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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물먹은의자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토템군주는 F급 영지도 살려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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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은의자
작품등록일 :
2024.05.2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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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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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용과 기사 그리고 플레이어

DUMMY

12화



드래곤이라...


솔직히 처음에는 드레이크가 아니라 화룡일지라도 잡아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게임 속의 파벨을 플레이 하던 나는 꽤 컨트롤이 좋은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파벨의 기술과 정신력과 육체를 가진다 한들, 나는 그만큼의 처절함도 근성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드레이크에게도 오러를 사용해서 어떻게든 이겨야만 했던 것이겠지.


진화를 이룩해버린 지금은 어쩌면 좋지?


약점은 없나?


“파블 경!!! 놈이 재생했다곤 해도 완전한 진화는 이루지 못했소! 뿔과 심장이 아직이요!!!”


항상 돌머리라며 무시했던 크루겐은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나보다 먼저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했다.


그의 말대로 놈의 육체는 이미 드레이크보다는 드래곤에 가까워져 있었지만, 불완전했다.


드래곤을 드래곤으로 만드는 두 가지 요소, 드래곤 하트와 뿔.


그중 뿔은 처음부터 부러진 상태였으며 드래곤 하트는 아직 결정화하지 못하고 외부에 노출되어 있었다.


아직 완전한 드래곤이 아니다.


불의 신이라는 이름답게 위압감이 넘치는 형태로 변했지만 어정쩡한 진화로 인해 몸만 두툼해진 도마뱀이야말로 놈의 현 상황일 터.


어떻게든 뿔이나 심장을 노린다면 될지도 모른다.


더 이상 잴 시간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자세를 낮추고 검을 머리 위로 하여 다시 한번 처음과 같은 찌르기로 나아간다.


꾸드드득-


조여드는 다리의 근육은 마치 기계장치의 스프링처럼 한계까지 수축했다가.


터엉-


터져나간다.


서로 지쳤음은 이미 알고 있다.


진화로 인해 재생했다고 한들 모든 것이 열악한 상태에서 억지로 이룩해낸 반쪽짜리 진화다.


멀쩡할 리가 없지.


그럼에도 막 드래곤이 된 녀석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이번에도 발톱으로 막아보려는 건가.


똑같은 경로로 갈 생각은 없다.


부우웅!


뺨을 스치는 녀석의 발톱은 그대로 지나쳐 목으로 향한다.


노리는 것은 아직 제대로 생성되지도 않은 드래곤 하트.


조금만 더.


나를 노리는 발톱 사이를 마치 곡예를 펼치듯 지나친 그때.


조금만 더 가면 피부조차 없이 훤히 드러난 녀석의 약점에 검이 닿을 것만 같았던 그때!


챙!!!


분명 사각이라 생각하고 찔러 들어간 검은 화룡의 거대한 입에 붙잡혀 있었다.


“이런... 씹...”


용의 눈은 내가 노리는 곳을 정확하게 읽고 있었다.


그저 모른 척했을 뿐.


쾅!!!


“커억...”



***



거의 무적의 육체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다.


무기의 달인이 제공하는 천부적 감각에 적수가 없으리라고도 생각했지.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결국 외부에서 제공한 것임을 지금, 이 순간 깨닫고 있었다.


본인의 경험과 깨달음이 합쳐지지 않은 검술은 결국 한계를 맞이하는 법.


원래의 파벨 주니어라면 저런 막 각성한 드래곤 따위에게 이렇게 꼴사납게 내동댕이쳐지진 않았겠지.


아마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 녀석과 호각을 이뤘을 거다.


그런 처절함을 전장에서 살아오지 않은 나는 갖추고 있지 않았다.


나는 검을 지지대 삼아 일어났으나, 몸의 이곳저곳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갈비뼈가 몇 대 나갔나.


다행히 폐부를 찌르진 않은 듯했으나, 숨을 쉬기가 불편했다.


“커윽...”


퉷-


그러나 내가 만든 육체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내면에서 솟구치는 활력이 다시금 내 몸을 일어서게 만든다.


내가 파벨 주니어에게 부여했던 특성 ‘재생의 바람’.


이 특성은 내 체력이 낮아질수록 더 많은 재생능력을 부여한다.


게다가 ‘불굴’ 의 효과 또한 체력이 적을수록 증가한다.


그렇기에.


둔해져만 가는 몸과는 반대로 오랜만에 상처를 입은 나의 정신은 또렷해져만 갔다.


이 고양감.


타오르는 듯한 고통!


방구석에서 게임을 하며 외치던 소드마스터의 길이 아니라, 진정 전투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전사의 길이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었다.


“하하... 하하하하하!!!”


그랬군.


이제야 알겠다.


“내가 오만했구나! 모두가 치열하게 삶을 갈구하고 있었거늘!!!”


나는 더 이상 게임을 하고 있지 않았다.


모두와 같이 검 한 자루를 든 전사만이 이곳에 있었다.


“오너라!!! 투쟁 속에서 뒤섞일 시간이로다!!!”


서로의 삶을 건 투쟁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이제야 안전한 길 따위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처음부터 어디를 공격하든 서로의 선택에 따라 목숨이 걸릴 수 있는 싸움이었다.


그 확률의 직관 속으로 몸을 내던져주마.


다시 한번 처음과 같은 자세로 사각을 노려 뛰어든다.


검 끝이 어디로 가야 할 지는 명확했으나, 이번엔 그 경로를 신뢰하지 않았다.


내 생각이 이끄는 곳으로 가리라.


검과 함께 춤을 추듯 땅을 박차고 노리는 곳은 상대의 목.


푸욱!


이번에도 드레이크의 노련함이 내 어깨에 발톱의 형태로 찔러 들어왔다.


날카로운 발톱이 갑옷마저 찢어발기고 할퀴어낸 상처가 뜨겁다.


그러나.


“내 발톱도 네놈 못지않으리.”


카가가가각!!!


놈의 비늘의 결을 따라 목에 길게 그어진 자상은 기어코 놈이 피를 흘리게 했다.


나는 그 피를 맞으며, 이번에는 목을 절단할 기세로 휘둘렀다.


챙!!!


그러나 이번에도 놈의 주둥이는 내 검을 잡아챘다.


또다시 내동댕이칠 생각인가.


“이번에도 같은 방법이 통하리라 생각했느냐.”


공중에 매달린 채 날아갈 생각 따윈 처음부터 없었다.


붙잡힌 검은 놓아버렸다.


대신에 붙잡은 것은 놈의 목과 머리.


콰악!!!


놈의 목을 붙잡고 머리를 기어오르자, 놈의 당황한 기색이 느껴진다.


그 짧은 팔로 부질없이 저항해보거라.


놈의 머리 위로 올라 기어코 정상에 서자, 보이는 풍경은 뭐랄까...


“정수리를 보니 네놈도 다른 미물들과 별 차이가 없구나.”


[키에에에에엑!!!!!]


감히 인간 따위가 용종의 머리 위에 선 것이 불만인 걸까.


버둥거리며 나를 머리에서 떨쳐내려 하는 드레이크의 손짓은 분명 위협적이었으나.


빠악!!!


[크륵...?!]


빠악!!!


[키에에엑!!!]


“오러를 검에만 두르라는 법이 있더냐.”


나 또한 죽음 앞에서 기존의 상식을 벗어던지는 법을 배웠다.


퍼억!!!


퍽!!!


[끼익...]


오러를 두른 채 인간을 초월한 근력으로 정수리를 직접 타격하면 주먹질로도 용종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가?


그런 주제로 논문을 쓴다면 나는 훌륭히 증언해줄 수 있다.


‘그렇다.’고 말이다.


빠각-


빠각-


[끄르륵... 끅...]


빠악!!!


기어코 스무번째 주먹이 정수리를 내려친 그 순간.


빠각!!!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끈질긴 삶의 불씨를 태우던 생명이 지금 꺼져가고 있었다.


“많이 배워간다. 네가 오늘 이곳에 있었음을 기억하겠노라.”


스르륵-


쿠웅-


놈이 죽었음을 확신한 시점에서 나는 포션 한 병을 입에 물고는 쓰러졌다.



***



며칠 뒤.


영주관의 침대 위에서 나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마을 아낙들이 쾌유를 바란다며 가져다 둔 적당히 싱싱한 과일 몇 개.


“또 뭘 이런 걸 다 갖다줬대.”


아삭-


“맛은 있네.”


욱씬-


“윽...”


온몸이 쑤시는군.


포션을 마셨던 것 같은데 아직도 낫지 않았나.


어지간히도 몸을 혹사했던 모양이다.


***

[퀘스트 완료]


불의 신 토벌.

당신은 드워프의 예언 속에 나온 불의 신을 처치하였습니다...

***


“요약.”


둥...!


설정집은 요약 따위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듯 반항적으로 진동했다.


“요약하기 싫으면 때려치워. 그냥 잠이나 잘란다.”


내가 매몰차게 요약을 외쳐대자, 결국 설정집의 글귀가 한 번 섞이더니 게임 퀘스트처럼 변했다.


***

[퀘스트 완료]


불의 신 토벌 : 1/1


[보상]

자유 스탯 +5 획득.

하급 특성 3개 중 1개 선택.

사냥터의 위치가 밝혀집니다.


[추가 퀘스트 보상]

자유 스탯 +5 획득.

중급 특성 3개 중 1개 선택.

사냥터의 위치가 밝혀집니다.


※주의 : 사냥터를 너무 오래 방치할 시 야생 동물이 범람할 수 있습니다.

***


추가 퀘스트를 달성한 보상인지 두 배가 된 자유 스탯.


게다가 하급 특성뿐만 아니라 중급특성까지?


크... 이거지.


이러니까 추가 퀘스트를 깨보려고 한 거 아니겠나.


그런데 기쁨도 잠시.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문구가 하나 눈에 걸렸다.


“사냥터까지 있다고?”


사실 지금의 상식으로는 뭔 사냥터 가지고 호들갑이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이때의 교역 물품은 기껏해야 곡물, 광석이나 수공업 형태의 품질이 낮은 제품들 뿐.


검 같은 무구나 장신구 같은 귀중품을 거래할 수 있는 마을은 엄청나게 큰 마을이었다 이 말이지.


그런 와중에 사냥터에서 나오는 각종 가죽이나 뿔 그리고 약재 등은 광산 수준은 아니어도 엄격히 관리되는 것 중 하나인데...


“뭔 마을 하나에 광산이랑 사냥터가 둘 다 있어?”


나중에 데인한테 물어봐야지.



***



나는 쉬는 김에 밀린 일이나 처리할 겸, 설정집을 펼쳤다.


[특성을 선택하십시오.]


“흐흐흐...”


저번에는 농업 군주 같은 희대의 하남자특성을 찍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무려 하급과 중급을 하나씩 준비했단 말씀.


일단 하급부터.


[학살자 (D)]

생명을 거둘 때마다 체력과 정신력을 소폭 회복합니다.

너무 많은 생명을 거둘 경우 ‘광분’에 빠질 수 있습니다.


“쓰읍...”


음... 일단 보류.


나쁘진 않은데 광분은 피아 식별을 못 하게 만드니까 좀...


[마나 제어 (C)]

마법사의 첫걸음.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뭐 하자는 거지?


내 특성 두 번쨰는 마나 제어로 고정되어 있기라도 한 거냐?


“후우...”


마인드컨트롤, 마인드 컨트롤.


어차피 세 번째가 있다.


이럴 때 조급하면 이상한 거 고르게 된단 말이야.


집중하고 마지막 세 번째다.


[교역 군주 (C)]

당신의 영지에서 운영하는 상행은 대실패하지 않습니다.

상행마다 무작위로 교역 물품과 교역로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상행의 구매 가격은 1할 감소하고, 상행의 판매 가격은 1할 증가합니다.


“좆같다, 진짜.”



***



상행이 시작되고 벌써 한 달.


카일은 오랜만에 고향마을로 복귀한다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만약 상행이 망해버리기라도 했다면 파벨 경을 뵐 낯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상행만큼은 그런 걱정은 집어넣어도 되리라.


처음 출발할 때 세 대였던 짐마차는 교역 과정에서 늘어 이제는 여섯 대의 짐마차를 이끌고 돌아가고 있었다.


분명 브란덴에서 브루넌의 작물을 판매할 때만 해도 이 정도의 수확을 기대하긴 어려웠을 텐데.


어느 지점을 기점으로 갑자기 가는 곳마다 물건을 싸게 팔지 못해 안달이었고, 파는 물건마다 고맙다며 가격을 얹어주었다.


보통 그 가치는 1할 내외.


비록 큰 가격 차이는 아닐지라도 큰돈이 오가는 상행에서 그 차이는 어마어마한 순수입으로 돌아오는 법이었다.


“어머니.”


“카일, 왜 그러니?”


“저것도... 기사님의 문장 덕일까요?”


카일이 가리킨 곳에는 은화가 가득 담긴 궤짝 세 개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파벨 경이 투자해준 금화로 시작한 상행치고는 너무나도 많은 수확이 담긴 궤짝.


상회에 오랫동안 몸담은 레아로써도 조금 의아할 정도의 이득이었다.


“음... 아마 그런 거 아닐까...?”


사실 레아는 상회주로써 교역에 나선 것이 처음이라 기준을 잘 몰랐다.


그저 기사님이 보호해준단 말 한마디의 힘이 이 정도나 됐다는 것에 놀랐을 뿐.


“역시 파벨 경의 명성 덕분 아닐까?”


확신이 없는 레아의 말에 호위로 따라오던 용병들은 갸웃거릴 뿐이었다.


‘파벨 경이면 그 무서운 기사 얘긴가?’


하지만 짐꾼들만큼은 그 이야기에 백배 공감 중이었다.


‘우리 기사님이면 그 정도 명성을 쌓아두셨어도 이상할 게 없지.’


그렇게 약간의 오해가 쌓여가는 가운데, 파벨의 이해받지 못할 죽상은 한동안 주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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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브루넌 드림 +7 24.06.24 790 47 14쪽
38 황금 앞에선 모두가 솔직해진다 (3) +6 24.06.23 943 47 13쪽
37 황금 앞에선 모두가 솔직해진다 (2) +1 24.06.22 1,028 51 12쪽
36 황금 앞에선 모두가 솔직해진다 +5 24.06.21 1,158 55 13쪽
35 오러 +6 24.06.20 1,251 55 13쪽
34 귀환 +7 24.06.19 1,338 50 12쪽
33 베이론 +4 24.06.18 1,396 53 14쪽
32 황금남작 (수정) +8 24.06.17 1,530 57 18쪽
31 파벨 1세 (수정) +7 24.06.16 1,567 65 14쪽
30 브루넌 공성전 (3) (수정) +10 24.06.15 1,713 64 15쪽
29 브루넌 공성전 (2) +7 24.06.14 1,652 63 15쪽
28 브루넌 공성전 (1) +8 24.06.13 1,795 64 13쪽
27 뿌린 씨앗은 결실이 되어 +3 24.06.12 1,849 68 12쪽
26 위대한 여정 +5 24.06.11 1,919 70 13쪽
25 밀약 +4 24.06.10 1,969 69 12쪽
24 군주 +11 24.06.09 2,098 84 13쪽
23 폭풍전야 (수정) +3 24.06.08 2,113 67 14쪽
22 전투의 여파(수정) +7 24.06.07 2,195 64 13쪽
21 불멸자 +5 24.06.06 2,274 79 12쪽
20 빛과 어둠 (수정) +1 24.06.05 2,365 75 11쪽
19 솔라시온 축일 +4 24.06.04 2,370 83 12쪽
18 괴물 +8 24.06.03 2,377 80 13쪽
17 성인과 추적자 +5 24.06.02 2,451 7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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