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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문영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검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진문영
작품등록일 :
2022.05.29 12:25
최근연재일 :
2022.06.12 13:2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866
추천수 :
611
글자수 :
90,249

작성
22.06.0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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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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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3쪽

무당검선 - 나는 강도가 아니다 (2) -

DUMMY

* * *


육리현 상인들이 회합 장소로 선택한 곳은 영춘루였다.

영춘루(迎春樓).

아주 익숙한 이름의 기루다.

중원 곳곳에 흩어져 있는 영춘루를 모두 찾으면 만은 몰라도 천은 거뜬히 넘을 것이다.

한데 그 흔한 영춘루도 힘든 사람들이 있다.

파락호였던 내가 그랬다.

육리현의 영춘루는 가기(歌妓)나 예기(藝妓)까지 있는 비싼 기루였기 때문에 나 같이 돈 없는 파락호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내가 주로 다녔던 것은 홍춘루(紅春樓)와 서시원(西施院)으로 가격이 저렴해서 은자가 아닌 동전으로도 하루를 충분히 놀 수 있었다.


“왜 영춘루지?”


내 물음에 장 총관이 대답했다.


“가장 넓기 때문입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쯧, 내가 착각했군.

최고급으로 접대하기 위해 영춘루를 선택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많이 모이는가?”

“전에 말씀드린 인원에 몇 명이 더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으음.”


나는 장 총관 외에도 셋째와 넷째 그리고 이 사부를 동행시켰다.


“이 사부.”


이 사부라 불린 인물은 가장 빨리 이쪽으로 전향한 백룡문의 이첨이었다.


“예, 대협.”


그를 비롯한 백룡문 전향자들은 나를 대협이라 불렀다.


“이런 모임에 참석한 경험이 있나?”

“한 번 있었습니다.”

“모임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은 누구였지?”


내 물음에 답한 것은 이 사부가 아닌 장 총관이었다.


“주도권을 잡은 것은 언제나 장 문주였습니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로 장 총관에게 물었다.


“자네는 자주 가본 모양이군.”

“이쪽은 매번 함께 참석했습니다.”

“흠, 그런가?”


장 총관은 가장 쓸모가 많은 이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백룡문 세력을 흡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가 백룡문의 실세였나?

실세란 밖에서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문서야.”


셋째가 낮은 음성으로 내 부름에 답했다.


“예, 대사형.”

“영춘루에 들어가면 여자들에게 시선을 빼앗기지 말고, 대장부답게 어깨를 펴라.”


셋째 또한 영춘루와 같은 곳은 가본 적이 없었다.

얼굴에 분칠을 한 여인들의 미모에 혹한다면 미래를 망칠 수도 있었다.

셋째가 긴장한 목소리로 내 말을 받았다.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넷째였다.

원래라면 사매가 함께 와야 했지만, 그녀는 아직 날 용서하지 않고 있었다.

난 할 수 없이 강단이 있는 넷째와 동행했다.


“이진아.”

“예, 대사형.”


백룡문 일이 있은 후로 넷째는 완전히 바뀌었다.

내게 요조숙녀처럼 차분한 모습만 보인다.

이런 모습도 나쁘지 않지만, 예전처럼 카랑카랑한 모습이 더 매력 있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시중드는 기녀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지 말거라. 그녀들에게는 그녀들의 일이 있는 법이다.”


넷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녀들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상인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입니다.”


의외로 넷째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상인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이번 회합을 앞두고 많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상인들의 마음인가?”

“검으로 윽박지르는 것은 백도의 방법이 아닙니다.”


흑도가 아닌 백도로 살아 달라.

넷째는 내게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우리 천검문은 무림맹의 일원이니까.”


천검문은 혈교 토벌전에 참전함으로서 문주를 잃는 슬픔을 맛보았다.

하나 얻은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토벌전에 참전함으로서 천검문은 무림맹으로부터 공인을 받았다.

즉, 천검문은 당당한 무림맹의 일원이었다.



잠시 뒤.

나는 영춘루 앞에 도착했다.

영춘루 앞에는 영춘루의 주인인 춘매(春梅)와 그녀의 오른팔인 매희(梅嬉)가 하인들을 데리고 나와 있었다.


“모두가 대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하게.”

“이쪽으로 드시지요.”


춘매는 최대한 예의를 차려 나를 안으로 안내했다.

하나 그녀의 안내에서 대단한 기품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층의 가장 큰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드르륵.

미닫이문이 좌우로 열리자 날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협을 뵙니다.”


얼굴을 알고 있는 이도 있었고,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이도 있었다.


“즐거운 대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가볍게 웃어 보인 뒤 상석에 앉았다. 두 사제와 이첨, 장필은 오른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식사를 올리겠습니다.”


탁. 탁.

춘매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하인이 아닌 기녀들이 음식을 가지고 나타났다.

영춘루에서 제법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나는 슬쩍 셋째의 시선을 살폈다.

그렇게 충고를 주었건만······.

셋째는 키가 작고, 귀여운 얼굴을 한 기녀에게 시선이 쏠려 있었다.

쯧.

속으로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셋째는 아무래도 큰일은 하지 못할 모양이다.

반면 넷째 사매는 태연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셋째보다는 넷째가 확실히 믿음직스러웠다.


“대협께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선 것은 영춘루의 주인인 춘매였다. 그녀는 나이가 마흔에 이르렀으나 하얀 피부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젊었을 때는 육리현을 치마폭에 휘어잡았다고 했다.

쪼르륵.

잔에 담긴 술이 진한 향기를 뿜어냈다.

딱 봐도 최고급 소홍주였다.

내가 마시던 가짜 백주와는 격이 다른 술이다.


“다들 들지.”


내가 잔을 높이 들자 모인 이들이 일제히 잔을 들었다.

춘매 또한 잔을 들었다.

그녀가 주변을 아우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육리현은 대협을 환영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잔을 비웠다.

춘매가 상인들의 대표인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가 있는 것인가?

탁.

잔을 내려놓은 뒤, 좌우를 둘러보며 말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바로 본론을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내 말이 떨어지자 춘매가 두 손을 모았다.


“모두 대협의 말씀을 경청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녀가 육리현 상인들의 대표인 듯싶었다.

당찬 여인이다.

나이가 적지 않다고 해도 상인들을 휘어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패 부자에게 기부금을 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춘매가 내 말을 받았다.


“한 달에 한번 기부금을 내고 있었습니다.”


백도 문파에서 받는 기부금은 흑도 문파의 상납금과는 약간 성격이 달랐다.

백도 문파의 경우에는 기부금만으로 끝이었다.

하나 흑도 문파는 상납금 외에도 이런저런 것들을 더 제공해야 했다.

예를 들어 기루는 공짜로 술과 기녀를, 철방(鐵房)은 각종 무기를 싼 값 또는 공짜로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그 때문에 상인들은 백도 문파의 보호를 받는 것을 훨씬 선호했다.


“여기 모인 이들이 모두 다 기부금을 내고 있었습니까?”

“그러합니다.”


나는 시선을 철방의 최 아저씨에게 돌렸다.

최륜(崔綸).

그는 이곳에서 나와 안면이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철방도 기부금을 내고 있었습니까?”


최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그는 안면이 있던 터라 나를 크게 높이지는 않았다.


“얼마나 내고 있었습니까?”


나는 장 총관으로부터 금액을 들었으나 한 번 더 확인하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냥일세.”


최 아저씨의 대답은 장 총관이 내게 말한 금액과 일치했다.

한데 한 달에 은 한 냥이라면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흠.

철방이 이렇게 많은 돈을 낼 이유가 있었나?


“다른 철방도 같습니까?”

“아닐세. 우리 육리철방이 규모가 커서 기부금이 많았네.”

“그렇다면 다른 철방은 육리철방보다는 작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나는 계속해서 포목점과 기루 그리고 마부와 객잔 등에도 금액을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대부분 장 총관이 알려준 것과 일치했다.


“다들 적지 않은 기부금을 내고 있군요.”


내 말에 이곳에 모인 이들의 시선이 살짝 변했다.

그들은 내심 기부금이 줄어들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춘매가 내 말을 받았다.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나는 주변을 한 번 훑어보고는 말했다.


“좋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기부금을 절반으로 줄이도록 하죠.”


내 말이 떨어지자 장 총관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협!”


백룡문, 아니 별관의 살림을 맡고 있는 그로서는 기부금이 줄어드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괜찮네.”


그의 눈은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절대 괜찮지 않다.

이 친구, 놀라긴······.

나는 그를 타이르듯 말했다.


“장 총관, 별관에 사람이 줄었지 않나?”


장 총관이 멈칫했다.


“그, 그것은 그렇습니다.”


게다가 난 장패 부자와 달리 사치를 할 이유가 없었다. 파락호였을 때는 물론 무당산에서도 크게 돈을 쓴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절반의 기부금으로도 충분했다.

춘매와 상인들은 내 말에 활짝 얼굴을 폈다.


“대협,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대협의 은혜에 감복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감사를 표했다.

나는 오른손을 들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조건이 있다는 말에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대가없는 친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춘매가 상인들을 대표해 물었다.


“대협, 어떤 조건입니까?”


그녀는 다소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내가 무리한 조건을 내민다면, 기부금이 줄어든 것이 전혀 의미가 없게 될 터였다.

나는 두 손을 모아 식탁 위에 올렸다.

그러고는 살짝 목소리를 깔았다.


“한 냥 이상의 상납금을 내던 곳들은 자식이나 형제들 중 한 명을 천검문에 보내 무공을 배우게 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육리현 실력자들의 가족을 문하생으로 두고자 했다.

이렇게 하면 천검문의 영향력이 육리현 전체로 뻗어나갈 것이다.

즉, 돈보다 영향력의 확대를 선택한 것이었다.

춘매가 멈칫하며 말끝을 올렸다.


“가족이 없는 이는 어떻게 합니까?”


그녀는 혼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식이 없었다.

흠.

그러고 보니, 이 방책을 정할 때 그녀와 같은 이들을 생각하지 않았다.


“자식이나 형제가 없다면, 믿을 수 있는 직원이나 하인을 보내도 무방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 곳에서 한 명의 문하생을 반드시 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반기를 드는 상인들은 없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포목점 대표로 나온 하명진이 내게 확인하듯 물었다.


“천검문의 문하생이 되는 금액은 예전과 같습니까?”


육리현에서는 문하생들에게 일 년에 은 한 냥 정도를 수업료로 받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수업료로 기부금을 대신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상인들은 내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협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춘매가 상인들을 대표해서 다시 한번 인사하자 오른손을 들었다.


“나는 육리현을 잘 사는 동네로 만들고자 합니다.”


음.

이 말은 원래 내가 아닌 현령이 해야 하는 것이었다.


“상점이나 기루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여기 있는 이 사부에게 연락하십시오. 하면 이 사부가 일을 해결해 줄 것입니다.”


내가 오른손을 내밀자 이 사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첨이라고 합니다.”


상인들은 두 손을 모으며 그의 인사를 받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기부금에 관련 된 것은 여기 장 총관이 처리할 것입니다.”


장 사범에서 장 총관으로 신분이 바뀐 장필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았다.


“별관의 총관, 장필이라고 합니다.”


상인들은 그에게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나는 마지막으로 두 사제를 가리켰다.


“여기 두 사람은 내 사제들입니다. 앞으로 이들이 문하생을 가르칠 것입니다.”


두 사제는 앞서 두 사람과 마찬 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았다.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습니다.”


상인들은 흡족한 얼굴로 그들의 인사를 받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모든 일이 내가 계획한대로 술술 풀리는 것 같았다.

하나 술술 풀리던 저녁 시간은 급보로 인해 모두 틀어져 버리고 말았다.

타타탁.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미닫이문이 열렸다.

드르르륵.


“용 대협!”


나타난 것은 별관 문도 중 한 명이었다.


“무슨 일인가?”

“크,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제갈 문주가 도착했습니다.”


나는 담담하게 그의 말을 받았다.


“내일 올 줄 알았더니, 부지런한 사람이군.”


이 사부와 장 총관, 아니 모두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쯧.

다들 제갈세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모양이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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