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당근을 더 내어줄 수는 없고.

어떻게 녀석을 꼬드길까 싶었다.


“남쪽으로 확장하는 것은 어때?”


제갈석이 멈칫했다.


“남쪽?”

“제남이 아니라 신기(新汽)나 비주(榧州) 쪽 말이야.”

“그쪽은 강소성이잖아.”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산동이나 강소는 모두 관에서 쓰는 경계가 아닌가? 우리 무림인이 그들과 같은 경계를 가져야한다는 규칙은 없지.”


제갈석은 내 말에 진지하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으음··· 강소성이라.”


내가 말한 신기나 비주는 강소성 북쪽의 현성들이었다.

이쪽으로 세력을 확장한다면 나쁘지 않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어때?”

“일단 그쪽에는 강한 문파는 없는데 말이야.”

“또 뭔가 있어?”

“자네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흑림(黑林)이라고.”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흑림인가?”


흑림은 운태산(雲台山)의 산적들이 세운 방회였다. 그들은 흑림을 만든 뒤, 스스로를 흑도(黑道)라 칭했다.


“무공은 높지 않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이쪽은 백도가 아니니까.”

“충고 고맙군. 한데 어차피 그쪽은 자네가 풀어야 할 문제야.”

“내가?”

“내 밑에서 일하게 될 테니까.”


제갈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생각할 시간을 주지. 하루면 되겠나?”


머리가 좋은 자들은 쉬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나는 녀석에게 고민이라는 변명을 할 기회를 주고자 했다.

녀석이 입을 연 것은 바로 그때였다.


“한 가지 물어도 될까?”


흠.

혹시 내가 던지지 않은 미끼를 물었나?


“한 가지라면 가능하지.”


제갈석이 날 바라보며 말끝을 올렸다.


“나와 싸울 때 펼친 무공, 십 할이었나?”


녀석은 내 실력을 알고자 했다.

한 마디로 강자에게 붙고 싶다는 말인데······.


“오 할.”


내 대답에 제갈석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녀석··· 놀라긴.

태원선인을 기준으로 하면 오 할이 아니라 일 할이나 될까 싶었다.


“그, 그 정도였나?”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나?”


제갈석이 고개를 숙였다.


“그 정도라면 태산파하고도 해볼 만하겠군.”


태산파를 언급했다는 것은 제갈세가에는 아직 부족하단 말인가?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내일 다시 올 테니, 그때까지 답을 줘.”


내가 등을 돌리자 제갈석이 말했다.


“네게 붙겠다.”


이렇게 빨리 결정을 내리다니, 오 할이라는 대답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나는 말을 낮게 깔았다.


“아래로 들어왔다면 말을 바꿔야지.”


제갈석이 몸을 낮추며 말을 고쳤다.


“대협, 그대의 아래에서 일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자네의 몸값을 천 냥으로 하지.”


지금 당장은 제갈석이 천검문에서 문무(文武) 양쪽으로 가장 쓸 만한 인재였다.


* * *


영춘루로 돌아오자 모두가 반색했다.

아마도 내가 제갈석과 대화하는 동안 소문이 돈 모양이었다.


“별 일 아니었습니다.”


춘매가 이전보다 더 싹싹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대협께서 나셨는데 어찌 해결되지 않았겠습니까?”


상인들이 날 보는 눈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래서 다들 이야기는 나누셨습니까?”


현성에서 가장 큰 포목점을 운영하고 있는 허 씨가 대답했다.


“모두 한 마음으로 대협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제갈면과 형의문 제자들의 급습은 내 무위를 모두에게 증명하는 하나의 시험대가 된 듯싶었다.

화가 복이 되었다.

대충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이다.

춘매를 비롯한 기루의 주인들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저희도 대협의 뜻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흑도 문파의 수장이었다면 크게 웃으면서 어깨를 폈겠지만, 이쪽은 어디까지나 무림맹의 일원이었다.

나는 두 손을 모은 뒤 허리를 굽혔다.


“여러 분들께서 제 뜻을 이해해 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내가 예의를 갖추는 사이 장 총관과 이 사부가 주변을 돌아다니며,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인들은 이들에게 내게 할 수 없는 이런저런 일들을 물어볼 것이다.


“셋째야.”


내가 부르자 셋째가 고개를 숙였다.


“예, 대사형.”

“각오는 되어 있느냐?”

“열심히 할 뿐입니다.”


나는 고개를 넷째에게 돌렸다.


“넷째는?”


넷째 사매의 눈은 셋째와 달랐다. 그녀의 눈은 마치 먹음직한 홍시를 보는 듯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저 눈빛은 내가 아닌 내가 지닌 무공을 향한 것이었다.


“죽을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그런 각오면 잘 될 것이다.”


아무래도 무공의 성취는 넷째가 더 나을 것 같았다.


“셋째야.”

“왜 그러십니까?”

“사매에게는 연락이 없느냐?”

“그것이······.”


말을 흐린다는 것은 아직 연락이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돌아가 봐야할 것 같구나.”

“같이 가겠습니다.”


셋째와 넷째는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나는 오른손을 뻗었다.


“너희는 여기 남거라.”

“대사형?”

“육리현의 상인들은 우리 천의문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을 것이다.”


이곳에 남아 장 총관처럼 상인들을 상대하라는 말이었다.

두 사제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사형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나는 손을 한번 휘젓고는 연회장을 나섰다. 그러자 영춘루의 주인인 춘매가 밖까지 따라 나왔다.


“벌써 가십니까?”

“힘을 썼더니, 머리가 아프군요.”

“독주를 마셔서가 아니고요?”


나는 가볍게 웃었다.


“하하, 소홍주를 어찌 독주라 할 수 있겠습니까?”


내 물음에 춘매가 교태를 부리면서 웃었다.


“호호호, 대협은 정말 영민하십니다. 어찌 그리 술을 딱 맞추십니까?”


파락호 용진에게는 보여주지 않던 얼굴이다.

달라진 것은 춘매만이 아니다.

파락호였을 때는 홍루의 기녀들조차 나를 하찮게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먼발치에서라도 나를 보고자 다들 방밖으로 나와 있었다.


“또 오겠습니다.”


춘매가 무릎을 숙이며 내 말을 받았다.


“언제든 편히 찾아주십시오.”


다음에 찾아왔을 때는 가장 예쁜 아이가 내 옆에 앉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더는 이곳에 찾아올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날 휘감으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밖으로 나온 뒤, 두 팔을 활짝 펼쳤다.


“하··· 그것도 그렇고, 할 일이 많아.”


그러고 보니 최 아저씨가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일이다.

이 검을 만든 이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 * *


생각보다 상자가 작았다.


“이게 천 냥이라고?”


제갈석이 내 물음에 답했다.


“금자 하나가 은자 서른 냥이 넘으니, 부족하지는 않을 겁니다.”

“은자가 아니라 금자로 가져왔단 말이군.”

“열어서 확인해 보십시오.”


금액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탁.

자물쇠를 풀자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금자가 눈에 들어왔다.

가짜는 아닐 테고.

숫자도 어지간해서는 맞겠지.

나는 이런 쪽으로는 의심이 적은 편이다.


“좋아. 이제 그대에게 직함을 줘야겠는데 어떤 것이 좋겠나?”

“그냥 포리장주면 될 것입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포리장주는 부르기 힘드니, 다른 것을 생각해 보겠네.”


총관은 이미 장 총관이 가져갔고, 그를 사범이라 부를 수도 없었다.


“그냥 포 장주라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포 장주?”

“예.”

“왜 제갈 장주가 아니라 왜 포 장주인가?”


제갈석이 대답했다.


“길어서 부르기 힘드신 것 아니었습니까?”


아, 글자 하나를 줄여주었다?

이 친구가 이렇게 실없을 때도 있군.


“그렇다면 석 장주라 하겠네.”


제갈석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석 장주.”

“예, 하명하십시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흠, 자네에게 첫 번째 명을 내리겠네.”


제갈석은 두 손을 마주잡았다.


“충심을 다해 명을 받들겠나이다.”


이 친구, 생각보다 목소리가 좋다.


“무림맹 제남지부를 찾아가 우리 사정을 알리고 제갈세가와 교섭하게.”


순간 제갈석이 눈썹을 올렸다.


“대협, 제게 모든 것을 맡기시는 것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목숨 빼고.”


제갈석이 고개를 숙이며 명을 받았다.


“교섭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갈면은 권 의원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그가 죽지 않았으니, 제갈세가와 교섭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제갈석은 제법 능력이 있는 자였다. 그라면 제갈세가와 교섭이 어렵지 않을 터였다.


사흘 뒤.

제남에서 돌아온 제갈석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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