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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문영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검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진문영
작품등록일 :
2022.05.29 12:25
최근연재일 :
2022.06.12 13:2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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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글자수 :
90,249

작성
22.06.0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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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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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3쪽

무당검선 - 머리를 굴려보자 (1) -

DUMMY

- 머리를 굴려보자 -



무림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무공을 대성하는 것?

아니면 명성을 얻는 것?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믿고 있는 정의를 관철시키는 것?

무당산에서 수련을 거듭하고 있을 때, 나는 첫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무림인들의 삶은 곧 무공이고, 무공이 곧 무림인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검선이라는 별호를 얻을 때쯤, 나는 무공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무공이란 정의를 지키기 위한 도구이며, 그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았다.

혈교 정벌은 그렇게 해서 시작 된 것이었다.

용진이었을 때는 어땠을까?

평범한, 아니 평범 이하의 문파에서 무공을 배운 삼류무인.

이때 나는 또 다른 생각을 했다.

무공이란 결국 삶이다.

아니, 생존이다.

이렇게 생각했다.

이는 무당산의 검선과 전혀 다른 생각이었다.

구파일방의 고수들은 강해지기 위해서 무공을 연마했으나 평범한 무림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공을 연마했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무공을 연마한다고 해서 오해하면 곤란하다.

그들은 서로 죽이기 위해 무공을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강호인은 은퇴하거나 죽을 때까지 한 사람도 죽이지 않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대게 표국에서 표사로 일하거나 장원이나 상단 또는 홍루의 호위이거나 관에서 병졸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무공 사범으로 일을 했다.

다시 말해 그저 그런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란 말이었다.

용진도 그러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적어도 혈교전선(血敎戰線)에 뛰어들기 전까지 말이다.

그는 혈교전선에서 지옥을 보며 이전의 삶을 잃고 말았다.


“너희는 어떻게 할 거냐?”


내 질문을 받은 자들은 형의문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문주를 따라 천검문 별관에 들어와 난동을 피운 죄가 있었다.


“······.”


그들은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저지른 짓과 지금의 상황 그리고 내 무공을 생각하며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끊임없이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저 녀석들을 보면 장패가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결단이 필요할 때,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그보다 더 나은 것은 제갈석이었다.

그는 내게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은 채 상황을 주시했다. 그리고 대세가 내게 기울자 알아서 무대에서 퇴장했다.


“왜 대답이 없지?”


형의문 녀석들을 두들기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녀석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천검문이 무림맹의 일원이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시간을 달라?”

“그렇다.”

“말이 짧군.”


내 한 마디에 중년 무인이 두 손을 마주잡았다.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나는 손가락 다섯을 펼쳤다.


“좋아. 다섯을 세도록 하지. 투항하고자 하는 자는 무기를 버리고 왼쪽, 싸우고자 하는 자는 무기를 들고 오른쪽이다.”


녀석들의 선택지를 줄여줌으로서 결정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다섯이라니······.”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나 녀석들에게는 다섯 셀 동안이 아니라 다섯 시진을 줘도 명쾌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나!”


첫 한 마디에 형의문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했다.


“어떻게 하지?”

“항복해야 하지 않을까?”

“항복?”


그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나는 두 번째로 목소리를 높였다.


“둘!”


사실 녀석들의 선택지는 이미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다.

녀석들의 무공은 높지 않았으며, 외원에서 이미 내게 크게 패한 바 있었다.

한 마디로 다시 싸운다고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뿐이었다.


“셋!”


형의문 제자 두 명이 서둘러 검을 던지고는 왼쪽으로 움직였다.

녀석들은 그나마 결단이 빨랐다.


“넷!”


두 제자가 움직이자 강둑이 무너지듯 형의문 제자들이 우르르 왼쪽으로 움직였다.


“항복. 항복하겠소이다.”


나는 손가락을 접으며 오른쪽을 살폈다.


“다섯.”


남은 이가······.

있었다.

그는 앞서 시간을 달라고 했던 중년 무인이었다.

모두가 항복할 때, 그는 항전을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싸우겠나?”


중년 무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내가 이긴다면 형의문 제자들을 풀어주시오.”


나는 허리에 손을 가져갔다.


“풀어주고 말고가 어디 있나? 그대가 나를 이긴다면, 그대들이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사람이 없을 텐데 말이야.”


중년 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렇군.”


그는 나와 삼 장 거리까지 다가왔다. 그러고는 어깨를 폈다.


“형의문의 제갈인이라 하오.”


제갈인은 이곳을 찾아온 이들 중 처음으로 제대로 통성명을 했다.


“천검문의 용진일세.”

“그대의 검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렇다고 해도 나는 싸우지 않을 수 없소이다.”


제갈석처럼 지독한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무인의 순수한 강인함.

그 뿐이었다.

흠.

한 마디로 전형적인 무인이라는 말인가?

강호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 중에는 진중한 무인이야 말로 고수라는 그릇 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무인의 성품과 무공의 고하에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

미친 놈, 독한 놈, 잔혹한 놈, 진중한 자, 가벼운 자, 유흥에 취한 자.

이들 중 누가 가장 강하겠는가?

독한 놈?

잔혹한 놈?

아니면 미친 놈?

전부 아니다.

누가 강한지는 싸워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었다.


“하나 물어도 될까?”


내 물음에 제갈인이 말끝을 올렸다.


“물어보시구려.”


나와 그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형의문 제자들이 문주와 그의 아들에게 몰려들었다.

급히 상처를 지혈하려는 모양이다.


“문주와는 어떤 사이인가?”


나이를 보면 제갈면의 동생이려나?


“사촌이오.”

“사촌이라. 그렇다면 그대도 제갈세가의 방계이겠군.”


제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알았으니, 시작하지.”


제갈인은 검을 뽑았다.

스르릉.

날이 날카롭게 선 검이다.

그러나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난 검을 세웠다.

이 검은 앞서 최 아저씨가 내게 준 그 검이었다.


“선수를 양보하지.”


내 말에 제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나는 그가 나선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형의문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시간을 벌기 위해.

쉬익!

검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성품 그대로 곧은 검이다.

타앙!

검과 검이 마주치자 불꽃이 튀었다.


“하합!”


제갈인은 기합을 넣으면서 날 밀어붙이려 했다.

그러나 나는 몸을 낮추며 천근추의 수법으로 버텼다.

내력이 더 있었다면 제갈인의 검을 밀어낼 수 있었겠지만, 그것은 무리였다.


“핫!”


짧은 기합과 함께 제갈인의 검을 착의 수법으로 흘렸다.

힘으로 이길 수 없을 때는 그 힘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은 최선이었다.

제갈인은 검이 자신이 뜻한 곳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자 적지 않게 당황하는 것 같았다.


“이런!”


나는 가볍게 검을 돌려 그의 검등을 때렸다.

타앙!

맑은 소리와 함께 그의 검이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큭.”


제갈인은 억지로 검을 세우려 했다. 하나 그것은 순리를 거스르는 행동이었다.

이럴 때는 몸의 방향을 바꾸면서 검을 돌리는 것이 나았다.

애석하게도 그는 검의 요령을 터득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던가?

강함과 성격은 상관이 없다고.

퍼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내 팔꿈치가 제갈인의 가슴을 쳤다.


“헉!”


답답한 신음은 호흡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었다.

심장이 멈추지 않게 적당히 힘을 조절했으니까.

이윽고 난 두 번째 공격을 가했다.

퍽!

이번 공격도 제대로 들어갔다.

제갈인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여기서 발을 건다거나 복부에 일격을 날리면 그것으로 승부는 끝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난 뒤, 검을 세웠다.


“다시 오겠나?”


제갈인은 호흡을 조절한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갈 것이오.”


내가 그를 바로 쓰러뜨리지 않은 것은 그가 원하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는 아마도 제갈면과 그의 아들을 치료할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 같았다.


“오게.”


제갈인이 검을 다시 위로 올렸다.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려 그을 생각인 것 같았다.

베기를 한다면, 검이 아니라 도가 낫지 않았을까?

쉬익!

바람을 가르며 날아드는 검을 보며 생각했다.

이 자는 혈교전선에 뛰어들기 전 나와 비슷하다고.

약한 주제에.

마음만은 고수인.

그런 자였다.

스윽.

이번에는 제갈인의 검을 받는 대신 왼쪽으로 흘렸다. 그러고는 무릎을 들어 그의 복부를 타격했다.

퍼억!

제법 강한 타격음과 함께 그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허헉!”


이번에는 공격은 진심이었기 때문에 제갈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신음과 함께 비틀거렸다.


“으으윽.”


몸을 바로 세우려고 노력했지만, 받은 충격이 너무 커서 그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이제 끝내지.”


나는 검봉으로 마무리 공격을 펼쳤다.

퍽!

금속으로 된 검봉은 작은 망치나 다름이 없었다.

제갈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큭.”


형의문과 마지막 승부는 이렇게 끝이 났다.


* * *


쿱쿱한 냄새는 낡은 창고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것이었다.

아직 도호를 받지 못했던 시절 나는 이런 창고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무당검선이라는 별호는커녕 강호에 나가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포리장주?”


내 물음에 제갈석이 반문했다.


“무슨 일이오?”


그는 꼬리를 내린 채 이곳으로 돌아와 있었다.


“생각보다 똑똑한 것 같아서 말이야.”

“나 말이오?”

“그래.”


나는 그의 앞에 앉았다.


“돈은 준비했나?”


제갈석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이천 냥이라는 돈이 그렇게 쉽게 준비 되는 것이 아니외다.”

“그런가?”

“들어보시오. 돈이 있는 자는 돈이 생긴다고 해도 그것을 금고에 다 넣어두지 않소. 술을 파는 자들은 홍루나 청루를 하나 더 만들고, 상단을 꾸리는 자들은 마필과 사람을 더 늘리는 게 보통이오.”

“장원을 가진 자들은?”


제갈석이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후··· 뻔하지 않소. 땅을 사거나 다른 장원을 사는 것이 보통이오.”

“그래서 돈이 없다?”

“걱정하지 마시오. 어떻게든 몸값을 마련할 것이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자세일세.”


제갈석은 내가 돈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의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소?”

“다른 곳에 갇혀 있네.”

“죽이진 않았구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방계라고 해도 제갈세가 사람들이니까.”

“그쪽은 나와는 다른 이들이오.”

“그대와는 다르다?”

“제갈세가에서 인정을 받았으니 말이오.”


바꿔 말하면 제갈석은 제갈세가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처세술이 좋았던 것일까?

제갈세가에서 인정을 받지 않고도 산동에서 잘도 해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나?”


내 물음에 제갈석이 잠시 말을 끊었다.

아마도 머리를 굴리는 모양이다.

나는 녀석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

이윽고 제갈석이 입을 열었다.


“여기에서 끝내는 것이 좋을 거요.”

“적당히 일을 마무리 짓자?”

“그렇소.”


나는 팔짱을 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말이지······.”

“혹시 문주가 죽었소?”

“문주가 죽었다면?”

“일이 힘들어 질 것이오.”


제갈면은 방계라고 해도 제갈세가에서 인정한 이였다.


“싸울 수밖에 없나?”

“그대가 강한 것은 알고 있지만, 제갈세가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오.”

“단언하는군.”

“다른 이들은 몰라도. 그들 앞에서는 호기를 부리지 않는 것이 좋을 거요.”


나는 오른손 식지를 세웠다.


“만에 하나, 문주가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나?”


내 물음에 그가 말끝을 올렸다.


“적당한 사람을 내세워 제갈세가와 협상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적당한 사람.

그것이 어렵다.

상대는 오대세가 중 하나인 제갈세가였다.

연 아저씨 같은 사람으로는 턱도 없었다.


“누가 좋을 것 같나?”

“적당한 사람이 없소?”

“육리현 같은 시골에 제갈세가와 연이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제갈석이 얼굴을 굳혔다.


“무림맹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쪽을 통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무림맹 제남지부.

듣고 보니 괜찮은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

머리를 제법 굴릴 줄 안다.

어쩌면 검보다는 머리가 더 나은 자일 수도 있었다.


“내 밑에서 일 해볼 생각 없나?”


제갈석은 내 제안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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