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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문영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검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진문영
작품등록일 :
2022.05.29 12:25
최근연재일 :
2022.06.12 13:2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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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47
추천수 :
611
글자수 :
90,249

작성
22.06.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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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3쪽

무당검선 - 흑도냐? 백도냐? (3) -

DUMMY

* * *


동래군 육리현이 속해 있는 산동성은 예로부터 호걸이 많기로 유명했다.

삼국시대에는 조조의 휘하에서 청주병이란 이름으로 용맹을 떨쳤으며, 그 뒤로도 명장이 여럿 산동의 용맹을 천하에 알렸다.

그러나 천 년이 지난 지금, 산동은 중원 무림의 변방이 되고 말았다.


“구파일방 중 어느 하나도 이곳에 자리를 잡지 않았다.”


그나마 오대세가 중 하나인 제갈세가가 산동 제남에 자리를 잡았다.

하나 제갈세가는 오대세가 중에서도 그 세력이 작은 편이었다.

오대세가의 으뜸은 언제나 남궁세가였고, 그 다음을 하북팽가와 사천당문이 겨루었다.

즉, 제갈세가는 간신히 오대세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오대세가이긴 하지만, 제갈세가정도로는 명문대파라 할 수 없지.”


제갈세가 다음으로 유명한 산동의 문파는 오악검파라 불리었던 태산파가 있었다.

그러나 그 태산파도 다른 오악검파에 비하면 이렇다 할 강점이 없었다.

오악검파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구파일방에 늘 포함 되는 화산파였다.


“화산파만이 아니야. 구파일방의 말석에 들기도 하는 형산파에 비하면 태산파는 존재감이 약해.”


형산파는 무당산에 있었을 때는 의식하지도 않았던 문파였다.

하나 천검문의 대제자로 형산파를 바라보면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과 같았다.


“하··· 산동무림이 어찌하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쯧.

답을 내서 무엇을 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산동무림이 아니라 천검문이었다.

똑. 똑.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사형 계십니까?”


막내의 목소리다.


“그래, 있다.”

“사저가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뭐라고?”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문만 두드리고 왜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일까?


“대사형.”

“왜?”

“사저가 대사형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음.”


나는 낮게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로 크게 미움을 산 것일까?

그럴 수도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된 것은 결국 나 때문이었으니까.


“이유를 말해줄 수 있겠느냐?”

“그것이···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

“그렇습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알겠다. 사매는 후에 만나도록 하마.”


용건이 다 끝나지 않은 것일까?

막내는 물러가지 않은 채 다음 말을 이었다.


“대사형, 권 의원께서 대사형을 만나고자 하십니다.”


권 의원은 앞서 말한 적이 있듯 육리현에서 가장 솜씨가 좋은 의원이었다.

그의 의술이 아니었다면 사저는 장준의 검에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몰랐다.


“권 의원께서 만나고자 하신다면 만나야지. 지금 어디 계시는 것이냐?”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겠다. 곧 가도록 하마.”


천검문은 여섯 명의 제자밖에 남지 않은 작은 문파였지만, 무관은 나름 규모가 있어 외당과 내당 그리고 별채까지 가지고 있었다.

내가 처음 눈을 떴을 때, 사매와 같은 방에 누워 있던 것은 그곳이 상처와 병을 치료하는 의방(醫房)이었기 때문이었다.

서재에 도착하자 권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오른손을 뻗었다.


“용 소협, 잘 있었나?”


권 의원은 내가 약관에 이르렀을 때부터 나를 용 소협이라 불렀다.


“권 의원님께 은혜를 입었습니다.”

“은혜라니 무슨······.”

“의원님이 아니라면 사매를 살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권 의원은 고개를 흔들었다.


“검상이 깊긴 했지만, 장기를 다친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니라고 해도 구할 수 있었을 걸세.”

“아닙니다. 권 의원님의 솜씨가 아니라면 어려웠을 것입니다.”


권 의원의 겉모습은 한 마디로 상당했다.

갸름한 얼굴에 맑은 눈, 그리고 단정한 수염과 잘 어울리는 코까지.

흠잡을 곳이 별로 없는 얼굴이다.

그래서 권 의원은 육리현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보게 용 소협.”


따로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좋은 말을 듣고자 나를 보자고 한 것이 아닐 테니까.

백룡문과 문주 가족에 대한 처분이 과했다고 말을 할 수도 있었다.


“말씀하시지요.”

“부탁이 하나 있네.”

“부탁인 것입니까?”


권 의원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자네에게 찔린 장준이 지금 의원에 있네.”


장패 부자 또한 권 의원을 찾아간 것이었다.

나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권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가 회복 될 때까지만이라도 육리현에 머물게 해주게.”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부탁이었다.

나는 짧은 숨을 내뱉었다.


“그것은 약속을 어기는 일입니다.”

“이보게.”

“그들은 사매를 죽이려 했던 자들입니다.”

“그것은 알고 있네. 하나······.”


권 의원은 말을 흘렸다.

그는 아마 이렇게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목숨이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다면 난 이렇게 물을 수 있었다.

그 소중한 목숨을 빼앗으려 했던 자들이다.

백룡문에서 목을 베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자비를 베푼 것이었다.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십시오.”


권 의원이 말끝을 올렸다.


“무엇인가?”

“치료비를 열 배로 받으십시오.”

“열 배나 말인가?”

“겨우 열 배입니다. 그 정도 치료비로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싸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권 의원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리하겠네.”


그는 솜씨가 좋은데다가 심지까지 바른 사람이었다.

나는 문득 의심이 들었다.

이것이 그의 모든 것일까?

이렇게 바른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물론 존재할 수도 있다.

조사전을 지키던 장문사형은 권 의원 이상으로 바른 사람이이었다.

하지만 장문사형 같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의원께서는 제가 잔인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권 의원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세.”

“하면 무엇 때문에 그리 얼굴이 어두우신 것입니까?”

“내가 알던 용 소협과 다르게 때문일세.”


감이 좋은 사내였다.

그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는 것을 그는 눈치 채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매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권 의원이 말끝을 올렸다.


“마음을 다친 것이 아니고?”

“다음을 다쳤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내가 알고 있는 자네는 그런 검을 쓰는 사내가 아니었네.”


나는 얼굴을 굳혔다.


“제 검에 문제가 있었습니까?”


권 의원이 대답했다.


“자네의 검, 장기를 피하지 않았더군.”


한 마디로 살검(殺劍)을 썼다는 뜻.


“사매를 죽이려던 자였습니다.”

“내가 아니었다면 장준은 죽었을 걸세.”


사매의 상처보다 장준의 상처가 심하다는 말이었다.

나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놈은 사매를 그렇게 만든 개새끼였다.

되로 받고 말로 돌려준다고 해도 성이 차지 않았다.


“권 의원께서는 절 나무라시는 것입니까?”


권 의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내가 어찌 자네를 나무랄 수 있겠나.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일세.”

“의원께서는 제가 혈겁(血劫)을 일으킬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권 의원이 주먹을 무릎 위에 올렸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제갈세가와는 맞서지 말게. 그것이 천검문을 보전하는 길일세.”


그는 제갈석과 이야기까지 알고 있는 듯 했다.

하긴 장패에게 비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겠지.


“의원님의 말씀,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권 의원은 내 대답에 말끝을 높였다.


“허, 용 소협! 제갈세가와 맞설 생각인가?”

“그들이 약자를 멸시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곤란하네. 곤란해.”


권 의원은 제갈세가만큼은 절대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의원님.”

“용 소협, 마음이 바뀌었나?”

“아닙니다. 한 가지 묻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권 의원이 쥐었던 주먹을 풀며 말했다.


“무엇인가?”

“의원님과 제갈세가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습니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질문을 던졌다.

한데 반응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관계라.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다고 할 수 있지.”


권 의원이 제갈세가 사람이었나?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대답에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과거에 연이 있으셨다는 말씀이십니까?”

“흠, 과거의 일이라네. 자네가 신경 쓸 정도는 아닐세.”


나는 살짝 목에 힘을 주었다.


“의원님, 확실히 말씀해 주신다면, 그들과 싸울 때 손에 사정을 두겠습니다.”


권 의원은 내 말에 미간을 좁혔다.


“용 소협, 그러지 말게.”

“의원님?”

“혹시라도 그들과 싸우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서 싸우게. 아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게. 그렇지 않으면 자네는 목숨을 잃게 될 걸세.”


권 의원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가족이 아닌 타인을 이렇게 걱정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선인(善人)이었다.


“그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권 의원은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후··· 자네를 말리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군.”

“죄송합니다.”

“자네의 고집이 이렇게 셀 줄이야.”


권 의원이 알고 있던 파락호 용진은 물러터진 사내였다.


“의원님께서 걱정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네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겠지.”


권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서려 하자 그가 오른손을 뻗었다.


“마중은 필요 없네.”

“의원님.”

“자네는 할 일이 많지 않은가?”


난 소매에서 은자가 든 주머니를 꺼냈다.

이 은자는 백룡문에서 빼앗은 돈이 아니라 천검문에 있던 것이었다.


“그럼 이것이라도 받아주십시오.”


권 의원은 손을 내저었다.


“치료비는 받았다네.”

“그러면 무엇으로 이 은혜를 갚을 수 있단 말입니까?”


권 의원이 옷의 매듭을 바로하며 답했다.


“살아 돌아오게.”


그는 이번 일을 그 누구보다 위험하게 보고 있었다.


“의원님, 저 어디 안 갑니다.”


권 의원은 고개를 내저었다.


“가게 될 걸세.”


그는 손을 크게 한번 휘저은 뒤 서재를 빠져나갔다.

나는 그에게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태상노군과 비슷했다.

설마 노군이 권 의원으로 변장한 것은 아니겠지?

후··· 그렇다고 한들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제갈세가라.”


제갈세가.

그들은 흔히 제갈공명이라 불리는 제갈무후의 병법과 기문둔갑술을 물려받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한데 왜 하필 제남이란 말인가?”


제갈무후가 활약했던 곳은 형주와 서촉이었다. 그의 뒤를 이었다면, 제갈세가 또한 서촉에 있어야 했다.

그러고 보니, 과거 서촉이라 불리었던 사천에는 유명 문파가 여럿 있었다.

우선 구파일방에 이름을 올린 문파가 둘이었다.


“구파일방의 아미파와 청성파가 사천에 있었지.”


두 문파는 강호를 호령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구파일방의 중진으로 제갈세가가 넘볼 수 없는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사천당가 또한 사천이라.”


흠.

설마 사천 지방에 너무 많은 문파가 있어서 제남으로 근거지를 옮긴 것인가?

한 마디로 빈집 털이.


“그렇다면 태산파가 얕보였단 말이군.”


태산은 제남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두 문파는 세력권이 겹쳤다.

물론 제갈세가는 말 그대로 세속적인 세가이고, 태산파는 도가 문파였다.


“이쪽이 태산파 걱정을 해줄 때가 아니지.”


과거의 기억 또는 전생의 기억을 되찾았지만, 내 무공은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우선 내공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내단이라는 것이 있긴 했으나 무당제자들이 일이 년 연마하면 얻게 되는 그런 수준이었다.


“제갈세가와 며칠 내로 싸우게 될 테니까. 그 전까지 내력을 늘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강해지는 그런 수련법은 없었다.

깨달음 또한 그랬다.

무공에 대한 경험이 쌓인 뒤, 그것을 바탕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이지.

검을 막 배운 이가 수십 년 면벽 수련을 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었다.


“무공이 없다면 어느 정도까지 싸울 수 있을까?”


백룡문에서 싸운 이들 중 가장 강한 자는 제갈석이었다. 그는 삼류를 넘어 이류라 불릴 수 있었다.

물론 이류 중 뛰어난 실력은 아니었다.

굳이 구분하자면 이류의 하.

쉽게 이류하라 부르겠다.


“이류하 정도는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었지.”


나머지 이류 또한 상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류무인들은 검을 쓸 줄은 알았지만,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검법이나 검의 오의는 깨닫지 못한 상태였다.

문제는 일류고수들이었다.

일류에 오른 이들은 마땅히 고수라 불릴 자격이 있는 자들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충분히 고수라 부를 수 있지.”


일류고수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자신의 문파나 사용하고 있는 검법의 오의를 깨달은 자들이었다.

이들 중 상위에 해당하는 자들.

즉 일류상이라 부를 수 있는 자들은 내력과 검법을 융화해 검기와 비슷한 위력을 지닌 강력한 검풍(劍風)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쯧.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대세가였다.

제갈세가에는 분명 일류고수가 있을 터였다.

제갈세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들 일류고수들을 내력 없이 쓰러뜨릴 수 있어야 했다.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해내야 한다.”


내 검에 천검문과 사제들의 운명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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