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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문영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검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진문영
작품등록일 :
2022.05.29 12:25
최근연재일 :
2022.06.12 13:2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817
추천수 :
611
글자수 :
90,249

작성
22.06.07 13:24
조회
1,282
추천
31
글자
12쪽

무당검선 - 나는 강도가 아니다 (3) -

DUMMY

* * *


“이것을 가져가게.”


내게 검을 내민 사람은 육리철방의 주인 최 아저씨였다.

최 아저씨는 사부님이 살아계실 때부터 천검문과 거래를 해왔다.

그러나 그의 검을 선뜻 받을 수는 없었다.


“그냥 검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내가 올곧은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육리철방은 육리현에서 가장 큰 철방이었으나 도검(刀劍)의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품질에 문제가 있는 철방이 어떻게 육리현에서 가장 큰 철방이 되었느냐고.


“허허, 괜찮다네.”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최 아저씨.

최 아저씨가 만드는 농기구나 연장의 품질은 훌륭했다. 그 덕분에 육리철방은 육리현에서 가장 큰 철방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검(劍)이나 도(刀)의 품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제 마음이 불편합니다.”


내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은 육리철방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제남에서 직접 구입한 것이었다.

천검문에서 육리철방의 검을 쓰는 것은 문하생들뿐이었다.


“용진, 내가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게.”


하··· 가격이 문제가 아닙니다.

명장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 검에는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사부님의 말에 따르면, 최 아저씨는 명장이었던 아버지가 급사하는 바람에 검과 도를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지 못했다고 한다.

만에 하나 최 아저씨가 아버지의 기술을 제대로 전수받았다면, 명장이었던 아버지와 마찬 가지로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다.


“선물인 것입니까?”


최 아저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사실 이 검은 장 문주가 주문했던 것일세.”


백룡문주 장패가 주문한 검.

뭔가 이상했다.

장패가 최 아저씨의 실력을 몰랐단 말인가?

내가 미간을 좁히자 최 아저씨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나도 내가 검을 잘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표정 관리에 실패한 모양이다.

나는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천검문은 육리철방에서 만든 검을 매년 구매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자네가 차고 있는 검조차 육리철방에서 만든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날카로운 질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말문이 막힐 내가 아니다.


“이것은 사부님의 친우께서 선물해 주신 것입니다.”

“채 사부의 친구가?”

“무림맹에 계신 분이라 들었습니다.”

“흠, 무림맹인가? 어쨌든 이 검은 괜찮을 걸세.”


무슨 자신감으로 괜찮다고 하시는 것일까?

이렇게까지 대화가 진행 된 이상, 쓰지 않는다고 해도 받아둬야 할 것 같았다.


“하면 값은 차후에 치르겠습니다.”

“괜찮다니까. 사실 이 검에 대한 값은 장 문주가 이미 치렀네.”


장패도 참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선금까지 지불하면서 육리철방에서 검을 주문하다니 말이다.

검을 받은 뒤 그것을 살짝 뽑아보았다.

스릉.

순간 푸른빛이 검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뭐야?

이걸 최 아저씨가 만들었다고?


“좋은 검 아닌가?”


좋은 검이 아니라 훌륭한 검이었다.

무당파에서도 삼대제자 이하 제자들은 이러한 검을 가질 수 없었다.

나는 말끝을 올렸다.


“아저씨께서 만드신 검입니까?”


최 아저씨가 오른손을 흔들었다.


“내가 만든 검이 아닐세.”


그러면 그렇지.

최 아저씨가 이렇게 좋은 검을 만들 리 없지.

미안한 말이지만, 최 아저씨가 이런 검을 만들 수 있었다면 육리현이 아닌 제남에 철방을 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장인을 고용하신 것입니까?”

“장인을 고용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친구에게 제작을 맡긴 검일세. 그 친구는 오직 검만 만들지. 내가 보기에는 천재인데 그 친구는 자기 자신을 모르더군.”


검만 만드는 천재 장인.

제남에도 명장이 있었나보다.


“그런 사람이 있었군요.”

“성격이 좋지 않아서 널리 알려지진 않았네.”


원래 천재들은 성격이 좋지 않은 법이다.

무당파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은 성격이 괴팍한 경우가 많았다.

나는 어땠느냐고?

검선이라는 별호를 생각하면 매사에 허허하고 웃을 것 같지만, 전혀 아니었다.

과묵한데다가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아 사형제들은 물론이고 이대나 삼대제자들까지 크게 고생했다.


“대적을 상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 아저씨는 내가 제갈세가를 상대하러 간다는 것을 깨닫고는 미간을 좁혔다.


“조심하게. 제갈세가는 보통이 아니야.”


제갈세가가 평범한 세가였다면 어찌 오대세가 중 하나가 되었겠는가?

그러나 내가 상대해야 하는 자들은 제갈세가가 아닌 그 방계가 만든 형의문이었다.

형의문조차 상대하지 못한다면 천하를 논할 수 없었다.


“괜찮을 겁니다.”


나는 일행과 함께 별관을 향했다.


* * *


별관은······.

한 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집기들과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는 제자들.

내가 며칠 전 하려고 했던 것을 형의문 녀석들이 해낸 모양이었다.


“하··· 이거 제대로네.”


내 한 마디에 이 사부가 눈살을 찌푸렸다.


“대협, 큰일입니다.”


기세등등하게 날 뛰는 녀석들은 아마도 형의문 제자들일 것이다.

나와 두 사제 그리고 이 사부와 장 총관이 외원으로 들어서자 놈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를 향했다.

그러고 보니, 날 뛰는 녀석들 중에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저 놈들이냐?”


누군가 묻자 익숙한 얼굴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바로 저 자입니다.”


날 지목한 자는 다섯째 공자인가 뭐시기인가 하는 녀석을 따라왔던 수행원이었다.


“난 이런 짓을 허락한 적이 없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군.”


키가 큰 녀석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어서 무릎을 꿇고 사죄해라!”


다짜고짜 사죄하란다.

쯧쯧쯧.

제갈세가에는 이런 녀석들이 큰 수레로 하나 가득 있는 모양이다.


“내가 부른 것은 네가 아니라 형의문주다.”


내 한 마디에 놈이 눈썹을 위로 올렸다.


“무엄하다! 감히 문주님을!”


무엄하다니.

여기가 조사전이라도 되는 것일까?

난 미간을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소란을 피운 대가는 어떻게 치를 생각이지?”

“대가?”

“설마 네 놈들이 저지른 짓을 내가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나?”


키가 큰 녀석이 허리를 두 손으로 받친 채 목소리를 높였다.


“하하하하하! 그냥 넘어가지 않으면?”


나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그러고는 방심하고 있는 놈의 복부에 일격을 날렸다.

퍼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녀석이 두 손으로 복부를 잡았다.


“끄억······.”


장패만도 못한 녀석이 어디서 허세를 부렸단 말인가?


“비켜!”


난 짧은 외침과 함께 놈을 옆으로 치워버렸다.


“장 총관.”

“예, 대협.”


장 총관은 내가 키가 큰 놈을 제압하자 용기가 돌아온 모양이었다.


“부상자들을 살피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다음은 이 사부였다.


“이 사부!”

“예, 대협.”

“사제들과 함께 문을 맡게. 그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잘 막도록 하게.”

“맡겨주십시오!”


이 사부와 두 사제는 내 명령에 따라 별관의 정문을 막아섰다.

나는 날 지목했던 녀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문주는 왔나?”


내 물음에 녀석은 등을 돌렸다.


“무, 문주님!”


문주가 직접 오긴 한 것 같았다.

난 녀석을 쫓는 대신 날 뛰고 있는 형의문 제자에게 손을 뻗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퍼억!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놈이 바닥에 쓰러졌다.


“크윽.”


코뼈가 내려앉은 모양이다.

이런 경우 접골을 잘못하면 평생 못난이로 살아야 했다.


“아칠!”


동료가 쓰러지자 형의문 제자 셋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저놈이 아칠을!”

“놈을 잡아!”


그들은 무기도 들지 않은 채 맨손으로 나를 막고자 했다.

녀석들··· 소문을 전혀 듣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 소문을 듣지 못했다고 해도 다섯째 공자인가 머시기가 있지 않은가?

설마 다섯째 공자인가 머시기가 형의문에서 가장 약한 녀석이었나?

놈의 검세를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휙!

나는 정면에서 날아오는 주먹을 피한 뒤 무릎으로 놈의 하복부를 걷어찼다.

퍽!

짧은 타격음과 함께 놈이 비틀거리면서 쓰러졌다.


“으으으윽.”


답답한 신음을 흘리는 것을 보면 불쌍하게도 제대로 일격이 들어간 모양이다.

다음은······.

어깨가 좁은 녀석이었다.

녀석은 두 손을 뻗어 날 잡으려고 했다.

나는 오른손으로 놈의 손을 쳐낸 뒤 팔꿈치로 옆구리를 타격했다.

퍽!

다시 한번 짧은 타격음이 울렸다.


“악!”


이번에는 비명이 조금 컸다.

그래도 놈은 나았다.

갈비뼈 한두 개로 끝났으니까.

마지막으로 나선 녀석은 발을 썼다.

그러고 보니 혈교에는 발을 쓰는 녀석이 없었다.

슉!

바람 소리와 함께 녀석의 오른발이 날아왔다.

이 발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평범한 비무라면 이런 공격은 피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른손을 든 뒤, 날아오는 발을 강하게 때렸다.

파악!

뭔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앗!”


놈은 두 손으로 발을 움켜 쥔 뒤 바닥을 굴렀다.


“아악, 내 다리!”


발이 아니라 다리인가?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음은 누구지?”


내가 시선을 돌리자 형의문 녀석들이 내원 쪽으로 물러섰다.


“조심해! 고수다!”

“아칠에 선빈, 선이 형제까지 당했다!”


놈들은 열 명이 넘었지만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문주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군.”


녀석들은 문주에게 모든 것을 돌리고자 했다.

하나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너희들. 내가 문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줄 것 같나?”


내 물음에 그 누구도 답을 하지 않았다.

내게는 그들의 대답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화가 났다는 것이었다.


“오, 오지 마!”


앞에 선 녀석이 느닷없이 검을 뽑았다.

스르릉.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검을 제대로 쓸 줄은 아는 건가?”


놈은 눈썹을 세웠다.


“얕보지 마라!”


녀석은 앞으로 크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녀석의 검은 허점이 너무 많았다.

삼류 중에 삼류.

물론 삼류라고 해서 용서해줄 생각은 없었다.

놈은 내게 주먹도 아니고 칼을 휘둘렀으니까.

퍼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놈의 머리가 돌아갔다.

이번에는 일격으로 끝내지 않았다.

퍽!

짧은 타격음과 함께 놈의 복부에 내 무릎이 박혔다.


“끄억!”


답답한 신음이 터져 나왔지만, 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퍽! 퍽! 퍽!

타격이 계속되자 놈은 검을 놓쳤다.


“으윽, 사, 살려 줘.”


맞고 있는 놈을 구하기 위해 형의문 제자들이 나섰다.


“그만 둬!”


나는 몸을 돌려 선두에 있는 녀석의 턱을 후려쳤다.

퍽!

타격음과 함께 놈이 몸이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누구 마음대로!”


내 외침에 달려들던 녀석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강해!”

“이, 이길 수 없어.”

“문주님께 가자!”


놈들은 일제히 내원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난 시선을 쓰러진 별관 문인들에게 돌렸다.


“이런 녀석들에게 당한 건가?”


별관 문인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게 숫자가 너무 많아서······.”


형의문 제자들의 숫자가 많긴 많았다.

하지만 그 수준은 백룡문 제자였던 이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정신만 바짝 차렸다면, 적어도 두세 명 정도는 때려눕힐 수 있었을 것이다.


“상처가 나으면 제대로 단련을 시켜주겠다.”


내 한 마디에 문인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알겠습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 몸을 돌렸다.

싸움이 끝나면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이윽고 장 총관이 따라붙었다.


“대협,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부상자들을 돌보라 했네.”

“하지만 혼자 상대하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걱정하지 말게. 이런 녀석들에게 당할 정도면 일을 일으키지도 않았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형의문은 안중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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