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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물먹은의자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토템군주는 F급 영지도 살려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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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은의자
작품등록일 :
2024.05.2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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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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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부흥

DUMMY

13화. 부흥



브루넌의 시장은 최근 들어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목수가 급하게 제작한 간이 가판대 위에는 밀과 고기가 올라와 있었고, 아주 조금이지만 싱싱한 채소와 계란까지도 판매되고 있었다.


기껏해야 좌판 위에 집에서 가져온 말라비틀어진 채소 몇 개를 올려놨던 저번 달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성해진 시장.


“이보게, 호세.”


“예, 기사님.”


“갑자기 왜 이렇게 시장이 풍성해진 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들 죽상이더니.”


나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해왔지만 딱히 답이 없다는 것이 데인과 함께 내린 결론이었다.


애초에 생산 기반이 남아있질 않았다.


기근이 덮쳤던 지난 1년간 농민들은 살기 위해 돼지건 소건 간에 일단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어야만 했으니까.


게다가 농사도 망했는데 잉여 농작물이 남아있겠는가?


다 가정에서 소비해버리고 곡식 꾸러 다니는 형편이었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의 풍성한 시장 풍경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가을이 오지 않았습니까. 올해는 놀랍게도 흉작에 그쳤다고 합니다.”


약간 뜨끔했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다 내다 팔면 겨울에 굶어 죽는 것 아닌가?”


가을 작물을 판매하는 건 겨울에도 생계를 꾸릴 수 있다는 신뢰가 구축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뭘 믿고 물건을 팔고 있는 거지?


“그건 아마도 이번 브루넌 상회의 상행이 대성공을 거둔 영향인 듯 합니다.”


“얼마나 성공했길래? 중간 보고를 받았을 땐 평범한 상행이었는데?”


물론 상회가 정상 작동한다면 미리 물건을 팔아서 상회가 관리하는 것이 낫긴 하다만...


“그것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성공이라고 들었습니다. 3주 전쯤부터 갑자기 순수익이 너무 커져서 현금을 투자하고도 은화 궤짝 세 개가 남았다고...”


3주 전?


그때 뭐가 있어...


[교역 군주 (C)]


이건가?


그때 불의 신 처치하고 이걸 찍긴 했는데, 설마 이거 하나로 그 정도였다고?


“곧 상회주가 파벨 경께 찾아갈 거라고 하셨으니, 촌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버지라고 부르지 그러냐.”


“파벨 경의 앞에서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딱딱한 놈이구만.


호세는 카일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주기에는 나이가 많아 어깨만 두드려주고 돌아섰다.


“흠...”


어째서인지 점점 소드마스터의 길과는 멀어지는 것 같은데...


뭐랄까... 유저들이 ‘토템형’ 군주라고 부르는 형태에 가까워져 간달까.


토템형 군주.


군주가 있기만 해도 얻는 보너스로 영지가 굴러가는 내정형 군주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내가 토템이라니.



***



“왜 이리 죽상이십니까.”


“그럴 일이 있네. 그나저나 자네가 내주는 차는 언제나 향이 좋군.”


노골적으로 말을 돌리자, 데인은 별 말없이 함께 차를 즐겼다.


“몇 없는 취미를 즐겨주시니 저도 좋군요.”


텃밭에서 기르는 것이 차였던가.


“저번에 말씀하셨던 도적의 장비 회수가 끝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브란덴에 가는 길목에서 마주쳤던 무리의 회수를 맡겨뒀었지.


“어떻던가?”


“정말 양질의 장비를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목이 단숨에 떨어지는 등 장비 손상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양질의 장비를 회수했다는 사람의 얼굴치고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뭔가 걸리는 게 있나 보군.”


“그것이... 도적들의 장비가 너무 좋았던 것이 마음에 걸려 제가 조금 더 샅샅이 뒤져본 결과 이런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데인이 건넨 것은 내 견장에 달린 문장과 같은 재질의 장식품이었다.


방패 안에 단검 두 자루가 교차된 모양새.


“기사의 문장인가?”


“기사... 였지요.”


“자네가 아는 사람인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데인은 그답지 않게 표정에서 많은 생각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 문장이 무엇이기에.


“아서 경의 문장입니다.”


“아서? 이전에 브루넌을 다스렸다는 아서 경 말인가?”


“이제는 브란덴을 다스리는 로우 혼 백작가의 가신인 아서 브란덴 남작이지요.”


브루넌을 조져놓고도 작위를 받았단 말인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지?”


“브루넌에서 착복한 재물들이 다 어디로 갔겠습니까.”


아하.


로우 혼 백작가도 썩을 만큼 썩은 게로군.


돈으로 작위를 팔았다 이 말 아니야.


“좋아, 아서의 사정은 알았네. 그런데 도적들이 왜 이런 걸 갖고 있는 거지?”


“도적들치고는 너무 좋은 장비와 옆 영지 영주의 문장. 짚이는 점은 없으십니까?”


사실 짚이는 점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이거 대놓고 아서인지 뭔지 하는 놈이 브란덴으로 가는 길목에 산적 놓은 거 아닌가?


약간 느낌이 온다.


라스트 스탠드 시리즈의 열혈플레이어로서 자주 당해본 그것.


“이 새끼도 난세 준비하는 거 아냐?”


난세가 오리라고 나처럼 확신은 못하더라도, 가치가 떨어진 브루넌까지 자기 영지에 흡수시키려는 계획 정도는 가진 게 아닐까?


데인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아서 브란덴 남작은 잠재적 경쟁자로 보는 게 좋겠군.”


똑똑-


“파벨 경, 브루넌 상회주께서 오셨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에 하지.”


“그러시지요.”


“들어오게!”



***



레아는 지난 상행에서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물론 보고서로도 대강 받아본 내용이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직접 듣는 것만 못하니까.


상행 중에는 나름의 위기와 모험이 있었던 듯했지만 나는 그저 듣기만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론.


쿵! 쿵! 쿵!


사람 한 명이 안기엔 벅찰 정도의 거대한 궤짝이 세 개.


달칵-


그중 하나를 열자, 은화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한 상자당 3천 실버입니다.”


3천 실버.


그러니까 30골드에 해당하는 궤짝이 내 눈앞에 세 개.


“분명 내가 내준 돈은 5골드 아니었나...?”


교역 군주의 효과가 이 정도란 말인가.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자본 복사였다.


설마 민수는 지금껏 이 꿀통을 본인만 빨고 있었단 말인가.


[미친 새끼.]


김민수 씨의 마지막 말은 오늘도 내 귀를 스치고 갔지만 어쩌란 말인가.


이건 꿀통은 맞는데 낭만은 없잖아.


뭐.


어쩌라고.


***


이번 상행의 지분율은 따지자면 파벨 100%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됐든 내 사재를 털어 전액 투자한 거니까.


그러나 이 수익금을 내가 독점해선 안 되겠지.


지금은 브루넌과의 선순환에 투자할 때다.


스으윽-


“이건 가져가게.”


궤짝 하나를 레아에게 돌려주었다.


“파벨 경...?”


“재투자다. 이제 이건 브루넌 상회의 자본금이라 생각하도록, 내 지분율은 이번엔 50%로 하고 점점 낮춰가는 걸로 하지.”


“정말 그렇게 하셔도 되겠습니까...?”


“문제는 없겠지.”


“그런 것이 아니고, 원래는 이 모든 것을 파벨 경께 드려야 합니다. 인건비를 모아 재시작할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만.”


나는 그녀의 말을 막고 궤짝을 내밀었다.


“브루넌을 키우기 위한 상행이지 내 주머니를 불리기 위함이 아닐세. 마을에 공헌할 방향을 생각해보게.”


“정말...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레아는 상회가 다시금 우뚝 섰다는 것에 감동받았는지 오늘도 연신 감사를 표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것은 모른척해 주는 것이 예의겠지.


데인은 옆에서 그저 흐뭇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이만 가보게.”


***


레아가 떠난 후 남은 궤짝 두 개.


하나는 비상금으로 남겨두면 되겠지.


나도 5골드를 투자했으니 남겨 먹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자는 없으리라.


다른 궤짝 하나는 데인에게 내밀었다.


“이건...?”


“난세의 첫걸음을 내디딜 시간이라네.”



***



폴은 오늘도 시장에서 열심히 장미로 만든 공예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예전만큼 돈이 되진 않았던 것이, 옆 동네 브란덴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그곳에서 나온 공예품들이 더 싼 가격에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니미럴... 교역로가 열리면 생활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이게 왜 이러지...?”


재고를 털 때까지만 해도 이대로 좀만 더 노력하면 자신도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만 같았건만.


최근에는 찰스 아저씨네 딸인 이브와 나름대로 관계에 진전이 있었기에 더더욱 기대했던 폴이었다.


“야, 폴. 너도 밀 농사나 지으라니까. 저점이 높잖아 저점이.”


이미 심어놓은 장미를 파내기라도 하란 말인가?


친구인 칼 이놈은 속을 긁는 데는 도가 텄는지 허구한 날 한 마디씩 던지고 갔다.


가장 짜증 나는 점은 이놈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요즘 브루넌의 밀은 상승세를 탔는지 연일 고점을 갱신하고 있었다.


‘식량이 왜 갑자기 불티나게 팔리는 거야, 시부럴 거... 장미나 살 것이지... 뭐 어디 군대라도 나타났나.’


오늘은 대꾸조차 못 하고 있던 중.


뎅! 뎅! 뎅! 뎅! 뎅!


“소집령이오!!! 소집령이오!!! 파벨 경의 소집령이오!!! 포고문을 확인하시오!!!”


어수선하던 시장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촌장의 아들인 호세였다.


‘소집령?’


폴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브루넌 같은 깡촌에서 병사를 운영할 여력이 남아있던가?


그러나 폴은 파벨 경의 일이니 알아서 하셨으리라 짐작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당장 중요한 것은 소집령이 떨어졌다는 것.


일반적으로 소집령은 좀 사는 사람들에겐 기피되는 편이지만 폴 같은 농사를 망친 농민에게는 기회이기도 했다.


가장 풍작일 때조차 그들의 연 수입은 4골드를 넘지 않았으니, 이런 흉작일 때는 50실버라도 건지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정규군이라면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호세 이놈아! 이 중에 글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너뿐인데, 읽어주고 가야지!!!”


호세는 살짝 귀찮은 듯 고개를 젓고는 큰소리로 포고문을 읽어나갔다.


“파벨 경께서 소집령을 내리셨다! 대상은 14세에서 22세 사이의 남성 5인이다! 소집 기한은 연간 60일 이내로 제한한다!”


“보상은! 급여는 얼마나 되는데!!!”


“조용히 하시오! 파벨 경을 대신하여 말하고 있으니!”


형식에 불과한 말이었으나 브루넌 주민 중에서 파벨 경의 권위를 무시하는 자는 없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시장.


“급여는 연간 2골드를 지급할 것이오!”


“2골드? 평범한데?”


소집령에 응한 병사는 의무 복무자이므로 이주의 자유도, 직업 변경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2골드는 좀 수수했다.


그러나 그 뒤에 나온 말은 모두의 입을 틀어막아 버릴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추가로!!! 각 병사에게는 매년 암탉과 수탉을! 그리고 입대시에는 천갑옷과 창 등 장비를 일체 지급할 것이오!”


“뭐...?! 호세, 이 새끼야!!! 사기 치지 마!!!”


“그래 이놈 새끼가! 촌장 아들이라고 어른들이 우스워 보이냐!!!”


주민들의 반응은 격렬했으나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 일단 암탉과 수탉이 있다면 고정적인 생계 수단을 지급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저 가판대에 매달린 달걀 한 뭉치가 5실버 아니던가.


매주 5실버가 튀어나오는 닭을 그냥 지급한다고? 


폴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병사가 꺼려지는 이유는 장비조차 챙겨주지 않기 때문 아닌가.


천갑옷이라고 해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에, 창까지 주겠다는 건...


“다들 닥쳐!!! 호세야!!! 언제부터 신청하면 되겠냐!!!”


폴은 이미 앞뒤 가리지 않고 호세의 멱살을 부여잡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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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브루넌 공성전 (1) +8 24.06.13 1,797 64 13쪽
27 뿌린 씨앗은 결실이 되어 +3 24.06.12 1,850 68 12쪽
26 위대한 여정 +5 24.06.11 1,921 70 13쪽
25 밀약 +4 24.06.10 1,970 69 12쪽
24 군주 +11 24.06.09 2,099 84 13쪽
23 폭풍전야 (수정) +3 24.06.08 2,116 67 14쪽
22 전투의 여파(수정) +7 24.06.07 2,198 64 13쪽
21 불멸자 +5 24.06.06 2,277 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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