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문영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검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진문영
작품등록일 :
2022.05.29 12:25
최근연재일 :
2022.06.12 13:2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818
추천수 :
611
글자수 :
90,249

작성
22.06.02 13:25
조회
1,743
추천
40
글자
11쪽

무당검선 - 흑도냐? 백도냐? (2) -

DUMMY

“그대가 강한 것을 내가 미처 몰랐네.”

“알았다면 나서지 않았을 것인가?”

“그, 그렇다네.”


기세등등했던 제갈석이 비굴하게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시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자들.

강호에는 이런 자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시선을 놈에게서 거두어 백룡문이 다른 이들에게 향했다.


“너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문주의 아들에 이어 문주가 패했고, 배경이 되어주겠다던 제갈석도 패했다.

그들에게 백룡문은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이었다.

이첨과 같이 백룡문에서 사부를 했던 장필이라는 자가 입을 열었다.


“수가 없지 않소. 해산하겠소.”


해산.

그들에게는 이게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었다.

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대들에게 제안을 하나 하지.”


장필이 내 말을 받았다.


“제안 말입니까?”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가(武家)의 길을 걷고 싶은 자가 있다면, 천검문에서 받아주도록 하지. 누군가는 이곳을 지켜야 할 테니까.”


우두머리를 잃은 집단을 흡수하는 것은 가장 좋은 뒤처리였다.

장필은 잠시 생각하다가 내게 물었다.


“천검문 아래로 들어가면 대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의 어조가 살짝 바뀌었다.


“백룡문에서 받던 것에 팔 할을 약속하지.”

“같은 조건이 아닌 겁니까?”

“난 백룡문주처럼 문파를 꾸리지 않을 걸세.”


나는 장패와 장준처럼 천검문을 운영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 녀석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천검문과 대립했던 자들이었다.

너무 후한 대우는 해줄 생각이 없었다.


“좋습니다.”


가장 먼저 천검문에 입문하겠다고 손을 든 것은 이첨이었다.

이 친구, 눈치가 빠르다.


“좋아. 그대는 우리 천검문과 원한이 없으니까.”


내 말에 여러 제자들의 눈빛이 변했다.

천검문과 원한이 있는 자들은 천검문에 입문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내 말이 이렇게 들렸던 것 같았다.

몇몇 제자들이 몸을 돌렸다.


“우리는 떠나겠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떠날 사람은 떠나라.”


그들은 장패와 장준 부자 다음으로 백룡문을 떠났다.

제갈석이 그 틈을 타 조금씩 입구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제갈장주, 그대는 남아야지.”


제갈석은 내 말에 움찔했다.


“아, 알겠네.”


나는 남은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대들은 남기로 한 것인가?”


남은 이들이 두 손을 모으며 포권을 취했다.


“저희는 천검문에 입문하고자 합니다.”


이들은 다른 곳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육리현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난 그들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실력으로는 육리현이 아닌 다른 곳에 가면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 힘들었다.

나는 검을 아래로 세우며 말했다.


“좋다. 허락하겠다.”


내가 이들을 입문시킨 것은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어떤 이유냐고?

바로 일손부족이다.

천검문 제자는 나와 사매를 포함해 겨우 여섯이었다.

여섯 명으로 장패에게 빼앗은 무관을 운영하고 육리현의 일을 전담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이 더 필요했다.


“문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이첨이 가장 먼저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난 문주가 아닐세.”


내 말에 이첨이 말끝을 높였다.


“용 대협께서는 천검문에서 가장 높으신 분 아니십니까?”


사부님이 돌아가신 이후, 천검문에는 문주가 없었다.

원래는 대사형인 내가 문주의 자리를 이어야 했지만, 나이가 어리고, 무공 또한 크게 부족했다.

게다가 파락호가 되어버렸으니, 문주의 자리를 잇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냥 대사형이라 부르게.”


이첨이 고개를 숙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알겠습니다.”


나머지 제자들 또한 고개를 숙였다.


“대사형의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고민하던 장필 또한 이곳에 남았다. 그는 장패, 장준 부자와 성이 같았지만, 한 집안 식구는 아니었다.

장삼이사(張三李四)라 했던가?

중원에서 가장 흔한 성이 바로 장씨와 이씨였다.


“그러고 보니, 총관이 없군.”


장필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백룡문에는 총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총관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흠.

총관 역할을 대신했다면, 제법 능력이 있다는 말이었다.


“백룡문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는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토지 문서와 돈이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나?”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모든 것을 정리해서 한 장의 문서로 만들게.”

“대사형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다음은 이첨이었다.


“이 사부, 그대는 아까 말한 것처럼 장 문주 일가를 처리하게.”


이첨이 두 손을 모으며 내 명을 받았다.


“알겠습니다.”


나는 돌아서는 그에게 덧붙이듯 말했다.


“옷 정도는 가지고 가도 좋다고 전하게.”


이첨이 걸음을 멈춘 뒤 다시 두 손을 모았다.


“대사형의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장패와 장준 그리고 백룡문에 대한 처분은 이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나는 다시 제갈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제갈장주는 생각을 많이 해보았는가?”


제갈석이 재빨리 대답했다.


“도, 돈을 드리겠습니다.”


내가 말끝을 올렸다.


“돈인가?”

“천 냥이면 어떻습니까?”


놈은 자신의 몸값을 천 냥으로 계산한 것 같았다.


“천 냥으로 이번 일을 마무리 짓자?”

“그렇습니다. 서로 원한을 가지지 말고, 천 냥으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원한?

쯧.

자신의 입장이 어떠한지 아직 정확히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천 냥으로 하지.”

“그, 그것은······.”

“과하다고?”

“그렇습니다.”


나는 얼굴을 굳혔다.


“알고 있나? 이천 냥은 그대가 장 문주에게 뜯어내려고 했던 돈이다.”


제갈석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 그것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자신이 뜯어내고자 했던 돈이니까.


“알겠습니다. 절 풀어주신다면 이천 냥을 드리겠습니다.”


난 말끝을 올렸다.


“내가 무엇을 믿고 그대를 풀어준다는 말인가?”

“예?”

“돈이 도착하면 그대를 풀어줄 것이다.”


지금 놈을 풀어준다면, 놈은 내게 이천 냥을 보내는 대신 이천 냥으로 고수를 사서 보내거나 입을 싹 닫을 것이 뻔했다.


“알겠습니다. 편지를 쓰겠습니다. 대신 치료를······.”


내게 입은 상처를 치료해 달라?

흠, 이천 냥을 낸다면 해줄 수도 있지.

난 제자들 중 한 명에게 고개를 돌렸다.


“제갈장주를 창고에 가두고, 금창약과 붕대를 가져가 치료하라.”


제갈석은 창고에 가두라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대협, 객으로 대접을 해주십시오!”


난 차갑게 그의 말을 받아쳤다.


“내게 살기를 내뿜은 자를 베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게.”


놈은 날 죽이려고 검을 휘둘렀다.

돈을 받고 풀어주는 것도 크게 자비를 베푼 것이었다.

물론 내가 인정만으로 놈을 풀어주는 것은 아니었다.

천검문이 백도 문파인 이상 무림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장패와 장준 부자를 살려준 것도 사실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육리현에서 혈겁이 일어난다면 애꿎은 천검문 제자들이 말려들 수도 있었으니까.


“대충 정리 된 것 같군.”


내 말이 떨어지자 서 있던 제자들 중 한 명이 말했다.


“대사형, 비가 거셉니다. 안으로 드시죠.”


투툭. 투툭.

비는 여전히 내 몸을 때리고 있었다.


“장패가 쓰던 그 방을 쓰라는 말인가?”

“그 방이 저희 백룡문, 아니 이 무관에서 가장 좋은 방입니다.”

“당분간 그 방은 비워두기로 하지. 그리고 지금 난 갈 곳이 있네.”


제자는 고개를 숙이며 물러섰다.


“알겠습니다.”


나는 시선을 연 아저씨에게 돌렸다.


“연 아저씨.”


연리청은 오늘 있었던 모든 일을 내 곁에서 본 증인이었다.


“말하게.”

“현청에 가서 오늘 일을 설명해 주세요.”

“내가?”

“공증인으로 나서지 않으셨습니까?”

“그, 그것은 그렇지.”


관과 무림은 서로 상관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대전제가 육리현 같은 작은 시골에서는 통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내 정중한 부탁에 연리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내게 맡기게.”


그는 강호 경험이 적지 않으니 이번 일을 잘 말해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이제는 백룡문이 아닌 무관을 떠났다.


* * *


천검문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세 명의 사제들을 만났다. 그들은 날 보자 목소리를 높였다.


“대사형!”

“괜찮으신 겁니까?”


그들은 모두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다들 허리에 검까지 차고, 무슨 일이냐?”


내 물음에 셋째 조문서가 대답했다.


“대사형께서 크게 싸움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백룡문으로 달려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들은 대사형이 위기에 빠졌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달려온 것 같았다.


“백룡문은 멸문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장패와 장준 부자를 육리현에서 내쫓았다.”


내 말을 들은 셋째가 눈을 크게 떴다.


“대사형께서 그들을 모두 꺾으신 것입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만 말하면 그렇다.”

“어, 어떻게 그것을······.”


아무래도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다.

뭐, 자업자득이려나.

수년 동안 파락호였던 대사형이 기세등등한 백룡문을 단신으로 멸문시켰다는 이야기는 쉬이 믿을 수 없을 것이다.


“믿기 못하겠다면, 백룡문에 가서 확인해 봐도 좋다.”


셋째가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대사형의 말을 믿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제가 내 말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전 확인을 해보고 싶습니다.”


까칠하게 목소리를 높인 것은 넷째 정이진이었다. 그녀는 항상 파락호로 지내는 날 못 마땅하게 생각했다.


“허락하겠다.”


넷째 사매가 또렷한 음성으로 말했다.


“대사형의 말을 믿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이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확인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넷째 사매는 보는 것처럼 강단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사매와 마찬 가지로 무공이 부족해서 중요한 일을 맡은 적이 없었다.


“괜찮아.”


넷째 사매가 두 손을 모았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녀가 돌아서자 내가 오른손을 들었다.


“잠깐.”


내 외침에 넷째 사매가 돌아섰다. 그녀의 눈에는 의심의 기색이 짙었다.

쯧.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 의심하고 있군.


“대사형,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사매는 어떻게 되었지?”


난 사매의 안부를 묻고자 넷째 사매를 불러 세운 것이었다.


“언니는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어요.”

“아직도?”

“권 의원은 괜찮을 것이라 말했지만······.”


지금은 권 의원의 말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육리현이라는 작은 마을의 의원 치고 솜씨가 좋았다.


“권 의원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겠지.”


난 고개를 끄덕인 뒤에 셋째와 다섯째를 데리고 천검문으로 향했다.

철퍽. 철퍽.

비가 내린지 오래라 물웅덩이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웅덩이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만에 하나 사매가 깨어나지 못한다면······.

다시 장패와 장준을 찾아내 모두 도륙 낼 것이다.


“셋째야.”

“예, 대사형.”

“앞으로 별관은 네가 맡아야 할 것 같구나.”


셋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별관이라니요?”

“백룡문 녀석들이 쓰던 무관을 넘겨받기로 했거든.”

“예에?”


셋째가 경악하듯 입을 벌렸다.

이 녀석,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을 그냥 흘려들었던 모양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당검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무당검선 - 결국 검이다 (1) - +1 22.06.12 1,133 28 12쪽
15 무당검선 - 머리를 굴려보자 (3) - +1 22.06.11 1,070 27 14쪽
14 무당검선 - 머리를 굴려보자 (2) - +1 22.06.10 1,174 28 12쪽
13 무당검선 - 머리를 굴려보자 (1) - +1 22.06.09 1,276 27 13쪽
12 무당검선 - 나는 강도가 아니다 (4) - +1 22.06.08 1,269 28 14쪽
11 무당검선 - 나는 강도가 아니다 (3) - +1 22.06.07 1,283 31 12쪽
10 무당검선 - 나는 강도가 아니다 (2) - +2 22.06.06 1,372 34 13쪽
9 무당검선 - 나는 강도가 아니다 (1) - +1 22.06.05 1,475 30 12쪽
8 무당검선 - 흑도냐? 백도냐? (4) - +1 22.06.04 1,490 37 13쪽
7 무당검선 - 흑도냐? 백도냐? (3) - +2 22.06.03 1,625 34 13쪽
» 무당검선 - 흑도냐? 백도냐? (2) - +2 22.06.02 1,744 40 11쪽
5 무당검선 - 흑도냐? 백도냐? (1) - +2 22.06.01 1,805 42 13쪽
4 무당검선 - 파락호 대사형 (3) - +3 22.05.31 1,860 50 14쪽
3 무당검선 - 파락호 대사형 (2) - +3 22.05.30 1,977 50 11쪽
2 무당검선 - 파락호 대사형 (1) - +2 22.05.29 2,412 54 11쪽
1 무당검선 - 서(序) - +3 22.05.29 2,853 7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