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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문영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검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진문영
작품등록일 :
2022.05.29 12:25
최근연재일 :
2022.06.12 13:2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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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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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글자수 :
90,249

작성
22.06.0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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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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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2쪽

무당검선 - 나는 강도가 아니다 (1) -

DUMMY

- 나는 강도가 아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녀석은 제갈세가의 공자이면서 공자가 아니었다.


“산동에서 제갈세가를 무시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수행원으로 따라온 녀석이 목소리를 높인다.

하··· 공자란 녀석도 그렇고.

제갈이란 성만 붙으면 어째서 이렇게 예의가 없어지는 것일까?

저 세상에서 제갈무후가 탄식할 일이다.


“그러니까 제갈세가의 방계란 말이지?”


내가 말끝을 올리자 수행원이 미간을 좁혔다.


“방계라 해도 우리 형의문은 제갈세가에 정식으로 인정을 받았다.”


형의문.

제남에서 남쪽으로 이백 리 떨어진 곡부(曲阜)에 자리를 잡은 문파.

곡부현은 육리현과 멀지 않아 나도 몇 번인가 그 이름을 들어 본적이 있었다.

형의문의 개파조사는 제갈세가 가주의 동생으로 제갈세가의 진신무공을 배운 것이 확실했다.

그러나 개파 이후 백여 년이 지났고, 제갈세가와 교류를 한다고 했으나 제남의 제갈세가에 비하면 무공이 크게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내가 말끝을 올리자 두 수행원이 눈썹을 위로 올렸다.


“제갈세가를 모욕하는 것인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모욕이라고?”

“어서 공자를 돌려보내라!”


형의문의 다섯 번째 공자는 지금 내 발밑에 깔려 있었다.


“비, 비켜라!”


혈도를 찍었기 때문에 목소리는 높일 수 있었지만, 몸을 버둥거릴 수는 없었다.


“사람을 죽이려 했는데 이 정도면 자비롭게 끝내준 것이 아닌가?”

“놈!”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했다.

다짜고짜 검을 휘두른 것이 누구인데 적반하장으로 내게 화를 내다니······.

세상이 어찌 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검을 휘두른 것을 사죄하기는커녕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모양이군.”


내 말을 들은 수행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부당하게 잡혀 있는 제갈장주를 풀어주기 위해서 온 것뿐이다.”


난 눈썹을 위로 세웠다.


“부당하게 잡혀 있다고?”

“그렇다!”

“하······.”


오늘도 기가 찼다.

내가 시선을 돌리자 장필이 나를 대신해 목소리를 높였다.


“아까도 설명했지만, 제갈장주는 부당하게 잡혀 있는 것이 아닐세. 그는 용 대협께 용서를 받는 대신 이천 냥을 내놓기로 했네.”


수행원은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것이 바로 부당하게 사람을 잡아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시선을 다시 그에게 돌렸다.


“너희가 다짜고짜 검을 휘두른 것은 정의고, 그 검을 휘두른 자를 가둔 나는 악(惡)이다?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

“공자께서 검을 휘두른 것은 그대가 제갈세가를 모욕했기 때문이오!”


제갈세가. 제갈세가.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그 제갈세가인가 뭔가에 전해. 이 철부지를 되찾아가고 싶다면 만 냥을 내놓으라고.”


내 한 마디에 수행원의 눈이 튀어나올 만큼 커졌다.


“마, 만 냥이라고?”


형의문은 그래도 제법 규모가 있는 문파가 아니었던가?

만 냥이 힘들 줄은 몰랐군.


“왜? 싸서 놀랐나?”

“그대는 지금도 본문을 모욕하고 있다.”


쯧.

자기들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모욕이란 말이군.

난 다섯째 공자인지 뭔가 하는 녀석의 얼굴에 발을 올렸다.


“진짜 모욕이 뭔지 가르쳐 줘야 하나?”


내 행동에 두 수행원은 사색이 되었다.


“그, 그러지 마라!”

“제갈세가에서 그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난 미간을 좁혔다.


“말끝마자 제갈세가, 제갈세가······. 천하에 문파가 제갈세가밖에 없단 말이냐?”


장필과 이첨의 시선이 불안해 보였다.

두 사람은 내가 제갈세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이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협, 무림맹에 중재를 맡겨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난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런 일로 무림맹을 수고롭게 하자는 말인가?”

“그것이··· 아무래도 무림맹이 나선다면 공정하게 일이 처리되지 않겠습니까?”


전혀 아니다.

총단의 무림맹조차 공정하지 않은데 산동의 무림맹은 하물며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놈들은 제갈세가의 방계인 이 놈들의 손을 들어줄 것이 분명했다.


“흠, 무림맹 총단이 나선다면 생각해 보지.”


내 말에 두 수행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무림맹 총단이 어찌 이런 일에 나서겠는가?”


난 고개를 그들에게 돌렸다.


“나서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무림맹은 무림의 은원과 시비를 가려주는 곳이 아니던가?”

“그, 그것은······.”


녀석들의 말문이 막혔다.

이번 일이 무림맹 총단에 알려지게 된다면, 녀석들의 뒷배라 할 수 있는 제갈세가에도 좋을 것이 없었다.


“불가한가?”


내가 말끝을 올리자 수행원 중 하나가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


나는 낚시꾼이 미끼를 던지듯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만 냥이 과하다면 너희가 의견을 말하라.”


다섯째 공자의 몸값을 제시해 보라는 말.

고개를 숙였던 자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일을 확실히 하지 않은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다. 그러니 백 냥으로 타협하는 것이 어떠한가?”


천 냥도 아니고 백 냥.

아직도 자신들이 갑(甲)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공자의 목숨이 겨우 백 냥이란 말인가?”

“목숨 값이 아니다. 이번 일에 대한······.”

“사과란 말인가?”

“그렇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가서 문주에게 전해. 공자를 돌려받고 싶다면 직접 와서 사죄하라고. 그러면 돈을 받지 않고도 이 녀석을 풀어줄 것이다.”

“그, 그것은······.”


또 불가하다고 말하고 싶겠지.

가능한 것이 별로 없는 녀석들이다.

놈들을 위해 내가 쐐기를 박아주었다.


“사죄가 싫다면 검으로 답을 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장 총관?”


장필이 내 말을 받았다.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비무의 승패로 일을 결정하는 것은 강호의 오래 된 전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래 된 전통.

괜찮은 표현이었다.


“들었나?”


두 수행원은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했다.


“알겠다. 문주님께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다.”


두 사람이 돌아간 뒤, 나는 시선을 이첨에게 돌렸다.


“이 사부, 이 녀석은 끈으로 묶어서 헛간에 넣어두도록.”


이첨은 내 말에 멈칫했다.


“창고가 아니라 헛간입니까?”

“같은 곳에 둘을 넣어두면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

“알겠습니다. 대협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이첨은 사람을 불러 다섯째 공자인가 하는 녀석을 묶게 했다.

그 사이 셋째가 내게 다가왔다.


“대사형.”

“왜?”

“괜찮은 것입니까?”

“괜찮지 않으면?”

“상대는 제갈세가의 방계인 형의문입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셋째야.”

“예, 대사형.”

“형의문 따위를 신경 쓰면 천하를 노릴 수 없단다.”


천하(天下).

내 말에 셋째가 눈을 깜빡였다.

아무래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대사형이 뭔가를 잘못 먹은 것 같다고.


“높아 보이느냐?”

“높은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셋째가 고개를 숙였다.


“대사형께서는 패기(覇氣)가 없다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 천검문이 해야 할 일은 천하가 아니라 육리현을 잘 아우르는 것입니다.”


혈교 토벌전에서 사부가 전사한 것이 몇 년 전이었다.

일류고수 한 명 없는 천검문이 천하를 노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현실적이구나.”

“죄송합니다.”

“괜찮다. 모두가 꿈을 바라볼 필요는 없으니까.”


누군가는 꿈이 아닌 현실을 바라볼 필요도 있었다.

나는 시선을 뒤쪽에 선 넷째에게 돌렸다.


“이진아.”


넷째는 내 물음에 두 손을 모았다.


“예, 대사형.”


제갈뭐시기를 때려눕혔기 때문일까?

그녀의 동작과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공손했다.


“너도 내가 과하다고 생각하느냐?”


넷째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과한 것은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넷째 사매는 셋째와 다르게 강단이 있었다.


“백도라 함은 그릇 된 것을 보았을 때,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입에 발린 말이었지만, 넷째에게는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넷째의 눈빛이 반짝 거렸다.


“대사형, 명심하겠습니다.”


내가 돌아서려 하자 그녀가 소매를 잡았다.


“대사형.”

“음?”


갑자기 고백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사형제 사이에 이런 것은 곤란하다.

아니, 매우 곤란했다.

사부께서는 사형제는 친 형제나 자매와 마찬 가지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흠, 부탁이었나?

나는 말끝을 높였다.


“어려운 일이 있느냐?”


넷째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제게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넷째는 내 강함을 보고, 그것을 동경하게 된 것 같았다.

나는 이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동경한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으니까.


“네가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가르쳐 줄 생각이다.”


넷째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입니까?”


넷째는 아직 모른다.

강해지기 위해서 해야 하는 노력들을.

만약 그것을 알았다면 지금처럼 밝은 얼굴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네게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나는 넷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시선을 장 총관에게 돌렸다.


“장 총관. 이야기 좀 하지.”


장 총관은 오른손을 옆으로 뻗었다.


“안으로 드시죠.”


나는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 * *


“얼마나 받으면 되나?”


내 물음에 장 총관이 눈을 깜빡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늘 모임에 참석하는 자들에게 앞으로 받을 돈 말일세.”


어떠한 문파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육리현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은 위선이었다.

소림과 함께 무림의 태산북두라 불리는 무당파도 돈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특히 장문사형이 그랬다.

장문사형은 무당제자 삼백 명이 먹고 마시고, 자고 입는 것을 모두 책임지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장부를 든 채 머리를 긁적였다.

왜?

아닌 것 같은가?

무당 장문인이라면 하얀 서리가 내린 산 위에서 선기(仙氣)를 느끼며 태극검(太極劍)을 휘두를 것 같은가?

절대 아니다.

무림 문파라는 것은 이상향이 아닌 현실이었다.


“상인들에게 받을 금액 말씀이시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패와 같은 금액을 받으면,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겠나?”

“하지만 금액을 내리면 금고에 모이는 돈이 적을 것입니다.”

“그것은 다른 부분에서 충당하면 될 거야.”


장필이 살짝 말끝을 올렸다.


“대협께서는 계획이 있으시군요.”


나는 입술 끝을 올렸다.


“우선 제갈장주에게 받을 이천 냥이 있지 않은가?”


장필은 시선을 내렸다.


“그것도 수입이 될 수 있겠죠.”


아무래도 장필은 내가 이천 냥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나 보다.


“믿지 못하는 것 같군.”

“예?”

“제갈석은 이천 냥을 내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네.”


장필이 말끝을 올렸다.


“대협, 정말로 형의문주와 싸우실 작정입니까?”

“내가 질 것 같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나······.”

“하나? 그의 뒤에는 제갈세가가 있다?”


장필은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가 욕설을 내뱉을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제갈세가는 진짜입니다.”


난 욕을 내뱉는 대신 차갑게 말했다.


“난 그들의 무공이 가짜라 말한 적이 없네.”

“대협, 혼자 상대하시기에는 벅찬 자들입니다.”


나는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대협?”

“제갈세가에게도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네. 나 하나를 상대하려고 모두가 몰려오지는 않을 걸세.”


나는 명문대파나 오대세가란 작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직접 나서지 않고 지금처럼 방계나 문도에 해당하는 자들을 보낼 것이다.

그들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가장 낮은 제자들이 나설 것이고. 그들 또한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제야 이대제자 또는 일류고수가 나설 터였다.

가주나 장문인이 직접 나서는 것은 강호를 뒤흔드는 큰일뿐이었다.

장 총관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자, 오늘 저녁 회합에 대한 이야기나 하도록 하지.”


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금까지 장패 부자가 육리현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받은 금액에 대해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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